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119)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119화(119/246)
전쟁을 알리는 징조 (4)
요아힘 폰 리벤트로프의 일생은 다사다난했다.
군인이었던 그의 아버지는 빌헬름 2세가 동성애자라고 공공연히 비난하고 다니다가 공개 불명예 전역(Cashiering)당했고, 돈 벌어와야 할 가장이 하루아침에 짤린 리벤트로프 일가는 먹고살기 위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이런저런 일을 전전해야만 했다.
그 덕분일까.
어린 리벤트로프는 고향인 라인란트에서 프랑스어를 배웠고, 스위스에서도 살았으며, 영국 유학도 다녀왔고, 캐나다의 한 은행에 취직하는 것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야말로 국제적인 인생인 셈이다.
캐나다에서 독일제 와인을 수입하는 무역상 일을 하던 리벤트로프는 대전쟁이 터지면서 또다시 밥숟가락을 놓게 되었고, 영국의 속령이던 캐나다에 더 머무를 수조차 없던 그는 미국에 잠시 머무르다 독일로 돌아가 장교로 입대했다.
동부 전선과 서부 전선 모두를 경험한 리벤트로프는 철십자 훈장 수훈자가 되었고, 전쟁 말기에는 오스만 투르크로 파병되어 그곳에서 종전을 맞이했다.
그리고 여기서 그의 인생을 바꿀 사람을 만났다.
“새로 온 친구인가? 나는 프란츠 폰 파펜이라고 하네. 전쟁이 끝날 때까지 잘 부탁하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한참 뒤.
와인 무역상으로서 오래도록 종사해 오던 그는 어느 날 베를린에서 파펜과 다시 해후했다.
“리벤트로프. 자네 혹시 정치에 관심 있나?”
“어디까지나 관심 정도지요.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닙니다. 다만 제 폭넓은 국제적 경험을 나라를 위해 써보고 싶단 생각은 종종 합니다.”
“그거 잘 됐군. 자네 사업에도 도움이 될 대단한 사람을 알고 있는데 혹시 원한다면 소개를 좀 시켜줄 수도 있네.”
“혹시 누구신지 여쭤봐도 될지요?”
“누구겠나? 내 둘도 없는 벗이자 독일 민족의 영웅, 창공의 지배자 아르민 로젠바움일세! 모두가 제발 한번 면담이나 해봤으면 하지만 나를 거치면 아무 때나 식사 자리 한 번 마련하는 건 일도 아니지.”
돈깨나 있는 교양인 중 개판 5분 전의 조국을 걱정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시피 했다.
그리고 MZ한 독일인들에게 미래의 희망으로 보이는 등불은 크게 두 사람이 있었다.
“아돌프의 콧수염을 가지고 싶어요!”
“시끄러워! 잘 봐둬라, 어리석은 자들이여. 시시한 정치쑈는 모두 끝났다! 이제부터 내가 이 썩어빠진 독일을 숙청하고, 통치할 것을 이 자리에서 선언한다!”
모든 것을 혁명적으로 갈아 엎어버리겠다고 열창하는 지하 스트리트 아이돌, 나치당의 영수 아돌프 히틀러.
“사랑하는 독일 민족이여! 그대들이 비참한 것은 결코 그대들의 탓이 아닙니다. 함께할 때 우리는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돈을 허공에서 태우다시피 하며 각종 시민단체와 복지단체를 통해 독일의 재건을 부르짖는 전쟁영웅, 로젠바움사의 수장 아르민 로젠바움.
해외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리벤트로프는 ‘모든 게 유대인 탓이니 다 소독해야 한다’라는 강경 반유대주의에 딱히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그의 사업은 유대인 은행가와 엮여 있었고 그의 자금원도 유대인 아닌가. 거기다 ‘그래도 카이저께선 돌아오셔야 하지 않을까?’ 수준의 미약한 근왕주의적 성향까지 있었다.
국가를 위한 대안이 나치뿐으로 보였다면 그는 기꺼이 나치당에 입당했겠지만, 마침 파펜의 주선까지 있었으니 그는 로젠바움과의 식사 약속을 잡게 되었다.
“반갑습니다. 로젠바움입니다. 조국을 위해 헌신하셨다지요?”
“푸르 르 메리트를 두 개나 수훈받은 용사께 제가 어찌 헌신이란 말을 입에 담을 수 있겠습니까?”
리벤트로프는 술장수였다.
그리고 로젠바움은 독일은 물론 전 세계 각국에 <상조>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며 장례가 돈이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었다.
술에 술 탄 듯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리벤트로프는 로젠바움 그룹의 일원으로 흡수되었고, 괴링 형제나 뵐케 같은 전직 군인들과 나름대로 친분을 다졌다.
하지만 리벤트로프에게 공직은 허용되지 않았다.
재산을 바쳐 로젠바움의 선거운동에 공헌하고 민족혁명당에도 입당해 당내 중진으로 성장하긴 했지만, 정부체제의 균형과 견제를 중시하는 로젠바움은 <당은 당이고 행정부는 행정부>라는 입장을 명백히 했다.
하지만 그는 공직을 맡고 싶었다.
