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131)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131화(131/246)
로젠바움주의 윤리와 탈식민주의 정신 (1)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개막식이 열린 뒤.
베를린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세계 각지에서 온 귀빈들을 환영하는 행사가 쉴 새 없이 열렸다.
하지만 이미 이 행사들이 서로 탐색과 외교를 벌이기 위한 장이 된 이상, 올림픽 정신은 뼈다귀 해장국은커녕 개먹이로도 못 쓸 만큼 더럽혀진 지 오래.
각국 주요 인사들은 분주히 서로 얼굴을 익히고, 안면을 트고, 새로운 협상과 조약을 위해 이리저리 도킹하기에 바빴다.
“이보시오. 혹시 귀국의 서기장 각하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서기장께서는 개막식만 참여하고 곧 돌아갈 계획이십니다. 죄송합니다.”
“지금이 아니면 또 언제 기회가 있겠소? 하루만, 아니, 몇 시간만 시간을 내주면-”
“죄송합니다, 동무.”
그리고 그 와중.
프랑스의 총리 레옹 블룸(André Léon Blum)은 초조함을 느끼고 있었다.
파쇼 우익에 맞선 인민전선 – 좌익 연립 운동을 통해 프랑스 최초의 사회당 총리 자리에 앉은 블룸은 국내 정치에서는 무자비한 좌향좌 드라이브를 펼치며, 동시에 대공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다양한 경제 정책을 펼치고 있었다.
하지만 국제 무대에선 이야기가 달랐다.
“전쟁을 준비해야 해.”
애써 턱에 힘을 꽉 주고 있던 블룸의 입에선 결국 침통한 한마디가 새어나왔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수행원들은 소스라치게 놀라거나, 혹은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였다.
“누가 대사관에 가서 전보를 치게. 당장. 의회와 군부가 힘을 모아 로젠바움에 맞설 준비를 해야만 해.”
“알겠습니다.”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로젠바움이 소련과 손을 잡았다고? 이게, 이게 어떻게!”
유대계라는 치명적 페널티를 짊어지고도 한 나라의 총리 자리에까지 오른 만큼, 블룸은 결코 무능하지 않았다.
프랑스는 다른 나라에 비해 유달리 대공황의 진창에서 쉽게 빠져나오질 못했다.
폭발 직전인 노동자들의 의지가 인민전선의 집권을 불러왔고, 블룸은 12일의 연차 의무화, 주 40시간 근무, 파업과 교섭권 인정 및 파업 보복 금지, 임금 인상, 군수산업의 국유화 등 그야말로 빨갱이 냄새 가득한 정책들을 도입해 노동계의 불만을 잠재웠다.
그리고 블룸은 외교 정책에서도 상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패를 던질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는 프랑스의 핵심 식민지인 알제리 원주민 2만 5천 명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었고, 은밀하게 ‘독일이 모든 재무장 프로그램을 중단하면 1차 대전 이후 프랑스가 차지한 옛 독일 식민지 토고와 카메룬을 되돌려준다’라는 어마어마한 제안까지 검토하고 있었다.
평화를 원한다.
하지만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
블룸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채 신중하게 다음 수를 검토했다.
그러나.
“총리님. 경제가 엉망인데 군비 확충까지 같이 한다면 예산은 어찌합니까?”
“그러면 독일의 위협이 커지는데 최소한 따라가기라도 해야지 어쩌겠소.”
“당장 총리님께선 비무장 평화를 제창해 집권하셨습니다. 유권자들의 기대를 배반해선 안 됩니다.”
급진당 출신 외무 장관 이본 델보스(Yvon Delbos)는 블룸의 군비 증강 계획에 대해 무척 회의적이었다.
“산업 기반 능력으로 보나 경제적 상황으로 보나, 심지어 외교적 현황을 따졌을 때도 우리는 심각하게 불리한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귀하께서 바로 그 외교 현황을 바꿔야 할 직책에 앉아 있소만.”
“이 상황에서 대체 뭘 더해야 합니까? 로젠바움은 대화가 통하는 상대입니다. 독일을 옥죄기 위한 무의미한 포위망 구성에 매달리느니 차라리 프랑스-독일 양국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게 해답이 될 수 있습니다.”
