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117)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117화(117/246)
전쟁을 알리는 징조 (2)
체코 정계 내 주데텐민족혁명당의 대약진.
그리고 새로 개편된 내각의 ‘독일과의 자유무역협정 적극 추진’ 방침.
프랑스와 영국은 독일을 옥죄던 쇠창살이 하나씩 하나씩 떨어져나가고 있다는 걸 결코 모르지 않았다.
두 나라의 외교관들은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문지방이 모조리 닳아 없어지도록 체코 프라하를 들락거렸지만 딱히 소득은 없었다.
“독일의 위협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우리 프랑스는 독일이 다시 피에 굶주린 미친 괴물이 되지 않도록 그들을 단매에 때려잡을 테니!”
“아니, 우리는 평화를 원합니다. 독일인들은 더 이상 주데텐란트로 무의미한 분쟁을 원치 않는다고 했습니다.”
“허! 그걸 믿소? 로젠바움이 당신네들의 목 끝에 칼을 들이밀면 그땐 늦어요!”
“민주 국가로서 지엄한 국민의 뜻을 받아들였을 뿐입니다.”
선거로 자유무역협정 추진하자고 외치던 신생 정당이 원내 1당이 됐다니까?
체코는 이 한마디로 영프의 입을 틀어막고자 시도했지만, 유감스럽게도 신생국 체코슬로바키아와 달리 영국과 프랑스는 너무나도 의회 정치에 익숙했다.
“선거 이겼으니 공약은 끝 아닙니까?”
“개돼지들이 어디 그 공약 때문에 표를 줬겠습니까?”
“안심하십쇼. 우리가 선거 진저리나도록 해봐서 아는데, 벌써 다 까먹고 오늘 밥 뭐 먹지 하는 생각이나 하고 있을 게요.”
그래. 걔네가 그런 공약으로 당선됐구나. 알았어. 그런데 어쩌라고?
어느새 영프는 슬며시 ‘독일과 친해질 경우 체코가 잃어야 하는 것들’의 리스트를 뽑아 내밀었다. 하나같이 우울해질 이야기들이었다.
물론 영프가 할 말이 없진 않았다.
“애초에 반독 전선의 일원이기 때문에 우리가 체코슬로바키아란 소국에 호의를 베풀었던 건데, 그게 아니라 잠재적 적국의 편을 든다면 왜 우리가 체코를 신경 써줘야 하지?”
“설마 우리와 독일에게서 전부 꿀단지를 받아 처먹으실 줄 아셨습니까? 하나를 고르려면 하나를 포기해야지!”
다시금 체코 의회는 불타올랐다.
독일과의 경제 협력이 가져다줄 장밋빛 전망 대신, 영프의 경제 보복을 당해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고 체코가 무너지는 암울한 전망이 증권거래소의 찌라시가 되어 흩날렸다.
그리고 아르민 로젠바움은 약속의 소중함을 아는 인물이었다.
“독일-체코 국경에서 군사 훈련을 개시하시오.”
“알겠습니다. 체코 놈들에게 프랑스는 멀고 우리는 가깝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겠습니다.”
브라우히치 참모총장은 물개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내가 누구? 세계 최초의 비행기 <빌헬름 대제> 호 날개에 이름이 적혀 있는 남자.
과거 산천초목을 벌벌 떨게 하고 ‘흠. 저 산이 마음에 안 드는군.’이라고 중얼거리기만 하면 산을 지우던 권능을 발휘하던 젝트 수준으로 군을 꽉 잡은 그는, 자신이 휘두르는 파워가 누구에게서 빌려온 것인지를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 무력 공갈은 체코의 정신줄을 다시 돌려줬다.
“당장 무역협정을 체결해야 합니다!”
“영국과 프랑스가 무역 보복을 해요? 우린 뭐 병신입니까? 우리 체코도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공업 국가입니다!”
“우리랑 무역 전쟁을 한다고? 어디 그쪽은 멀쩡할까?”
애초에 이 난리가 난 이유가 무엇인가.
주데텐란트에 가득한 300만 독일계 주민 때문이다.
로젠바움이 제시한 세 가지 안건 중 어느 하나도 수용하지 않는다면, 저 독일의 독재자는 자신의 위신을 위해서라도 그다음 수순에 돌입하리라.
