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144)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144화(144/246)
전초전 (5)
민족혁명주의.
일명 로젠바움주의
틀림없이 그 시작은 독일판 짝퉁 파시즘이었다.
하지만 미래를 아는 덤 앤 더머 콤비는 파시즘과 나치즘이 이데올로기적으로 유지력도 부족하고 증오만을 내뿜는 방사성 폐기물이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이해하고 있었고, 당시 한창 기세를 올리고 있던 칫솔수염에 맞서려면 ‘나치즘 비슷한 것’보다는 ‘나치즘과 대비되는 것’을 어필해야 한다고 확신했다.
그래서 세상을 풍미할 이념 중 맛있어 보이는 토핑은 이것저것 다 때려부었다.
그 결과.
좌익의 냄새가 진동하지만 공산혁명과는 다른 <민족혁명>이라는 제3의 길이 탄생했다.
“공산주의는 싫다. 하지만 지금 이 나라엔 수술이 필요하다.”
“이 나라의 암적 존재들을 단박에 적출해버릴 칼. 그건 오직 민족혁명! 로젠바움주의뿐이다!”
“공산주의자들을 혐오한다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로젠바움주의자마저 혐오한다면 넌 그냥 이기적인 기득권층에 불과하다.”
“이것도 저것도 싫고 지금이 가장 좋다? 그야말로 중세 귀족들이나 했을 법한 대사 아닌가!”
다만, 원 역사의 파시즘과 로젠바움주의는 다소 어필하는 계층에 차이가 있었다.
공산주의가 제창하는 ‘민족은 허구다’에 동의하지 못하는 이들.
마찬가지로 공산주의의 유명한 격언인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란 말을 소름 끼쳐 하는 기독교인들.
민주주의가 선이라고 믿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지도자의 ‘일시적’ 집권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
누가 봐도 새빨간 좌익이지만, 크렘린과 코민테른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
식민지배와 제국주의가 도덕적으로건, 혹은 실리적으로건 문제가 많다고 여기는 이들.
급진적인 사회개혁을 원하지만 공산 혁명은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자들.
이 시대 사람들이라 해서 전부 유색인종을 말하는 짐승으로 여기거나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만 있지는 않다.
그들은 미래에서부터 내려온 이 놀라운 사상을 새로운 성경으로 받아들였고.
“민주주의적 절차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민족혁명을 달성할 수는 있다. 이론상으로는.”
“다들 착각하지만, 로젠바움주의는 독재를 합리화하는 이념이 아닙니다. 당장 로젠바움 본인조차 선거를 통해 집권한 인물이에요. 그는 독일 국민들의 희망을 등에 업고 대통령이 되었고, 독일민족혁명당은 독일 역사상 최초로 과반 의석을 달성한 집권 여당이 되었습니다.”
“로젠바움이 총통이 된 것 자체가 이론과 현실의 괴리를 명백하게 보여줍니다. 기득권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자들은 두 차례의 쿠데타와 내전이라는 극단적인 수단까지 동원해 가며 민족혁명을 저지하려 했고, 패전국이라는 독일의 특수성까지 겹쳐서 결국 개혁을 위해서는 일시적인 <권력 집중>이 필수불가결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따라서, 로젠바움주의가 제창하는 민족혁명을 달성하는 데 독재가 반드시 필수적이진 않습니다. 사회 기득권층이 개혁에 동의한다면 구태여 강력한 지도력으로 모든 반발을 물리칠 필요가 없으니까요.”
당연히 국가와 처지에 따라 제각기 그 해석 또한 달라졌다.
스멀스멀.
아주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설탕 섞은 검은물이 세계 모든 곳으로 퍼져나갔다.
***
오대양 육대주를 지배하는 나라, 대영제국.
그 심장 런던.
