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139)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139화(139/246)
자존심 강한… 시즌2 (4)
베니토 무솔리니는 나름대로는 합리적인 사람이었다.
비록 대외적으로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미치광이 전쟁광의 탈을 쓰고 있었지만, 최소한 그의 음모와 도발엔 인과관계와 이해득실이 고려되고 있었다.
그래.
에티오피아에 대군이 건너가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이번 오스트리아 위기에서 손가락만 빨 이유가 되는가?
모름지기 기회와 위기는 동전의 앞뒷면과도 같은 법.
비록 이탈리아군에 사소한 문제가 있긴 하지만, 절박함을 느끼고 있는 프랑스와 손잡고 압박을 한다면 오스트리아 문제에서 독일의 양보를 받아낼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봤다.
그리고 이곳 제네바에 도착한 뒤, 두체의 마음은 점차 단순한 공갈협박보다는 진지하게 전쟁을 생각하는 방향으로 기울어지고 있었다.
뜻밖에도 프랑스가 강경하다.
빨갱이 연립 정권이라길래 유약하고 평화를 애걸하는 비굴한 태도를 보이지 않을까 예상했었는데, 블룸은 그의 예상에 비하면 훨씬 터프하잖은가.
회담 이틀째부터 무솔리니는 군부를 불러 은밀히 전쟁 계획을 짜볼 것을 지시했다.
– 회담이 파토나는 즉시 돌푸스가 이탈리아에 지원을 요청하고, 독일보다 한발 앞서서 이탈리아군이 오스트리아의 모든 요충지를 점거한다.
– 이탈리아의 졸개인 헝가리는 체코를 공격한다.
– 폴란드는 월경지인 독일령 동프로이센을 점거하고, 소련의 참전을 경계하면서 동부전선을 연다.
– 독일은 죽으나 사나 프랑스부터 공격할 게 분명하다.
– 이탈리아는 자국의 강력한 함대를 북해로 올려보내 독일의 제해권을 빼앗고,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며 가장 적당한 타이밍에 육군을 진출시킬 타이밍을 재면 된다.
완벽하다.
이 계획대로라면 프랑스, 이탈리아, 폴란드가 유럽 서부, 중부, 동부의 패왕이 되어 천하삼분이 가능하다!
하지만 로젠바움은 그의 예상에서 심각하게 벗어났다.
‘이 새끼는 미친놈인가?’
도대체 뭘 믿고 이다지도 큰소리를 친단 말인가?
프랑스, 이탈리아, 폴란드에게 삼면으로 포위당한 채 전쟁을 해보겠다고?
소련의 참전을 믿고 있다고 보기엔 뭔가 이상하다. 소련군은 폴란드에게도 콧대가 뭉개진 약골들 아닌가.
설사 소련이 폴란드를 물리친다 하더라도, 그때쯤이면 독일 본토가 프랑스-이탈리아 연합군에 의해 짓밟힌 뒤일 터. 소련은 결국 독일을 당장 구해줄 수 없는 포지션이었다.
무솔리니와 이탈리아군이 아무리 시뮬레이션을 구상해 보더라도 독일이 딱히 비벼볼 여지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로젠바움은 단 한 번의 브레이크도 없이 그대로 광기의 엔진에 시동을 걸었다.
보다 못한 무솔리니 그 자신이 대놓고 전쟁 협박까지 내질렀는데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니가 먼저 선전포고한 거다?’라며 더더욱 망동을 서슴지 않았다.
여기서.
무솔리니의 위험 탐지 감각이 분주히 일을 하기 시작했다.
‘믿는 뒷배가 있는 게 아니라면 저토록 배짱을 부릴 이유가 있나?’
‘프랑스 하나를 막기에도 버거울 텐데, 삼면전선에 처한 주제에 저토록 막나가는 짓을 한다고? 전쟁을?’
1936년 지금.
전 유럽인이 공유하는 단 한 가지.
