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118)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118화(118/246)
전쟁을 알리는 징조 (3)
분명히 첨언하자면.
폴란드인들이 갑자기 살의의 파동에 눈을 떠 자신들을 파멸로 이끌 전쟁이 너무너무 하고 싶어졌다거나, 혹은 하늘에서 내려온 악마의 피를 마시고 인간 때려치운 뒤 사탄으로 거듭나지는 않았다.
그들은 충분히 이성적이었고, 그래서 합리적인 판단을 내렸다.
당장 그들의 국부(國父) 피우수트스키도 살아생전 마지막 몇 년간 독일과의 화해 노선을 추진했었다. 안 그래도 대공황으로 전 세계 경제가 불쏘시개로 전락하는 마당에 후진 농업 국가 폴란드는 훨씬 타격이 컸기 때문이다.
독재 국가였던 폴란드는 민주주의 특유의 느릿느릿한 의사결정 속도를 보여주는 체코보다 훨씬 먼저 영국과 프랑스를 믿느니 자력갱생하기로 결정을 내렸고, 여기엔 당연히 노림수가 있었다.
“독일, 그리고 소련과 불가침 조약을 맺어 동서로 우리를 위협할 가장 거대한 적들을 외교적으로 묶어 놓는다.”
“그다음? 당연히 고토 수복이지! 대폴란드 영광의 부활!!”
호랑이 없으면 여우가 왕초인 법. 계획은 착실하게 진행되는 듯했다.
체코슬로바키아든 리투아니아든, 독일과 소련만 팔짱 끼고 구경한다면 당연히 정의의 용사 폴란드의 원펀치 한 방에 날아가는 건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실제로 독일은 아르민 로젠바움 집권 이후 직접 폴란드를 방문하기도 하며 적극적으로 폴란드와의 관계 개선을 도모했고, 하루가 멀다 하고 독일-폴란드의 무역 물동량은 우상향 그래프를 그렸다.
폴란드는 호의의 표시이자 답례로 그단스크(단치히)에 시비를 거는 연례 행사를 멈췄다. 독일인들이 들었다면 ‘그건 당연한 거지 무슨 호의야 미친놈들아’라고 했겠지만, 아무튼 폴란드 입장에선 크나큰 호의였다.
하지만.
“체코인들이 독일과 급속도로 친해지고 있습니다.”
“말이 되는 이야길 해라 좀. 개가 똥을 끊고 말지, 독일이 주데텐란트를 포기한다고? 원래 저 땅엔 이름도 없었어! 독일 놈들이 멋대로 붙였지!”
아무리 생각해도 폴란드가 시비를 걸릴 일은 너무나도 가능성이 희박했다.
알자스-로렌, 홀슈타인, 주데텐란트, 남티롤 같은 굵직굵직한 ‘외세에 점거당한 독일 민족의 땅’을 내버려 두고, <단치히 자유시>라는 이름으로나마 독일 민족이 자치를 누리고 있는 곳에 시비를 건다? 너무 이상하지 않은가.
그러니 주데텐란트 문제라는 폭탄이 존재하는 한, 독일-체코의 밀월관계라는 건 지나가던 개도 웃을 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폴란드인들은 확신했지만.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고 말았다.
“외무 장관!! 외무 장관 어디 갔어!! 당장 튀어나와!”
“절대! 절대 독일과 체코가 친해질 일은 없다며! 야!!!”
체코가 본격적으로 친독으로 외교 정책의 180도 유턴을 선언하자 폴란드는 말 그대로 아포칼립스를 접한 듯 발칵 뒤집혔다.
“우리도 저 자유무역협정이란 걸 추진합시다!”
“독일 시장이 활짝 열렸습니다. 지금 우리 폴란드 제품들을 독일 시장에 가득 풀지 않으면 저 거대한 시장이 남의 영역이 되어버립니다!”
경제적 친밀도를 높이자는 온건파.
“독일이 마침내 야심을 드러냈습니다. 자유무역? 그거 영국인들이 좋아하던 거 아닙니까. 조만간 독일 놈들이 코카인을 팔 자유를 얻기 위해 전쟁을 선언한다 해도 전 올 것이 왔구나 하고 말 겁니다.”
“독일은 땅을 점령하기 위해 침략하는 대신 이제 경제를 점령하기 위해 침략의 노선을 바꾼 것뿐입니다. 절대 응해서는 안 됩니다! 이는 또다른 형태의 매국, 경제적 매국입니다!”
반독에 익숙한 강경파.