그리고 ‘그다음 수순’은 누가 봐도 전쟁이었다.
“저저저, 저거 본색 드러내는 것 좀 봐라.”
“지금 당장 독일은 군사 훈련을 빙자한 협박을 멈추십시오!”
군사적 긴장이 맴돌기 시작하자.
모두가 깨닫게 되었다.
영국과 프랑스는 딱히 체코를 위해 몽둥이까지 꺼낼 생각은 전혀 없다는 것을.
전권을 대리받은 베네시 체코 외무 장관이 영국과 프랑스의 장관들과 비밀 회담을 가졌을 때 이 사실은 명명백백해졌다.
“독일은 진지합니다. 주데텐란트는 위협받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하지만 우리의 분석으로 로젠바움은 결코 전쟁을 일으키지 않을 겁니다.”
“독일군, 혹은 정체를 감춘 독일계 무장 세력이 국경을 넘거나 주데텐란트 내에서 봉기할 경우 영국과 프랑스는 독일에 선전포고해주실 겁니까?”
“그게 말입니다.”
“그러니까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게요. 걱정 좀 적당히 하시구려.”
“그런 태평한 말 말고!! 당신들은 우리 체코슬로바키아의 국체 보전을 위해 독일과의 전쟁에 뛰어드실 겁니까?!”
베네시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확답을 듣지 못했다.
그들은 ‘체코의 국체를 지켜줄 것’이라는 구두 약속까진 했지만 마지막의 마지막에 가서 협정이나 조약문을 작성하는 것은 거부했다.
반쯤 정신이 나가버린 베네시는 곧장 체코로 귀국하는 대신.
베를린으로 향했다.
“어서 오시오, 베네시 장관.”
“환대에 감사드립니다, 로젠바움 총통 각하.”
베네시는 결코 약골이 아니었다.
그는 오스트리아-헝가리에 대항해 지하 반란 조직에까지 가담했던 1세대 독립 투사였고, 1차 대전 종전 뒤엔 체코슬로바키아라는 국가를 대표해 파리 강화 회의에 참가한 외교통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난관은 무척이나 당혹스러웠다.
“나는 결코 체코의 독립을 짓밟을 생각이 없습니다.”
“그러면 우선 국경 근방에서 군대부터 치워주십시오.”
“그리하지요.”
“······다시 한번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로젠바움은 대답 대신 전화기로 다가가 빠르게 명령을 내렸다.
“우선 분명히 말하건대, 이번 군사 훈련은 이미 예전부터 정해져 있던 통상적인 훈련에 불과하며 체코슬로바키아는 이 군사 훈련에 참견할 자격이 없습니다.
하지만, 온갖 반독 언론들이 이 통상적 훈련을 침공 전조라 주장하며 귀국 국민들의 두려움과 공포를 조장하는 이상, 우리는 호의의 표시로 훈련을 더욱 일찍 중단하겠습니다.”
“총통 각하의 배려에 체코 시민들을 대표해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이렇게 쉽게 해결된다고?
베네시의 당혹감과 관계 없이 총통과의 회담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나는 자유무역이 만들어낼 황금 아치야말로 전 세계 국가들의 평화와 번영을 담보하리라 믿습니다. 체코와의 자유무역협정은 그 시발점이 될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 자유무역협정이 형태만 다른 프로이센 관세 동맹이라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독일 관세 동맹의 결말이 어떻게 되었는가?
프로이센 주도의 독일 통일로 끝났다.
“그건 모두가 통일을 열망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지요. 지금의 독일인들은 체코인과 한 국가를 이루는 걸 딱히 원치 않을 겁니다.”
“그럼 주데텐란트는-”
“그들이 체코 국적을 보유한 채 독일과 소통하고, 여행을 다니고, 일상을 영위하는 데 문제가 없다면 굳이 하나가 되길 원할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체코가 그들을 탄압하지만 않는다면요.”
회담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베네시가 머무르는 동안, 아르민은 독일에 대한 이미지 개선 작전에 돌입했다.
베네시는 정권의 핵심 인사들과 연이어 만남을 가질 수 있었고 심지어는 로젠바움의 일가족과 친지까지 만났다.
