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146)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146화(146/246)
단치히냐 전쟁이냐 (1)
스페인의 내전은 단시일 내에 마무리되지 못하고, 여전히 국토 곳곳에서 어마어마한 피와 죽음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그중 북부의 한 전장.
무수한 전차들이 피 대신 기름과 화염을 토해내며 들판에 지천으로 깔려 있었다.
불쌍한 전차병들의 시체가 불길에 일그러지며 끔찍한 냄새를 풍겼고, 살아남은 이들은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며 아무튼 이 지긋지긋한 전투가 끝났다는 사실에 감사해했다.
그리고 그들이 바라보는 바로 그 하늘.
“저기 앞에서 어정대는 빨갱이. 내 먹이다.”
– 혼자 좀 나서지 마십쇼. 윙맨 죽어나갑니다.
“저것 좀 봐봐.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빨리 기총을 갈겨 달라고 통사정하고 있잖아. 저걸 어떻게 참아?!”
– 아, 그건 못 참지요.
아돌프 갈란트(Adolf Joseph Ferdinand Galland)를 비롯한 파일럿들은 날이면 날마다 비행기에 새로이 킬 마크를 새로 더해나갔다.
실전 운용엔 어마어마한 가치가 있었다.
이들은 소련제 항공기가 결코 성능 면에서는 독일제에 비해 완전히 저열하지는 않다는 사실을 금방 깨달았고, 로젠바움사의 전투기가 정부에서 떠들어대는 것처럼 이 세상에 둘도 없을 완벽한 항공기가 아니라는 것 또한 금세 눈치챘다.
집권한 지 제법 시간이 지난 뒤, 로젠바움 총통은 회사가 점점 나태와 무사안일주의에 빠져 간다고 판단하고 대대적인 개혁을 선언했다.
– 이제 로젠바움사의 항공기 메이커와 개발진들은 그룹 내에서도 경쟁해야 한다.
일반 파일럿이 숨겨진 거대한 채권덩어리 따위를 알 리가 없었으니, 총통의 지시와 로젠바움 그룹의 무수한 자회사 창립은 대량 생산을 통한 단가 인하보다는 성능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뜻으로 해석되었다.
그리고 스페인에서 실전을 치르는 이들 장병들의 피드백은 그야말로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데이터였다.
– 조종석 내에 날카로운 모서리가 많아서 실수로 찔리고 베일 때가 잦습니다.
– 여름에 너무 덥습니다. 더위 먹고 기절하느니 그냥 수영용 반바지나 빤스만 걸치고 이륙하고 있습니다.
– 탑재된 무전기의 성능이 끔찍합니다. 혹시 납품 비리라도 있는 겁니까?
– 저희가 작전 수행하면서 느낀 건데, 지상 공격용 기체와 적기와 교전하는 기체는 개발 단계에서부터 목적을 명확히 하는 편이 유리해 보입니다.
아무리 로젠바움사가 미래 귀신이 가호하는 회사라 한들, 그 귀신은 제트 엔진을 개발해야 미래 패권을 잡을 수 있다든가 무전기, 레이더 등에 대해서는 알려줄 수 있어도 실제 운용 시의 소감을 말해줄 순 없었다. 애초에 항공은 그의 주전공도 아니었다.
하지만 피드백이 전해지자, 총통이 가장 총애하는 군종이라는 별명답게 독일 공군의 기체는 날이면 날마다 새로이 개선점을 도출하고 이를 반영했다.
하늘의 지배자로 우뚝 선 독일 공군이 가호하는 가운데, 육군 또한 자신들의 목표를 충실히 달성했다.
“적 전차 12대 격파 확인되었습니다. 빨갱이들의 예봉이 완전히 꺾였습니다.”
“아직 축배를 들기엔 조금 이르네. 조금 더 때려볼까.”
발터 모델은 아무렇지도 않게 저녁 메뉴를 고르듯 고민을 개시했다.
2년간 타국에서 전쟁을 치르며, 독일의 기갑 전술 또한 실전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했다.
처음 스페인에 당도한 독일 육군 또한 실전 앞에서 온갖 추태를 선보였다. 아무리 시베리아에서 박박 구른 군대라 할지라도 결국 실전과 모의전 사이엔 넘지 못할 무언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 하계 군복이 더 빨리 필요합니다.
– 탄약을 운반하려면 트럭이 필요하고, 트럭을 굴리려면 기름이 필요하고, 기름을 나르려면 트럭이 필요하고, 여유분이나 수리 소요까지 고려하면···? 어?
