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135)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135화(135/246)
로젠바움주의 윤리와 탈식민주의 정신 (5)
1936년 8월 16일.
세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베를린 올림픽이 마침내 그 막을 내렸다.
축제가 끝난 이후.
나와 휠체어맨은 오붓하게 요트에 앉아 낚싯대를 쥐고 있었다.
“총통 각하. 혹시 귀하의 탁월한 지도력으로 이 물고기들을 다스리고 계신 겁니까? 이렇게 안 잡힐 리가 없는데?”
“그렇습니까? 이상하군요. 어이쿠.”
낚싯대가 꿈틀거리고, 나는 재빨리 큼지막한 물고기 한 마리를 더 잡아 양동이에 대강 던져 넣었다. 펄떡펄떡 뛰는 고기가 연신 지느러미를 흐느적대며 사람 손이고 뺨이고 두들겨대는데 참 고역이었다.
지금 양동이에 둥실둥실 떠다니고 있는 귀신은 자기가 무슨 대물낚시광이라나 뭐라나 떠들어대는 낚시에 미친 인간이지만, 유감스럽게도 나는 낚시 문외한이다.
우리가 둥실둥실 떠다니는 이 해안 일대엔 일절 선박의 왕래가 금지되었고, 레더를 위시한 독일 해군은 이걸 무슨 작전이니 뭐니 떠들어대며 어떻게든 해군의 업적으로 세우려고 안달이 났다. 뭐, 노력이 가상하다고만 평하겠다.
“뭔가 이상하군요. 혹시 잠수부들을 풀어서 각하의 낚싯대에 물고기 하나씩 꿰어 주고 있기라도 한 겁니까? 어떻게 초짜 티가 나는 총통의 낚싯대엔 고기가 척척 붙고 나는?”
“어어. 그러다 떨어지십니다.”
“제기랄. 이 망할 다리만 아니었으면 제가 수영을 해서 양손으로 한 마리씩 잡아버리는 건데.”
그렇게 서로 아무 의미 없는 헛소리만 늘어놓길 한참.
마침내 루즈벨트가 큼지막한 월척을 잡고 입이 함지박만 하게 벌어진 다음에야 치열한 낚시의 세계가 끝을 맞이했다.
“그러고 보니, 이번 마라톤에 대해 참 말들이 많더군요.”
“아시안의 승리는 확실히 대서특필될만한 일이긴 했습니다.”
“그것보단 각하의 뒷이야기가 더 이야깃거리지요.”
루즈벨트는 저 먼바다를 응시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일본과의 협력에 관해 한소리 들었다고 해서,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만.”
“독재라는 게 참 위태위태한 체제여서 말입니다. 제가 한 입으로 두말하면 그게 고스란히 체제 불안정으로 이어지지요. 우리 독일은 일본과도 나쁘지 않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지만, 중국은 또 중요한 거래처 아니겠습니까.”
“그렇지요. 그래서 합중국의 이익 중 중국 시장 또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 둘은 슬며시 낚싯대를 내려놓았다.
“로젠바움 씨.”
“예, 대통령님.”
“평화는 말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우리 모두가 무기를 내려놓고, 서로에 대한 신뢰를 가져야만 비로소 평화가 찾아올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아시겠지만, 독일인들은 패전으로 인한 피해망상이 골수까지 차 있어서 말이지요.”
“전 세계를 그 탈식민주의로 들쑤셔 놓으셨습니다. 독일이 전 세계에 뿌린 이 새로운 이념은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결국 독이 되어 영국과 프랑스의 몸 곳곳에 퍼질 게 분명합니다.”
“불편하십니까?”
“우리 유권자들이 걱정이 많습니다. 행여나 영국과 프랑스가 어지러워지면 시장이 축소되는 게 아닌가 하고요.”
