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126)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126화(126/246)
로젠바움의 해 (2)
아르민은 틀렸다.
그는 선교사를 보냈다. 고의는 아니었지만.
일본도 명색이 열강인 나라다. 그곳에도 당연히 지식인 계층이 있으며, 유럽의 최신 트렌드를 따라가려는 노력 또한 활발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일본에서도 알음알음 로젠바움에 대한 이야기는 오가고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반향을 일으키기 시작한 것은 로젠바움의 대통령 당선 이후.
일본인 시점으로 봤을 때.
‘세계 최초의 비행기 개발자가 자신이 만든 비행기로 사업도 하고 전쟁도 나가더니 한동안 소식이 없다가 갑자기 총리대신이 됐다고?’
그야말로 난데없는 이야기였다.
도대체 뭐 어떻게 해서 일개 발명가가 한 나라의 1인자가 되었단 말인가?
게다가 그 뒤로 들려오는 이야기는 아무리 들어도 귀를 의심케 하는 폭풍 같은 전개.
선거를 통한 당선, 의회 해산과 창당 선언, 독일 정국 장악, 연이은 쿠데타와 내전, 극복과 경제 성장.
마침내 패전국 독일의 부활에 이르기까지.
독일에 대한 관심과 궁금증이 증폭될 때쯤, 심지어 타이밍 좋게 일본과의 군사 협력이 시작되며 많은 독일인들이 일본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리고 그들 중 상당수는 로젠바움 그룹 직원들.
“나는 그분과 함께 전선을 뛰어다녔지. 내가 베르됭에서 전설을 쓴 그 유명한 전투기 <빨갱이>의 프로펠러를 달았거든?”
“나는 공산당 놈들이 나라를 뒤엎으려 할 때 총을 들고 사장님과 같이 베를린을 지켰소!”
그야말로 골수 중의 골수들이 일본에 들어오자, 아르민 로젠바움과 그가 제창하는 로젠바움주의에 대한 생생한 경험담이 순식간에 일본 전역을 강타했다.
일본으로 건너온 이들은 단순한 엔지니어들만이 아니었다.
“반갑습니다, 장군님. 일본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나는 이제 장군이 아닙니다. 그냥··· 로젠바움사 임직원이오. 할더라고 불러주시오.”
프란츠 할더가 가장 대표적인 예시였다.
그가 머나먼 일본으로 날아온 까닭? 당연히 유배다. 로젠바움사 제품 판촉이니 뭐니 하는 건 모두 겉치레에 불과하고, ‘평생 독일 땅 밟지 말고 거기서 살아라’가 진의임은 명백했다.
하지만 일본인들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해군 제독도 아니고 육군 장성을 보내다니.”
“로젠바움 총통도 역시 물개 새끼들보단 우리 황국 육군에 기대가 큰 것이 아니겠소?”
“크흠. 총통의 면을 봐서라도 우리 육항대도 로젠바움사의 항공기를 좀 도입해야 하지 않겠소? 언제까지 해항대에게만 로젠바움사 제품을 맡기겠습니까?”
대역죄인이자 변절자로 여생을 보낼 줄만 알았던 할더는 이역만리 일본 땅에서 국빈 대우를 받으며 그 어떤 장성들보다 호화로운 행복 라이프를 살게 되었다.
물론 일본 군부가 대가리를 게다짝으로 교체한 건 아니었다.
“한때 유럽을 불태운 최강 육군 프로이센의 정수가 그의 머리에 담겨 있다.”
“할더를 극진히 대우하고 자문을 구한다면 우리 육군도 최강이 될 수 있다! 두 번 다시 없을 기회야!”
그리고 너무나도 당연히.
할더의 입에서는 전략전술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지만, 염불 외듯 자연스럽게 로젠바움 총통 찬양가 또한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고향에 있을 가족을 생각하면 의식적으로라도 총통 찬가를 불러야만 했으니까.
그리고 로젠바움주의란.