“민족혁명주의는 현실에 안주해 나태해져 가는 우리 노동당에 경종을 울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은행 국유화법 하나 통과시키지 못하고 빌빌댈 때, 독일인들은 모든 면에서 복지를 탄탄히 갖추고 국민을 따뜻이 품는 나라를 건설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수치심을 가져야 합니다! 노동당은 바뀌어야 합니다! 저 민족혁명당처럼!”
“지랄 좀 작작 해라!”
“그렇게 독재가 좋으면 독일로 가버려!”
영국 노동당은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었다.
사상의 선명함으로 따지자면 공산당에게 밀렸고, 노동당이 노동자와 서민을 대변했냐고 하면 정작 통과시킨 정책이 별로 없다. 조만간 새 총리가 될 것으로 유력해 보이는 체임벌린이 복지부 장관 시절 시행한 복지정책이 더 많을 판이었다.
육아수당, 무상교육, 실업급여 등 21세기 기준으로 봐도 화려하기 그지없는 이 일곱 빛깔 총천연색 복지 정책들을 시행한 결과 독일의 재정상황은 절벽을 향해 칙칙폭폭 달려나가고 있었지만 그걸 영국인들이 무슨 수로 알겠는가.
구태의연해진 당이 바뀌어야 한다고 믿는 이들은 이제 공공연히 민족혁명주의 노선을 채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이런 노동당의 혼란은 쉽사리 가라앉을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한편.
“독일의 음모가 만천하에 공표되었습니다. 저들은 우리 식민 제국의 해체를 원합니다!”
“정말 인도 전역이 폭도들로 가득 차길 원하는 건가, 로젠바움은?”
“이번에도 독일 외무부는 ‘개인의 의견’이라고 꼬리를 자르고 있습니다.”
집권 보수당은 독일에 대한 경계를 한 단계 올렸다.
불행 중 다행히도 기이하리만치 독일에 우호적이던 국왕 에드워드 8세는 미국인 이혼녀와 결혼하기 위해 왕위를 집어던졌고, 적어도 국가의 수장이 친독 매국노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하게 되었다.
그리고 한 사람.
“내가 누누이 경고했잖소. 로젠바움은 반드시 복수하리라고.”
마침내 기나긴 인고의 시간을 딛고.
윈스턴 처칠이 부활했다.
“귀를 후비고 똑똑히들 들으시오. 예나 지금이나 독일인의 목표는 단 하나, 유럽 패권! 그리고 세계 정복! 이것밖에 없어요! 그들이 꿈꾸는 ‘마스에서 메멜까지’를 달성하려면 결국 세계를 불태워야만 한다고!”
“독일이 패권을 추구한다는 건 지나친 비약입니다. 아무리 폭넓게 해석한다 한들 그들이 꿈꾸는 건 경제적 패권에 지나지 않아요.”
“멍청한 사람들 같으니. 그럴 거였으면 저토록 일관되게 인권이니 뭐니 떠들지도 않지! 저들은 패배에서 배웠소. 드넓은 배후 식민지가 있어서 우리가 승리했다고 깨달았고, 식민지 폭동을 사주해 우리와 프랑스의 손발을 묶으려 하는 게 명백하잖소!”
처칠은 유화 정책 따위 다 집어치우고 지금 당장 독일을 압박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시간이 없습니다. 독일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군비를 확충하고 있습니다. 우리와 프랑스의 재무장이 완료되진 않았지만 독일의 군비 증강이 정점에 이를··· 3년 뒤. 늦어도 3년 뒤면 독일은 이빨을 들이밀 겁니다.”
“그래서 당신은 지금 뭘 어쩌잔 겁니까.”
“프랑스, 폴란드, 이탈리아와 상호방위협정을 체결해야 합니다. 그다음은 독일이 재무장을 멈추지 않으면 베르사유 조약 위반을 명분으로 실력행사에 나서야 합니다.”
“미쳤군 미쳤어!”
“친애하는 윈스턴. 지금 당신 무슨 말을 지껄이고 있는지 아시오? 유럽에 다시 한번 전쟁을 일으키자고 떠들고 있어!”
