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129)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129화(129/246)
로젠바움의 해 (5)
베를린은 미쳐 날뛰고 있었다.
“야!! 이 개새끼들아!! 정신 똑바로 안 차리냐!!”
“정신 파는 새끼들은 전부 다하우로 보내버린다!!”
“전 세계 모든 정상들이 이곳으로 온다! 얼타다가 독일 망신시키는 날엔 너도 죽고 나도 죽는 거야!”
그리고 이 광기는 나날이 갱신되어 상한가를 찍었다.
괴벨스 장관은 그 누구보다 돈에 깐깐한 샤흐트 장관의 강력한 블로킹에 가로막혀 울며 겨자 먹기로 ‘최대한 실용적인 올림픽’을 지향해야만 했으나, 스탈린 방독이 결정되고 샤흐트가 국방부 장관으로 넘어가면서 그를 저지할 것은 그 어디에도 없어졌다.
그리고 역사에 길이 남을 날림 공사가 벌어졌다.
“더 크게!! 더어어 크게에에!!”
“로젠바움! 결사옹위!!”
초대형 경기장.
거기에 더불어 보는 이에게 위압감을 줄 거대한 구조물.
전 시민이 총동원된 환경미화와 리모델링 작업.
올림픽을 소재로 한 영화가 제작되어 상영되기 시작했고, 역사상 최초의 성화 봉송 이벤트가 열려 그리스에서부터 사람의 팔과 다리로 성화를 운반하는 놀라운 광경이 연출되었다.
베를린 거리의 부랑자들이 무자비한 빠따 세례를 맞고 외국인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으로 ‘이동’되었고, 잡스러운 건달과 양아치조차 실적에 몸이 달아버린 경찰은 물론 공화국 수비대의 토벌 대상으로 지목되었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전 세계의 이목이 주목된 올림픽 기간에 폭력과 절도를 저질러 독일 민족의 품격을 훼손하려 한 죄, 틀림없이 외부의 사주가 있었겠지? 그렇지?”
“아, 아니에요. 그냥 하던 대로-”
“거짓말하지 마! 누가 시켰나? 프랑스인가? 이탈리아인가? 폴란드?”
“그, 그런 곳 몰- 크아악! 크아아악!!”
“이 매국노! 어서 불어!”
이 그악스러운 대청소 끝에.
베를린은 깨끗해졌다.
그리고 세계 각국의 정상들이 하나둘 베를린에 발을 디디기 시작하며, 이 광기는 마침내 절정을 향해 달려갔다.
[에드워드 8세, 독일 국빈 방문 “게르만 한 민족이 올림픽을 통해 뭉쳐 매우 기뻐”] [스탠리 볼드윈 영국 총리 “우리는 평화에 한 발짝 더 가까워지고 있다”] [오스트리아 독재자 돌푸스, 국경에서 시위대 직면] [오스트리아 애국자들, “민주주의 파괴하고 국민의 목소리 무시하는 돌푸스는 사임해야.” “로젠바움주의에 의거해 오스트리아인은 독일과 하나가 될 자유가 있어.”] [경찰에 진압당하는 시위대] [스탈린, 베를린에 오다!] [수십만 환영 인파··· 독일 – 소련, 새로운 평화를 향한 한 걸음!] [“소련과 독일은 세계 피지배 민족 해방의 선도주자” 익명의 고위 관계자 촌평.]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 마침내 독일에 발(휠체어)을 디디다]그리고 베를린에 발을 디딘 외국인들은.
압도되었다.
<충성, 단결, 승리!>
<로젠바움주의의 이름으로 부활의 그날까지!>
<독일민족혁명공화국이여, 영원하라!>
거대한 플래카드와 깃발, 그리고 선전 포스터가 온 사방에 자갈처럼 깔려 있었다.
굵직굵직한 곳이면 언제나 아르민 로젠바움 총통의 거대한 초상화가 걸려 만민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경애하는 로젠바움 총통의 영도하에 세상 그 어디보다 위대한 독일!>
<우리는 하나다! 우리가 곧 로젠바움이다!>
<세계 최고의 선도민족 도이치 민족의 발걸음은 누구도 막을 수 없노라!>
“세상에.”
“내가 혹시 모스크바로 돌아왔나?”
