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145)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145화(145/246)
전초전 (6)
시온주의자.
유대인의 독립 국가 건설을 꿈꾸는 이들.
당연한 말이지만, 시온주의를 둘러싸고 유대인들끼리도 그 안에서 어마어마한 분파와 갈등이 있었다.
“우리의 고향 팔레스타인, 예루살렘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너네 경전 안 읽냐? 여호와께서 유대 민족의 죄를 물어 우리를 예루살렘에서 쫓아내셨는데, 그분께서 우리를 다시 부르지도 않았는데 멋대로 돌아가자고? 님들 혹시 이단임?”
“지금도 충분히 살만한데 왜 돌아가? 너희들이나 돌아가세요.”
“아, 저는 유대인 아닙니다. 내 조부까진 유대인일지 모르겠는데 우리 집안 개종한 지 한참 됐어요.”
“내가 왜 쥬임? 싸울래?”
굳이 낯선 사막 동네 팔레스타인으로 가야만 한다고 외치는 이들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았다. 종교적인 신념 때문이건, 혹은 현실적인 문제 때문이건.
시온주의자들 중에서도 의견은 크게 갈렸다.
“세계 그 어떤 민족도 우리 유대인만큼 핍박받고 박해받은 적이 없다. 그러니 피착취자들이 모여 건국할 새로운 나라 이스라엘은 제국주의에 미쳐버린 추악한 유럽과는 달라야만 한다. 노동자와 농민을 위한 사회주의 국가! 우리가 바로 사회주의의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어야 합니다!”
“빨갱이? 빠아알갱이? 지금 유대인의 정체성 그 자체인 유대교를 포기하자고? 새로운 이스라엘은 유대 민족의 민족 국가가 되어야 하며, 거기에 불순물인 미개한 사막 잡놈들 따위를 위한 공간은 없다. 설마 저 아랍놈들이 우리의 이민을 두 팔 벌려 환영할 것 같나? 우리가 가서 살고 싶으면 저놈들을 다 총으로 쫓아내야 해!”
그렇다고 해서 유대인을 둘러싼 외부 환경이 좋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니다.
이 혼란 속에서 로젠바움 총통을 만나기 위해 움직인 시온주의자들의 생각은 간단했다.
“친애하는 로젠바움 총통 각하 전상서. 저희는 생명과 안전의 위협을 끊임없이 받고 있는 유대인들을 위해 행동하는 사람들입니다. 부디 각하께서 저희를 굽어살펴 주셔서 우리가 예루살렘으로 귀환할 수 있도록 힘써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도움 요청.
물론 팔레스타인 땅은 영국인들이 통치하고 있으니, 무언가 어마어마한 대격변이 벌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렇다고 해서 영국과 독일이 절친 사이도 아니고.
하지만 그들은 만민 평등과 천부인권을 내세운 지도자를 보며 부푼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자금이든, 성명서든, 무기나 탄약이든, 뭐든 좋다.
적어도 그들을 외면하진 않으리라.
“죄송하지만 각하께서는 불철주야 국정을 위해 일하고 계시기 때문에, 여러분들에게 시간을 할애하지는 못합니다.”
“부, 부디. 10분 만이라도 자비를 베풀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그렇지만 그들은 총통을 직접 접견하지는 못했다.
대신 독일 내에서 소수민족들의 안위와 인권 문제에 관해 가장 심도 있게 다루는 이, 총통의 복심(腹心)이라고도 일컬어지는 리벤트로프 의원은 만날 수 있었다.
“죄송하지만 독일 정부는 공식적으로 시오니즘에 동의하는 의사를 밝힐 수 없습니다.”
“어, 어째서입니까.”
“이미 팔레스타인 땅에서 현지 아랍인들과 유대인 사이의 유혈사태가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각하께서는 만인을 품는 위대한 분.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온갖 음해와 악의에 둘러싸여 고난을 겪는 여러분을 불쌍히 여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분께서는 아랍인들의 안위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느끼고 계십니다.
아! 총통 각하의 세계 만민에 대한 사랑은 참으로 끝이 없으니, 어찌 아흔아홉 마리의 양이 그분의 품안에 있다고 해서 다른 한 마리에 눈길을 안 줄 수 있겠습니까?!”
