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120)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120화(120/246)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1)
1936년.
독일민족혁명공화국, 혁명의 심장 베를린.
“씨발.”
로젠바움 그룹이라는 거대한 기계의 핵심.
그중에서도 가장 찬란한 그룹의 심장이자 원천, 동시에 모든 것인 로젠바움 항공기 제조 회사의 사장 알베르트 괴링은 나직이 중얼거리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형. 형이 나한테 이러면 안 돼.”
“뭐가 말이냐?”
“이러다 우리 애들 다 죽어!!”
하지만 형인 헤르만 괴링은 그 절규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담배를 입에 물었다.
“잘 들으렴, 나의 동생아. 어차피 못 하면 죽는 건 마찬가지야.”
동생은 오래도록 공장 경영에서 잔뼈를 키운 끝에 로젠바움 그룹의 중추 오브 중추.
형은 법무부 장관 같은 요직을 거친 끝에 민족혁명당 원내대표.
괴링 형제는 그야말로 ‘아르민과 헤르만이라니, 혹시 둘이 형제 아니냐?’는 과거 나치의 조야한 흑색선전에 아주 살짝 신빙성이 부여될 만큼 파격적인 출셋길에 오른 케이스였다.
그리고 파격적인 출셋길을 올랐다는 뜻은.
곧 계속해서 자신의 입지를 증명하지 않으면 무수한 적들에게 곧장 끌어내려진다는 뜻이기도 했다.
“지난번에 레더 제독과 만났다.”
“아, 형, 제발.”
“제발은 무슨 제발! 아무튼 총통 각하를 설득했다. 전함 하나가 빠지고 대신 항공모함이 건조될 예정이다.”
유감스럽게도 결국 군바리에 불과한 레더는 그 어떠한 감언이설로도 로젠바움의 굳건한 방침, ‘무빙 에펠탑 만들어주기로 했으면 됐지 자꾸 뭘 더 말을 얹어?’에 바늘 하나 꽂을 수 없었다.
레더는 괴링을 불러 산해진미, 그리고 괴링이 아주 좋아한다는 철도 미니어처 등의 선물을 주며 그에게 조언을 부탁했고, 받아먹고 입을 닦지 않는 상도덕을 탑재한 괴링은 기꺼이 경애하는 총통 각하를 설득하기 위해 나섰다.
‘각하. 그래도 항공모함이 한 척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헤르만. 너도 또 그 소리 하러 왔으면 그냥 나가-’
‘자랑스러운 독일군에 위대한 선구자이자 항공의 할아버지, 페르디난트 폰 체펠린의 이름이 붙은 함선이 없어서는 안 됩니다. 그분을 그토록 멸시하고 조롱하던 카이저에게, 그리고 그 카이저를 따르던 놈들에게 세상이 바뀌었음을 보여주고 천국에 계실 그분을 기쁘게 할 방법은 이것뿐입니다!’
‘······.’
‘그리고 이 아우가 가만히 생각건대, 그분의 존함이 붙을 군함을 진수한다면 그것은 당연히 항공모함이어야 합니다.’
‘네가 그분을 그토록 아꼈다고?’
‘물론이지요!’
‘······기존에 진수하기로 한 전함 한 척을 포기하겠다고 레더가 동의하면 항공모함을 허용하지.’
나는 총통의 마음을 알고 있다! 내가 바로 진짜 충신이다!!
그리하여 일본 해군과 진행 중인 협력의 결정체는 다시 한번 변화를 맞이했다.
신규 건조될 전함 <아르미니우스>급은 본디 초도함 <아르미니우스>, <알라리크>, <테오도리크>의 세 척이 진수될 예정이었지만, 테오도리크는 그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대신 <그라프 체펠린>급 중장갑항공모함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멍청한 레더는 기껏 각하를 설득했더니 ‘그럼 깔끔하게 전함 두 척 항공모함 두 척 어떨까요? 아니면 3전함 1항모도 좋고, 사실 가장 좋은 건 3전 3항인데-’ 같은 소릴 떠들다가 격노한 총통의 샤우팅을 듣고 허겁지겁 추하게 도망쳤지만··· 어쨌거나 괴링은 받아먹은 성의 값을 했으니 그 뒤는 본인 팔자렷다.
아무튼 그다음은 이제 공군과 항공기 제조업체의 차례.
“함재기를 뽑아야 해. 아주 제대로 된 놈으로.”
“지금도 이미 총통 각하께서 온갖 기기묘묘한 항공기를 제작하라고 해서 고통받고 있다니까?”
“자. 예정된 항모의 설계도면이다. 받아봐.”
“형.”
“어차피 우리 함대의 가상적국 1호는 프랑스니까, 영국이 적이라고 하면 물개 새끼들이 비참해지니 거긴 신경 끄고, 아무튼, 적 함대에 대한 타격은 거의 육상 항공대가 책임질 테니 우리 함대의 머리 위를 책임져줄 방공 전투기에 가장 신경을 써야 해.”
“아니 씨발! 죽겠다니까!”
“그럼! 너는 설마 비열한 개구리 놈들의 공격에 <아르민>과 <체펠린>이 침몰하는 꼴을 보겠다는 거냐!! 이 반역도! 매국노! 친불파!”
