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127)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127화(127/246)
로젠바움의 해 (3)
스탈린의 독일 방문은 정말 말 그대로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애시당초 소련은 올림픽에 참가하지 않는다.
과연 자본주의 국가들이 한창 적백내전 중이던 러시아 꼬라질 보고 1920년 올림픽에 끼워주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빨갱이 근성으로 충만한 소련이 알아서 깠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소련은 성립 이후로 올림픽에 출전한 적이 없다.
‘자본주의적’인 부르주아지 놀음판인 올림픽 대신, 그들은 <스파르타키아다>라는 빨갱이 버전 올림픽을 새로 만들어서 거기서 자기네들끼리 뛰고 굴렀다. 당장 올해 베를린 올림픽에 대응해 스페인 애들이 저 인민올림픽인지 뭔지를 연다고 하는데··· 니들은 운동경기 대신 총알경기를 해야 할 팔자란다.
그리고 스탈린은.
피해망상이 심하다.
“내가 직접 가지. 가서 로젠바움 총통과 대면하겠소.”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가만. 역시 조금 그렇군. 총통이 모스크바에 오는 건 어떻겠소?”
“앗··· 아앗···.”
“아니지. 이번 기회에 자본주의 수장들의 얼굴을 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어.”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흐음. 폴란드가 껄끄러운데. 그냥 우리 레닌그라드에서 뵙는 건 어떻겠소?”
“서, 서기장 동지. 부디!”
“좋소. 배편을 준비하리다.”
“감사합니다!”
“아니야. 아니야. 흑해의 얄타가 참으로 절경이라오. 내 그곳의 아름다운 자연을 벗 삼아 로젠바움 총통과 일 대 일로 흉금을 열고-”
“키아아아아악!!”
리벤트로프는 몇 달에 걸쳐 마이야르 반응이 나올 때까지 공산천마 스탈린의 화려한 불쑈에 완벽하게 노릇노릇 구워지고 말았다.
숙련된 외교관이 아닌 리벤트로프는 빨갱이들의 사악한 마공인 화전양면전술과 했던 말 바꾸기, 다짜고짜 잡아떼기, 대뜸 으름장 놓기 등 온갖 추잡한 술법에 처절하리만치 농락당했고 소련은 그의 반응을 통해 많은 것을 얻어냈다.
정확히는, 얻어냈다고 믿었다.
“확실합니다, 서기장 동지. 저들의 거무튀튀한 속내가 백일하에 드러났습니다!”
소련 외무부 장관, 막심 리트비노프(Maxim Maximovich Litvinov)는 나는 듯이 달려와 스탈린을 향해 외쳤다.
“저들이 원하는 건 전쟁이 틀림없습니다.”
“틀림없나?”
“그렇습니다. 독일은 두 번째 전쟁을 원합니다.”
“그렇긴 하지. 하지만 폴란드를 짓밟고 그곳에 연약한 완충지대를 설정하는 건 우리 연방의 이익에도-”
“아닙니다, 각하. 저들은 더 많은 걸 원합니다.”
리트비노프는 그동안 차마 ‘폴란드! 찢는다! 폴란드! 없어져라!’를 외치던 흉흉한 분위기 때문에 하지 못했던 말을 실컷 꺼내기 시작했다.
“폴란드의 패망은 필연적으로 영국과 프랑스를 자극하게 되고, 특히 프랑스에게 있어 즉시 독일을 상대로 한 군사 행동을 벌여야 한다는 강력한 두려움을 주게 될 것입니다.”
“그건 이미 다 알고 있던 이야기 아닌가. 바로 그 때문에 독일이 이스라엘이니 독-소 협력이니 같은 장대한 이야길 떠들어대는 것이고.”
독일이 혼자서 폴란드를 찢어버린다면 이는 곧 두 번째 세계대전으로 가는 <사라예보>를 의미한다.
하지만 독일과 소련을 포함해 폴란드를 혐오하고 두려워하는 모든 주변국이 단결해 폴란드를 다구리치는 형국이 된다면, 이는 <독일의 폴란드 침공>이 아니라 <유럽의 건달 폴란드 처벌 전쟁>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저 리벤트로프인가 뭔가 하는 술장수가 와서 필사적으로 소련과의 공동 전선을 펴는 것이고.