차르의 시대와 적백내전을 거치고, 대중 동원에 대해서라면 볼장 다 봤다고 자부하는 소련의 러시아인들조차 이곳 ‘민족혁명의 심장’ 베를린에 깔려 있는 프로파간다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특이한 것도 있었다.
“오늘 축구 경기는 무상 관람입니다! 보러 오세요!”
“오늘 영화관 무료입니다! 파격적인 행사! 10분 뒤 상영 시작합니다!!”
“혹시 오늘 무슨 기념일이오?”
“올림픽이잖습니까.”
이들 방문객들 중 몇몇이 지나다니는 사람을 붙잡고 물어보았고, 그들은 충격적인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올림픽 개최를 기원해 영화, 연극, 스포츠 경기 등이 전부 무료라고? 왜?”
“그야··· 축제니까요.”
“나라에서 맥주를 공짜로 뿌린다는데 이게 천국이 아니면 뭐란 말이오?”
“로젠바움주의 만만세란 말이지. 크하하!!”
무솔리니의 이탈리아든 스탈린의 소련이든.
당과 국가가 원하지 않는 것들은 ‘방종’으로 취급되어 때려잡히기 일쑤였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로젠바움의 독일은 오히려 문화를 장려하는 듯하지 않는가.
“자! 외국인 손님들, 영화 한 편 보고 가시지요!”
“<아르민 카사노바 씨의 화려한 인생>? 이게 국비 지원을 받아서 상영된다고?”
“그러니 더 좋은 일 아닙니까? 어차피 잘생긴 남녀 배우 나와서 붙어먹는 거 보는 영환데 독일어 딱히 몰라도 볼만할걸요?”
“아니. 아니, 이게 무슨. 로젠바움은 욕먹는 게 취민가?”
자신감인지, 관용인지, 아니면 진짜로 변태적 취향인지.
어쨌든 지금 공짜 맥주를 즐기는 모든 베를린 시민은 행복해 보였다.
그 어떤 억압도, 독재의 무게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들이 훗날 <3S 정책>이라 정립될 무언가에 대한 어떤 깨달음을 얻는 건 한참 뒤의 일이었다.
***
한밤중.
나는 새까만 리무진에 올라타 조용히 모처로 움직였다.
스탈린이 왔다.
소비에트 연방의 수장.
전 세계 모든 공산주의자들의 수장.
현재 우리의 관계는 극도로 복잡하게 꼬여 있었고, 국가 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이념이라는 문제가 엮이면서 무수한 부분에서 협업하면서도 또 충돌하는 사안이 있었다.
폴란드 분할.
상호 안전보장.
소련의 팽창 야욕.
독일 내 공산당 탄압.
독-소 군사 협력과 무역 협정.
그리고 유럽의 운명을 결정할 동맹 관계까지.
나는 호스트의 권한을 십분 활용해 프랑스 대표단의 입국을 잠시 늦췄고, 그들이 분통을 터뜨리거나 말거나 스탈린을 비롯한 소련 대표단과 가장 먼저 만남을 성사시켰다.
그리고 마침내.
그 결실을 볼 때였다.
“베를린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서기장 동지.”
“동지라! 총통 각하께서 그리 말씀해주시다니 참으로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이오시프 스탈린입니다.”
“아르민 로젠바움입니다. 먼 길 오신다고 참으로 노고 많으셨습니다. 이곳 베를린에서 소련 여러분들이 평화의 축제를 만끽하고 가시길 빌겠습니다.”
“노동자와 농민을 대표하는 입장에서, 나 또한 우리의 만남이 영구적인 평화라는 훌륭한 아이를 낳는 기념비적인 일이 되었으면 합니다.”
바위와도 같은 얼굴과 풍채.
가만히 있어도 조용히 풍겨 나오는 외골수적 기질.
언뜻 보면 무겁다 못해 침울할 것만 같은 분위기지만, 그의 몸에서 풍겨 나오는 피 냄새는 그의 손가락과 펜대가 얼마나 많은 노동자와 농민을 사형대로 내몰았을지 절로 실감케 했다.
괜찮다.
나도 똑같은 새끼니까.
어차피 서로 죽여댄 숫자를 헤아린다면 둘 모두 하루 날밤 정도는 기본으로 날려버리고 시작할 게 뻔한 것을.
이 비밀 회담을 위해 양국의 실무진들은 몇 차례나 기싸움을 벌였다.