“아니, 주둥아리를 어디 하수구에 박은 뒤에 여기 왔나. 동생보고 친불파라니 말이 심하네.”
알베르트는 형이 빽 고함을 지르자 투덜대기만 하고 입을 다물었다. 듣기만 해도 책임공방이 어디까지 벌어질지 아득해져서 생각하기도 싫어지는 가정이었다.
“씨발. 나가봐.”
“잘 부탁한다. 사랑하는 동생아.”
“씨발 나가라고!!”
콰앙!
알베르트가 앞에 있던 명판을 힘껏 집어 던졌지만, 왕년의 에이스 파일럿은 실로 민첩한 몸비틀기로 날아오는 명판을 피해 도주했다.
“좆됐다···.”
“사장님?”
“아. 잘 됐군. 메서슈미트(Wilhelm Emil Messerschmitt) 당장 불러.”
“그분 사흘 동안 회사에 있으시다가 조금 전에 들어가셨는데-”
“그런데? 이 친구야. 너는 집에서 푹 씻고 나왔더니 이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는 거랑 차라리 미리 듣고 쉬든 말든 하는 거랑 둘 중에서 뭐가 더 낫겠어? 사람 보내서 불러와. 어차피 죽는 건 나도 똑같으니까.”
어쩌겠나.
까라면 까야지.
알베르트의 입에서 탄식이 터져나왔다.
“카아아악!!”
“집에 보내줘어어.”
“똑바로 서라, 어째서 납기일을 지키지 못하는 거지?”
“명심해라! 로젠바움 총통께선 열세 살에 이미 항공의 묘리를 터득하고 군대도 가기 전에 진작 세계 최초의 항공기를 날리셨다! 이것도 못 해내면 너희는 아무 쓸모가 없어!”
로젠바움사.
세계의 항공을 선도하는 곳.
그곳은 오늘도 성업 중이었다.
***
헤르만 괴링은 바빴다.
조금 많이 바빴다.
어렸을 때부터 아르민 로젠바움이란 사람을 옆에서 보고 자란 탓일까.
그는 권력과 헤게모니를 쥔 집단이 약해 보이는 신흥 세력을 어떻게 괴롭히는지를 목격했고, 괴롭힘당하던 약자가 무려 30년에 걸친 심모원려 끝에 마침내 그들을 사형대와 다하우로 모조리 처박아버리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봤다.
이걸 보고도 헤르만 괴링이란 남자에게 ‘조심성’이라는 게 인풋되지 않았다면?
‘미안하네, 헤르만. 자네는 여기 있으면 위험해지겠어.’
아마 그날부로 괴링의 새 일자리는 다하우 수용소장이나 하고 있는 파펜과 비슷한 수준의 무언가가 되리라. 애비 덕으로만 먹고사는 남자 오스카어 폰 힌덴부르크를 봐라. <힌덴부르크 기념관> 관장으로 매일매일 공기와 싸우는 인생을 살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괴링은 착실하게 살기로 결심했다.
권력은 좋지만, 그 권력을 잡고도 제대로 된 치적을 세우지 못한다면 로젠바움은 즉시 괴링 대신 새로운 인물을 그 자리에 앉힐 게 뻔하니. 그땐 우정이고 뭐고 국물도 없겠지. 살려주셔서 감사하다고 절해야 한다.
현재 헤르만 괴링의 직함 중 가장 가치 있는 것은 바로 독일민족혁명당 원내대표.
비록 개헌을 통해 저 저주받을 바이마르 공화국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그 자리에 불새와도 같은 민족혁명공화국이 들어섰지만 의회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독일 민족의 세 번째 제국은 엄연한 공화국이기 때문이다.
항상 생각하는 것이지마, 그를 비롯한 충신들이 본래 밀던 새 국호 <독일로젠바움주의민족혁명공화국>이 기각된 건 너무나 아쉬운 일이었다. 어째서 경애하는 총통 각하께선 먹던 커피까지 뿜어가면서 이 올바른 국명을 극렬히 거부하셨단 말인가.
하지만 아무리 봐도 그냥 민족혁명공화국은 너무 밋밋한데. 이래서야 로젠바움이 독일을 택한 것이라는 자명한 진실이 잊히고 독일에 로젠바움이 있었다는 얼토당토않은 이야기가 되잖은가.
아무튼.
민족혁명당의 가장 핵심적인 역할은 바로 독일을 통치할 인재들을 모아놓는 풀(Pool)이자 동시에 독일 각 지방을 장악하는 것.
다시 말해, 기존의 지방자치제도와 지방정부를 모조리 장악하고 그들의 역할 중 일부를 각 지역 민족혁명당 지역당이 빼앗았다.
이를 통해 로젠바움 총통의 명령은 그 어떤 독일의 지도자보다도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시행될 수 있었다. 지방 토호들은 제 이해득실에 따라 ‘베를린의 허가? 인정할 수 없어!’ 하고 배를 째기 십상이었지만 민혁당원들은 그럴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괴링은 가만히 베를린에 앉아 있기보다는 전국 팔도를 끊임없이 싸돌아다녀야 했다.