하지만 리트비노프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 모습을 보자 스탈린은 화보다도 오히려 호기심이 불쑥 고개를 들었다.
“독일의 현 태도는 그것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럼 동무가 설명해 보시오.”
“저들은 날이면 날마다 새로운 전차와 항공기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거야 어느 나라든 다 하는 일이고.”
“저들은 시베리아에서 정체불명의 거대한 시설을 건설하고 수상쩍은 실험을 벌이고 있습니다.”
“뭐어, 로젠바움은 그래도 차르처럼 대성당은 안 지었지 않나?”
“저들은 전함과 항공모함을 위시한 함대까지 건조하고 있습니다.”
“독일 정도 되는 나라에 함대가 없던 게 이상한 일 아닌가.”
스탈린은 마침내 신경질을 부리기 시작했다.
“하고픈 말이 무어요? 그게 전부인가? 군비 증강?”
“군비 증강뿐만이 아닙니다. 독일은 프랑스가 오래도록 준비해 오던 모든 외교적 포위망을 무너뜨리고, 마침내 동쪽의 모든 잠재 적국들을 쓰러뜨릴 채비를 갖췄습니다.”
그 말을 들은 빨갱이 두목은 입에 물고 있던 파이프 담배를 내려놓았다.
“동무의 말이 틀리지 않군.”
“동지! 우리가 독일과 손을 잡고 폴란드를 친다면, 이는 수십 년 전 비스마르크와 빌헬름 2세가 꿈꾸던 독일의 숙원이 이루어지는 셈입니다!”
“···양면전선에서 해방된 독일.”
등 뒤를 전혀 걱정하지 않은 채, 오롯이 프랑스 하나만을 상대하면 되는 독일.
그다음엔 어떻게 되는가?
스탈린의 머릿속 유럽 지도에 무수한 말판이 샘솟더니 착착 정해진 시뮬레이션 코스를 밟아나갔다.
독일과 소련이 한마음 한뜻으로 폴란드를 짓밟는 동안, 프랑스군은 비어 있는 독일의 등판에 칼을 꽂기 위해 용감하게 공세를-
-펼까?
정말로?
제아무리 독재자라지만, 정치가로서의 감이 그 예상에 맹렬한 경종을 울렸다.
국민의 혈세를 처발라 만든 마지노선을 포기하고.
그 끔찍한 지난 대전쟁의 인명 소모를 감수하고.
마지노선 저편, 독일 땅을 향해 진격할 용기가 있을까?
그런데 진격하지 않으면 파국뿐인 미래만 기다리고 있잖은가?
스탈린의 머릿속에서 절대 함께할 수 없는 두 가지 명제가 충돌했다.
물론 단 한 가지,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방법이 있다.
“독일이 굳이 프랑스로 침공해 들어갈 이유가 없잖소.”
“다시, 말씀해주시겠습니까?”
“폴란드가 무너지는 그 시점에서 프랑스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소. 오히려 그 시점에서 그들은 외교적 패배를 인정하고 독일의 패권을 받아들여야겠지.”
그렇다.
스탈린은 마침내 정답을 찾았다.
독일이 ‘충분히’ 이성적이라는 전제하에서.
“독일이 대륙의 패권이라는 금자탑에 닿으려 한다면, 필연적으로 프랑스는 독일에게 양면전선을 강요할 새로운 동맹을 찾아야만 하오.”
“우리, 로군요.”
“그렇소. 동지가 그토록 애써 목놓아 외치던 영국-프랑스-소련의 삼각동맹 말이오. 그 시점이 되면 우리의 몸값은 어마어마하게 뛰어오를 것이고, 독일과 프랑스 모두 우리의 친구가 되기 위해 애걸할 테요.”
“하지만 독일이 지난번 전쟁처럼 폴란드를 무너뜨린 이후 곧바로 우리에게 칼을 들이대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습니다.”