독일의 건함 계획에 발맞추어 건함도 해야 한다.
저들의 공군력이 막강한 것을 확인했으니 공군력도 증강해야 한다.
벨기에가 중립으로 돌아섰으니 마지노선도 연장해야 하며, 최근 십수 년간 제대로 예산 편성도 못 받은 육군의 현대화를 위해 육군에도 돈을 퍼부어야 한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그냥 독일과의 마찰을 피하는 게 상책 아닌가?
“그건 우리가 결정할 일이 아니오. 로젠바움이 결정해야 할 문제지.”
장관의 말을 자르며 블룸 총리가 일갈했다.
“로젠바움이 재무장과 군비 증강에서 손을 뗀다면, 우리는 기꺼이 무기 공장을 멈춰 세우고 그 돈으로 복지와 민생에 투자할 수 있을 것이외다. 하지만··· 그럴 것 같소?”
“그럴 것 같습니다. 전쟁처럼 불합리하고 무익한 짓을 하기엔 로젠바움은 너무 유능한 사업가입니다.”
“내가 봤을 땐 아닌 것 같소. 그러니 장관. 더 부지런히 움직여서 폴란드와 다른 동유럽 국가들과 접촉해 보시오.”
로젠바움이 독일을 장악한 과정에선 쉽사리 설명되지 않는 미싱 링크가 너무나도 많았다.
틀림없이 로젠바움은 노동자의 권리, 일명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를 부르짖던 시민운동가이자 양심적 기업가였다. 오죽하면 프랑스 내에서도 일명 케피(Kepi, 프랑스식 군모)단이라는 이름의 로젠바움주의자들이 설칠 지경이니.
세계적으로 명성이 드높던 그가 출마하는 건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집권하기 무섭게 돌변해서 초강경 정책을 연달아 펼쳤고, 독일은 내전의 소용돌이에 빠졌다.
그리고 모든 반란과 쿠데타, 내란음모는 무서우리만치 신속하게 진압되었다.
국내의 모든 적들은 말 그대로 섬멸당했다.
민족혁명당을 제외한 정당은 모두 파괴당했고, 융커들은 물리적으로 제거당했으며, 상류층은 그에게 굴복하거나 망명해야만 했다.
지금 로젠바움은 우호선린과 경제적 공영을 외치고 있다.
하지만 언제 또 돌변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는가?
블룸의 이성과는 별개로, 가슴 한구석에선 로젠바움에 대한 불신이 꿈틀대고 있었다.
프랑스는 친구가 필요했다.
독재자에 맞설, 강력한 친구가.
“무솔리니와의 대담을 잡아보시오.”
“총리님. 무솔리니는-”
“에티오피아를 짓밟았지요. 압니다. 그래서 어쩌란 겁니까? 어디 스탈린은 도덕군자여서 우리가 접촉했었습니까?”
그게 다른 독재자라도 상관없었다.
***
독일의 비상을 보며 가장 경악한 이들이 프랑스인이라면.
가장 화가 난 사람은 단연코.
“로젠바움을 막아야 해.”
베니토 무솔리니였다.
이번 올림픽으로 유럽 전역이 말 그대로 뒤집어지고 있다는 걸 모를 만큼 무솔리니는 멍청하지 않다.
체코가 독일 2중대로 기어들어 간 뒤 말 그대로 돈벼락을 맞은 것을 본 루마니아와 유고슬라비아가 친독으로 슬그머니 갈아타려 한다.
오스트리아 내에서는 돌푸스의 독재에 맞서는 자들이 로젠바움주의로 대동단결하기 시작했다. 당장 그 돌푸스조차 이탈리아보단 독일의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무솔리니가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어마어마한 노력을 기울인 <중유럽 영향권> 계획은 로젠바움이 대두한 지 고작 몇 년 만에 송두리째 무너져버렸다.
이뿐만이 아니다.
서구 제국주의, 공산주의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 번째 이념> 위치에서 이탈리아 파시즘은 로젠바움주의에 밀려 점차 존재감조차 희미해지고 있었다.
에티오피아 합병을 통해 이탈리아의 위엄을 세계만방에 떨쳤으니, 이제 다시 유럽의 테이블에 앉아 독일을 견제해야만 했다.