당연히 이들 실무진들은 결코 머릿속에 양보라는 개념이 없었다.
‘총통 각하께서 보고 계시는데 지금 빨갱이한테 양보해줬다간 다하우행이다.’
‘서기장 동지께서 보고 계시는데 이 파쇼들한테 양보해줬다간 굴라그행이다.’
이쯤 되면 이미 기싸움이 아니라 본인들의 사상무장 테스트에 가깝다.
– 독재가 이렇게 무서운 거야. 알간? 아무리 똑똑한 새끼들을 데려와봤자 전부 대가리가 공포로 마비되잖아.
그래서 해결했다.
만찬이니 공식 식순이니 뭐니 하는 거 전부 다 덮어버리고, 오직 둘만의 비밀 회동으로 해버리자고.
솔직히 승낙할 줄은 몰랐지만.
나는 한때 카이저의 것이었던 술병과 잔을 꺼내 와 스탈린에게 따라주었다.
“그 누구도 우리가 하는 말을 듣지 않습니다. 이곳엔 눈도 귀도 없고, 역사도 없지요. 그러니 허심탄회하게 우리 두 사람이 모든 논의를 끝낼 수 있을 듯합니다.”
“그거 아주 좋은 일이군요. 동지의 독일식 악센트 강렬한 러시아어조차 우리 두 사람의 논의를 가로막을 수 없을 테니.”
이 자식이 긁냐? 그럼 니가 독일어 해. 조지아 촌 냄새 난다고 놀려줄 용의가 있다.
“내가 이 비밀 회동에 응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레닌 동지와의 만남도 이와 똑같았다고 들었기 때문이지요.”
“아아. 그랬었지요.”
“레닌 동지는 당신을 일컬어 온정적인 인물이라고 했습니다. 참으로 묘하지요. 결국 레닌 동지와 당신 모두 저 서방의 부르주아지들이 만들어낸 지옥 같은 세상을 바꿀 새로운 처방전을 제시했습니다. 그 스위스에서의 만남이야말로 사실 세계를 바꿀 중대한 이정표였던 셈입니다.”
레닌이라. 여러모로 인상적인 대머리였지.
사실 그 만남은 어디까지나 ‘빨간 대머리 특급 배송 작전’의 성과를 뺏어먹기 위해 내가 슬쩍 끼어든 것뿐 어떠한 거창한 이념도 무엇도 없었다. 나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이 봤을 땐 전혀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스탈린을 보라.
그 단단한 사나이조차 ‘세계를 바꿀 중대한 이정표’라는 문장을 말하면서 목소리에 끓어오르는 듯한 열기를 머금었다.
저 냉철한 인간조차 제 안의 혁명가 기질이 자극받은 듯 말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떠할까? 말할 것도 없었다. 상당히 뒤늦은 깨달음, 아니, 나 혼자서는 결코 알 수 없었을 깨달음이었다.
– 그때 그 만남이 이렇게 연결되는 건가. 정말이지, 세상일이란 모를 일이로군.
그래. 그 만남이 아니었다면 스탈린의 베를린 방문 또한 없었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그 반대지. 이 정도의 거대한 이슈, 그러면서도 동시에 개인의 야심이나 명예욕마저 자극하는 무언가가 아니면 저 은둔형 외톨이를 끌어낼 만한 일이 뭐가 있을까.
“이제 세상을 바꾸는 이념의 제창자 두 사람이 모였으니, 서방의 제국주의 앞에 신음하는 모든 피지배 민족이 우리들의 입과 손가락만을 주목하고 있을 것입니다.”
“동의합니다. 여기까지 왔는데 빈손으로 돌아간다면 우리 당원들이 날 탄핵할지도 모르겠군요.”
스탈린은 딴엔 너스레랍시고 떨었지만 우습지도 않았다. 당원들을 다 죽여버리겠단 말을 잘못 한 거 아닌가?
어쨌거나.
밤은 충분히 길었다.
***
독재 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건 독재자의 의지.
만약 여기 앉아 있는 사람이 영국 총리와 미국 대통령이었다면, 제아무리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된 사안이라 한들 내각과 의회의 결의라는 파도를 넘어야만 한다.
하지만 총통과 서기장 둘의 밀담은 고스란히 국가의 정책으로 반영된다.
그러므로 우리 둘의 밀담은.
아주 혁명적이었다.
