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123)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123화(123/246)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4)
에리히 폰 만슈타인.
독일 최고의 전략가이자 명장 중 한 사람으로 언제나 꼽히는 인물.
그리고.
“소관을 불러주셔서 이 은혜 뼈에 새겨도 모자랄 지경입니다, 각하. 저를 불러주신 각하의 탁월한 영단을 찬양하며, 이제부터 독일군의 중추이자 핵심 브레인이 되어 시베리아에서 익힌 총통 각하에 대한 경애심과 탁월한 신세대 전략전술을 널리 포교하여-”
어설픈 딸랑이.
– 저거 지금 너 맥이는 거 같은데? 암만 들어도 아부가 아니라 그냥 엿먹으란 소린데···.
그래서 시베리아 처박아놨던 거 아냐.
브라우히치가 눈을 부라려서 눈치를 줘도 거기에 쫄던 건 대령에 불과했던 모델이었기 때문인가. 콧대가 하늘 끝까지 치솟아 있는 만슈타인은 ‘니가 백날 꼬나봐라 내가 니 말을 듣나’ 식으로 하염없이 영혼 없는 용비어천가를 불러댔다.
당연한 말이지만 저 번드르르한 말에 전혀 진실성이라곤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래서 니가 어쩔 건데? 이렇게 열심히 할짝할짝대는데 나한테 징계라도 할 거야?’라는 비뚤어진 가오가 느껴진다.
– 전혀 성장하지 않았어···. 시베리아에 김장김치처럼 푹 익게 좀 더 뒀어야 하는 거 아니었나?
그게 말이지, ‘이러다가 유망한 장군 하나 훼까닥해서 돌아버릴 것 같음’이라는 보고가 와서 그냥 부르기로 했어.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만슈타인은 가서 냉기 속성을 탑재했을 뿐 그대로 만슈타인이다.
– 그냥 두지 그랬냐. 어차피 독일군에 제정신인 인간이 뭐 몇 명이나 있다고. 전쟁만 잘하면 되잖아?
그것도 그렇고, 시베리아 인구가 훌쩍 늘었잖아. 모델에 파울루스까지 보내버렸는데 이러다 정말 시베리아가 독일군 커맨드 센터가 되는 건 아무래도 불편하다. 저기가 유배지라는 평판이 생기면 안 된다고.
결론만 요약하자면, 우리 금쪽이 만붕이는 아직 충분한 개과천선이 되지 않았다는 뜻.
그리고 만슈타인은 어째서 자신이 금쪽이인지 유감없이 그 진가를 드러냈다.
“정치장교를 도입하려는 총통 각하의 뜻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이는 세계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독일군 장교단의 창의력과 실력을 묶는 족쇄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각하. 부디 소인들의-”
“그만하라니까! 여기가 자네 사견을 떠드는 장소인가!”
“총장님! 이건 총장님께서 더욱 강력하게 정론을 펴야 하는 의견 아닙니까! 어째서 이런 잘못된 지시에 호응한단 말입니까!”
결국 브라우히치가 버럭 노성을 질렀지만, 만슈타인은 더더욱 어깨를 쫙 폈다. 우리 금쪽이는 상급자이자 군부 수장의 말도 듣지 않는구나.
잘한다 잘해. 오구오구. 더해봐라. 만슈타인이고 만득이고 간에 전부 <다하우>의 힘을 쓴다면 도륙을-
– 그건 안 돼, 미치광이야.
내버리려고 했지만 조스비가 제지했다.
나는 눈에서 힘을 잠시 빼고, 뻣뻣한 나무토막이 되어 내게 ‘충언’을 하는 만슈타인의 예봉을 피해 이야기를 다른 방향으로 돌렸다.
“그렇게 독일군 장교단의 실력이 출중한가? 세계 최고를 자부할 만큼?”
“그렇습니다. 베르사유 조약이라는 저주받을 용광로에서 젝트 장군이 담금질한 최고의 칼입니다. 각하께 우리를 바치노니, 부디 저희가 민족의 원수들을 갈라버릴 수 있도록 약간의 현장 자율을 허가해 주시옵소서.”
“그 실력이 갑자기 궁금해지는군.”
나는 언제고 한번 써먹으려고 벼르고 있던 금단의 기술을 꺼냈다.
“워게임 한 판 해볼까?”
브라우히치가 연신 눈을 깜빡이며 ‘각하, 혹시 총통을 오래 역임하시다 보니 감당 못 할 만큼 자아가 비대해지셨습니까?’라는 모스 부호를 보내는 동안.
만슈타인은 벌써부터 승자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응. 아냐.
내 AI 비서가 더 세, 병신아.
***
– 워게임이라는 건 결국 게임에 불과해.
조스비는 때때로 과거의 썰을 풀곤 했다.
– 그리고 워게임은 한 나라의 내부에서 치러지는 만큼 그 나라 군부가 가진 편견이 그대로 반영되고, 워게임을 세팅하는 설정에 따라 그 목적과 결과 또한 얼마든지 판이하게 바뀔 수 있지.