– 모기장! 모기장이 필요합니다!
– 스, 스페인 새끼들이 민간인을 죄다 죽여버리고 있는데 어쩌죠? 못 본 척해야 합니까?
– 스페인 중령이랑 독일군 대위가 다른 말을 하면 누구 말을 들어야 함?
– 우리 군인을 쏴 죽인 열다섯 살 소녀를 붙잡았습니다. 죽여야 할까요?
하나같이 경시할 수 없는 사안들.
특히나 여기에서의 결정이 향후 또 벌어질지 모르는 전쟁에서 일종의 전례로 남을 것이 명백하니, 쉽사리 결정할 만한 문제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시베리아 맛을 본 모델과 그 친구들은 머리보다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판단을 했다.
“우리가 판단할 사안이 아니니 본국에 물어봐야지.”
“하지만 이 급박한 상황 속에서-”
“그냥 못 본 척해! 지금은 일단 각종 사례만 수집하고, 향후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우리 군은 어떻게 해야 할지 전훈을 쌓아놔야 할 거 아닌가.”
독일 육군 또한 이러한 복잡다단한 과정을 거쳐 빠르게 진보해나가기 시작했다.
기본적인 군장, 장구류, 군화, 탄띠부터 시작해서 철모의 턱끈 같은 극히 사소한 부분에 이르기까지 많은 부분이 개선되었고, 88mm 대공포를 대전차포로 사용하는 방법이 고안되었으며, 소련제 전차에게 개처럼 두들겨 맞아 <로젠바움주의의 강철 관짝>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 구식 전차들을 모조리 스페인군에게 떠넘기고 새 전차를 인수받았다. 말 그대로 피로 쓴 전훈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얻은 전훈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이제 그들은 확신했다.
그 어떤 적이 상대가 되더라도.
민족혁명을 이룩하고자 하는 대독일의 의지는 꺾을 수 없으리.
***
1937년 로젠바움 정부의 최대 목표는 외교였다.
“독일은 결코 소련과 한배를 타지 않았습니다. 공산주의 혁명을 최후의 목표로 잡은 저들과 민족혁명을 완수한 우리 독일을 같은 빨갱이 취급하시면 심히 곤란합니다.”
선빵을 맞아야 한다.
목표가 아닌 타국에게 선전포고 당하는 일을 최대한 늦춰야 한다.
외무부 관료들 생각엔 도무지 불가능한 목표였다.
“각하께서는 우리가 전란에 휘말렸을 때 영국인들이 끼어들지 않길 원하시는 것 아닌가.”
“하지만··· 영국 집권층, 특히 보수당은 이미 우리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로젠바움주의가 천명하는 민족의 자결에 대해 저들은 극히 히스테릭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손을 놓지는 않았다.
퇴위한 전 국왕 에드워드 8세, 영국 노동당 당수 조지 랜즈버리(George Lansbury) 등 영국의 저명한 인사들이 속속 독일로 찾아와 총통과 대면했고, 그들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로젠바움에 대한 호의를 떠드는 인사들이 되었다.
“내가 로젠바움과 이리 가슴을 열고 이야기를 나눈 결과 한 가지 확신을 품게 되었다. 독일은 절대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그들은 지금 자신들이 이룩한 위대한 재건의 결과물에 만족하고 있으며, 이것을 날려버릴지 모르는 전쟁 같은 미친 행위에 결코 엮이고 싶지 않아 한다.”
“로젠바움은 소탈한 평화주의자입니다. 그는 착취를 자행하는 자본가, 제국주의적 수탈을 자행하는 연합국이라는 두 거대 세력에 의해 고통받던 독일의 노동자들을 위해 일어난 영걸입니다.
비록 영국의 사정이 독일과 크게 다르기는 하지만, 우리 노동당은 독일민족혁명당이 어떻게 국민 복지를 크게 향상시켰는지 배우고 익혀서 영국의 인민들에게도 비슷한 복지를 관철시켜야만 합니다.”
하지만 이들이 대세를 바꾸지는 못했다.
새로 총리가 된 체임벌린은 공군력 확장에 사활을 걸다시피 했고, 다시 어깨를 펴고 의회에 나오게 된 처칠은 공공연히 “로젠바움은 비행선단을 이끌고 런던을 불태운 자다. 브리튼섬의 안보를 위해선 우리가 베를린을 불태울 공중전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라고 공개적으로 발언할 정도였다.