“외무부는 반유대주의자들로 득실대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들은 총통 각하의 자비심을 무엇이든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방종으로 해석하고 여전히 과거의 귀족적, 국수적 성향을 빼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독일민족혁명, 로젠바움주의 혁명을 달성하고 새로운 건국을 이끈 우리가 각하께 제대로 된 올바른 정보를 바치고 정책을 건의해야만 외무부가 바로잡힐 것입니다!”
“옳소!”
리벤트로프는 외무부의 아웃사이더들과 재야 인사들을 결집해 민족혁명당의 외교 싱크탱크 <민족혁명수출전선>을 창설하고 스스로 회장 역할을 자임했다.
“총통 각하! 혹시 리벤트로프를 중히 쓰려 하십니까?”
“노이라트 장관. 진정하고 물 좀 드세요.”
“외교의 복잡미묘함과 외교관들 특유의 품격, 예의를 모르는 술장수가 대체 뭘 할 수 있겠습니까? 각하. 외무부는 혁명적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부디 저희를 신뢰해 주십시오.”
로젠바움은 앉아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체펠린 백작으로 대표되는 뷔르템베르크 인맥의 핵심축이던 노이라트는 그 콧대가 대단했지만, 리벤트로프가 부상하면서 자연스럽게 처신을 조심하게 되었다.
반면 리벤트로프의 싱크탱크는 ‘절대 독일 정부의 공식 의견은 아니지만 로젠바움의 심복 중 하나이니 결코 완전 구라뻥은 아닌’ 이야기를 할 때 안성맞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소련에 보내졌다.
그의 임무는 폴란드를 대상으로 한 독-소 공수동맹 체결이었다.
***
국가를 다스리면 다스릴수록 슬슬 깨닫게 되는 게 있었다.
“칫솔수염 이 새낀 진짜 병신이었나?”
– 당연히 병신 맞지.
“그게 아니라, 나라를 그따위로 굴려도 되던 게 맞나···?”
이 시기 정부의 운용은 대부분 <균형 재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세금 걷어서 지출할 거 다 지출하고 나면 흑자가 나야 한다는 건 당연한 상식. 월급보다 씀씀이가 더 크면 탈이 난다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21세기 지식을 보고 온 나는 생각이 다르다.
정부가 <적자 재정>을 보더라도, 그게 국가에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카드 할부를 긁어도 된다. 미래에 가격이 오를 것 같은 아파트를 대출을 내서 사는 건 21세기 기준으로 봐야 당연한 이야기. 하지만 정부 운용의 문제에선 이것도 굉장히 급진적인 발상이었다.
그러면 원 역사 나치당의 정부 운용은?
– 빠찡코지.
카드 할부 수준이 아니다.
콩팥을 좋아하는 XX머니에 가서 일단 사채를 무지막지하게 땡긴다. 내 명의, 부인 명의, 자식들 명의까지 총동원해서 일단 다 땡긴다.
그러고 나서 슬롯머신을 힘껏 돌린다!
딸 수 있다!
따서 갚으면 된다!
영국과 프랑스가 초반에 히틀러에게 휘둘린 이유도 이와 같다.
그들은 사회의 상식인이었고, <보편 규범과 도덕을 증오하는 국가원수>라는 건 안드로메다에서 온 외계인 같은 존재였다. 나라를 담보 잡고 빠찡꼬를 돌리는 미친 새끼가 대관절 어디 있겠냔 말이다. 콧수염 저 새끼 코가 왜 저리 뾰족해?
나는 히틀러처럼 사채를 땡길 생각이 없다.
그 말인즉슨, 나는 히틀러처럼 나라 경제가 망하든 말든 군비에만 올인하는 정신병자식 국정 운영을 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독일군의 재무장도 당연히 시간이 더 걸린다. 나는 누구처럼 사채를 안 쓰니까.
그 대신 융커들과 타협한 칫솔수염과 달리 나는 독일 육군 윗대가리에 혁명정신을 가득 주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명심해라. 프로이센 남아는 자신의 선택이 불러온 책임을 피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독일군의 폼이 올라오기 전까진 평화를 부르짖는다.
– 화전양면전술이잖아···.
어허. 그런 거랑 나를 비교하면 섭섭하지.
화전양면전술.
다른 말로 해석하면 위장평화공세.
이 전략의 핵심은 바로 ‘평화를 부르짖는 것은 어디까지나 적국에 대한 기만일 뿐 실제로는 전쟁을 준비하는 것’이다.
반면 나는 정말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스위스 국경에서 북해까지 수백 킬로미터에 걸쳐 인간의 손만으로 파낸 거대한 참호구덩이.
쥐새끼와 이에 뒤덮인 채 포성을 음악 삼아 톱밥과 루타바가를 처먹는 끔찍한 삶.
전쟁은 일어나선 안 된다.
일어난다면, 무조건 빠르게 종전해야만 한다.
내가 폴란드를 상대로 한 포위망을 정성껏 짜고 있긴 하지만, 폴란드가 평화를 선택한다면 굳이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를 벌여 가면서 자작극을 통해 억지 개전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 그런데 폴란드가 전쟁을 회피할 가능성에 관해선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잖아?