그것은 바로 전쟁에 대한 공포였다.
공포 마케팅을 통해 그동안 알차게 이거저거 뜯어먹어 왔던 무솔리니조차도, ‘두 번째 세계대전’이라는 글자가 머릿속에서 아른아른거리자 급속도로 머리가 식고 정신이 맑아지매 그 어느 때보다 신속하게 두뇌가 회전하기 시작했다.
Q. 도대체 이 미치광이 독재자는 무슨 깡으로 저러는가?
A. 믿는 게 있으니까.
‘영국! 이 만고에 도움 안 되는 섬나라 해적놈들이!!’
틀림없다.
영국과 이면 협상을 했음이 틀림없다! 이것밖에 없다!
최근 뜨뜻미지근한 영국의 움직임, 그리고 이게 협상을 하러 온 건지 요양원에 입소한 건지 구분이 가지 않을 만큼 맥없는 영국 총리의 태도.
영국이 친독으로 선회했다고 가정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프랑스와도 수틀리면 한판 붙겠다고 으르렁대는 이유? 영국이 벨기에 고속도로 톨게이트 문을 활짝 열어줄 테니까. 그리고 해상 봉쇄만 없다면 충분히 해볼만하다고 생각할 테니까!
그렇다.
이것 외엔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는다.
설마 미쳐버린 독재자가 패배가 기정사실과도 같은 전쟁을 일으키려고 할까? 설마 프랑스가 갑자기 이랏샤이마세 하면서 대문을 활짝 열고 6주 만에 항복하기라도 할까? 설마 폴란드가 어어 하는 순간 한 달 만에 반으로 갈라져 죽고 독일군과 소련군이 바르샤바 어드메에서 만나 악수라도 할까?
유감스럽게도 두체에겐 미래 지식도 미래 귀신도 없었기 때문에, 21세기 벼랑 끝 광기를 충분히 학습한 로젠바움이 아무런 뒷배도 없이 ‘쫄리면 뒤지시고’ 식 막장 올인성 베팅을 걸고 있다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기다렸다는 듯 자리를 박차고 ‘니가 선전포고한 거다?’라고 못을 박으려는 로젠바움의 모습을 보며, 베지밀 마카로니 씨의 망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없이 커져만 갔다.
‘어쩐지. 영국 놈들이 그토록 우리 이탈리아를 괄시하던 이유가 모두 설명되었다. 놈들은 우릴 견제하고 있는 게야! 대 로마제국의 영광이 실현되면 지중해에서 축출당하고 수에즈를 빼앗길까 봐 겁이 난 게지! 에에잉, 빌어먹을 영국인들!’
거기에까지 판단이 이른 두체는 마침내 퇴각을 결단했다.
이 제네바 회담 자체가 사악한 혐성맨 괴도 브리튼의 완전범죄 밀실에 불과했다면, 이곳에 있는 것 자체가 사자 아가리에 발을 들이민 셈 아닌가.
일단 로젠바움에게 평화가 어쩌고 하면서 물러나온 뒤, 무솔리니는 곧장 부하들을 닦달해 프랑스인들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혹시 이탈리아에선 그런 농담을 합니까?”
“아니! 내 말을 좀 들어 보라니까!”
블룸을 위시한 프랑스 협상단은 무솔리니가 목 놓아 부르짖어도 뜨뜻미지근하기 그지없었다.
프랑스인들이라 해서 머리를 모자걸이용으로만 사용하지는 않는다.
프랑스의 스파이들은 무솔리니가 전쟁을 획책할지도 모른다는 첩보를 지급으로 보내왔고, 두 번째 대전쟁이 터진다면 또다시 프랑스만 탱커가 되어 가장 앞에서 피를 흘려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지도 않았다.
그리고 블룸 총리가 로젠바움과 직접 회동하면서 이러한 의심은 확신으로 굳어졌다.