“그 시점에선 프랑스가 뛰쳐나올 게요. 설마 그때까지 앉은뱅이처럼 주저앉아 있으려고.”
여기서 리트비노프와 스탈린의 미묘한 인식 차이가 드러났다.
리트비노프는 명백히 독일을 가상 적국 제1호로 상정하고 있었다.
그가 봤을 때 독일을 이끄는 <로젠바움주의>는 무솔리니가 주창하는 파시즘에서 오십보백보나 다름없는 거무튀튀한 토사물이었고, 저 흉폭한 훈족 놈들이 슬라브인을 도살할 기회를 참는다는 발상은 추호도 떠오르지 않았다.
따라서, 영국과 프랑스, 거기에 심지어 폴란드까지 끼워 거대한 포위망을 형성해 독일-체코를 억누르는 것만이 평화를 실현할 방책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스탈린은 다르게 생각했다.
그는 저 건방진 폴란드를 갈기갈기 찢은 후 영원한 자중지란과 분쟁의 소용돌이에 처넣는다는 로젠바움의 발상에 새디즘 섞인 경탄마저 느꼈고, 폴란드가 사라짐으로써 소련이 절대적인 ‘갑’의 위치에 선다는 메리트를 더욱 크게 느꼈다.
독일이 다시 소련을 침공한다? 할 수야 있겠지. 그래서, 저번에도 모스크바 입구 구경조차 못 한 놈들이 무슨 엄두로 쳐들어올 텐가?
스탈린은 결심했다.
“동무가 직접 로젠바움을··· 아니야. 아냐. 그래. 내가 만나봐야겠군.”
마침 명분도 훌륭했다.
올림픽.
평화.
‘다음 올림픽 참가를 위한 사전 답사’라거나, ‘전 세계 각국 주요 인사들이 모여 평화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라거나.
만약 이번 일을 건수 삼아 폴란드가 쓸데없는 헛짓거리를 한다면, 그땐 그 누구도 폴란드의 멸망에 딴지를 걸지 못하겠지. 그건 그거대로 좋은 일이다.
“하지만 동지. 동지는 노동자 농민을 위한 세계 유일의 당과 국가를 짊어지고 있는 몸입니다! 어찌 타국을 가신단 말입니까!”
“일찍이 우리들의 레닌 동지 또한 로젠바움을 직접 만나 평한 바 있소. 놀랍지 않소? 그땐 아무것도 아닌 부르주아와 혁명가에 불과했던 두 사람이 마침내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거인으로 우뚝 섰소.”
스탈린의 내면에서.
희미한 불꽃이 피어올랐다.
탐욕, 질투, 원망, 경애가 골고루 섞인 한 줄기 불꽃이.
“내가 새로이 그를 만나, 레닌 동지의 식견을 다시 한번 확인해보리다.”
이걸 어떻게 참겠나.
참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는 참을 필요가 없는 독재자였다.
***
스탈린이 베를린에 온다!
이 경악스러운 소식이 전 세계 외교가를 강타하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각하. 프랑스가 이번 개막식에 총리를 보내겠다고 연락해 왔습니다.”
“영국 또한 총리의 방문 의사를 타진해 왔습니다.”
“무솔리니, 그리고 돌푸스가 방독을 희망합니다.”
“각하! 총통 각하! 영국, 영국 국왕이 방독 의사를 밝혔습니다. 저희에게 사전 귀띔도 없이 갑자기 발표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외무부는 기쁨의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이건 순전히 스탈린 효과였다. 다들 저 시뻘건 미지의 제국에 웅크리고 있던 빨갱이 두목을 보고 싶어 안달이 난 셈이다.
이것참. 스탈린이 오면 비싼 선물이라도 해줘야겠어. 비행기라도 한 대 기깔나는 물건으로 뽑아줘야 하나.
– 빨갱이 두목한테 선물은 무슨. 그냥 도넛 방석 같은 거라도 줘버려. 관상이 딱 치질로 몸살을 앓을 놈이구만.
우리 범석이의 두개골을 도끼로 쪼개면 좌뇌엔 <반>, 우뇌엔 <공>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음이 틀림없다. 애초에 우리 AI 비서 태어날 땐 이미 스탈린 죽고 없지 않았어?