노이라트와 그를 따르는 외무부는 가면 갈수록 자신들의 입지가 좁아진다는 것을 느꼈다.
외무부는 영국과의 관계 유지가 가면 갈수록 어려워지니 새로운 친구를 찾아봐야 한다고 강변했고, 과거 독일의 식민지였던 산동반도 일대를 빼앗은 일본 대신 각종 광물 자원을 수출하는 중국과 친교를 다져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들에 맞서는 리벤트로프는 정반대였다.
그는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일본은 로젠바움주의 우등생’이라고 떠들었고, 중국을 폄하했으며, 자신이 외무부 장관이 된다면 독-영 불가침 조약도 꿈이 아니라고 떠들어댔다.
로젠바움 총통이 자신의 차남, 오토 로젠바움 대위를 극동으로 보낸 것은 독일의 외교 정책을 놓고 대립하던 두 파벌에게 일종의 시그널처럼 받아들여졌다.
“각하께선 다른 거물이 아니라 자신의 아들을 중국으로 보내셨다. 이건 필시 중국인들의 야만스러움을 확인하고 중국인들과 손을 끊기 위한 마지막 단계가 틀림없어!”
“각하께서 일본에는 반역자 할더를 보냈고, 중국에는 자신의 귀한 아들을 보내셨다. 일본보다는 역시 중국이 더 독일에 가치 있는 친구라는 걸 각하께서도 잘 알고 계신 게 틀림없어.”
동상이몽.
기세가 오른 리벤트로프는 외무부를 완전히 먹어치우기 위해 총통으로부터 부여받은 또다른 임무 – 소수민족 인권 운동에 총력을 기울였다.
“유대인과 집시를 구원해줄 사상! 그건 바로 로젠바움주의뿐!”
“폴란드, 체코, 유고 등 신생 국가들은 지난날 베르사유 조약에서 ‘소수민족을 박해하지 않는다’라는 조항에 서명했다. 이 조항이 있었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독일이 아닌 다른 나라 국민이 된 독일계 시민들 또한 국제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 저 야만스러운 폴란드가 이 조약을 파기했으니, 저들은 아무 때나 국내 사안이라는 이유만으로 독일인을 모두 학살할 수 있다!”
“시민들이여. 로젠바움주의가 인권을 외치는 이유는 결코 쥬가 선택받은 민족이라서가 아니다. 바로 우리 독일인의 권리를 지키기 위함이다!”
“모든 민족에게 하나의 국가를! 그것이 바로 로젠바움주의가 추구하는 올바른 세상!”
당연한 말이지만 리벤트로프는 서구 열강이 가장 저주하는 인물 제1호로 떠올랐다.
그리고 어느 날.
그는 총통의 부름을 받았다.
“각하! 찾으셨습니까!”
“잘 오셨소, 리벤트로프 의원. 요즘 신수가 훤하시군.”
“하하하. 소인이야말로 각하를 위해 온몸을 불태우는 충신 아니겠습니까.”
“오늘 이렇게 귀하를 부른 까닭은, 귀하께서 오래도록 주장해 온 일본과의 관계를 새로이 다지기 위해서요.”
마침내!
마침내 그날이 온 것이 틀림없었다.
중국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킨 일본제국은 나날이 승리에 승리를 거듭하고 있었고, 이제 중화민국은 더 이상 독일에게 원자재를 수출하지도 못하는 나라로 전락했다. 바다를 빼앗겼는데 무슨 수로 수출을 하겠는가?
그러니 누가 봐도.
중국을 칭송하던 노이라트는 틀렸다.
이제 올바른 주장을 하던 그가 보답받을 시간이었다.
“내 아들놈이 긴급히 전보를 쳤소.”
“예, 예!”
“중화민국의 수도인 남경에 입성한 일본군이 어마어마한 학살을 벌이고 있다는군. 피가 강을 이루고 시신이 장강을 메웠다던데.”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리벤트로프는 총통이 내미는 서류 뭉치를 받아 더듬더듬 읽어내려갔다.
“각하. 일본군이 다소 민간인을 살해했다손 치더라도, 결국 외교는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지금 우리는 일본과-”
“나는 일본이 아시아의 선도민족으로서 민족혁명주의를 전파하는 교사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소. 하지만 이게 뭐요? 이런 학살마들이 사람일 리가 있겠소? 이들은 전혀 교화되지 않았고, 단순히 총을 잘 다루는 침팬지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명명백백히 드러났소.”