“더 친해져서 독일이 체코에 독립 보장 같은 걸 하기 전에 지금 바로 체코 놈들을 죽여버리는 게 정답입니다.”
기적의 논리를 선보이는 울트라 초강경파.
그리고 폴란드는 군사 독재 국가였다.
그것도 무려, 시대를 2천 년 정도 되감은 삼두정치 체제의 국가.
“독일과 체코가 완전히 밀착한다면 우리의 안보가 위협받게 됩니다.”
“그럴까요? 우리 폴란드는 체코와 달리 막대한 양의 농축산물을 제공해줄 수 있습니다. 독일이 그 자유무역협정이란 걸 경제 침략의 수단이 아니라 무역을 통한 평화 추구의 수단으로 생각한다면, 당연히 우리와도 그 조약을 체결해야 마땅합니다.”
“뭘 그리 복잡하게 생각들 하시오? 상식적으로 봅시다. 체코는 독일의 따까리로 살기로 결심한 게요! 왜겠어요? 도대체 뭘 약속받아서!”
도대체 얼마나 엄청난 걸 약속받았길래 경제적 종속을 감수하면서까지 저런 조약을 체결했겠는가?
“체코는 우리 아니면 헝가리와 전쟁을 하려는 게 틀림없어요!”
“헝가리와의 전쟁이 가장 가능성이 크겠습니다.”
“그건 아니지. 그걸 노린다면 루마니아나 유고슬라비아도 지금쯤 분주해졌어야 할 텐데.”
“그럼 우리지!! 독일의 힘을 빌어 침략할 만한 나라는 우리뿐이잖소!”
원죄가 많다는 폴란드 입장상, 피해망상에 빠진 몇몇 사람들은 마침내 ‘체코가 독일과 함께 폴란드를 침공하려 한다’라는 기적의 결론에 도달했다.
“이··· 이 비열하고 추잡한 독일놈들!”
“우리랑 손잡고 체코를 갈라먹자고 했으면 당연히 동참해줬을 텐데!”
“솔직히 배 갈랐을 때 콩고물 더 많은 건 우리보단 체코잖아?”
사실 오답이어도 상관없었다.
군사 정권이 왜 군사 정권이겠는가? 국가의 위기니 국난이니 어쩌고저쩌고 씨불이지 않으면 도저히 군바리가 국가를 통치해야 할 명분이 없다.
아무튼 폴란드 군부는 자신들이 국가를 이끌어야 할 정당한 명분이 필요했고, 그렇기 때문에 독일-체코 동맹은 당연히 <폴란드를 넘보려는 사악한 외세의 음모>여야만 했다. 이 논리에 동의하지 않는 놈들이 비스와 강에서 물은 답을 알고 있다를 몸으로 체험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
그리고 군사 정권의 두 번째 특징.
위기는 강조하지만 진짜 전쟁은 원하지 않는다.
승리와 패배 여부에 상관없이 전쟁은 새로운 영웅을 낳고, 당연히 군사 독재 국가에서 그 영웅은 새로운 권력자로 비상한다.
요컨대.
“우리 폴란드가 앞장서겠소. 독일죽이기를 원하는 유럽의 모든 자유 국가들이여! 반독 전선을 결성해 한 판 붙읍시다!!”
‘씨발 안 돼 하지 마 절대 하지 마 전쟁 싫어 힝잉 폴란드는 독일이랑 프랑스가 영혼의 한타 뜨면서 서로 대가리 찍는 동안 맛깔나고 이득만 챙기는 뒤통수 치고 싶다고요’
“왈!! 왈왈왈!! 왈!!!”
장대한 개소리.
뻥카였다.
***
영국, 런던.
국회의사당.
“독일의 침략 야욕에 마침내 동유럽 국가들이 두려움과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윈스턴 처칠이 연설을 개시하자 사람들은 옆집 어린이의 9,385번째 똑같은 악곡 연주를 듣는 표정으로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독일은 자유무역이라는 허울만 좋은 소리를 늘어놓으며 동유럽 소국들에 대한 경제적 예속이라는 새로운 침략 수단을 개발했습니다. 진정으로 자유무역을 사랑하는 우리 대영제국이 우리의 대의를 더럽히는 독일을 용서해야겠습니까?”
“흠. 그런가?”
“그렇지만 독일엔 강탈할 전함이 없는데.”
“풉!”
“큭큭!! 상륙할 갈리-”
어디선가 지긋지긋한 G로 시작하는 지명 이름이 들리는 듯하자 처칠의 눈에서 살인광선이 쏟아져나왔다.