– 저놈이 바로 분단과 동족상잔의 원흉인데 뭐가 그리 이쁠까.
애국심이 참으로 투철하시군요. 반란 수괴 주제에.
– 개 같은 놈. 내가 이번만 참는다 진짜.
전 세계의 국가 정상 또는 내각 수반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독일행을 타진하고 있다.
이미 모두가 알고 있었다.
스탈린의 방문 하나로, 파리 강화 회의보다도 더 거대한 사이즈의 전무후무한 다자 정상회의가 성립된 셈이다.
독일, 소련,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이것으로 이미 유럽의 모든 열강 정상들이 전원 참석.
그리고 벨기에, 오스트리아, 체코, 스페인이 움직였고, 마이크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가는 에티오피아가 온다고 했고, 여기에 자극받은 네덜란드, 유고슬라비아가 덤으로 합류한다.
게다가.
“일본에서도 옵니다!”
“대표는?”
“천황의 동생, 야스히토(雍仁)입니다. 대사관에서는 지난 로젠바움주의 쿠데타의 배후가 그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배후인데 국내를 장악하는 게 아니라 유럽에 온다고? 이상하지 않은가.”
일본까지 판에 낀다면, 아시아 또한 회의석상에 의제로 올라올 만해진다.
이렇게 된다면.
“루즈벨트가 옵니다! 미국의 루즈벨트가 참석을 선언했습니다!”
“중화민국이 특사단을 보내겠다고 합니다!”
당연하지.
각국의 실세들이 모조리 참석하는 개막식이다. 이제 아무도 시시껄렁한 뛰고 구르는 경기 따위엔 관심 없다. 이 만남에서 소외되었다가 무슨 이상한 이야기가 오갈지 몰라서라도 달려오게 되어 있다.
“사상 최대의 개막식을 준비해야겠어. 괴벨스 박사.”
“예, 총통 각하.”
“저들의 눈을 완벽히 사로잡아야 합니다.”
“이미 사상 최초의 성화 봉송 이벤트, 컬러 TV 중계 시연, 압도적 규모의 매스 게임, 에어쇼 등 모든 것을 총동원하고 있습니다.”
“괴링. 민족혁명당도 이번 행사에 총력을 기울여.”
“알겠습니다, 총통 각하! 하일 로젠바움!”
“그 낯간지러운 인사는 집어치우고.”
노이라트의 함박웃음은 점점 일그러져 이제 우는 것처럼 보이고 있었다. 외교로 나름 단련된 그조차 이런 빅 이벤트 앞에선 슬슬 쫄릴 만도 했다. 그야 저 사람들이 모인 개막식에서 폭탄 한 발이라도 슝 하고 날아오면-
“공화국 수비대와 군부, 슈타지 모두 암살이나 테러 분자들의 책동을 철저히 경계하시오.”
“알겠습니다.”
이쯤이면 되었나?
내가 대충 급한 불은 다 껐나 싶을 때, 최근 어깨가 바벨탑 수준으로 치솟은 리벤트로프가 다시 한번 칭찬이 받고 싶은지 연신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었다. 해낸 일이 보통 일이 아니니, 뭐어. 칭찬 좀 더 해줘야 하나.
“리벤트로프. 그대의 노고에 진심 어린 감사를 표하는 바요. 혹시 원하는 것이 있다면, 음, 외무부 장관까진 아니어도 차관은-”
“그것이 아니오라. 제가 맡고 있는 <민족혁명수출전선>으로 많은 문의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내 지침이 필요한가?”
“그렇습니다.”
리벤트로프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저희가 내건 것이 혁명 ‘수출’이고, 로젠바움주의가 각 민족의 자립과 평등을 주창하다 보니-”
“결론만.”
“식민지인들이 대거 저희 전선으로 문의를 주거나 무작정 베를린으로 오고 있습니다.”
나는 그에게 더 이상 물어보는 대신 서류를 받아 들었다.
그리고 그곳엔 온갖 나라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인도, 베트남, 그리고-
어이 범석아.
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