“무솔리니는 명백히 전쟁을 도발했습니다. 꼬우면 붙자고 하지 뭡니까?”
“단순한 블러프 아니겠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제가 양보할 수 있는 최대한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두체는 명백히 오스트리아에서 모든 것을 포기하든가 아니면 전쟁을 하든가를 택일하라고 윽박질렀습니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옆집 조원이 갑자기 남의 집문서를 들고 가서 보증을 받으려는 이 기괴막측한 행태에 프랑스인들은 넌더리를 내고 말았다.
“독일의 제안이 합리적이라면 저희 또한 이 무의미한 전쟁위기에서 평화적 해결책을 찾고 싶습니다.”
“거리로 뛰쳐나온 모든 오스트리아인들을 처벌하지 않고, 민족혁명당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는 않되 지하활동을 탄압하지 않으며, 오스트리아인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돌푸스를 다른 인물로 교체하는 선에서 매듭짓는 게 어떻겠습니까?”
“역시 로젠바움 총통께선 합리적이로군요.”
프랑스와 독일이 거래 성사의 악수를 나누며 무솔리니, 그리고 돌푸스의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웬 미국인 이혼녀에게 미쳐 맛이 가버린 국왕에게 너무 시달린 나머지 총리고 나발이고 다 때려치우고 싶어진 영국의 볼드윈 또한 아무튼 협상이 평화적으로 매듭지어진단 소리에 얼른 물개박수를 치며 ‘문명인다운 결과’를 진심으로 축하했다.
“누구 맘대로! 우리 이탈리아는 결코 동의하지 않소!”
“······.”
“······.”
“유럽의 평화가 찾아온 것에 감사하며, 우리 또한 동의하는 바요.”
끝났다.
초조하게 회담 결과만을 기다리던 돌푸스는 ‘이대로 귀국하지 마시고 남미로 떠나시면 됩니다.’라는 축객령을 듣고 절망에 빠졌다.
모두가 행복해졌다.
몇 명 빼고.
잔뜩 똥 씹은 표정이 된 두체를 놀리고 싶어졌는지, 아르민은 기념 촬영 때 슬며시 무솔리니에게 다가가 귀엣말을 했다.
“두체의 영단에 감사드립니다.”
“···고맙게 여기시오. 내 특별히 이번엔 양보해 줬으니.”
“이제 그만 이탈리아도 로젠바움주의야말로 세계를 선도할 이념이라는 걸 인정하시면 어떻겠습니까? 전 세계가 제 손가락만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스페인의 동지들 또한 조만간 승리해 로젠바움주의의 원대한 이상에 합류하겠지요.
두체. 진심을 다해 조언하건대, 국민들을 고통스럽게 하지 마시고 그만 민생에 집중하시지요.”
“참견하지 마시고 카메라나 바라보시길.”
무솔리니는 억지로 표정을 관리하면서도 얼른 위엄찬 각도를 잡았다.
‘스페인을 내줄까보냐? 독일군은 그 어떤 주목도 받지 못하게 해주마.’
이탈리아의 스페인 내전 파병 규모가 두 배로 불어나는 순간이었다.
***
쫄았다.
진짜 여기서 전쟁이 터졌다면 나는 침착하게 어떤 자세로 머리에 권총을 쏴야 가장 덜 아플지를 고민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전쟁을 원하던 두체는 정작 본인의 군대 태반을 저 머나먼 에티오피아에 두고 왔다.
그 군대가 돌아오기까지 너끈히 반년에서 일 년은 걸릴 게 분명하고, 그냥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게릴라를 막기 위해 일부는 주둔시켜야만 한다. 중장비는 다 들고 올까, 아니면 몸만 올까? 소비한 탄약과 물자는 어디서 어떻게 보충할까?
도대체 왜 갑자기 쭈구리가 됐는지는 도무지 알 수 없지만, 사실 딱히 이상한 일도 아니다.