“그렇습니까. 저 거대한 식민지들이 자유로운 시장이 된다면 오히려 미국에게도 크나큰 이득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글쎄요. 연봉 3만 달러를 받는 루 게릭에게 ‘야구 때려치우고 축구를 배우면 연봉 5만 달러가 될지도 몰라!’라고 말하면 루 게릭이 야구를 그만두겠습니까?”
안 그만두지. 기회비용이 너무나도 크니까.
하지만 나는 예 그렇군요 하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루 게릭은 당연히 야구를 계속하는 게 이득입니다. 하지만 비유가 조금 잘못된 듯하군요.”
“총통께선 어디에 빗대고 싶으신지?”
“1년에 3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노예상인에게 ‘더 도덕적이고 정당한데 수익도 커질 수 있는 벌이가 있단다’라고 말해주는 격이지요.”
“저런. 노예상인들은 결코 쉽게 그만두지 않을 겁니다. 미국사를 공부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세상엔 자신의 목화 농장과 노예 소유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전쟁도 불사할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전쟁하실 겁니까?”
루즈벨트는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저는 국민의 뜻을 따릅니다.”
“그럼 우리가 적이 될 일은 절대 없겠군요.”
“그러길 바랍니다.”
낚시는 끝났다.
루즈벨트가 돌아간 뒤, 나는 내 낚싯대에 고기를 걸어다 준 잠수부 요원들을 치하하고 베를린으로 돌아갔다.
– 이게 낚시냐? 이게 낚시냐고!!
아무튼 낚싯대로 물고기 잡으면 낚시지.
– 갈!!! 이건 낚시가 아니야!!!
조용히 해.
아무튼 잡았잖아.
***
영국과 프랑스의 엇박자는 도저히 쉽사리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둘 모두 스페인 내전에 대해서는 이해관계가 완벽하게 일치했는데, 결론은 ‘괜히 잘못 개입했다가 두 번째 세계대전이 터지게 하느니 그냥 모두 함께 개입하지 말자’였다.
하지만.
나는 스페인이라는 전쟁터를 통해 다시 한번 유럽의 판도를 엎어버릴 준비를 시작했다.
– 원 역사에서 이탈리아는 도무지 열강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추태를 보이면서 제2차 세계대전의 온갖 기이한 패전을 모조리 도맡아 했었지.
이탈리아의 산업 능력이 총력전을 수행할 만큼 탄탄하지 않아서도 맞고, 이탈리아인들이 무솔리니가 외치는 전쟁에 시큰둥했던 것도 맞아. 하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이탈리아의 세계대전은 남들보다 훨씬 먼저 시작되었기 때문.
대륙 건너 동아프리카에 있는 에티오피아에서 수십만 단위 대군이 부딪치는 전쟁을 벌였다.
그거로도 모자라 스페인 내전에도 개입해 막대한 물자를 소모했다.
1939년 서부 전선이 열릴 즈음, 이미 이탈리아는 어마어마한 국력을 소진한 이후라는 뜻.
이미 오래전부터 이탈리아를 우리 독일의 동맹으로 끌어들이느냐 마느냐는 내 오랜 고민거리였다.
이탈리아를 끌어들인다면 영국을 굉장히 고통스럽게 만들 수 있다. 지중해는 대영제국 본토와 인도를 잇는 역할이 아닌 전쟁터로 변모하고, 이집트와 수에즈를 위협할 수도 있다.
근데 결국 졌잖아.
결국은 두들겨 맞고 쫓겨나잖아.
그러니 나는 이탈리아를 적으로 돌리면서 동시에 그 역량을 크게 깎아 먹을 작정이었다.
“노이라트 장관님.”
“예, 총통 각하.”
“스페인 내전을 통해 프랑스와 이탈리아 사이의 분란을 유도해봅시다.”
영국과 프랑스는 민주 국가인 만큼 당연히 여론의 향방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스페인에 대한 개입 여부는 국민 개개인마다 생각하는 바가 무척이나 달랐다.
‘남의 나라 전쟁에 왜 끼어듬?’
‘민주주의 정부를 지키기 위해 파쇼들에 맞서 싸워야 하지 않을까?’
