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141)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141화(141/246)
전초전 (2)
내 뒤에 붙은 귀신이 말해주길, 21세기엔 자유무역협정이라는 게 유행한다고 들었다. 아무튼 이걸 체결하고 국경을 활짝 열면 상호간에 이득이 된다고.
하지만 지금은 1936년.
범석이 가라사대 야만의 시대, 내가 자평하자면 낭만의 시대쯤 되겠다.
– 낭만은 지랄. 제네바에서 회담이랍시고 한 것만 봐봐라. 거기에 낭만이 어딨어? 구마적이랑 김두한이 우미관 부동산 등기치는 것도 니네 입씨름한 것보단 낭만 있겠다.
그놈의 야인시대는 몇 번을 우려먹는 거야.
– 너희가 딱 그 수준이니까! 너희가 건달패가 아니라 국가 지도자라는 게 너무 부끄럽다. 보는 내가 얼굴이 다 화끈화끈해지더라···.
그건 마카로니가 잘못한 거야. 마시멜로이니의 수준에 맞춰서 올바른 외교를 한 것뿐이라고.
각설하고.
제네바 회담에 참여한 모든 나라가 저마다의 사유로 ‘우리가 이겼다’를 외치는 마당이니 서로 찝찝할 수밖에 없고, 특히나 몇 번씩이나 서로 총칼을 맞댔던 독일과 이탈리아는 더더욱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
스페인을 배경으로 아예 대리전이라도 거하게 벌여서 이탈리아인들의 피로 샤워를 한다면 차라리 정리가 될지도 모른다.
근데 또 스페인 내전에선 두 곳··· 같은 편이다.
‘어쩔 수 없군. 이번만 임시동맹이다!’
‘난 아직 너희들을 용서하지 않았다고!’
이렇게 꽤나 위험한 조합이 탄생한다면 스페인 내전은 순식간에 끝나고 새로운 파시스트 국가가 등장하겠지만.
– 전혀 그럴 생각 없잖아.
그럼, 당연하고말고.
현재 치적이 급한 건 나보다는 우리 바니바니 말랑말랑 씨고, 세계적인 존재감이 증발하고 있는 것 또한 나보다는 그놈. 스페인과 거의 연관이 없는 우리와 달리 이탈리아는 로마제국의 부활을 천명했으니 사안의 중대성 또한 그쪽이 더 크다.
– 이제 사람 이름에서 남은 게 ‘ㅂ’이랑 ‘ㅁ’밖에 없는데?
그 정도 남겨줬으면 많이 남겨준 거지.
이 모든 상황이 조합된 결과, 내가 소소하게 몇천 명 좀 보낼까 생각하고 있는 것과 달리 이탈리아는 너끈히 군단급 편성을 하게 되었다. 저놈들은 정말 기회만 된다면 스페인을 괴뢰화하고도 남을 놈들이다. 무솔리니가 처먹기에 스페인이 너무 덩치가 크다는 건 차치하고서라도.
범석아. 여기서 나오는 결론이 뭘까?
– 네가 남의 나라 내전에서 피 빨아먹는 악마 같은 짓을 하고 싶어 한다는 거?
대머리 문어가 뾰로통하게 대답했다. 조선 자치령이 선포되고 나서 요즘 사사건건 띠꺼움을 표출하는 아저씨였다.
– 그럼 내가 마음이 편하겠냐!
걱정 마. 걱정 마. 다 잘될 거라니까. 피에 굶주린 엉클 샘 루즈벨트가 이놈 하면서 망태할아버지처럼 일본을 망태기에 넣어버리고 나면 어차피 아시아는 재편되게 되어 있어. 매국노? 걔들 중 몇 명이나 살아남을까?
아무튼, 너무 거하게 빨아먹을 순 없다. 나는 그냥··· 군대를 움직이는 만큼 그 전비만 딱 회수하고 싶을 뿐이다.
– 그래. 내전 당사자 한쪽엔 군대를 빌려주면서 반대쪽에 무기를 팔아먹으면 참 잘도 무사히 넘어가겠다. 어쩌려고 그래? 그게 가능하긴 해?
평범하겐 불가능하지.
하지만 우리에겐 <자유무역협정>이 있지 않나.
– 그게 갑자기 여기서 왜 나와.
자유무역협정의 원리는 간단하다. 협정을 체결한 나라끼리는 관세를 파격적으로 깎아주는 것이다.
자. 독일에서 체코로 자동차를 판다고 가정해 보자. 다른 나라 자동차는 관세가 적용되지만, 독일제 차량은 무관세로 팔 수 있다.
– 그런데?
근데 이 차량이라는 게 참 애매모호하지 않냐.
다음 중 무관세 혜택을 볼 수 있는 건 어떤 차량일까요?
1. 독일인이 독일 공장에서 만든 차량.
2. 독일인이 독일 공장에서 만들었지만, 엔진만 외국에서 수입해 온 차량.