물론 그런다고 해서 영국의 의원이란 사람들이 눈 하나 깜짝할 리는 없었다.
“자유무역을 제창한다는 이유로 독일에 전쟁을 선포해야 한다니, 혹시 역사와 명성 드높은 처칠 가문이 백 년 전쯤엔 아편 장수 일도 병행하셨소?”
“처칠 의원이 독일을 증오하는 이유는 잘 알겠소만, 지금 같이 살벌한 시국에 전쟁이라니. 혹시 다음 선거에서 당선되기 싫어서 이러시는지?”
양식과 상식과 지식과 학식을 갖춘 대영제국 의원들은 폴란드의 제안을 염불 외는 소리 이상으로도 이하로도 취급하지 않았다.
“다들 똑바로 바라보십시오. 폴란드는 체코를 공격하겠다고 했지 독일을 친다고는 입 한 번 벙긋하지 않고 있소.”
“양아치 같은 놈들. 이건 제대로 된 거래가 아니지.”
만약 지금 전쟁이 터진다고 가정해 보자.
폴란드가 상대해야 할 적은 크게 둘. 체코군과 동프로이센 주둔 독일군이다.
손톱 아래에 박힌 가시 같은 동프로이센을 털 하나도 뽑지 않고 꿀꺽 삼키고, 풍부한 공업지대를 가진 체코를 침략해 알토란 같은 땅을 정복한다.
그럼 그동안 독일 주력군은 뭐 하겠는가?
당연히 서쪽에서부터 침공해 올 영국-프랑스 연합군과 국가의 존망을 건 캐삭빵을 치러야 한다.
이 세상 그 누구보다 남을 등쳐먹는 데 익숙한 영국인들은 여기까지 순식간에 계산을 끝마쳤다. 멀쩡히 주권 있는 남의 나라도 팔아먹는 사람들이 고작 이 정도 이해득실 계산을 못 할 리 없잖은가.
순전히 폴란드만 이득 보는 이딴 판도를 위해 정권이 좆될 게 뻔한 전쟁을 일으키고 싶은 이들은 처칠 같은 호전적 전쟁광을 빼면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영국 입장.
“괜찮은데···?”
“빌어먹을 체코 놈들이 독일에 굴종하기로 했습니다. 이제 동유럽의 균형을 위해서는 반드시 폴란드를 꽉 쥐고 있어야만 합니다.”
아직 제대로 된 해군이 없어 로젠바움이 모세 Mk.II로 각성하지 않는 이상 절대 본토를 침략당할 리 없는 영국과 달리.
날로 강해지는 독일의 영압에 숨이 넘어갈 것만 같던 프랑스는 전혀 계산 공식이 다르게 작동했다.
“체코가 이탈했고, 유고슬라비아는 아직 국내가 어지럽고, 루마니아는 수수방관하고 있습니다.”
“독일이 똑같은 신세였던 소련과도 친밀하게 지낸다는 첩보가 있습니다.”
“이제 제대로 된 군사력을 갖춘 데다 독일을 막겠다는 의협심을 가진 나라는 폴란드밖에 없습니다. 지금 눈 딱 감고 체코를 응징하는 건 제법 괜찮은 선택지 같습니다만···?”
전쟁광이라면 영국보단 아무래도 프랑스에 더 많다.
다만 이해득실을 따지는 영국과 달리, 프랑스의 전쟁광은 ‘내가 먼저 제리를 죽이지 않으면 우리가 다 죽는다’라는 절박함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이 다를 뿐.
“영국이 참전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으면 전쟁은 자살행위입니다.”
“그래요? 일단 전쟁 터지면 그놈들이 참전 안 하고 어떻게 배기겠소?”
“무솔리니를 끌어들여야 합니다. 이탈리아에게 크게 한 조각 떼어주더라도 두체의 참전을 독려해야 합니다.”
프랑스 일각에서는 매우 진지하게 전쟁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물론.
“누구 맘대로?!”
“야!! 선거 말아먹을 일 있어?”
“전쟁 결사 반대!”
“지금 전쟁하자는 새끼들 아들부터 전부 참호에 처넣어!”
“기관총 밥으로 내던져주자!”
“국민 여러분 진정해주십시오 저런 전쟁광 또라이들의 의견은 절대 우리 당의 당론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저희에게 투표해주세요 헤헤헤헤”
그리고 결정적으로.
프랑스 군부가 움직였다.