대놓고 아르민이 ‘맛있어 보이는 건 전부 다 때려넣고 끓인 잡탕죽’이라고 평할 만큼 이것저것 다 때려부어넣은 혼종 사상이다.
하지만 정작 만든 본인(과 귀신 하나)은 무심코 넘어간 게 있다면, 그중에선 2차 세계대전이란 지옥을 겪은 뒤에 떠오른 사상 또한 분명 섞여 있다는 것.
이념이 지배하는 이 시대에, 분명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매혹적인 문구가 군데군데 함유되어 그 감칠맛을 더해주고 있었다.
[가족 구성원들이 가장을 믿고 따르듯, 국가는 가장 큰 어버이로서 국민을 엄히 다스릴 권한과 동시에 국민을 보듬을 책임이 있다.] [국가가 세금을 걷는 이유는 국민을 보호하기 때문이다. 외적의 침략을 막는 것만이 보호가 아니다. 소시민을 위협하는 것은 외국군보단 동네 깡패와 야근을 강요하는 사장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 [국가가 짊어져야 할 가장 큰 책임이란 바로 ‘열심히 땀 흘려 일한 국민이 성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 책임이다.]“이게 나라다! 이게 바로 나라다!”
“독일이 다시 일어난 이유를 알았다. 일본 노동자들은 죽도록 일해봤자 집세 내고 쌀 사면 남은 돈이 없는데 어떻게 미래를 꿈꾸겠는가? 누가 나라를 위해 일하겠는가!”
“봐라!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라고 했다. 자본가가 함부로 노동자를 수탈하지 않도록 막아야 하는 게 국가의 책임인데, 반대로 이 나라는 재벌들과 국가가 붙어먹어 수탈을 장려하지 않는가!”
로젠바움주의는 가부장적 질서에 근간한 효도와 충성을 강조했지만 대신 이 충성의 대상인 나라 또한 ‘베풀어야 할 의무’가 있음을 명시했다. 모든 사유재산의 국가 귀속을 외치는 공산주의를 빼면, 명확히 국가의 책임을 명시하는 몇 안 되는 사상이었다.
[한 나라가 어떻게 엉망이 되는가? 권력자들이 국가를 사유화하기 때문이다. 어째서 가진 자들은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대신 국가를 제 것으로 삼으려 하는가? 그게 더 자신과 가족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지도층의 탈선은 필연적이다. 그들이 스스로 자신을 다잡으려면 그 나라에선 도덕성이 으뜸의 가치가 되어야만 한다. 추잡하게 번 자가 대접받고 고결한 자가 어리석은 자라는 손가락질만 받는 사회에선 결국 이 이기심과 방종은 극한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맞다! 이 말이 참으로 맞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라! 총통이 이토록 고결한데 어찌 아랫것들이 따르지 않고 배기겠는가!”
“일본엔 일찍이 신토가 있고 불교가 있어 그 도덕이 고결하기 그지없었다. 지금은 어떠한가? 문명개화된 이래 누구도 신벌을 두려워하지 않으니 나랏돈을 빼먹고 추잡한 일을 저질러도 거리낌이 없어졌다.”
법원의 유죄 판결만이 죄가 아니다.
국가 경영과 통치에 실패한 주제에 모범이 될 만한 도덕성조차 결여되어 있으니 너희는 그 자리에서 끌어내져야 마땅하다!
로젠바움주의는 도덕성을 강조했으며, 도덕성이 결여된 사회 지도층은 ‘책임’을 져야 함을 역설했다. 이는 아르민과 민족혁명당이 융커들을 위시한 사회 지도층을 숙청한 핵심 근거 중 하나였다.
20세기 초반 가장 핫한 키워드인 민족주의에 대해서도 로젠바움주의는 가장 보수적이지만 새로운 해석을 제시하고 있었다.
