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148)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148화(148/246)
단치히냐 전쟁이냐 (3)
유럽의 작디작은 소국 리투아니아.
인구 250만에 불과한 이 소국은 역사서를 펴봐도 리투아니아라는 국명보다는 <폴란드-리투아니아 연방>의 일부로 언급되는 경우가 더 잦고, 현대에 들어와서도 <발트 3국>이라는 이름하에 이웃한 소국인 에스토니아, 라트비아와 묶여서 일컬어지는 경우가 더 잦았다.
하지만 인구가 적다 해서, 나라가 작다 해서 그들의 희망조차 작지는 않다.
한때 유럽을 주름잡던 폴란드가 그 영광을 잃고 쇠망해 프로이센, 오스트리아, 러시아의 손에 세 조각 날 때, 리투아니아의 영토는 거의 대부분 러시아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메멜(Memel) 지방만이 프로이센의 차지가 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러시아가 동부 전선에서 패퇴하며 리투아니아로 독일군이 진군해 왔고, 독일인들은 독일인답게 당연히 리투아니아인의 권리 따위를 인정해주지 않았다.
리투아니아인들은 볼셰비키 붉은 군대, 이웃한 폴란드, 거기에 친독 계열 괴뢰군에 이르기까지 세 갈래의 적과 맞서 싸우며 기어이 독립을 성취했고, 민주 국가 리투아니아 제1공화국을 건국해냈다. 리투아니아 대공국이 폴란드와 하나가 된 지 수백 년 만의 쾌거였다.
하지만 거기까지.
리투아니아를 둘러싼 적들은 너무나도 많았고, 하나같이 막강했다.
가장 먼저 소련.
레닌은 ‘모든 민족이 자유로운 지상락원 소비에트 연방의 울타리 안에서 뭉치자!’라고 외쳤지만, 제정 러시아의 피지배 민족으로 수백 년간 고통받았던 리투아니아에게 레닌의 저러한 감언이설은 짜르가 되고픈 미친 대머리의 망언으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독일.
리투아니아는 독일의 공업지대 루르가 프랑스에게 점령당한 <루르 강점> 때 재빨리 고토인 메멜 지역을 접수했지만, 그 결과 독일과의 외교 관계가 나락으로 치달았다.
마지막으로 폴란드.
폴란드-리투아니아 전쟁 때 수도 빌뉴스를 빼앗겼고, 뒤이어 소련-폴란드 전쟁 때 소련은 빌뉴스를 점령해 리투아니아에게 돌려주었다.
그러자 당시 폴란드의 지도자였던 피우수트스키는 놀라운 혐성을 발휘했다.
빌뉴스 일대에 정체를 숨긴 폴란드군 수만 명을 몰래 보내고, 쿠데타를 일으켜 ‘우리 빌뉴스는 리투아니아 정부로부터 독립할게요’를 선언하고, 날치기 주민투표를 통해 <와! 우리 빌뉴스 사람들은 폴란드와 하나가 되고 싶어요!>라는 결론을 만든 것이다. 약 80년 뒤 크림반도를 점령하는 러시아의 어떤 짜르의 원조는 바로 폴란드인 셈.
국내 정치도 외교만큼이나 힘겨웠다.
리투아니아 민주 정권은 10년도 채 넘기지 못했고, 초대 대통령이었던 안타나스 스메토나(Antanas Smetona)는 ‘공산당의 반란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군부와 손잡고 쿠데타를 일으켜 좌파의 씨를 말리고 독재 정권을 수립했다.
38년 지금도 그는 여전히 대통령이었다.
그의 독재는 갈수록 과격해져 의회는 해산되었으며, 오랜 비난 끝에 새로 열린 의회는 모두 그의 거수기로 가득 차 있었고, 여당 외의 모든 정당이 금지되었다.
그리고 그의 독재 기간 중 최대 위기가 도래했다.
“도대체, 어찌해야 하냔 말이다.”
스메토나는 선택해야만 했다.
세 나라 중 하나.
하지만 이중에서 소련은 제외.