로젠바움은 그를 자신의 사저에도 초대했고, 국정 현안에 대한 논의 대신 온갖 사적인 잡담을 떠들어대며 친분을 도모했다.
“따님이 참 영특하니 복 받으신 듯합니다.”
“제 자랑거리였지요. 요즘은 모든 독일인이 행복해지기 전까지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해대서 골칫거리지만요.”
“허. 요즘 뭐 유행한다는 그, 독신주의입니까?”
“그런 것보다는··· 가족사가 복잡하니까요.”
“뭐라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군요.”
“괜찮습니다.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정치인이 일반인들과 괴리될수록 그 나라는 멀쩡히 돌아가기 힘들다고 봅니다. 저 또한 독일 제국의 내적 모순과 그 파멸이 어떻게 서민들의 삶을 파괴했는지 온몸으로 경험했으니··· 참으로 값진 교훈이지요.”
은근슬쩍 섞인 자기 PR을 경계하면서도, 그들 또한 합스부르크의 종말 이후 국제 사회에 내던져진 이들로서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열흘 뒤.
베네시는 어떠한 약속도 하지 않고 체코로 귀국했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꽤나 흔들리고 있었다.
***
체코의 결단을 독려한 것은 로젠바움의 필사적인 탬버린 쇼도 아니고, 영국과 프랑스의 당근과 채찍도 아니었다.
“에티오피아는 우리 이탈리아를 번번이 모욕했다. 이제 그 대가를 치를 시간이다! 로마의 후예들이여, 전진하라!!”
영국과 프랑스가 체코의 ‘돌출행동’에 훨씬 덜 관심을 기울이게 된 이유.
바로 무솔리니의 에티오피아 침략이었다.
그리고.
“국제 연맹은 에티오피아의 요청을 받아들여 중재에 나서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더 이상의 군사적 대치를 막기 위해, 국제 연맹은 사건의 당사자인 이탈리아와 에티오피아 양국을 대상으로 한 무기 금수 조치를 발동하겠습니다. 모든 연맹 가맹국은 더 이상 양국에 무기를 팔지 못하며-”
“지금 그게 무슨 소리요? 우리가 왜 무기를 구매하지 못한단 말이오?”
“그야 분쟁의 당사자기 때문입니다.”
“우린 당사자가 아니라 피해자라고!! 저 미친 이탈리아를 막으려면 당신네 무기가 필요하다고!!”
“죄송하지만 분쟁의 사실관계가 파악되기 전까지는 자제를 해야-”
“이보시오! 이번 사건은 에티오피아의 침략 야욕이 불러일으킨 사건인데 어째서 우리 이탈리아가 피해를 입어야 한단 말이오? 우리는 무기를 수입해야 합니다!”
지랄 났다.
에티오피아인들의 억장이 무너지는 참담한 심경은 이 네 글자만으로 표현하기에 충분하리라.
국제 연맹은 일본의 만주 침략과 만주국 건국 때도 어떠한 영향력 있는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 에티오피아 침공에서도 그들은 한껏 추태를 선보였다.
국제연맹은 <형평성>을 지키기 위한다는 명목하에 에티오피아 또한 금수조치를 적용시켰다.
국제연맹은 무기에 대해서는 금수조치를 선언했지만, 무솔리니가 가장 두려워하던 석유 금수 조치나 철강 금수 조치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조차 하지 않았다. 이는 곧 원자재를 무기와 총탄으로 가공할 능력이 충분하고 많은 중장비를 보유한 이탈리아에게만 유리한 조치였다.
“전쟁 나빠~”
“나쁜 이탈리아야, 우리 그냥 문명인답게 싸움을 멈추고 말로 해결하지 않을래?”
“조-까.”
“으아. 나쁜 이탈리아가 설득되지 않아. 어떡하지?”
“어떡하긴. 팝콘이나 튀기면 된다고 생각해.”
세 살 어린아이조차 웃기기보단 정색할 삼류 꽁트가 국제사회 한복판에서 대놓고 벌어지고 있었다.
이미 무솔리니의 침략을 방조하기로 이면합의를 맺은 프랑스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럼 영국은?
“만약 체코 주데텐란트 문제로 인해 독일이 전쟁을 일으킨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겠소?”