[전염병이 돌아 처제 일가가 모두 죽었다. 홀로 남은 처조카를 고아원에 보내면 그게 사람인가?] [소수 민족 또한 마찬가지다. 그들이 세금을 내고 국가에 충성한다면 국가는 그들을 포용해야 마땅하다. 내 자식은 흰빵 먹이고 양자는 귀리죽 먹일 바엔 그냥 고아원 보내라.] [우수한 민족과 열등한 민족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선도(先導)하는 민족과 후발 민족이 있을 뿐이다.] [선도 민족은 총칼 대신 자비로써 후발 민족을 이끌어야 한다.이것은 도덕의 문제가 아니다. 총칼과 폭력으로 찍어누른다 한들 결국 선도 민족의 새로운 발전보다 후발 민족의 학습이 더욱 빠를 수밖에 없다. 미래의 잠재적 적을 늘리는 어리석은 행위를 할 이유가 없다.]
“백인과 황인의 우열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아니, 그러면 지나인과 일본인의 우열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 아닌가.”
“무슨 소리! 이건 동양 최고의 선도 민족인 우리 야마토 민족이 다른 민족들에게 서구 문명을 전파해야 한단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 대동아의 공영! 미친 군바리들의 총칼 대신 자유무역을 통한!”
지식인들은 서구 열강에 대한 열등감에 가득 차 있었다.
서민들은 대공황 쇼크와 불경기로 인한 고통에 허덕이고 있었다.
권력에 접근조차 할 수 없던 이들은 휘청대는 나라에 대한 책임을 기성 권력에 묻고 싶어 했다.
듣기 좋은 말만 꽉꽉 채워 넣었다.
그리고 실제로 독일은 로젠바움주의에 근간해 부활한 것으로 보였다.
로젠바움주의는 번민하던 모든 이들에게 답을 제시하고 있었다.
“일본에는 일본을 위한 로젠바움주의가 필요합니다.”
“재벌과 번벌을 쓸어내고 진정한 민의를 대변하는 초인이 나타나야 합니다.”
그런데 없잖아?
여기서 일본인들의 창의성이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왜 없는가? 우리에겐 현인신인 천황 폐하께서 존재하지 않는가?”
“천황 폐하께서 인정한 백마 탄 초인이 국정을 총괄하고, 무한한 책임과 무한한 권리를 행사하면 그것이 바로 일본식 로젠바움주의 아니겠습니까.”
독재를 정당화하기 위해, 로젠바움주의는 ‘국가 지도자는 무한한 책임을 지는 만큼 무한한 권리를 가진다’는 기적의 논리를 구사했다.
그리고 민주주의의 개판에 진저리를 치는 이들에게 이것만큼 달콤한 말은 또 없었다.
그리고 1936년 2월 26일.
새로운 집권 명분과 논리로 무장한 일본군 황도파가 궐기했다.
“난신적자들을 민족혁명재판소로!”
“모든 권력을 만세일계의 천황 폐하께로!”
“대공황 극복 실패! 연이은 외교 실패! 지옥으로 떠밀리는 농민과 직공들! 이제 권력층은 책임져야만 한다!”
로젠바움주의를 수박 겉핥기식으로나마 공부한 이들에게 있어서, 로젠바움주의는 단순한 이념 문제가 아니었다.
어떻게 권력을 획득하고 정당성을 잡을 것이냐를 알려주는 일종의 <레짐 체인지 교범> 역할 또한 해주고 있었다.
“도쿄의 시민들이여! 언제까지 숨도 못 쉬고 살 텐가!”
“농민의 아들들이여! 우리와 함께 거리로 나서자! 우리의 봉급을 훔쳐 으리으리한 대궐 같은 집에서 사는 모리배들을 처벌해 달라 폐하께 상소하자!”
“이것은 반역이 아니다! 정당한 잇키(一揆)다!”
원 역사의 2.26 사건에선 천황의 심복들이 줄줄이 청년 장교들의 총에 맞아 죽었고, 군부가 진압에 미적지근한데도 불구하고 분노한 히로히토가 이들을 쓸어버릴 것을 강력히 명한다.
하지만 이곳에선 무차별 암살과 테러 대신, 거대한 군중을 원호 세력으로 둔 쿠데타가 발발했다.
“청년 장교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나와 간하니 민중들이 이에 호응했다고?”