애초에 독재의 명분부터가 빨갱이로부터 나라를 지킨다는 것이었다.
민주 정부는 소련과 불가침 조약을 체결했고, 그 대신 ‘소련을 적대하는 어떠한 나라’와도 동맹을 체결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저 당시 소련은 국제적 왕따였으니, 리투아니아 또한 왕따가 되기로 한 셈이었다.
스메토나는 쿠데타를 일으켜 공산당의 씨를 말렸지만, 저 불가침 조약은 계속 유지했다. 하지만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독일?
독일도 믿을 수 없었다.
메멜 지방의 독일계는 <메멜민족혁명당>을 결성해 반국가 활동을 벌였고, 스메토나는 그들 또한 무자비하게 탄압했다.
작년 로젠바움 정권이 은밀히 ‘다른 나라로부터 지켜주겠다’라며 독립 보장과 상호방위조약을 제안했지만, 켕기는 게 많은 리투아니아는 단서를 달았다.
협상은 결렬되었다. 역시 독일인들도 리투아니아의 국토를 탐내는 게 틀림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 와서 보니, 폴란드의 저 공갈협박으로부터 리투아니아를 도와줄 나라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대통령 각하. 우리 프랑스 제3공화국은 리투아니아가 폴란드의 통첩을 받아들일 것을 제안드리는 바입니다.”
“폴란드와 리투아니아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소! 우리의 헌법에! 우리 민족의 가슴속에 빌뉴스의 원한이 남아 있소. 저 역겨운 폴란드인들이 리투아니아인을 얼마나 탄압하는지 잘 알고 있을 터인데!”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중재하겠습니다. 폴란드의 터무니없는 제안은 모두 거절하시고, 외교 관계 정상화만 동의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이렇게 한다면 마침내 유럽에 평화가 도래합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대놓고 폴란드의 저 공갈에 굴복하라고 설득했고, 그 대신 경제적 원조와 무기 지원을 해주겠다며 선물보따리를 내밀었다.
독재자의 고집이 꺾이기 직전.
“안녕하십니까, 각하. 로젠바움 총통을 대리하는 비공식 사절, 리벤트로프가 돌아왔습니다.”
“당신을 환영해주고 싶지만 나라 꼴이 어지러워 그러지 못함을 용서해주시오. 용건만 말하시오.”
“작년 우리의 제안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폴란드의 위협으로부터 지켜드리지요.”
“대신 메멜을 대가로 챙겨 가시겠지? 거절하리다.”
“비밀을 지켜드린다는 전제하에, 새로운 정보를 드리겠습니다.”
리벤트로프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우리 독일민족혁명공화국과 소비에트 연방은 동유럽 평화를 파괴하는 폴란드에 대한 단죄가 필요하다는 데 합의했습니다.”
“······설마, 당신들. 전쟁을 준비하고 있소?”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우리는 평화를 추구하며, 시민의 피를 흘리는 전쟁을 회피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폴란드를 이대로 방치한다면 결국 전쟁이 터지리라는 사실 또한 명백합니다.”
“그래서, 어찌하겠단 말이오.”
“깡패 폴란드의 공갈로부터 우리 두 나라가 함께 지켜드리겠습니다.”
독일과 소련의 동시 독립 보장.
리투아니아가 가장 간절히 원하는 탐스러운 식사가 눈앞에 놓였다.
“대가는?”
“각하께서 로젠바움주의자임을 선언하시고 독일과 공수동맹, 그리고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시면 됩니다. 메멜을 할양하지는 않되, 그곳의 독일인에 대한 탄압은 당연히 중지되어야 합니다.”
스메토나의 이마에 주름이 가득 패였지만, 리벤트로프의 말은 계속되었다.
“만약 폴란드가 독일, 소련, 리투아니아, 체코슬로바키아 중 어느 한 나라와도 전쟁 상태에 돌입하게 된다면 즉각 다른 나라들 모두가 폴란드를 벌하기 위한 전쟁에 돌입하게 될 것입니다. 불행하게도 전쟁이 일어난다면, 리투아니아에겐 빌뉴스와 그 인근 지역을 드리겠습니다. 대신 빌뉴스를 되찾는다면 메멜을 돌려주셔야 합니다.”