당연하지.
폴란드도 오로지 민족주의 뽕으로 굴러가는 나라다. 나는 폴란드를 다스리는 군바리들이 얌전히 자신들의 국정 운영이 미숙했음을 인정하고 제 시큼퀴퀴한 막사로 돌아가리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체코든, 리투아니아든 아무튼 어딘가에 시비를 걸고 그것으로 정권 유지를 도모하겠지.
바로 그때다.
소련이 동의한다는 전제하에, 폴란드라는 나라를 찢어버릴 내 반폴 포위망이 가동되는 순간은.
[독일인이 다수 거주하는 리투아니아령 메멜 지방 / 체코령 주데텐란트의 안전 보장을 위해 독일이 개입해야만 한다.]격발.
민족주의라면 우리 독일도 철철 흘러넘친다. 그걸 틀어막고 있는 건 바로 이 아르민 로젠바움이라고.
그리고 폴란드가 선을 넘는 순간, 나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민족주의의 활화산을 터뜨리리.
– 너 지금 네가 무슨 소리 하고 있는지 알고 있지.
그렇지. 유럽의 항구적 평화와 정의구현을 도모하고 있잖아.
– 지랄하지 마라.
조범석은 이제 화를 내지도 않았다.
– 프랑스는 결코 폴란드가 멸망하는 것을 지켜볼 리가 없어. 그리고 영국은 결코 프랑스가 보불전쟁처럼 패하는 것을 지켜볼 리가 없고.
으음··· 그렇게 되려나?
– 그래. 너는 지금 두 번째 세계대전을 기획하고 있다고!
범석아.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볼까?
바로 그날을 위해서, 지금 무수한 친구들이 시베리아 눈발을 맞아가며 연구하고 있잖니.
독일 민족의 주체적 천년왕국을 위한 원자폭탄 연구 말이다.
그러니까 아직은 안 된다.
세계 최초의 핵무기가 내 손에 쥐어지기 전까지는 결코 전쟁은 있어선 안 된다. 올림픽은 평화를 호소하기에 아주 적당한 명분이었지.
히틀러에 대해 매우 중대한 오판을 했다가 1938년 뮌헨에 도달해서야 영국과 프랑스는 비로소 진실을 깨달았다.
나 또한 마찬가지.
그들의 오해는 야무지게 써먹어줄 예정이었다.
***
영국, 런던.
“아르민 로젠바움은 사업가 출신이야.”
“그에게 귀족적 품격은 없을지언정, 대신 사업가 특유의 이해득실을 따지는 능력이 있소. 전쟁은 결코 독일에게 수지 맞는 장사가 아니오.”
“로젠바움이 전쟁을 일으키려면 둘 중 하나여야만 합니다. 무조건 승리를 장담할 수 있거나, 혹은 자신의 정권이 무너져 가 전쟁이 아니고선 도저히 체제를 유지할 수 없거나! 우리 대영제국은 로젠바움 정부를 ‘적절’하게 다룰 수 있어요!”
“다들 무슨 개소리들 하고 있는 겁니까? 로젠바움은 복수귀입니다. 그는 런던을 불태웠던 자고, 제 장인의 시신이 식어갈 때 복수를 맹세했던 이입니다!
당신들은 지금 역사에 죄를 짓고 있어! 지금이야말로 대영제국이 한 손만으로 독일의 목뼈를 꺾어버릴 유일한 기회요! 아르민 로젠바움은, 로젠바움주의는 독일이 유럽 대륙을 정복하기 전까지 결코 멈추지 않을 폭주 기관차란 걸 어째서 직시하지 않는 거요!!”
“갈리폴리 경. 제발 당신의 원한을 투영하지 좀 마시오.”
“야, 이 개새끼야!!”
마침내 대영제국은 역사적인 과업을 이루어냈다.
[폴란드의 전쟁 위협! 전 유럽을 불태우려는 위험한 도박!] [이탈리아 다음은 폴란드? 볼드윈 총리, 유럽 평화를 위한 평화 전도사 자임!] [영국, 폴란드에 엄중 경고. “전쟁 일으킬 경우 어떠한 지원도 없을 것.”] [독일-체코 자유무역협정 체결!] [자유무역의 일등 사도 대영제국은 어째서 영국-독일 자유무역협정을 시도하지 않는가?]콧김을 쒸익쒸익 뿜으며 ‘대장, 전쟁 일으켜도 되지?’를 외치던 폴란드는 영국의 강력한 리더십에 굴종하고 말았다(라고 대중들은 믿었다).
독일 정부는 체코슬로바키아의 독립을 보장했다.
주전론은 완전히 사그라들었다.
영국과 프랑스는 에티오피아인들이 이탈리아의 독가스 사용을 알리며 절규했지만 귀를 틀어막았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전쟁을 부르짖던 최후의 영국인은.
[조지 5세 폐하께서 어젯밤 영면을 취하셨습니다. 모든 신민은-]국왕 서거라는 비보 앞에서 꺾이고 말았다.
평화는 지켜졌다.
전쟁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