“전쟁은 우리가 일으키는 게 아닙니다. 독일 놈들이 일으키는 것이지!”
하지만 처칠의 초강경론은 그다지 큰 지지를 얻진 못했다.
“군사적으로 독일을 저지하려면 이탈리아와도 손잡아야 한다는 말은 틀리지 않다. 하지만 군사적으로 독일을 저지해야만 한다는 건 처칠만의 주장에 불과하다.”
“신민들에게 독일이 위협적이니 다시 한번 참호로 들어가서 제리를 죽여달라고 말하라고? 세금도 올리고?”
“그냥 내 입에 권총을 넣고 쏘면 안 될까? 어차피 시민들이 몰려와서 우릴 쏴 죽일 텐데 중간 절차 좀 생략합시다. 처칠 씨도 중간 절차를 생략하고 전쟁하려고 하잖소?”
무엇보다도 국민감정은 반독보다 반이탈리아 감정이 훨씬 컸고, ‘거악 독일을 막기 위해 소악 이탈리아는 눈감아줘야 한다’라는 주장은 정치인들이 수용하기엔 너무나도 극단적이었다.
영국이 이 지경이었으니.
프랑스는 말할 것도 없었다.
“우린 더 많은 것을 원한다!!”
“우리는 빵과 일자리를 원한다!!”
“추악한 정부는 무솔리니와의 야합을 즉각 중단하라!”
“두체랑 붙어먹으라고 너네 뽑은 줄 아냐, 이 개자식들아!”
물론 프랑스의 좌우 대립은 다른 나라의 상상을 초월하는 만큼, 이들을 때려죽이려는 우익 또한 곳곳에서 유혈사태를 일으켰다.
“우리도 독일이나 스페인처럼 한 판 붙는 게 속 시원할 것 같은데.”
“성 바르톨로메오 축일에 종이 뎅그렁 울리면 빨갱이를 전부 찢어죽인다? 그거 끝내주는구만.”
“로젠바움이 영걸은 영걸이야. 정적을 싹 죽이니까 나라가 평안해졌잖아.”
결국 핵심은 똑같았다.
민주주의에 대한 회의감.
한편.
대서양 건너 신대륙은 조금 상황이 다르게 전개되고 있었다.
***
1937년 1월 20일.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생애 두 번째로 대통령 취임 선서를 읊었다.
그는 역사에 기록될 압도적인 스코어로 공화당을 깨부쉈고, 뉴딜 정책은 다시금 추진력을 얻었다.
그리고 몇 달 뒤.
루즈벨트는 역사에 <검역(Quarantine) 연설>이라 기록될 연설을 했다.
“우리나라 곳곳엔 농장과 공장이 흥하고, 철도는 분주히 움직이며, 우리의 널따란 땅엔 행복, 안전, 평화가 가득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 모습을 보며 우리의 평화와는 대조되는 세계의 다른 지역을 떠올리고 말았습니다.”
“최근의 세계 정세는 평화롭고 화목하게 이웃과 함께하려는 모든 국가와 민족들에게 심각한 불안감을 가져다주고 있습니다.”
“전 인류가 앞으로 평화가 가득하길 바랐습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다시금 공포의 시대가 도래하고 말았습니다. 타국의 내정에 간섭하고, 조약을 위반하며, 외국을 침략합니다. 이제 인류 문명의 근간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법, 질서, 그리고 정의가 말살되고 있습니다.”
“선량한 90%의 세계 인구가 나머지 10%의 손에 평화를 위협받고 있습니다. 우리가 평화롭게 지내길 원하려면, 우리 이웃의 평화 또한 지켜져야만 합니다. 우리는 혼자 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전염병이 퍼지면 환자를 격리시키듯, 세계의 안보를 위해서는 국제 사회의 무법자를 격리시켜야만 합니다. 전쟁은 전염되며, 온 세상에 신뢰와 안전이 사라진다면 우리 미합중국 또한 위험해집니다.”