시시때때로 베를린과 총통의 주먹이 그리 멀리 있지 않음을 과시해야 했고 공화국 수비대와 함께 즐거운 인민재판도 벌여야 했다. 그러면 토호들은 고작 나랏돈 좀 빼먹었더니 소장에 <조국 독일에 반역한 나치 잔당>으로 적혀 있는 걸 보고 제발 살려만 달라고 박박 기기 일쑤였다.
어쩌면.
정말 어쩌면.
절대 먼저 기대해서는 안 되지만, 이 모든 업무는 어쩌면.
‘후계 수업.’
베를린이 아닌 지방의 권력 구도를 파악하고, 공화국 수비대와 사법부와도 엮여야 하며, 사적으로는 해군과 공군 쪽에 친분이 있다. 동생은 그룹의 중진이고.
그러니 더욱 조심해야 한다.
한 발짝만 잘못 디디면 바로 고사포 엔딩이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루덴도르프처럼 대공포로 처형당할까.
그렇게 조심하고 또 조심하던 괴링조차.
때때로 인생에 저 높으신 분의 악의를 느낄 때가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괴링 원내대표 각하.”
“뭐, 반갑소. 그런데 내가 좀 바빠서 말이오. 매일같이 내게 민원을 들고 오는 이들이 4열 종대로 여기서 총통 관저까지 줄을 세우고 한 바퀴 돌리고도 남소. 그래, 용건부터 말해보시구려.”
“사실 저는 스페인에서 왔습니다.”
“잠깐. 나 말고 노이라트나 만나보시오. 노이라트가 상대해주지 않아서 온 거면 리벤트로프 그 얼간이를 보러 가든가.”
얼른 손사래를 치며 이 역병마구니 같은 놈을 쫓아내려던 괴링은 그다음 말에 붙들리고 말았다.
“각하께서는 로젠바움주의의 기치를 든 독일민족혁명당의 가장 높으신 분 아니십니까?”
“그게 무슨 망언이냐! 민족혁명당은 오직 로젠바움 각하를 결사옹위하기 위한 조직이다! 썩 꺼져!”
“아, 제, 제가 말을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그분은 현인신이시니 인간계에 있는 이로써는 각하께서 가장 높지 않으십니까?”
“그래서? 더 용건을 말하지 않을 거면 당장 나가시오.”
“스페인은 지금 빨갱이들이 국가를 차지했습니다. 그래서 의기 있는 자들이 반혁명 국민전선(Frente Nacional Contrarrevolucionario)을 결성해 이들로부터 나라를 되찾기 위해 용전분투하고 있지요.”
“나가-”
“저희 국민전선은 국난을 해소하고 거국적인 단결을 도모하기 위해 로젠바움주의, 정확히는 스페인에 알맞은 스페인식 로젠바움주의를 제창하고자 합니다. 부디 독일이 이념의 형제로서 우리를 지도편달해주셨으면 합니다.”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이거 먹고 소화할 수 있는 건인가?
내가 외교에 참견하게 되면, 참견해도 되는 건가? 실패하면 어떻게 되고? 노이라트는? 리벤트로프는? 총통 각하는?
괴링의 뒷골이 뜨뜻해졌다.
명백히 독이 든 성배였다.
***
“푸하하하하!!”
– 웃지 마라. 정들라.
“스페인 놈들이 미쳐버렸나. 로젠바움주의라니. 그, 누가 이긴댔지?”
– 프랑코. 프란시스코 프랑코.
“이야. 아무것도 안 했는데 로젠바움주의가 수출이 다 되네. 이게 다 내 덕이 하늘을 뚫었단 뜻 아닌가?”
거울을 보며 연신 AI 비서를 놀려대던 로젠바움은 표정을 싹 바꿨다.
“이러면 계획 변경이지. 원래는 공화국에 무기나 팔아먹으면서 이탈리아 파스타 놈들을 차도살인할 계획이었는데.”
– 그 멍청한 로젠바움주의를 따르겠단 소릴 믿는다고?
“안 믿으면 어쩔 거야. 우리 당의 똘똘한 친구들이 ‘진짜 로젠바움주의’를 가르쳐주러 스페인으로 갈 텐데. 친독파를 잔뜩 깔아놓기만 해도 우리 입장에선 남는 장사야.”
그는 수화기를 들어 올렸다.
“선배님. 식사는 하셨습니까?”
[총통 각하! 예, 그렇습니다! 독일 민족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진 오늘의 전투식사를 완벽히 마쳤습니다!]– 와. 딸랑대는 것 좀 봐.
“반년에서 1년 사이 외국으로 파병을 나갈 것 같습니다. 우선 1개 연대를 준비해 주시고, 최대 1개 여단의 파병도 유사시에 이루어질 것 같습니다.”
[어디로, 말씀이십니까?]“그것은 아직 밝힐 수 없습니다. 준비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브라우히치는 즉각 대답했다.
[혹시 인선에 대해 각하께서 생각해 둔 이가 있으십니까?]아르민은 별로 망설이지 않았다.
“발터 모델 대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