“독일을 견제해야 합니다.”
“오스트리아는 독일의 침략 야욕을 확인할 수 있는 탄광의 카나리아 역할이지. 우리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힘을 합쳐 오스트리아의 독립을 보장한다면 독일은 배에 칼이 있는 듯한 공포에 시달릴 수밖에 없을 게요.”
“폴란드와의 협력도 강화해야 합니다. 동유럽에서 독일의 목덜미를 잡을 만한 세력은 미우나 고우나 폴란드뿐입니다.”
“인정하리다. 우리는 현실적으로 동유럽에 영향력을 투사할 방법이 없으니 그 부분은 프랑스에 맡기지요.”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반독의 기치 하나로 순식간에 다시 친해졌다.
대강의 편가르기가 윤곽을 드러내자.
이제 외교관들의 시선은 한곳에 쏠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수한 구애의 세례를 받고 있는 바로 그 사람은.
“정말 오랜만에 이렇게 뵙게 되니 무척이나 기쁩니다, 나의 친구 프랭크!”
“루즈벨트 대통령이라고 해주시겠소, 로젠바움 총통 각하?”
“우리 사이에-”
“우리 사이인 만큼 더더욱 예의를 지켜야 하지 않겠소. 사적인 만남이었다면 저 또한 아르민 씨의 환대를 기쁘게 맞이했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우린 한 국가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손님으로서 주인의 응대를 받고 있었다.
“이것 참,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대통령 각하의 고언에 기꺼이 귀를 기울이도록 하지요.”
“감사합니다. 제가 조금만 틈을 주면 우리 파리 같은 기자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친독 매국노 딱지를 붙일 게 뻔하거든요!”
휠체어에 앉은 미국 대통령은 물부리에 담배를 끼우며 유머러스하게 툴툴댔다.
하지만 독일과 선을 긋고자 하는 그의 시그널이 로젠바움에게 느껴지지 않을 리 없었다.
“친애하는 대통령 각하. 우리 독일과 미국의 경제적 협력은 그 어느 때보다 왕성하며, 양국의 결합이 불러일으킨 경제적 번영은 그 어떤 악의적인 기자라 해도 부정하지 못할 만큼 찬란합니다.”
“그렇지요. 그래서 제가 아직까지 WR사의 비행기를 타고 다니는 것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최근 들어 일각에서 불길한 관측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대충··· 귀국에서 전함을 사려 했던 시도가 불발난 뒤로군요.”
“아아. 그 이야기라면 참 가슴이 아픕니다. 제가 믿고 신뢰를 아끼지 않는 전문가들이 말하길, 독일의 기술력을 흡수한 일본제국이 갈수록 침략 야욕을 키우고 있다더군요. 독일제 기술력으로 무장한 일본 항공대가 미국인들을 공격하면 너무나도 불행한 일 아니겠습니까!”
전함 건으로 잽을 날려본 로젠바움은 곧장 카운터가 날아오는 것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 뭔가, 꽤 많이 적대적인걸?
대머리 귀신의 말이 맞다.
루즈벨트는 명백히 독일을 경계하고 있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독일의 기술력은 당연히 판매 대상입니다. 당장 미국인들을 지키는 항공대의 항공기 또한 우리의 기술력이 반영되어 있잖습니까? 자유로운 민간의 무역을 저희의 귀책으로 떠넘기시니 조금 난처하군요.”
“자유로운 민간 무역이라! 로젠바움사는 사실상 공기업이잖습니까.”
“저희는 극동에서의 평화를 추구하며, 일본의 만주 점령이 도덕적으로 옳은 행위인가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이번 기회에 국제 연맹에 복귀해 일본 규탄에 힘을 보태시는 건 어떨지?”
“하하하. 국제 연맹에 착석해본 적도 없는 미합중국의 대통령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조금 당황스럽군요.”
먼저 평정이 무너진 것은 아르민이었다.
“혹시 우리나라가 최근 귀측에서 무언가 불쾌해질 만한 무언가를 했었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미-독 우호는 그 어느 때보다 굳건합니다!”