그는 결코 <무법 국가>가 어느 나라인지를 명백히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역사적 대선 승리 이후 그 힘과 권세가 절정에 이른 휠체어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은 눈곱만큼도 그에게 호응해주지 않았다.
“대통령이 전쟁에 끼어들려고 한다!”
“고립! 결코 다시 고립!”
“윌슨의 망령이 부활했다! 백악관의 윌슨 귀신이 루즈벨트에게 붙었다!”
“민주당 대통령은 선거에서 이기고 나면 전쟁을 일으킵니다! 여러분, 공화당을 뽑아주십시오!!”
“각하. 빨리 오해라고 한마디 해주십시오. 이러다 다음 선거에서 우리 좆되게 생겼잖습니까!”
“우리 시민들이라지만 가끔 정말 정나미 떨어질 때가 있다니까.”
천하의 루즈벨트조차 그 어떤 때보다 크나큰 정치적인 패배를 인정해야만 했다. 재선된 지 반년도 채 되지 않은 대통령이 불타는 여론 앞에 꺾여 ‘제 말뜻은 그게 아니고’를 하고 말았다.
“다들 미쳤어. 중국이 침략당하고 있고 파쇼들이 대놓고 내전에 끼어들고 있다고. 옆집에서 사람이 타죽고 있는데 물통을 들고 달려가진 못할망정!”
“각하···.”
“알고 있네. 안 끼어들 걸세.”
애가 타서 발을 동동 구르는 건 루즈벨트뿐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를 반쯤 미치게 하는 건, 그가 이룩한 철옹성 같은 지지세력 – 뉴딜연합조차 찌그락째그락거리고 있단 사실이었다.
“우리는 로젠바움주의가 필요 없다. 왜냐? 최고의 로젠바움주의자 루즈벨트가 있기 때문이지!”
“각하. 부디 린치당하고 핍박받기 일쑤인 우리를 위한 민권법을 통과시켜주세요!”
“유럽에 다시 반유대주의가 횡행하고 있습니다. 각하. 그 누구보다 평화를 사랑하시는 각하께서 부디 불쌍한 유대인들을 위해 한 말씀-”
로젠바움이 인권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아젠다를 선점했다.
반대파를 싸그리 줘패고 정치범 수용소까지 만든 놈이 갑자기 양식 넘치는 현자인 척하니 참으로 배알이 뒤틀려 맹장염이 걸릴 지경이었지만.
저 아젠다가 당장 권리를 보장받길 원하는 국내 이슈로 진화해버린 이상 대처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자, 여러분. 흑인과 유대인도 사람인데, 그래도 우리 기독교인으로서 최소한의-”
“루즈벨트는 빨갱이가 맞다! 검둥이도 사람이고 쥬도 사람이래!”
“끼아아악! 유대-볼셰비키-로젠바움주의자들이 나라를 집어삼키려고 해!”
“화이트 파워! 십자가가 불타면 흰 두건을 쓰고 밖으로 나오시오!”
“진짜 대통령 못해먹겠네.”
마음 같아선 당장 튼튼한 몽둥이를 챙겨서 독일이고 이탈리아고 일본이고 전부 엉클 샘의 맴매를 두들기고 싶었지만.
드넓은 신대륙엔 말 안 듣는 애새끼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각하! 빌어먹을 잽스들이 장강에 있던 우리 군함 파나이(USS Panay)호를 폭격해 격침시켰습니다!”
“당장 이 개자식들에게 본때를 보여줘야만 합니다.”
“···우리 시민들이 전쟁을 원하는 것 같아 보여요? 분위기 파악 안 되십니까?”
성조기를 내건 군함이 피격당해 침몰하는 전대미문의 상황에서도.
여론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루즈벨트는 치를 떨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한 무리의 유대인들은 독일행 배편을 끊고 대서양을 건넜다.
세간은 그들을 ‘시온주의자’라고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