리벤트로프는 자신의 발밑이 모조리 무너지는 듯한 기분을 맛봤다.
그리고 총통은 그의 얼굴을 한 번 쳐다보지도 않고, 미리 준비해 둔 게 틀림없는 대사를 쭉 읊어나갔다.
“그대가 그토록 잽스들을 옹호하기에 혹시나 하고 기대했건만, 역시 잽스는 로젠바움주의라는 이름을 이용해 자신들의 제국주의적 심보를 합리화하려 했을 뿐이구려.”
“소인이, 소인이 일본에 엄중히 경고하겠습니다.”
“됐소. 그대는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 자중하시오.”
남경 대학살이 전 세계 언론에 퍼진 이후.
쫓겨난 리벤트로프를 대신해 외교 주도권을 간신히 되찾은 노이라트는 확성기를 켜고 더욱 구성지게 용비어천가를 불러재꼈다.
“총통 각하의 아드님, 오토 로젠바움께서 일본의 대학살이 자행되는 남경 한복판에서 대사관을 개방하여 무수한 인명을 구하셨다!”
“그 누구보다 인권의 가치, 생명의 소중함을 아는 우리 독일은 더 이상 일본제국과 같은 길을 가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있으니!”
“베를린 주재 일본 대사를 즉각 추방하는 바이며, 즉시 일본군은 이 끔찍한 학살극을 중단하고 평화를 위해 중화민국과 평화 협상에 나설 것을 주장하는 바다!”
그야말로 급진적인 드리프트.
민간 영역에서는 여전히 독일과 일본 사이의 기술 교류가 이어졌지만, 공적인 분야에서의 협력은 모조리 올 스톱되었다.
“우리 독일이 눈앞의 이해득실만을 따졌다면 당연히 일본제국의 편을 들어 저 학살을 못 본 척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고결한 독일민족혁명공화국은 그래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따르는 길은 고난과 역경이 가득하지만 – 그 누구보다 정의로운 길이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시민 여러분. 자부심을 가지십시오. 여러분은 독일인입니다. 세계의 평화에 이바지하는 독일 민족입니다.”
“그 어떤 경우에도, 우리는 압제와 불합리에 눈감지 않을 것입니다.”
“나 한 몸 잘 먹고 잘살기만을 바랬다면 나는 정치 따위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내가 독일인을 품기로 결정했을 때와 정확히 똑같은 이유에서, 나는 전 세계의 모든 민족을 품을 것입니다.”
극동 최강의 국가를 과감하게 손절하는 결단.
로젠바움의 이 결정은 다시 한번 전 세계 외교관들과 정치인들에게 ‘독일은 합리적이라기보단 이념에 따라 움직이는 나라’라는 사실을 각인시켰다.
그리고 이 모습을 보며 초조해진 나라가 있었으니.
“독일과의 전쟁을 상정한 작전계획을 수립해야겠어.”
“혹시 돌아버리신 겁니까? 독일과 전쟁이라니-”
“저 미치광이 빨갱이들이 왜 저렇게 민족 어쩌고를 부르짖겠어! 전쟁명분을 찾고 있잖아! 독일이 침략해 올 거라고!”
폴란드는 깨달았다.
밧줄을 든 독일인들이 폴란드에 목에 저걸 걸고 싶어 했다.
“폴란드는 현재 말이 통하지 않는 교조주의적 국가, 소련과 독일에 앞뒤로 포위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독일은 평화를 원한다고도 떠들고 있지요.”
“거짓말이 틀림없습니다. 세상에, 진실을 말하는 독일인 보셨습니까? 우리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많은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영국이 폴란드의 독립을 보장해 주십시오. 그러기만 하면 유럽의 평화가 지켜집니다.”
영국 총리 체임벌린은 기나긴 고민에 들어갔다.
독립 보장을 받은 폴란드가 미쳐버려 유럽에서 분탕을 칠 가능성.
독일이 탱크로 폴란드를 밀어버릴 가능성.
마지막의 마지막에 가서야 그는 결론을 내렸다.
“폴란드의 독립을 우리 대영제국이 보장하리다.”
로젠바움주의는 인도를 위협하고 있다.
폴란드에 대한 독립 보장이라면 영국의 ‘불쾌한 심정’을 표현하는 적절한 응답이 될 것이다, 라고 그는 판단했다.
이제 영국은 두 번째 전쟁에 무조건 휘말릴 운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