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130)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130화(130/246)
로젠바움의 해 (6)
꼬박 하루가 지난 뒤.
아침 해가 중천에 떠오를 때가 되어서야 로젠바움과 스탈린은 헤어졌다.
참으로 돈독한 우정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이 고작 하루의 밤 시간 동안 그들은 온갖 이야기를 나누었다.
“역시 총통께선 수정주의자군. 그대들은 인민을 마취시킬 생각밖에 없소.”
“그, 벨라루스랑 우크라이나부터 내려놓고 마취니 뭐니 합시다. 기가 막혀서.”
“그들은 공산당의 영도에 무한한 만족과 행복을 느끼고 있소만?”
“자유로운 선거에서 지지율 98%를 얻은 내 앞에서 무한한 만족과 행복 같은 말을 쓰다니. 전국 선거 한번 해보시겠소?”
사상과 이념에 관해서라든가.
“내 멍청한 장남한테 미인계 쓰는 건 한판 하자는 뜻이지요?”
“미인계는 무슨. 선남선녀가 만나서 눈 좀 맞을 수도 있지.”
“좆같은 소리 할 거면 당신 인민들한테나 하시고 내 앞에선 하지 맙시다. 내가 그 건을 묵인하는 건 딱 하나, 유대계 러시안이랑 결혼하는 ‘흠결’ 탓에 내 아들놈이 후계 구도에서 배제되는 게 더 낫겠다 싶었기 때문입니다.”
“역시. 일개 피붙이에게 너무 많은 걸 할애하면 나라를 다스릴 수 없는 법이지. 그러니-”
“내 며느리 일가족을 전부 독일로 보내시오.”
“어째서 결론이 그리되오? 싫다면?”
“그냥 잠깐의 불장난으로 끝나는 거지. 나는 새 며느리 찾으면 그만이고.”
“가족에 친척까지 모조리 독일로 보내지. 내 우호의 선물이오.”
서로의 가족에 대해서라든가.
“이 숙청이라는 게 말입니다. 개차반인 나라를 다스리려면 눈물을 머금고 해야만 할 때가 있어요.”
“동의합니다. 그런 점에서 총통 각하의 숙청은 나도 한 수 배움을 청해야겠더군요.”
“항상 군부부터 도려내야 합니다. 단순히 총 든 소비집단이면 숙청을 늦게 해도 지장이 없지만, 금력과 권력을 갖춘 군바리들은 대가리를 철퇴로 찍어 숨도 못 쉬게 만들고 거세를 해야만 합니다.”
“역시 해본 분의 말씀은 다르십니다그려.”
“다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차마 못 하는 말이지요. 권력은 집중되어야 하며, 딴 주머니를 차는 놈들은 잠재적 역도입니다.”
“총 든 군인들은 항상 헛생각을 하는 법이지요. 독일에도 정치장교가 도입되었던데, 실로 탁월한 판단이셨소이다.”
인사관리에 대해서라든가.
“이제 우리의 사이가 충분히 돈독해졌으니, 보다 다양한 협력에 대해서도 논할 만하다고 봅니다. 서기장 동지께선 어찌 생각하시는지?”
“사안에 따라 다르겠지요.”
“스페인의 내전은 이제 확정된 바나 마찬가지입니다.”
“내전이라! 국민의 정당한 지지를 받은 인민전선 정부를 상대로 파쇼 도당들이 봉기하리라 보시는 게요?”
“어허. 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는 로젠바움주의적 신정부가 빨갱이들의 협박과 공갈에 위협받는 게지요. 아무튼, 내전이 일어난다면 우리 각자가 파병을 하는 건 어떻게 보십니까.”
“···각자?”
“워게임 가볍게 해보는 셈 치고, 서로의 신무기와 전술을 스페인이라는 전장에서 시연해보는 겝니다. 어떻소?”
“그거 좋구려. 시베리아에서 갈고닦은 귀국 군대의 효능을 한번 검증해보고 싶군.”
기술협력을 논의한다거나.
아주 만족스러웠다.
세상 모든 곳의 만마를 거느리는 천마 스탈린이 어딜 가서 이런 논의를 하겠는가. 영국 총리와? 우습지도 않다.
내세우는 이념은 다를지언정, 그들에겐 공통점이 있었고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실로 훈훈한 교류의 장 아니겠는가.
하지만 거기까지.
유감스럽게도 남들과는 비교를 불허하는 뒤틀린 성격, 편집증, 피해망상, 나 아니면 안 돼 증후군, 세계 유일의 공산 국가를 맡은 이 특유의 서방음모론 추종, 음습함과 경계심으로 뇌세포가 가득 차 있는 남자 이오시프 스탈린은 금세 지금의 밝고 명랑한 기분으로 새로운 음모를 꾸몄다.
“밖에 몰로토프 있나?”