‘자유를 지키기 위해 빨갱이들에 맞서 싸워야 하지 않을까?’
두 나라의 정부 수반들은 어지간하면 인민전선을 돕고 싶어 했지만, 여론에 가로막혀 쉽사리 그리할 수 없다.
하지만 독재자 바나나토 마시멜로이니는 제 멋대로 굴어도 된다. 그러니까 독재자다.
“파시즘의 승리를 위해! 우리 이탈리아가 유럽 세계의 지도자임을 전 세계에 천명하기 위해! 우리는 당연히 스페인의 파시스트 동지들을 돕고 빨갱이들을 박멸해야 한다!”
“에? 정말 전쟁이라고?”
에티오피아를 정복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전쟁이냐, 라는 불만의 목소리는 당연히 파시스트의 서슬 퍼런 몽둥이 앞에 쏙 들어갔다.
우리 독일의 외교관들은 그런 마카로니의 귓속에 새로운 단어들을 주입시켜줬다.
“로젠바움이 스페인에 파병하려 한다고 합니다.”
“스페인의 일부 정당이 로젠바움주의를 당 강령으로 선포하고 독일의 지원을 받으려 한답니다.”
“이, 이!! 이 빌어먹을 놈들! 파시즘의 종주국은 엄연히 이탈리아란 말이다!! 누가 진짜 제3세계의 지도자인지 내가 똑똑히 가르쳐주겠다!”
민주주의 친구들이 그놈의 의회에서 민의인지 윌리인지 뭔지를 찾아 분주한 동안.
독재자들은 이미 사전에 협의한 대로 행동을 개시했다.
“소, 소련이 공화국 지원을 위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자원병들을 파병하겠다고 합니다!”
“<국제 여단>이라는 이름으로 세계 각지의 빨갱이들이 스페인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베를린에서 궐기 대회가 일어났습니다. 민간 단체들의 명의로 빨갱이를 물리치자는 명목하에 자원병들을 모집한답니다.”
가장 먼저 움직인 건 우리가 아니라 너희 편인 이탈리아다.
그러니 우리한테 투덜댈 시간이 있으면 마시멜로이니부터 말리라지.
그런데 나도 그 인간이랑 한번 병림픽 해봐서 아는데··· 안 말려질걸?
“저기 무솔리니야, 우리 그래도 평화를 위해-”
“스페인! 옛 이름은 히스파니아! 로마 제국을 부활하고자 하는 우리 이탈리아는 당연히 스페인에 개입할 정당한 권리가 있다!”
“이보시오, 이탈리아! 우리 프랑스의 뒤통수에 파쇼 국가를 하나 더 늘리겠다고? 이러면 다음 선거에 우리가 좀 많이 괴롭거든?”
“프랑스 친구들! 빨리 그 역겨운 공산주의, 사회주의 사상을 포기하고 파시즘의 대의하에 하나로 뭉칩시다! 독일을 막기 위해서는 프랑스도 강대한 지도자가 필요하오!”
“아, 씨발. 진짜 못해먹겠네.”
프랑스는 이번에도 무솔리니를 손절하지 못했다. 1년 만에 무솔리니와 다시 손을 잡았는데 또 손절했다간 정말 프랑스의 대외 신뢰도가 나락을 넘어서 맨틀까지 처박힐 게 뻔하기 때문.
스페인으로 세계 각지의 군대가 향하기 시작했다.
워게임하기에 좋은 시험 장소였다.
***
한편.
독일이 생각하지도 못한 저 머나먼 극동에서는.
한 총통과 한 귀신도 예상하지 못한 신묘한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대체 독일이 왜 우리 식민지에 이래라저래라를 한단 말이오! 우리에게 패배한 놈들 주제에!”
“그놈의 로젠바움주의인지 뭔지 하는 이상한 걸 떠들어대다가 쓸데없는 간섭이나 들었습니다. 수치심이 있으면 배를 가르고 썩 사라지세요!”