3. 독일인이 독일 공장에서 만들었지만, 이 회사의 대주주가 독일이 아닌 미국 기업인 경우.
4. 거의 모든 부품을 외국에서 수입해 오고 조립만 독일에서 한 차량.
5. 독일 회사가 외국 차를 수입해 와서 택만 갈아 붙인 뒤 체코에 재수출할 경우.
– 뭐, 뭐 이리 경우의 수가 많아?
무슨 소리야. 고작 보기 다섯 개만 줬는데. 실제 업계에선 훨씬 더 버라이어티한 경우가 많다.
결국 자유무역협정의 핵심은 관세를 낮추는 것 그 자체보단, 무엇을 ‘자국산’이라고 정의하느냐에 달려 있다. 외국의 기업가들은 병신이 아니고, 어떻게든 관세 혜택을 받기 위해 눈알이 시뻘게져 있다고.
– 그래. 뭐. 대충 이해했다. 이제 이거랑 스페인 내전의 관계를 말해줘야지.
여기까지 말해줬는데도 눈치채지 못하다니. 이래서 평생 짬밥만 먹은 사람들이 사기를 잘 당하는 거구나. 우리 범석이, 인생 마지막에 너무 많이 사기를 당하고 죽을 때조차 사기 계약으로 독약 먹고 죽은-
– 너 진짜 죽는다.
이러다 새벽에 범석이가 내 몸을 뺏어서 머리에 총을 쏠 것 같다. 그만 놀려야겠다.
결론.
지금 치장창고에 그득그득 쌓여 있는 구형 무기와 탄약들을 모조리 체코에 <수출>해버리겠단 뜻이지.
– 아···?
스페인 공화정부를 지지하는 새빨간 체코인들이 그걸 사들여서 공화정부에 팔든 말든 내가 그걸 어떻게 일일이 확인하고 있겠나? 우린 아무 잘못이 없다. 모든 건 다 돈에 미친 체코 놈들 탓이지 우리 독일과는 어떠한 연관도 없다!
범석이는 할 말을 잃었는지 멍해졌다. 아니, 이건 기본 스킬이잖아.
– 이게 뭐가 기본 스킬이야!
아니. 이거 너네 나라가 했던 일이잖아. 미국 형님이 대한민국에 신형 탱크를 팔아주고, 대한민국은 갑자기 저 머나먼 중동 땅 이스라엘에 구형 탱크를 팔아먹던 게 설마 우연의 일치로 보여?
사람은 무릇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야 하는 법.
미래 역사에서 교훈을 얻는 이 아르민 로젠바움은 두 배로 똑똑할 수밖에 없다. 대체 내가 못 가진 건 뭐가 있단 말인가.
– 글쎄··· 화목한 가정?
너 진짜 나빴다.
심보 고약한 대머리 귀신이랑은 안 논다. 꺼져. 오늘은 에르나랑 시간을 보내야겠다.
– 오토 극동 보낸 뒤로 밥도 안 차려주잖아. 불쌍한 놈.
빌어먹을.
꽃이라도 사가야 하나.
***
1936년 7월.
스페인 전역에서 발생한 쿠데타를 시작으로 스페인 내전의 피비린내 나는 막이 올랐다.
스페인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는 바로 바다 건너 식민지, 스페인령 모로코에 주둔한 스페인 아프리카 군단이었고, 이 군대가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 본토로 얼마나 빠르게 수송될 수 있느냐는 내전의 향방을 결정 지을 막중한 요소였다.
“수송기가 필요하다고 하셨지요? 바로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세계 항공기 시장의 큰손인 로젠바움사의 아르헨티나 지사는 갑자기 생긴 수십 대의 수송기 재고를 독일 본사로 보내려고 했지만, 여러 가지 복잡한 사정으로 인해 이 수송기들은 모로코에 하역되고 말았다.
그리고 독일에서 자발적으로 건너온 파일럿들은 이 수송기를 타고 아프리카 군단을 신속 정확하게 배달해주었다. 정말이지 너무나도 기가 막힌 완벽한 우연이었다.
***
1936년 말, 제네바 회담으로 오스트리아에서의 전쟁 위기가 완전히 종결된 뒤.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열강의 다국적 함대는 <중립 유지 및 군수물자 수출 금지 협약 감시>라는 명분하에 스페인 앞바다로 튀어나왔다.
당연한 말이지만, 독일과 이탈리아 해군은 목적이 달랐다.
최선을 다해 파시스트 일당들에게 군수물자를 밀수하고, 이를 막기 위해 덤벼드는 공화국 해군을 으깨버리는 것이 이들의 목표.
심지어 영국과 프랑스조차 이 두 나라의 전혀 중립 같지 않은 중립을 못 본 체했다. 빨갱이가 싫은 건 영프도 매한가지일뿐더러, 기껏 전쟁 위기를 봉합했는데 긁어부스럼 만들고픈 미치광이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침내.
날림공사의 결정체, <아르미니우스>급 전함의 초도함인 전함 아르미니우스가 스페인 앞바다에 그 우아한 자태를 드러냈다.