“지금 바로 부르겠습니다.”
“당장 오라고 하게.”
이번 만남은 참으로 귀중했다.
독일이 전쟁을 원한다는 사실.
그리고 로젠바움이 통제를 원한다는 사실.
이 두 가지를 확신하게 된 것만으로도 베를린까지 행차할 가치는 충분했다.
그 누구보다 충성스러운 좌호법 몰로토프가 달려와 천마의 앞에 헉헉대며 고개를 조아리자, 스탈린은 기묘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독일의 목덜미를 붙들어야겠네.”
“저 간악한 로젠바움이 제 흉계를 드러냈습니까?”
“아니. 그자는 충분히 대화가 통했네. 그러니 더더욱 멱살을 잡아 놔야만 해.”
영국과 프랑스가 주도하는 세계 질서에서 소련은 고립되어 있다.
독일은 사상적으로는 도무지 친해질 수 없는 존재지만, 영-프가 주도하는 질서를 파괴하길 원한다.
그러니 답은 나왔다.
“우리가 가만 내버려 두고 불개입 의사를 보이기만 해도 독일은 제국주의자들과 피 터지게 서로 싸울 작정일세. 그리고 지난 전쟁으로 미루어 봤을 때 결국 양측 모두 국경 일대에서 어마어마한 참호전을 벌이며 국력을 헛되이 낭비할 게 뻔하지.”
“그때 뒤통수를-”
“그게 무슨 소린가? 로젠바움 정권은 존속해야만 하네.”
로젠바움이 폴란드와 유대인들이 서로 물고 뜯으며 영원히 상잔하길 바랬던가?
스탈린은 독일과 영프가 그렇게 물고 뜯길 원했다.
소련이 어디에 힘을 실어주느냐에 따라 그들의 천칭 또한 미치광이처럼 출렁일 터.
적당한 선에서 평화를 중재하고, 모든 세계 열강들의 체력이 방전된 틈을 타 탈식민주의의 기치를 치켜들고 전 세계 식민지에 공산주의를 흩뿌린다.
프랑스와의 전쟁에서 결정적 승리를 따내지 못한 독일 또한 국내외 위상 제고와 정권 유지를 위해 로젠바움주의의 기치하에 식민지 해방 전선에 뛰어들 테고, 마침내 세계는 제국주의자들로부터 해방되어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된다.
완벽하다.
하지만 몰로토프는 잠시 고민했다.
“만약 독일이 프랑스를 상대로 완승하면 어찌 되는지요?”
“이래서 군사 문외한들이란··· 그게 가능했으면 로젠바움 저 음흉한 자가 그토록 골머리를 앓겠나?”
독일이 영국의 방해를 뚫고 프랑스를 상대로 완승해?
그러면 어찌 되긴. 서유럽과 중유럽의 패권이 통째로 독일 손에 떨어지는 거지.
“그러면, 동지께서는 저 파쇼 도당들을 징벌하실 셈이십니까?”
“미쳤나? 그러면 로젠바움이 유럽을 일통하고 두 번째 신성로마제국을 건립한 차르 중의 차르라는 소린데 그런 놈을 상대로 전쟁을 해?”
동유럽에 완충국을 알알이 박고 식민지 해방 전쟁이나 신나게 벌여야지. 극동과 아시아를 붉게 물들이는 건 덤이고.
하지만 그럴 일이 일어날 리가 없다.
“동무의 상상력은 좋지만 현실에 발을 디디고 있게. 프랑스는 프랑스야. 한때의 유럽 최강, 세계를 주도하는 열강이자 독일의 숙적이라고. 프랑스가 폭삭 망해 독일의 종이 되는 날이 온다면 내가 성당에서 미사를 보겠네. 하하하!!”
박장대소하던 스탈린은 순식간에 표정을 싹 고쳤다.
“동무.”
“예, 서기장 동지.”
“돌아가는 대로 리트비노프를 해임하고 동무를 외무장관으로 임명하겠네. 인민의 피를 빨아 연명할 뿐인 제국주의자 놈들과의 연대는 무의미하기 짝이 없어.”
확신했다.
거대한 제국을 다스리려면 압도적 권위를 가진 차르가 필요했다.
얼간이 같은 놈들이 분노와 복수심으로 가득 찬 로젠바움의 비수를 눈치채기 전에.
소비에트 연방을 완벽하게 ‘청소’해야만 했다.
이미 그의 머릿속에선 대숙청의 막이 오르고 있었다.
***
1936년 8월 1일.
마침내 베를린 올림픽의 개막식이 열렸다.
끝없이 독가스를 뿌려댄 끝에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를 함락시키고 에티오피아 합병을 선언한 두체 무솔리니도.
마침내 내전의 화마가 덮쳐 그 대표성을 의심받고 있는 스페인 대표단도.
