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153)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153화(153/246)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3)
폴란드의 국부이자 동시에 군사 독재자였던 피우수트스키가 죽은 이후, 그가 남긴 군부 정권은 사분오열되어 반쯤 과두정으로 운영되었다.
어차피 대통령이고 총리고 장관이고 전부 피우수트스키의 졸개이자 정치적 동반자, 그 나물에 그 밥인 데다가 피우수트스키의 뒤를 이을 만한 찬란한 무언가가 없기로서는 도찐개찐이었기 때문이다.
리츠-시미그위는 이번 단치히 할양을 명분 삼아 쿠데타를 일으키고 모든 정적들을 숙청, 다시 한번 1인 독재 체제를 구축했지만 오히려 정치적 혼란은 더 심해지기만 했다.
“유대인을 모조리 죽인다는 건 어차피 불가능하다.”
국가 인구의 약 10%가 유대인. 수도 바르샤바 같은 경우는 유대인이 전체 도시민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었다. 오죽하면 정부가 나서서 ‘너희 좀 팔레스타인 가서 이스라엘 건국하지 않을래?’라고 이민을 제안했을까.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유대인이었다.
“저들끼리만 뭉치고, 언어도 독자적인 걸 쓰고, 가톨릭을 믿지도 않으며, 사회의 부를 독점하고 있는 무리들이 무장 단체까지 결성했다. 너무나도 불온하지 않나?”
“그렇습니다!”
“유대인을 조지는 데 딴지를 걸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유럽의 지도층들이 봤을 때, 유대인은 수천 년 동안 남의 집 더부살이를 하던 민족답게 어떻게 처맞아야 가장 덜 아프게 처맞을지를 숙지한 공벌레 같은 민족이었다.
조금 와와 하면서 포그롬을 일으키고 두들겨 패도, 어차피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는 걸 아는 이상 잠깐 숨죽이고 눈치 보다가 다시 각자 할 일들 하리라. 폭도들이 날뛰어봤자 결국 유대계 중에서도 하층민이나 타겟이 될 테고, 어딜 가나 돈과 지위를 가진 자들은 보호받는 법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폴란드 정부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기적의 카드를 꺼냈다.
[로젠바움 독일 총통 암살 음모를 조사한 결과, 유대 민족주의자 – 일명 시온주의자들이 결성한 무장 테러 조직이 무기를 제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수사 결과, 이들은 로젠바움의 친-소수민족, 친-유대 정책이 팔레스타인으로 향하려는 유대인들의 의욕을 꺾고 유럽 거주 유대인들의 유럽에 남아 있고자 하는 경향이 갈수록 커지자 그를 적대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 이 모든 것은 모두 유대인의 음모였다. 유럽이 전쟁통이 되고 반유대주의 정서가 팽배해져야 자신들의 입지가 커진다고 확신한 유대인들이 이번 암살 음모의 배후였다!]기적의 논리.
“이게 말이 돼?”
“하지만 설득력이··· 있어!”
신문을 펼치며 하루를 시작한 유대인들조차 그럴싸한데? 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유럽에서 고통받지 않고 살 수만 있다면 무엇 하러 저 머나먼 사막 예루살렘으로 돌아갈까.
폴란드 신정권은 ‘급진적이고 폭력적인 유대 테러리스트’로 표적을 좁혀 국내 유대인들을 적절히 달랬고, 독일과 세계 각국에게는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수사 중입니다!’를 어필했다.
물론 독일로서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애초에 조작한 날조 사건인데 배후가 어디 있을까.
“당신들 지금 책임 회피하려고 유대방패 드는 거 아냐?”
“저희의 엄중한 수사 결과 유대인이 범인이 틀림없습니다!”
“그럴 리가 없는데? 우리가 붙잡은 이 범죄자들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소.”
“아아. 그거 말입니까. 놀랍게도 폴란드인 중에서도 이 유대-볼셰비키-테러리스트와 연계한 작자들이 있었습니다! 그것도 고위 관계자라는 놈들이 말이지요.”
“뭐라고요?”
“하지만 걱정 마십시오. 이번 국난을 보다 못해 떨쳐 일어난 시미그위 원수께서 유대인과 붙어먹은 그 민족반역자들을 모조리 소탕하였습니다. 그들은 유럽 평화를 해치고 전쟁을 도모한 죄로 심판받을 것입니다!”
독일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완벽한 계획이라고 생각했는데, 운터멘쉬 폴란드 주제에 이토록 완벽한 신묘한 금선탈각을 선보일 줄 누가 알았겠는가?
온갖 음모로 완벽하게 자신의 뜻대로 모든 일을 이끌어나가고 있다고 믿고 있던 천하의 로젠바움(과 귀신)조차 이 신의 한 수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한편.
폴란드에서는 대대적인 포그롬 – 반유대주의 폭동이 불길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죽여라!!”