“그렇지요? 깜짝 놀랐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두 나라의 경제적 협력을 더욱 촉진시켜 양국의 우호와 상호발전을 도모하는 게 어떨지요.”
“아아. 예의 그 ‘자유무역협정’ 말씀이시군요. 그걸 보고 로젠바움 각하의 평화에 대한 의지를 확고히 느꼈습니다. 저도 멕시코와 라틴아메리카에 그 비슷한 제안을 해볼까 고민 중이지요.”
FDR은 중남미 전체를 경제적 나와바리로 확고히 굳히겠다는 의지를 피력함과 동시에, ‘너네 그거 체코 경제적 종속국 만든 거잖아?’라는 뉘앙스를 함께 전달했다.
“아주 좋은 생각이시군요. 틀림없이 귀국의 평화를 향한 의지가 라티노들에게도 잘 전달될 겁니다.”
“감사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전 세계 인구의 절대다수가 총칼에 신음하며 제대로 된 노동력과 소비 시장으로 기능하지 못하는 현 시국이 참으로 가슴 아픕니다.”
“······.”
루즈벨트는 슬며시 입을 다물었다.
“얼마 전, 저는 소련의 스탈린 서기장과 만나 이 가슴 아픈 현실에 대해 진지하게 논했습니다. 비록 우리의 사상은 너무나도 이질적이지만, 착취당하는 이들에겐 민족자결주의라는 고결한 이상이 필요하다는 점엔 모두가 동의했지요.”
“소련이라! 공산주의는 너무 위험하지 않습니까?”
“때로는 개똥도 약이 되는 법이지요.”
“흐으음.”
루즈벨트는 다 탄 담배를 물부리에서 빼내 재떨이에 던졌다.
“아시겠지만, 일본과의 충돌이 머지않았습니다.”
“!”
“나는 최후의 최후까지 전쟁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모든 노력을 다할 겁니다. 하지만, 중국에서의 자유로운 시장 활동을 억압하려는 일본인들의 음모가 멈추지 않는다면 결국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봅니다.”
“무척 과격한 말씀이시군요.”
“독일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유럽이 자유를 잃고 독재와 억압의 땅으로 변모한다면, 미합중국은 결코 이를 좌시할 수 없습니다. 식민지 해방의 대의는 매우 숭고하지만, 음··· 화자의 행적과 사상에 따라 다르게 생각할 여지도 충분하잖습니까?”
그 뒤에도 이야기는 한참이나 이어졌지만, 딱히 알맹이는 없었다.
루즈벨트와의 회담이 끝나고, 홀로 남은 아르민은 잠자코 술 한 병을 까 그대로 입에 콸콸 처넣었다.
“빌어먹을 새끼. 공갈을 쳐? 내게? 이 나한테?”
– 그래도 그, 긍정적인 이야기도 제법 들었잖니?
“그건 정치적 수식어구에 불과하지. 자꾸 설치면 반대편에 붙겠다. 결국 그게 유일하게 하고 싶었던 말이고.”
– 그래서 어쩔 거냐. 미국은 아냐. 뭔 짓을 해도···.
“그렇지. 나도 이성은 남아 있어.”
하지만 저토록 미국의 입장이 강경하다면.
뭘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한참을 뚫어져라 거울만 바라보며 온갖 구상을 떠올리다 지우길 몇 시간.
새벽 어스름이 밝아올 때쯤에야 로젠바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좋다. 어디 한번 너도 엿 한번 먹어봐라.”
반제국주의와 탈식민주의의 위대한 대의에 동참하지 않다니.
욕 한번 옴팡지게 먹어봐라.
(참고)
물부리(cigarette holder)는 담배를 끼워 피우는 액세서리입니다.
손가락에 담배 냄새가 배지 않는 효과, 필터가 없던 시절 담뱃잎이 입으로 들어오는 걸 막는 효과, 연기가 보다 멀리서 타올라 모자 바깥으로 나가게 하는 효과, 멋부리기 등의 효능이 있습니다. 젓가락으로 담배를 몰래 피우는 끽연가 여러분은 물부리를 찾아보세요.
케피(kepi)는 프랑스군 하면 떠오르는 원기둥에 챙 달린 모자입니다. 드골이 항상 쓰고있는 그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