“생각, 생각해 보겠소.”
“각하! 정신 똑바로 차리셔야 합니다! 지금 각하와 이 나라의 운명이 절벽 끄트머리에 매달려 있습니다!”
리벤트로프는 외교적 무례의 수준을 넘어서 고함을 지르고 삿대질을 해대며 그를 윽박질렀다.
“생각 똑바로 하십시오. 설마 우리가 실력으로 메멜을 못 돌려받을 거라 생각하십니까? 폴란드에게 굴복하면 폴란드가 당신들을 지켜줄 것 같습니까? 저 비열한 종자들이 메멜을 위해 독일과 전쟁을 불사하겠습니까!”
“감히 내 앞에서 그따위 망언을 지껄이는가!”
“다음에 내가 리투아니아에 올 때 혼자 올지, 아니면 민족혁명군과 함께 올지 선택하십시오! 독일과 소련 두 나라가 손을 잡은 이상 당신들의 선택지는 그다지 많지 않아!”
굴복하면 힘으로라도 메멜을 빼앗아 가겠다.
스메토나는 눈이 캄캄해졌다.
다 타들어 간 촛불처럼 시들시들해진 그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내, 로젠바움 총통의··· 관대한 제안에, 동의하도록 하겠소.”
“축하드립니다, 각하. 총통 각하께서 뒤에 있는 한, 각하께서는 영원토록 리투아니아인들을 다스릴 수 있으실 겁니다.”
권좌 보장.
독재자에게 가장 절실한 조건을 내밀자, 스메토나의 얼굴에도 희미하게 웃음이 피어났다.
다음 날.
리투아니아는 총동원령을 선포하고 폴란드와의 국경 지대에 군을 집중시켰다.
***
[72시간 내로 리투아니아에 대한 최후통첩을 철회하고 군을 국경에서 물리지 않을 경우, 소련-폴란드 불가침 조약을 파기하겠다.] [72시간 내로 리투아니아에 대한 최후통첩을 철회하고 군을 국경에서 물리지 않을 경우, 독일-폴란드 불가침 조약을 파기하겠다.]“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독일과 소련이 붙어먹고 있었나? 정말 저놈들이 세계를 불태울 전쟁을 꿈꾸고 있나?!”
전 세계 정가와 외교가가 패닉에 빠지고, 광란 상태가 된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모든 주식을 던져댔다.
그리고 프랑스인들의 경악은 훨씬 더 컸다.
“당장 폴란드더러 군을 철수시키라고 하시오. 이래서야 전쟁이 터질 판이잖나.”
“로젠바움이 용인한 게 아니었다고? 리투아니아를 뜯어먹기 위한 음모가 아니었던 건가?”
합리적으로 봤을 때, 폴란드 군사 정권이나 로젠바움이나 시꺼먼 악의 무리들인 것은 그 나물에 그 밥.
리투아니아라는 소국을 한 끼 식사 삼아 두 돼지새끼들이 포크와 나이프를 움직이는 것이라 해석한 프랑스는 ‘독일이 메멜에 시비 걸기 전에 폴란드 건만 해결하자’라고 판단하고 움직였었다.
하지만 애초에 이게 다 근본부터 잘못된 판단이었다면?
독일이 폴란드를 끌어안으려던 계획을 파기했다면?
“전쟁은 안 돼. 절대. 무슨 일이 있어도 안 된다고!”
“폴란드의 욕심 때문에 우리까지 전쟁에 휘말려선 안 된다. 저놈들 좀 자중시켜!”
“이탈리아 대사가 찾아왔습니다. 당장 전쟁을 일으키자고-”
“미친 새끼들! 미친 새끼들!! 절대 우린 동의 못 한다고 해!”
“개구리 님들아. 우리가 전쟁 좀 아는데 지금 오스트리아 점령하고 님들은 루르를 불태우면 독일을 10년 뒤로 퇴보시킬 수 있음. 진짜임.”
“닥치라고!”