“총통께서 부르짖는 민족혁명, 다시 말해 로젠바움주의와 우리 공산주의 사이엔 결코 넘을 수 없는 민족과 사유재산이란 벽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 동의하는 거대한 의제가 하나 있지요.”
“반제국주의. 그리고 이를 통한 탈식민주의.”
“동의합니다. 억압받는 모든 민족은 자유롭게 자신들의 거취를 정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야말로 급진적인 결론.
식민지라고는 구경도 못 해본 두 나라의 수장들은 ‘가진 새끼들 배를 째버리자!’ ‘그래!’라는 기적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꼬우면 니들도 식민지 다 버리든가.
물론 이 결정이 나오기까진 약간의 언쟁도 있었다.
“민족이란 허상이라니까! 자본가가 노동자를 옥죄기 위해 지어낸 낭설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있지요? 모두가 믿는 걸 없다고 우겨봤자 재미없지요?”
“민족이란 게 존재했다면 대체 과거의 제국들은 어떻게 다민족으로 유지되었겠소?”
“혓바닥 길게 끌지 마시고, 간단하게 합시다. 우크라이나에서 국제연맹 감시하에 자유 선거 거하게 하면 나도 민족이 허상이란 말에 동의해드리리다.”
“지랄 마시오.”
약간의 사소한 언쟁.
일단 대명제를 결정한 뒤엔 본격적인 이해득실 따지기가 진행되었다.
“우리의 이웃 중에서는 그 어떤 이들보다도 폭력적이며, 권위주의적이고, 타국을 침략하길 즐기면서도 한 점의 수치심도 느끼지 못하는 비열한 종족이 있습니다. 내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그들은 민족이라는 허상을 통해 자국민을 마취시켜 전쟁터로 내몰고 있어요.”
“폴란드.”
“우리 붉은 군대는 이들을 계도할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인민의 피를 흘리는 대가가 충분하진 않아 보입니다.”
스탈린의 요구는 간단했다.
‘폴란드 치는 건 좋은데, 이거 사실 독일만 좋은 일이잖아? 그냥 폴란드를 패는 게 아니라 친독 정책을 펴는 대가니까 두둑하게 줘야겠는걸?’
– 이게 서기장인지 조폭 두목인지 구분이 안 가네.
그러게 말이다.
나는 지도를 꺼내 와서.
과감하게 폴란드를 반으로 갈랐다.
“절반 가져가시죠.”
“호오.”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의 인민들도 소비에트의 품에 안길지를 ‘자발적으로’ 결정하게 독려하겠습니다.”
“합쳐서 발트 3국 아닙니까? 리투아니아 인민들도 우리 연방에-”
“리투아니아의 독일계 국민들이 나를 너무 흠모해서 그건 어렵겠는데.”
“그럼 그 대신 루마니아의 일부를 가져가겠소.”
“그러시든지요. 또 원하는 곳이 있습니까?”
“핀란드.”
“그럼 그 대신 독일의 오스트리아 합병을 적극 지지해주시길.”
유럽 전도에 무수한 빗금과 실선이 그어지고, 새롭게 채색된다.
고작 하룻밤 만에 합의는 척척 이루어졌다.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 지도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스탈린은, 천천히 파이프에 불을 붙이곤 한 모금을 깊게 빨아들였다.
“총통.”
“예, 서기장.”
“그래서··· 당신은 두 번째 대전쟁을 일으킬 것이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나는 착취의 상징 하바나 시가 한 대를 꺼내 입에 물었다.
“우리 독일은 어디까지나 선도 민족으로서 다른 민족의 독립과 자강을 후원할 뿐, 결코 전쟁 같은 끔찍한 일엔 흥미가 없습니다.”
“프랑스인들이 들으면 웃다 자지러지겠군.”
“전쟁을 일으키는 건 우리가 아닙니다.”
두 인간백정 놈들이 내뿜는 담배 연기가 포연처럼 방을 가득 메운 가운데.
나는 단언했다.
“바로 제국주의자들의 끝없는 탐욕이지요.”
“하! 하하! 그렇지요. 그놈들이 순순히 식민지를 포기한다면 전쟁이 날 일은 없겠지요!”
이게 바로 이념의 힘.
우리가 곧 정의고, 미래다.
연신 감탄하던 스탈린은 기꺼이 자신의 만년필을 꺼내 들었다.
독-소 불가침 조약이 체결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