리벤트로프의 장황한 연설은 누가 들으면 정치인이 아니라 재림예수쯤 되는 사람을 언급하는 듯했다.
“이와 별개로 현실적인 측면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는 현지를 통치하고 있는 영국의 입장을 존중해야 하며, 엄연히 타국의 통치를 받고 있는 지역의 심각한 문제에 대해 국가 원수나 정부가 언급하는 것은 외교적 문제로 비화될 소지가 충분합니다.”
“그 부분은 저희도 십분 이해하고 있습니다.”
“폴란드, 프랑스, 러시아, 헝가리 등 여러 나라에서 반유대주의가 다시금 기승을 부리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현재 독일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수는 그들에게 올바른 대의를 설파하고 자제를 요청하는 것뿐입니다.”
결국 그들은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
리벤트로프는 긁어 부스럼을 만들기 싫다는 의지가 역력했고, 타국에 대한 내정간섭이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인권의 중요성을 역설하겠다는 공염불 정도가 이들이 들은 전부였다.
그래서.
“이건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의견이니 오프 더 레코드로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물론입니다. 무엇인지요?”
“유명한 이야기지만, 소련이 유대인 자치주를 설립했습니다.”
“그곳은 결코 이스라엘이 될 수 없습니다.”
이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소련의 그 유대인 자치주라는 것의 실상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들이었기 때문이다.
“그 유대인 자치주라는 곳은 쓰레기 같은 국경 늪지대에 유대인을 무단 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우간다, 마다가스카르, 시베리아. 모두 사람이 살만한 곳이 못 됩니다.”
“아, 물론입니다. 저는 만약 제대로 된 자치령이 수립되려면 당연히 유럽 어딘가에 세워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럽에 말씀이십니까? 도대체 어느 나라가 그런 일을 하겠습니까?”
“글쎄요. 하지만 로젠바움주의적으로 봤을 때,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지 않고 자국의 시민으로서 포용하길 거부한다면··· 한 국가 한 민족의 원칙에 충실해, 유대인들 또한 자신들만의 국가를 가져야 옳게 되는 일 아닐까요?”
“이상론적으로는 그것도 나쁘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저희는 어디까지나 우리의 옛 고향 예루살렘으로의 귀환을 숙원으로 하고 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가가 아니라 자치구역이라 말씀드린 것이지요.”
리벤트로프는 그렇게 다시 한번 ‘개인 의견입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이들은 결코 흘려듣지 못했다.
***
또다시 고통을 겪고 있는 외무부의 노고에 대해서는 잠깐 고개를 돌리자. 원래 저런 거 하라고 있는 부서 아닌가.
– 와. 진짜 쓰레기.
어허. 옳은 말을 하는 우리가 착한 거고 자기네 식민지에 불온한 기운 감돈다고 화내는 쟤들이 나쁜 거야.
나는 어디까지나 국내의 지지율 관리 좀 하고 겸사겸사로 폴란드를 긁으려 했을 뿐이다. 그러게 누가 사람을 짐승 취급하면서 식민지 경영하래? 왜 인도에서 뺨 맞고 독일에서 화내는 거냐고.
하지만 나의 옥음을 전해 들은 식민지인들이 세계 각지에서 일제히 봉기해 제국주의자들을 모조리 태평양 바다에 처넣었습니다··· 같은 일은 당연히 일어나지 않았다.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은커녕 TV조차 최첨단 문물인 시대.
각국 정부가 이런 유해한 정보를 통제하려 들 게 뻔한 상황에서, 거리의 장벽과 언어의 장벽까지 있다.
내가 일부러 이걸 퍼다 날랐다가 걸리는 날엔 정말 빼도 박도 못하고 ‘식민지 질서 파괴’의 혐의가 걸릴 테니 직접나는 그냥 뭐라도 하나쯤 반응이 오겠지 하면서 열심히 훗날 로젠바움 위인전이나 자기계발서 따위를 저술할 작가들을 위한 명언을 열심히 남겨주기만 하면 된다.
“폴란드의 움직임은?”
“혼란스럽습니다. 다만 군부 정권 상층부에서 권력 투쟁이 더욱 격화되고 있는 듯합니다.”
아주 좋군.
군사 정권의 특성상, 결국 저들은 언젠가 군사적인 옵션에 호소해 자신들의 집권 명분을 만들려 할 가능성이 크다. 밀려나려는 누군가든, 아니면 새롭게 권위를 세워야 하는 찬탈자든.