– 원래 독재자라는 종족만큼 평화를 사랑하는 놈들이 없거든.
레벤스라움 같은 종교적 광신으로 미친 놈조차, 막상 까보면 ‘전쟁 안 하면 나라가 파산해서’라는 지극히 실리적인 이유 때문에 전쟁을 일으켰다.
하물며 지금 15년째 군림하고 있는 두체는? 에티오피아나 알바니아 같은 만만한 나라 쥐어박는 일에나 열심이지, 정말 열강 대 열강이 목숨을 건 총력전 같은 걸 벌이면 본인 인생도 끝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터.
패배하면 대롱대롱 엔딩.
승리해도 경제가 망가지면 역시나 실각.
승전하고 경제도 살렸다 치면 전쟁에서 무훈을 떨친 전쟁영웅이 실적과 인지도를 바탕으로 힘을 키워 정권에 도전.
당장 무솔리니는 자신의 충신이던 이탈로 발보(Italo Balbo)가 명성을 떨치자 그때부터 미친 듯이 견제하기 시작했다. 누구보다 체제 유지에 집착한단 소리지.
– 꼭 남일인 것처럼 이야기한다?
남일이지.
꼬우면 무솔리니도 미래를 알았으면 될 일 아닌가. 본인이 미래를 몰라서 생긴 일을 왜 나한테 따져.
이제 남미행 여객선에 타고 있을 돌푸스의 경우, 약소국의 독재자였다는 게 문제였다. 중남미 바나나 공화국의 독재자들이 언제든지 성조기 모자를 쓴 엉클 샘에게 교체당하는 것과 거의 비슷한 원리.
무솔리니는 집권한 지 대강 15년쯤 됐으니 슬슬 ‘저 새끼 그동안 뭐 했지?’라는 소리가 나올 법한 시즌. 에티오피아 합병이니 뭐니 난리를 치는 것도 결국은 흔해빠진 치적 쌓기의 일환이다.
그런데 나는?
존재 자체가 업적덩어리 아닌가.
정치 따위 하지 않아도 위인전과 평전을 기대할 수 있을 만한 역사적 인물. 로젠바움주의의 개파조사. 집권 후에도 끝없는 연전연승.
나와 비슷한 커리어를 내세우려면 혈강시가 되어 부활의 날만을 기다리고 있는 마교 개파조사 레닌쯤은 되어야 한다. 어쩌다 운 좋아서 정권 날로 처먹은 두체와는 비교가 안 되지.
이제 ‘로젠바움주의 의용군’을 스페인에 파병해 실전 데이터를 축적하고, 차분히 군비 증강만 하면서 결전의 그 날을 기다리면 된다.
문제는 언제, 어떻게 두 번째 세계대전을 여느냐··· 인데.
쫄린다.
이길 수 있을지 없을지 전혀 짐작이 가지 않는다.
그냥 히틀러처럼 경제고 나발이고 다 포기하고 오직 군수 올인을 해야 했나? 피의 융커 대숙청을 좀 살살해야 했나?
나는 집무실에 걸린 거대한 유럽 전도를 응시했다.
‘평화의 수호자’ 같은 타이틀을 얻었으니, 이 타이틀을 기반으로 다음 수를 둬야 하는데.
“슈미트 있나?”
“예, 각하.”
“리벤트로프 그 친구는 좀 자중하고 있나?”
“예. 이제 슬슬 용서해주셔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그럼 일 하나를 맡기자고.”
역시 남 엿먹이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재밌단 말이야. 그렇지?
– 인성파탄자 새끼.
어허. 인권지킴이라고 해주세요.
“폴란드 내 유대인 인권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라고 하게.”
“네?”
“무자비하고 억압적인 폴란드 정부에 의해 유린당하고 있는 유대인들의 처우에 관해 논평하라고 지시하게.”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에 어처구니가 사라질 폴란드 친구들.
그들을 위해 건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