“전쟁 못 합니다.”
“어째서!”
“그야 당신들이 나라 경제 망했다고 군비를 전부 칼질했으니까!!”
프랑스군 참모총장 모리스 가믈랭(Maurice Gustave Gamelin)은 목에 핏대를 세웠다.
“존경하는 프랑스의 정치가 여러분. 우리 프랑스군은 현재 독일을 상대로 무력을 투사할 역량이 형편없이 부족합니다. 우린 아무것도 준비되어 있지 않으며, 전쟁이 일어날 경우 과연 제대로 된 보급을 할 능력이 있을지에 대해 저는 대단히 부정적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전혀 능력이 없단 말씀이시오?”
“지금부터 대대적인 군비 증강을 한다 하더라도 최소 3년은 갈고닦아야 합니다. 독일의 로젠바움은 자신의 독재 정권 유지를 위해 군에 막대한 투자를 퍼붓고 있습니다. 독일군은 명백히 우리의 우위입니다.”
최소한 이 시점에서, 가믈랭은 위대한 전쟁영웅이자 독일군조차 존경을 표하는 명장이었다.
게다가 나폴레옹 꿈나무가 그득그득한 군부에서 그는 몇 안 되는 올곧은 공화주의자였다. 프랑스군에게 가믈랭 외의 선택지는 없었다.
그리고 가믈랭은 몇 번씩 끊임없이 고뇌한 결과.
이번 전쟁위기를 다른 방향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돈 더 줘! 지금 전쟁하면 우린 패망 확정이야!”
예산 따내기에 쓰기로 말이다.
이토록 모두가 혼란에 빠져 전쟁이냐 타협이냐를 고민하는 동안.
“전쟁만큼은 피해야 합니다. 모두 함께 번영하기 위한 새로운 답안이었던 자유무역협정이 전쟁의 명분이 된다니, 이는 너무나도 끔찍한 일입니다. 저 아르민 로젠바움은 폴란드 제2공화국에도 자유무역협정을 제안하는 바입니다.
폴란드인 여러분! 과거의 비극으로 쌓아 올린 마음의 벽을 허물어 주십시오! 나는 우리가 미래를 위해, 우리의 자식들을 위해 진정한 평화의 길을 함께할 수 있으리라 믿고 있습니다. 우리는 문명인입니다. 우리는 지성인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서로 죽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로젠바움이 다시금 라디오 마이크를 잡았다.
“독일민족혁명공화국 총통 아르민 로젠바움은 독일이 국제 연맹에 재가입할 의사가 있음을 이 자리를 빌어 밝히는 바입니다. 또한, 내년 올림픽까지 우리 모두 이 전쟁 위기를 일시적으로나마 뒤로 미루고 모든 군사적 행동을 멈춰 이성을 되찾을 시간을 갖길 호소합니다.”
“와아아아아!!”
“총통 만세!! 평화 만세!!”
혹시 전쟁이 다시 나는 게 아닌가 누구보다 두려움에 떨던 독일 시민들은 일제히 거리로 뛰쳐나와 로젠바움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했다.
로젠바움이 던진 <국제 연맹 복귀> 카드는 즉각 영국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고, 영국 또한 화답했다.
“수천 년 전 매일같이 전쟁을 치르던 그리스의 폴리스 사람들조차 올림피아 제전 기간엔 창을 내려놨습니다. 우리는 올림픽이 세계인의 축제가 되길 소망합니다. 영국은 로젠바움 총통의 배려 깊은 제안에 찬동합니다.”
이렇게 되자 주전론은 힘을 잃었다.
폴란드 내에서도 다시 온건파의 입지가 커졌고, 폴란드인들은 자신들을 지배하는 독재 정권이 두 번째 세계 대전을 꿈꾸고 있었단 사실에 경악했다.
물론.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번에 경애하는 로젠바움 총통의 밀사로 방문하게 된 리벤트로프(Joachim von Ribbentrop)라고 합니다.”
“모스크바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각하께서는 이번 폴란드의 망동에 경악하셨고, 폴란드를 제어할 수 있는 단일 국가가 없다는 사실에 더욱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독일은 충분히 폴란드를 응징할 힘이 있지 않소?”
“그렇지 않습니다. 독일군의 주력은 폴란드가 아니라 프랑스에 발이 묶일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번.
이번에는 진지하게.
독일과 소련은 폴란드를 상대로 한 전면전에 대해 협상하기 시작했다.
로젠바움이 평화를 부르짖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