원 역사에서 바르바로사 작전을 실시하기 전 독일군이 시행한 워게임에선 ‘소련 멸망까지 10주 컷!’이라는 결론을 도출해냈다.
미드웨이 해전을 준비하던 일본군은 황국의 신비, 죽은 자 소생까지 써가면서 폭발한 항모를 부활시킨 끝에 ‘귀축미제의 함대 전멸!’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얻었다. 하지만 실전에선 유감스럽게도 황국 남아의 기개가 이집트 파라오에 비해 부족했던 탓인지 사자소생술에 실패했고 일본 항모 네 척은 용궁으로 떠났다.
– 한국군도 비슷한 일이 꽤 있었지. 당장 어디 보자··· 북괴의 너절한 천마호 전차랑 K-1 전차의 성능을 똑같이 세팅하는 게 대표적 케이스겠군. 당연한 말이지만, 이미 이 단계에서부터 <출제자의 의도>라는 게 반영된 거야.
훈련하려고 하는 워게임인데 ‘적의 40년 묵은 퇴물 전차 군단은 한국군과 만나자마자 녹아내렸습니다’ 엔딩이면 얼마나 허망하겠어. 저런 건 이해해 줘야지.
– 괴담이랄까, 무용담이랄까. 이런 썰도 있지. 어떤 워게임 도중에, 어떤 간부가 적군이 반드시 지나가야 할 통로상에 있던 장애물 하나의 내구도를 999,999,999로 세팅해버린 거야. 당연히 대항군은 그 장애물을 넘지 못하고 죄 돈좌되었고, 아군 포격으로 케찹 파티가 벌어졌지.
그런데 그게 정말 ‘실전을 염두에 둔’ 훈련이 될까? 아니다.
어쨌거나 범석이는 절대 워게임 결과를 실제의 예상값으로 혼동하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를 했다.
그렇지만.
아무리 천재적 명장이라지만 가라치는 솜씨로는 미군을 뛰어넘어 황군에 근접하는 최고의 군대, 대한민국 국군에서도 고이고 또 고여버린 인간을 상대로 얼마나 잘할 수 있을까? 이미 어떻게 하면 워게임에서 온갖 사기와 협잡과 가라를 칠 수 있는지 썩을 대로 썩어버렸는데?
그리고 무엇보다도.
7~80년이라는 거대한 정보 격차는 명장이고 나발이고 답이 없다.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거대한 전쟁에 대해서는 이미 전 세계 모든 국가의 군바리들이 마르고 닳도록 복기와 훈수를 덧댔기 때문.
요컨대 이건.
알파고에 찌들대로 찌든 한국의 바둑 프로 9단이 100년 전의 최고 전설을 상대로 싸우는 것과 매한가지. 나와 만슈타인의 능력은 명백히 상하 관계에 있다.
“이게··· 이게 뭐야?”
“흠. 육군의 실력은 이 정도인가. 시시해서 죽고 싶어졌다.”
나는 범석이가 불러주는 대로 착실히 컨트롤했고, 만슈타인의 가상 군대가 여름철 얼음처럼 살살 녹아내리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다. 애초에 수치 설정 단계에서부터 장난 좀 쳤다니까? 미안해서 어쩌나.
그러나 나는 한없이 거드름을 피우며 시가를 입에 물었다.
“유감이군. 내 생각엔 아무래도 육군총사령관을 내가 겸임해야-”
“한 판만!!”
만슈타인은 눈에 알지 못할 광기를 번들대며 나를 향해 악을 쓰다시피 했다.
“한 판만, 한 판만 다시 하시죠. 뭔가 문제가 있습니다. 이제 알았습니다. 두 번은 안 당합니다. 초심자의 행운, 아니지, 각하의 탁월한 영도력을 깨달았습니다. 이건, 이건-”
“이보시오, 중장. 나는 지금 국가를 다스리는 일을 잠시 멈추고 이 놀이에 어울려줬소.”
그는 난생처음 들을 게 확실한 충격적인 말에 입을 헤 벌리기까지 했다.
“조금 더 수련하고 돌아오시오.”
응, 안 해.
너 게임 개못하잖아.
– 시발, 좆될 뻔했다. 까딱했으면 졌다 이거. 괴물을 키우고 있어. 저 괴물 같은 인간이 싸우면서 내 얍삽이를 배우고 있다고. 만슈타인이랑 한 판 더할 만큼 내가 미치진 않았다 휴우.
아무튼 우리가 이겼으니.
만슈타인은 이제 총통 공인 ‘조빱 1호 금쪽이’다.
땅땅땅.
***
“······.”
“······.”
참모본부에서는 기묘한 침묵과 정적, 그리고 굴욕감과 어이없음의 콜라보가 한데 뭉쳐 한없이 어두컴컴한 아우라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블랙홀 한가운데엔 넋이 나가 혼자 무언가를 중얼중얼대는 만슈타인이 있었다.