‘유대인 완전 추방’을 목표로 한 대대적인 반란의 불꽃에 휘말린 아랍을 뒤로한 채 참석한 영국 국왕 에드워드와 총리도.
소련의 냉담한 반응으로부터 독일 포위망이 완전히 파멸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경악에 가득 찬 프랑스 대표단도.
새로운 정권을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고 아시아의 맹주가 되기 위한 야심을 품은 일본 대표단과, 그들을 저지하기 위해서라면 로젠바움주의가 아니라 롯데주의라도 받아들일 준비가 된 중국 대표단도.
우린 잘 모르겠고 아무튼 평화를 바래요 라고 한없이 티 없는 미소만 짓고 있는 미국 대통령 루즈벨트도.
지금은 모두가 화기애애하게 옆 사람과 안부를 주고받으며 베를린 올림픽의 개막식을 관람하기에 바빴다.
그리고.
시작되었다.
“저게, 저게 뭐야?”
“비행선?”
“저건- USS 아크론(Akron)과 흡사한데?”
“미친! 독일 놈들이 공중항모를 만들었어!!”
헬륨이 가득 들어찬 동체에 위풍당당하게 민족혁명당 상징을 박아 넣은 거대한 비행선, 힌덴부르크호가 그 모습을 드러내더니.
몇 대의 항공기가 비행선에서부터 이륙해 하늘을 수놓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
플라잉 서커스.
대전쟁 전부터 로젠바움사가 육성하던 최고의 파일럿 집단.
이 서커스단의 주역들은 이제 루프트바페와 민족혁명당의 중추로 거듭났지만, 그 이름을 물려받은 이들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에어쇼 그룹으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이 올림픽의 총지휘자 괴벨스는 관객들의 반응을 보며 정신없이 지휘에 여념이 없었다.
“좋아! 다음! 다음 스텝 준비해!”
비행선에서 날아오른 한 무리의 항공기가 화려한 곡예비행을 펼친 뒤.
전 세계 모든 이들에게 하늘의 지배자가 누구인지를 각인시키기 위한 퍼레이드가 이어졌다.
“저건 또 뭐야?”
“공중에서! 공중에서 정지 비행을!”
“자이로콥터? 저게 벌써 실용화됐다고?”
“자이로콥터보다 훨씬 더 발전했는데-”
세계 최초로 실용성을 확보한 헬리콥터가 올림픽의 표어를 휘날리며 우아하게 선회비행을 선보이자 제아무리 세계 각국의 정상이라 한들 넋을 빼놓지 않을 수 없었다.
공중항모.
헬리콥터.
그리고 그다음은.
“전 세계에 각인시킬 준비가 되었나!”
“예!!”
“전 세계에 팔슈름야거가 있음을 보여줄 준비가 되었나!!”
“예!!”
“하늘이 있는 그 어디든 우리가 다다를 수 있음을 보여줄 준비가 되었나!!”
“예!!”
공화국 수비대 예하 특수작전국.
세계 최초이자 최고의 공수부대 집단.
팔슈름야거 소속 오토 슈코르체니 중위가 악을 썼다.
“강하 준비!!”
“준비!!”
“강하!! 강하!! 강하!!”
스카이다이빙.
하늘을 다스리는 세계 최고의 국가, 세계 최고의 정예병을 선보이기 위한 전무후무한 시연.
수십 년 뒤의 미래를 보고 온 누군가는 ‘스카이다이빙을 통한 공중 오륜기 쇼’를 알려주었고.
1936년 베를린 하늘에는 사람으로 구성된 거대한 오륜기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으음···!”
바로 그 공수부대를 다룬 영화로 한차례 치욕을 겪은 바나나토 마시멜로이니의 입에서 형언할 수 없는 신음이 터져나왔지만, 그의 신음은 사방에서 터져나오는 압도적 함성에 순식간에 묻혀버렸다.
그 뒤를 이어 각종 공연과 연주, 매스게임과 온갖 행사가 줄을 이었지만.
귀빈석을 지키고 있던 세계 각국 정상의 머릿속은 이미 항공과 공중에 관련된 생각으로 엉망진창이 되어 도저히 공연이 눈에 들어오질 않았다.
‘이 과시는 대체 무엇인가.’
‘이걸 다 공개했다면··· 적어도 전쟁은 아닌가? 엄포?’
‘우리 공군은 대체 뭘 하고 있지.’
‘당장 지금부터 공군력 투자를 대폭 늘려야 하는가.’
행사는 끝없이 계속되었다.
세계 최고의 선동가가 관중 모두의 마음을 훔치기 위해 준비한 행사가 한밤중, 거대한 서치라이트로 빛의 벽을 세우기까지 계속되었다.
이제 모두가 직감했다.
‘독일은 부활했다.’
그리고 다시 날아올라 포효하고 있었다.
이 비상을 저지하려면.
오직 전쟁뿐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