“으아아아!!”
“엔진이! 엔진이 또 맛이 갔습니다!”
“이 빌어먹을 배를 끌고 나오는 게 아니었습니다!”
“시끄럽다! 불경죄로 총살당하고 싶으냐!”
거대한 덩치.
반면 덩치값을 전혀 하지 못하는 아담한 11인치 주포.
그리고.
끝없는 잔고장.
대독일의 자랑거리, 국민성금으로 만든 민족의 자존심 아르미니우스의 수병과 장교들은 날이면 날마다 이 끔찍한 함선 사방팔방에서 일어나는 트러블과 싸우며, 폼 한번 좀 잡아보겠답시고 아직 시험항행이나 해야 할 배를 실전에 처넣은 레더 제독과 그 휘하 졸개들을 저주했다.
“주포는 훗날 16인치로 교체할 예정이라고 하지만··· 이래서야 전력으로서의 의미가 있나?”
“벌써 유령선이라고 놀림받고 있습니다.”
“아르미니우스가 아니라 뗏모기우스 소리도 듣는데···.”
“괜찮다. 조금 거칠게 테스트 중이라고 생각하면 돼. 본국으로 돌아가면 할 일이 많겠군.”
예산에 미친 남자 레더의 야망이 총통의 분노 가득한 쪼인트 킥으로 마무리될 무렵.
<콘도르 군단>이라는 이름의 독일 자원병 부대 또한 스페인 땅에 도착했다.
총통의 총애를 받는 동시에 독일의 자랑이기도 한 공군, 루프트바페는 가장 먼저 스페인에 투입되었다. 공군 다 해먹기로 유명한 리히트호펜의 일족이 파병될 정도니 얼마나 이번 작전에 심혈을 기울이는지 알 법도 했다.
이들의 목표는 적기와의 교전 그 자체.
다급해진 공화파는 시장에 나와 있는 전투기 매물이란 매물은 모조리 사모으고 있었고, 미제, 영국제, 프랑스제, 소련제 할 것 없이 공화파 공군은 그야말로 만물상과 같았다.
그리고 상공에서는 무자비한 학살이 일어났다.
기체의 성능 차이 때문이 아니다.
이건 그냥 조종사들의 기량 문제였다.
로젠바움 집권 전, 무려 대전쟁 시절부터 내려져 온 파일럿 육성 노하우를 집대성한 것이 바로 독일 공군. 스페인의 얼치기들이 생전 처음 모는 기종의 기체로 상대하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잔인한 일이었다.
그리고 육군.
“스페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발터 모델 소장입니다. 여기는 훈련을 전담할 파울루스 참모장입니다.”
“프리드리히 파울루스 대령입니다.”
독일 육군의 이번 작전 목표는 명확했다.
시베리아에서 갈고닦은 기갑 전술이 얼마나 실전에서도 유의미한지 확인하는 것.
육군 상당수는 직접적인 전투보다는 이들 로젠바움주의 동지들을 훈련시키기 위한 교관 역할을 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로젠바움 총통이 애지중지하며 그 무엇보다 중요시한 전차 부대만큼은 모델이 직접 지휘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모델에겐 개인적인 욕구도 있었다.
‘또 시베리아 가긴 싫다.’
너무 춥고 괴로웠다.
차라리 군복을 벗으면 벗었지, 시베리아는 이제 사양이었다. 그곳이 출셋길이라고 해도 한 번 다녀왔으면 됐지 두 번은 아니다.
물론 모델은 ‘너 자신을 알라’라는 격언에 맞게 자신을 잘 알았다. 만약 회귀를 해서 총통과의 접견 때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모델 본인은 똑같이 말했을 게 분명하다. 파멸을 즐기는 취향은 아니니 말투나 어조는 조금 바꿨겠지만.
그리고 이들 육군과는 동행하긴 했지만 전혀 다른 목적과 임무를 띤 민간인들도 있었다.
“저분들은 누구십니까? 여자도 있는데?”
“영화사 직원들입니다.”
“영화사요?”
“안녕하세요. 저는 레니 리펜슈탈(Helene Bertha Amalie ‘Leni’ Riefenstahl)이라고 합니다. 영화 제작자··· 입니다.”
스페인인들은 전쟁터와는 눈곱만큼도 어울리지 않는 여자를 보며 당혹스러워했다.
하지만 그건 리펜슈탈 또한 매한가지.
“영화라. 혹시 대표작이 무엇인지요?”
“<푸른 빛>이 제 대표작이지만··· <아르민 카사노바 씨의 화려한 인생>으로 더 유명합니다.”
“딸꾹.”
모델의 딸꾹 소리를 못 들은 체하며 그녀는 스페인 군인들의 먼지 가득한 손을 붙잡았다.
끝내주는 선전 영화를 만들어 영화계에 우뚝 서든가.
아니면 그녀의 열성팬, 팬클럽 회장인 아돌프 히틀러 씨 옆방에 투옥되든가.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