“이래서 무식한 놈들에게 나라를 맡기면 안 됐다! 나라는 다스려 본 사람들이 계속 다스릴 테니 너희들은 전부 막사로 돌아가!”
2.26 쿠데타는 지극히 ‘일본’식으로 끝났다.
황도파에 대한 무자비한 숙청은 기존 권력층 내부에서도 ‘저건 좀 심한데’ 소리가 나올 정도였고, 그들의 궐기에 대해서도 ‘그래 몇 자리 좀 양보해 주고 끝내자’라는 결론이 나왔었다.
하지만 그래서 얻은 게 뭔가?
기껏 자비를 베풀어 난을 일으킨 놈들을 후하게 대접해줬더니 뜬금없이 독일인들에게 모욕을 당하지 않았는가?
독일로 갔던 대표단이 돌아오면 아주 혼쭐을 내놓고 다시 그놈들에게서 주도권을 뺏어오자, 라고 생각하는 것도 전혀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독일에서 돌아온 이들은.
기묘한 열의로 눈이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
“확신했습니다. 황국에 가장 필요한 것은 로젠바움주의가 맞습니다!”
“패전의 늪에서 단숨에 헤어나온 이유! 그것은 바로 위대한 영도자 로젠바움 총통과 그를 따르는 민족혁명당의 강철 대오에 있었습니다!”
“아니··· 이놈들이 가서 단체로 뭘 잘못 먹고 왔나?”
독일은 물론 유럽 전역을 두 눈으로 보고 오기 위해 대표단 중 일부는 여전히 유럽에 남아 있었지만, 귀국한 이들만으로도 일본을 시끌벅적하게 만들기엔 충분.
“독일, 소련, 일본 세 국가가 반제(反帝) 동맹을 맺고 전 세계 식민주의에 대항하는 성전을 일으키면 아시아는 우리 황국의 몫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혹시 단체로 미쳤소?”
“끝까지 들어보시오. 동양 유일의 선도 민족이자 극동 로젠바움주의의 요새인 우리 황국이 저 가짜 사이비 로젠바움주의자 장개석을 응징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란 말이오!”
틀림없이 이놈들 일본인 맞는데.
혹시 속알맹이는 어디 외계인과 바꿔치기라도 당하고 왔나.
OS가 호환되지 않는 듯한 갑갑함을 맛보는 가운데, 독일에 다녀와 어딘가가 망가진 이들은 연신 신나게 장대한 구상을 떠들어댔다.
“장개석과 중화민국은 한족의 이익만을 위해 수십 종의 소수민족을 핍박하고 있으니, 이를 계도한다는 명분이 하나.”
“로젠바움주의는 자유무역을 제창하고 있는데 중국인들은 물욕으로 가득해 황국과의 자유무역을 거부하니 이 또한 중대한 명분.”
하지만.
정당한 전쟁명분이라는 말은 로젠바움주의자가 아닌 일본인들조차 귀를 기울이게 하기에 충분했다.
“일-중 자유무역협정과 소수민족 해방을 요구하고, 장개석이 거부하면 출병합시다.”
“하지만 장개석이 우리 식민지를 규탄하면 어쩌잔 말이오?”
“그깟 식민지는 풀어줘도 됩니다.”
“중국을 정벌하려면 더 많은 병졸이 필요합니다. 조선과 대만에 자치정부를 세우고 30년 뒤 독립시켜주마 한 뒤, 식민지인들을 전쟁터로 보내는 게 훨씬 이득이란 말이지요.”
로젠바움이 필리핀을 ‘훌륭한 귀감’으로 칭송했으니, 똑같이 하면 될 일 아닌가.
“대동아연방! 덴노 앞에 모든 아시아 민족이 하나 되는 진정한 아시아인의 국가!”
“우리 황국이야말로 탈식민주의와 반제국주의의 기수가 될 모든 명분을 다 갖췄소!”
일본은 전쟁을 원했다.
언제나 그러했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