“이거, 이거 순, 조작이잖아. 사기잖아.”
그 충격의 워게임이 끝나고.
만슈타인은 본부 자신의 자리에 담요를 깔고 침식을 잊은 채 복기에만 집중했다.
그리고 확신했다.
속았다.
“그런데 이게, 말이 돼?”
속인다고 해서 질 수가 있나?
총통의 군 경력은 애초에 카이저의 후광에 힘입은 물경력이었고, 정규 군사 교육을 받지도 않았다.
공중전에 관해서는 인정하겠다.
농담과 아부를 다 덜어내고서라도 그는 엄연히 <창공의 지배자>다.
세계 최초로 동력 항공기로 인간을 하늘로 올려보낸 불세출의 천재.
세계 최초로 적의 머리 위에 폭탄을 떨군 인류 최초의 폭격수.
그의 머릿속에 그 항공기를 가지고 수행할 인류 사상 최초의 공중전에 대한 전략전술이 탑재되어 있다고 하면 만슈타인조차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그럴 수도 있지’라고 말할 것이다. 그 자신도 천재니까.
하지만 이게 뭔가.
혹시 대 몰트케나 프리드리히 대왕 귀신이라도 뒤에 붙어 있나? 아니, 만슈타인은 그들이 살아 돌아온다 하더라도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현대 군사학의 발전은 그들의 시대보다 훨씬 더 발전했으니까.
그래. 수치에 약간의 어드밴티지가 붙긴 했다. 만슈타인은 워게임이 시작되고 소소한 교전이 발생하는 극초반부터 그 사실을 곧바로 눈치챘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아무렴 그랜드마스터가 초짜를 상대로 한 수 접어주지도 않으리요?
그런데 졌다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다.
체스 그랜드마스터가 뉴비를 상대로 기물 몇 개 덜어낸다고 해서 설마 지겠는가?
‘근데 졌잖아.’
완전히 새로운 영역이었다.
전차의 기동성을 이용한 일점돌파.
전차에 보병을 탑승시켜 신속하게 이루어지는 기동.
측면 노출 따위 관심 없다는 듯 끝없이 적의 연약한 부위를 향해 파고드는 공세, 또 공세.
분대, 소대 단위로 뿌려진 박격포와 대전차로켓의 화력 극대화.
마치 토르의 번개가 거인들을 찢어버리듯, 순식간에 만슈타인의 군세를 산산조각내고 파고드는 전차의 물결.
물론 가라투성이, 도상훈련 속에서만 실현 가능한 영역이다.
전차의 기름도, 포탄도, 작전수행능력도, 병사들의 체력과 정신력도 실전보다 더 고평가되었다.
야전에선 너무나도 당연히 개판이 될 상하급 제대의 통신과 연락은 워게임의 특성상 훨씬 더 수월했으며, 만슈타인의 대항군은 독일군이 상정하던 대로 정석적인 움직임을 보였고, 그 외 실전에서는 반드시 문제를 일으킬 많은 요소들이 제거되거나 무시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워게임 기록은 거장이 그린 하나의 예술과도 같았다.
수십 년 뒤 미래의 명장이 홀연히 나타나 선보인 것과 같은 한 폭의 그림.
모든 적을 마비시키고 섬멸하는 한 갈래 벼락.
미래가 이곳에 있었다.
이것이 바로 미래전이었다.
천둥번개가 내리꽂히는 듯한, 이 일격.
만슈타인은 곧장 일어나 지도를 꺼냈다.
“자네 지금 뭐 하나? 좀 자고-”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폴란드가 아니다.
이건, 그러니까.
잘못 건드려 지도와 서류, 바인더가 쏟아져 그의 머리통을 갈겼지만 만슈타인은 고통이라곤 느끼지 못했다.
“펜, 펜. 빌어먹을. 내 펜!”
이 영감을 놓쳐선 안 된다.
지금 당장 해야만 했다.
“폴란드가 아냐. 프랑스야. 프랑스라고.”
“무슨 소릴 하고 있나 대체.”
“프랑스. 벨기에. 회전문. 주공과 조공의 역전. 고속기동이 가능한 유일한 집단. 기갑집단. 일점돌파. 단 한 번의 기만, 마지노가 아냐. 마지노선이 아니라고.”
그는 곧장 일필휘지로 거대한 곡선을 그렸다.
“아르덴? 아르덴 고원?”
“이거야. 이거라고. 이 빌어먹을 원숭이들아! 이게 미래라고! 이 벼락이! 이 전격(Blitz)이!”
해냈다!
나는 신이다!
내가 신이다!
그 순간 만슈타인은 온몸의 긴장을 탁 풀고 그대로 고꾸라졌다.
신조차 모독하는 천재는 순식간에 미래를 따라잡았다.
그는 만슈타인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