“그러하옵나이다, 폐하.”
“내각 고관들과 그들의 대표를 함께 두어 논의하게 하라. 능히 할 수 있는 개혁이라면 고려해 보라.”
반란은 성공했다.
일본식 파시즘 – 황도주의가 새 지평을 여는 순간이었다.
***
일본에서 정변이 터지든 말든 사실 내 알 바는 아니다.
내가 바라는 역할이 있다면 일본이 조금 더 미쳐 날뛰며 온 아시아를 불바다로 만드는 것. 그 결과 미국의 코털을 뽑아버려 뜨거운 단두대 데스매치를 벌이는 정도.
미국이 일본이란 닭의 털을 모조리 뽑아버린 뒤 삼계탕으로 푹 고아버리면, 사실상 동아시아 전역이 미국의 아가리 안에 떨어지게 된다.
이는 자연스럽게 극동에도 촉수가 뻗어 있는 시베리아 불곰의 근심거리가 되고, 스탈린은 유럽에서 ‘중대한 결정’을 내리기 전 미국 얼굴을 한 번쯤 힐끔 바라봐야만 한다.
모두에게 해피한 일.
망치에 처맞는 떡갈비 신세가 될 일본인들만 빼고.
– 만약 일본이 중국 침략을 관두고 다른 식민지를 다 풀어주면? 그럼 전쟁이 날 일도 없잖아?
푸하하하. 참으로 순수하구나, 우리 범석이는.
도대체 왜 독일인들이 민족자결주의와 식민지 해방이라는 멘트에 환호하겠는가?
간단하다. 그냥 식민지가 없어서다. 안 그래도 다 빼앗겨서 화가 나는데 ‘사실 저건 나쁜 거야. 식민지가 없는 우리가 올바른 거고 쟤들이 개새끼인 거야.’라고 말해주니 여우와 신포도 법칙에 의거해 쓰린 속을 달래는 것뿐이다.
어차피 다른 나라에서 베껴서 써먹을 때 좋으라고 식민지 합리화 논리도 넣어 놨다. ‘잘 키워주고 나중에 풀어주기로 하면 그건 도덕적으로 옳은 일임’이라는 구절을 꼼꼼하게 삽입해놓지 않았는가.
이건 필리핀을 식민 지배하는 미국을 위한 구절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국제 연맹의 <위임 통치>를 지지하는 구절이기도 하다. 어차피 식민지 가진 새끼들은 하나같이 그 나물에 그 밥이니, 최악의 경우라도 일본은 식민지 착취를 멈추지 않을 거다.
– 그렇다고 치자. 그래도 중일전쟁이 터지지 않을 순 있잖냐.
그거야 그렇지.
그런데 일본이 중국을 침략하지 않고 경제적 이권만 모조리 빨아먹는다 치면, 미국이 ‘아휴 전쟁을 안 하신다니 제가 개입할 수가 없네요 저는 손가락만 빨다 태평양에서 철수하겠습니다’라고 하겠냐, 아님 명분을 날조해서라도 전쟁을 일으키겠냐?
– ······오케이. 이해했다.
그치?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지?
이제 적절하게 일본과 거리를 두면서, 동시에 일본이 빨리 아시아에서 패악질을 떨도록 유도해야 한다. 아예 우리보다 먼저 태평양 전쟁을 일으켜서 영국과 프랑스의 힘을 좀 빼주면 훨씬 더 좋고.
스페인 내전도.
베를린 올림픽도.
모두 완벽하게 수행해내면서 외교적 성과를 이루고, 핵개발과 재무장이 완료될 때까지 유럽의 긴장이 끓어오를 일은 최대한 참는다.
그러니까.
“각하. 성공했습니다! 제가 해냈습니다!”
리벤트로프가 강아지처럼 꼬리를 흔들며 달려와도, 나는 기꺼이 그를 쓰다듬어줄 용의가 있었다.
“스탈린이 이번 올림픽 기간에 베를린을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놀라운 성과로군요.”
됐다.
이제 당분간 나는 평화의 수호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