물론 폴란드 입장에선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
“이 비열한 새끼들! 지원해 주겠다고 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슬금슬금 발을 빼고 있어!”
“프랑스 개구리 놈들이 말하길, 만약 이번 최후통첩 때문에 전쟁이 발발한다면 <폴란드가 침략당할 경우>에 해당하지 않으니 자신들이 참전할 의무는 없다고-”
“으아아아!!! 배신자들! 이 쓰레기 같은 놈들!!”
72시간 중 48시간이 경과했을 때.
독일군의 이동이 관측되었다.
전 세계가 전쟁의 공포에 휩싸여 숨조차 쉬기 어려워하는 바로 이 순간.
“지성을 가진 우리 인류가 폭력에 호소해서는 아니 됩니다. 다시 한번 대영제국이 중재에 나서겠습니다.”
“평화를 추구하는 우리 독일은 이번 위기 종결을 위한 회담 장소로 뮌헨을 제안드리는 바입니다.”
타이머가 멈췄다.
이번에도 전쟁은 없었다.
***
같은 시각.
독일 국가안전부, 일명 슈타지.
이들의 목표는 정권 유지이며, 반국가 범죄자와 반로젠바움주의자를 말살하기 위해 전국 모든 곳에서 감시의 눈길을 번뜩이고 있다.
대중에게 공표되지는 않았지만 반역 음모, 그리고 로젠바움 총통 암살 음모는 집권 이후 몇 차례씩이나 있어 왔다. 우편물 검열, 도청, 밀착 감시, 요인 매수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슈타지의 초법적 움직임에 걸려 모두 분쇄되어 왔을 뿐이다.
참으로 우습게도, 슈타지 장관 브란덴슈타인 백작은 로젠바움주의자가 아니었다.
그는 굳이 따지자면 ‘나라 살리면 됐지’ 정도의 소극적 지지자였고, 그가 슈타지의 권좌에 앉아 철권을 휘두르는 이유 또한 로젠바움의 실각이 곧 브란덴슈타인 일가의 파멸을 뜻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백작은 인척인 로젠바움의 신뢰를 샀다. 백작이 하일 로젠바움을 외치며 열심히 딸랑거렸다면 로젠바움은 필시 그를 기용하지 않았으리.
“장관님? 보고드릴 사안이 있습니다.”
“어디··· 봅시다.”
몇 달에 한 번꼴로 승진을 거듭해 슈타지의 중추까지 올라온 마리아 로젠바움.
그녀가 내민 서류를 본 백작은 잠시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또 역모입니까.”
“보고에 따르면 그렇다고 합니다.”
“우리 동서는 너무 관대합니다. 폴란드인이 사람이 아니라 짐승에 가깝다는 건 과학적으로도 증명되어 있는데, 이런 배은망덕한 종자들도 사람으로 취급해주다니.”
폴란드계 청년 몇 명이 뭉쳐 폭탄을 투척하려 꼼지락댄다는 제보.
백작은 군말없이 늘 하던 대로, 이들의 삼족을 멸하기 위한 명령서를 작성했다.
“잠시만요.”
“아직도 인정이 남아 있는 겁니까, 우리 조카님?”
“그런 건 아니고요. 얘들, 써먹기 좋겠다 싶어서요. 아버님··· 아니, 총통 각하께 한번 말씀드리는 게 어떨까요?”
“따님만 아니라면 엄청나게 위험한 발언입니다.”
“그치만 전 딸이죠.”
백작이라고 어디 생각을 안 해봤겠는가.
다만 공화국의 최고존엄이자 영원한 어버이, 독일 민족의 백마 탄 초인 아르민 로젠바움의 안위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에 그렇지.
갓 작성한 명령서에 붉은 X자를 친 백작은 곧장 새 종이를 꺼내 들었다.
“이 버러지들을 폴란드를 멸망시킬 명분으로 써먹을 수 있다면, 그동안 처먹은 빵이 아깝지 않겠군.”
[이들이 적당한 수준의 폭약을 입수할 수 있도록 은밀히 조력해 줄 것] [총통 재가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