설령 그게 바보 같은 짓이라는 걸 모두가 다 알고 있을지라도 내부의 강경파가 제멋대로 발호할 가능성도 있고.
폴란드가 마침내 분노조절에 실패하고 몽둥이를 든 채 남을 핍박하러 움직인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나 아무리 미쳐버렸다손 치더라도 설마 우리 독일이나 소련을 향해 총을 겨눌 리는 없으니.
남는 건 대강 체코슬로바키아.
아니면 리투아니아.
“체코와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면 어떨까 싶은데.”
“그렇게 된다면 그들은 사실상 우리의 품에 영구히 파묻히는 셈입니다. 체코인들이 과연 수락할까요?”
노이라트 외무 장관은 일단 그게 가능할지 여부부터 고민했다.
“더 이상 체코슬로바키아에게 남은 길이 있던가? 자유무역협정을 파기하기만 해도 체코 경제에 어마어마한 타격이 올 텐데.”
“우선 제안부터 넣어보겠습니다.”
“그리고 리투아니아에게도 동일한 제의를 해봅시다.”
“자유무역협정 말씀이십니까?”
“그건 도장을 안 찍겠지.”
체코는 1930년대 이 시점 기준,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산업 강국이다. 계산해 보고 자신들도 콩고물이 있다고 판단해서 도장 찍은 셈.
하지만 리투아니아 같은 소국이 독일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다? 경제적 합병이라고 봐도 딱히 틀리진 않을걸.
“상호방위조약을 제안해보시오. 비밀로.”
“각하. 리투아니아는 우리의 옛 땅 메멜 지방을 빼앗았습니다. 그들은 우리 독일에게서 자신들의 땅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포기하라고 요구할 겁니다.”
“그럴 순 없지. 일단은 제안이나 한번 슬쩍 넣어 보시오. 내가 봤을 때 조만간 폴란드가 폭주할 것 같거든.”
노이라트는 폴란드가 폭주하도록 뒷수작을 부리겠다는 암시를 곧바로 캐치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다음은 군대.
“각하. 부르셨습니까?”
“합참의장. 우리 군의 군비 증강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2년에서 3년 뒤면 제법 궤도에 오를 수 있습니다.”
브라우히치의 호언장담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는 시키지도 않은 말을 연신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각하께서 새로이 임무를 부여해 다시 태어난 우리 독일민족혁명군은 전 세계 로젠바움주의 전파와 민족혁명 수호를 위해 그 어떤 불지옥 속에라도 뛰어들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호오? 그래요?”
“이번 <총통과의 대담>의 통화 내용을 발췌해 전군에 배포하였으며, 전 장병이 로젠바움주의로 정신을 무장하여 우리야말로 세계의 질서와 평화를 위해 싸우는 정의로운 군대라는 사실을 되뇌고 있습니다.”
국방군이 아니다.
민족혁명군이다.
단순한 호칭 차이가 아닌, 군의 목적 자체에서 중대한 차이가 있다.
그러니까.
“독일인, 우크라이나인, 체코인, 슬로바키아인, 리투아니아인, 유대인에 이르기까지. 저 운터멘쉬 폴란드는 로젠바움주의의 대의를 모르고 끝없는 폭정을 행하고 있습니다. 각하께서 민족혁명의 기치에 의거해 정의를 구현하라 명하신다면, 독일 전 장병들은 기꺼이 그들을 구원하기 위해 전쟁터로 달려나갈 것입니다.”
“어허. 그런 나쁜 말은 멈추세요. 나는 장병들의 목숨을 최우선으로 생각합니다. 가장 좋은 건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것 그 자체란 말입니다.”
“각하. 독일 남아란 무릇 명예를 위해 죽는 법입니다. 눈앞에 사악한 이들이 판을 치고 있는데 일신의 목숨이 아까워 참는다면 이 얼마나 불명예스러운 일이랍니까?”
– 참 잘하는 짓이다, 아주.
소련의 붉은 군대가 공산주의 수호와 혁명 전파를 위해 존재하듯.
민족혁명군 또한 당연히 체제와 이념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타국 국경을 넘을 준비가 된 군대.
이제 무장만 다 갖추면 준비가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