“총리님. 만약 독일과의 전쟁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우리는 결코 무솔리니와 대립해서는 안 됩니다.”
“무솔리니는 집권 이후 끊임없이 함대를 키워 왔습니다. 이탈리아가 우리가 아닌 독일 편을 든다면, 우리는 지중해를 잃게 됩니다.”
“인도에서의 모든 인력과 물자가 수에즈와 지브롤터 대신 희망봉을 돌아서 와야만 하고, 이는 곧 제국의 허리가 동강난다는 것을 뜻합니다.”
영국의 군사 전문가들은 한껏 우울한 비보(悲報)를 올려다 바쳤다.
고심 끝에 ‘두체를 더 이상 자극해선 안 된다’라는 결론을 내린 영국은 지중해 함대를 철수시켜 두체가 편안하게 막대한 군대를 에티오피아로 파병할 수 있게 <배려>해주었다.
그리고 영국과 프랑스의 외무장관들은 경악스러운 밀약을 타진했다.
“이탈리아가 이만큼을 차지하고, 그리고 에티오피아 남부 지방에 대한 경제적 이권을 차지하는 선에서 전쟁을 마무리 짓는 게 어떻겠습니까?”
“흐으음. 그럴까요?”
남의 나라를 팔아먹겠단 발상은 딱히 1938년 뮌헨까지 가서 떠오른 기적적 아이디어가 아니라, 그냥 영프가 들숨을 쉬고 날숨을 내뱉듯 자연스럽게 부리는 인성 표현에 불과했다.
하지만 모든 영국인과 프랑스인이 사람이길 때려치운 것은 아니었다.
“이 밀약! 당신들 지금 무슨 개짓거리를 하고 있는 거야!!”
“야!!! 또라이 독재자 새끼가 애꿎은 나라를 침략하고 있는데 그걸 방조하다 못해 인증 마크를 찍어줘? 장관 때려치워!!”
“너희가 인간이냐? 국제 연맹은 핫바지냐?!”
“정부는 당장 총사퇴하라!!”
영국의 호어 장관과 프랑스의 라발 장관은 나란히 사직서를 올려다 바쳐야만 했고, 분노한 양국 시민들은 무솔리니를 방치하는 나약한 정부를 향해 짱돌을 투척했다.
하지만 이미 거품 취급을 받던 국제 연맹의 신뢰도는 지하를 넘어서 맨틀까지 처박혔다.
그리고 이 미친 ‘남의 나라 팔아먹기’ 시도를 본 체코슬로바키아 의회는 결단을 내렸다.
“독일이 우리에게 전쟁을 선포했을 때, 영국이나 프랑스나 절대 우릴 도와줄 종자들이 아니다.”
“차라리 선을 갈아탑시다.”
1935년 말.
마침내 체코슬로바키아 의회는 독일-체코 자유무역협정에 서명할 것을 결의했다.
“이제 여러분은 주데텐란트로 여행을 가기 위해 비자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주데텐란트의 우리 동포는 베를린으로 오려면 간단한 절차만 거치면 됩니다. 우리는! 이미 하나입니다!!”
“외교 무대만 나가면 연전연승!”
“우리 민족은 승리했습니다!”
“게르만 만세!! 독일 만세!! 민족혁명 만세!!”
“로젠바움, 그는 신이야!!”
이 압도적인 성과를 배경으로 다시 한번 민족혁명당은 국정 쇄신을 시도했다.
이제 모든 것을 공고히해야만 한다.
결코 무너지지 않을 기틀을, 뿌리까지 튼튼하게 다져야만 했다.
“국민투표 결과, 94%의 지지를 얻어 신헌법이 선포되었습니다!”
“하일 로젠바움!!”
“독일민족혁명당 만세!! 자유무역협정 만세!!”
독일 민족의 세 번째 국가(Reich),
독일민족혁명공화국이 정식으로 선포되었다.
그리고.
“체코가 독일과 손을 잡는다면 우리는 전쟁을 선포하고 즉각 남하할 용의가 있습니다. 사악한 체코인들을 응징해야만 그 누구도 독일의 편을 들어선 안 된다는 진실을 꺠닫게 되고 동유럽에 평화가 옵니다.”
“으으음···!”
폴란드 외교관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