“유대인들이 배후에서 우릴 찔렀다!”
“제 이득을 위해 전쟁을 조장한 유대인들을 전부 죽여라!”
바르샤바, 크라쿠프, 빌뉴스, 우지 등.
유대인들이 다수 거주하는 도시란 도시에서는 모조리 분노한 폴란드인들이 뛰쳐나와 유대계 상점을 공격하고, 눈에 띄는 유대인을 가차 없이 린치했다.
저 윗꼭대기 높으신 분들의 생각을 알 길 없는 평범한 폴란드인이 봤을 때, 유대인들은 이번 사태로 이득만 보고 자신들을 사지로 내몬 악귀나 마찬가지.
이번 포그롬으로 민족주의 정서로 들끓는 여론의 김을 좀 빼고 싶던 폴란드 정부의 수수방관 아래 각지의 유대교 시나고그가 불타오르고, 폭력과 약탈이 줄을 이었다.
그리고 여기서 독일은 정신줄을 부여잡고 다시 한번 개입의 실마리를 잡았다.
“어째서 폴란드 정부는 전국 각지에서 일어나는 폭동을 신속히 진압하지 않는가?”
“그··· 우리가 잘못한 게 있긴 한데 왜 내정 간섭까지 서슴지 않으시는지?”
“세계에서 가장 도덕적인 로젠바움주의 국가 독일민족혁명공화국은 고통받는 모든 소수민족을 대변할 자격이 있다. 폴란드 정부는 즉각 이 끔찍한 마녀사냥을 중단하라!”
“아니, 뭔 개도 아니고 무슨 개 같은 소리를 이리 잘하신담.”
“이번 폭동에 유대인뿐만 아니라 다른 소수민족 또한 휘말리지 않았나! 독일계나 리투아니아계도 피해를 입었다! 이건 베르사유 조약 위반이야!”
“···????”
이쯤에서 폴란드 또한 인내심의 한계에 다다랐다.
기껏 국민들을 달래려고 이 난리를 벌였는데 또 독일에 굴복하는 모양새가 되면 다시 원점으로 도돌이표 아닌가.
‘저 새끼들, 진짜로 전쟁 하고 싶어서 일부러 트집 잡는 건가?’
사실이었다.
로젠바움은 각국과 끊임없이 외교적 접촉을 계속했고, 폴란드와 전쟁이 터지더라도 절대 영국과 프랑스가 끼어들 리 없다는 확신을 얻었다.
명분이 없고, 군대도 없다.
오스트리아와 체코슬로바키아를 병합하지 않은 대가가 마침내 빛을 발하고 있었다.
원 역사의 히틀러는 우격다짐으로 저 두 나라를 합병했고, 특히 뮌헨 회담을 통해 주데텐란트를 평화롭게 인수한 지 고작 반년 만에 체코 전체를 모조리 집어삼켜 독일이 평화와 외교를 엽전 한 푼의 값어치로도 취급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세계만방에 선보였다. 평화를 갈구하던 영프조차 히틀러가 사기꾼이라는 사실을 직시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로젠바움은 달랐다.
외교적 협상을 통해 평화 수호의 기치를 높게 들었고, 나치즘과 달리 로젠바움주의는 다른 나라에도 제법 괜찮은 평판을 갖고 있었다. 하물며 영국과 프랑스에게 이탈리아라는 믿을 구석도 있는 마당.
원 역사에서 영프가 체코슬로바키아를 버렸듯.
이번에 그들은 폴란드를 버릴 심산이다.
로젠바움은 기꺼이 그 기대에 호응하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운명의 날이 다가왔다.
***
1939년 4월 23일 일요일 새벽.
커피는 입에 대지도 않았는데 잠이 오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눈이 너무 말똥말똥해서 힘들 지경이었다.
“눈 좀 붙여도 됩니다.”
“어찌 각하께서 계신데-”
“이제 여러분들은 잠 다 잤습니다. 그러니 내 눈치 보지 말고 침낭 펴고 틈틈이 눈 좀 붙이십시오. 자는 사람을 가리켜 일하지 않는다고 뭐라 하지는 않겠지만, 주어진 과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사람에겐 반드시 문책이 따를 겁니다.”
이렇게 세게 말하자 몇몇 인사들이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말단 따까리들이 미리 세팅해 둔 간이 침대에 몸을 뉘었다. 어휴, 피곤해.
“각하. 잠시 한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
“자리를 옮길까요?”
“예. 송구합니다.”
나는 브라우히치와 함께 바깥으로 나온 뒤 손을 슥 내밀었다. 그는 한껏 공손한 자세로 궐련 한 개비를 내밀고 재빨리 불을 붙여주었다.
새벽 밤이슬 머금은 공기는 찹찹하기 그지없었다.
“말씀하세요.”
“······이길 수 있겠습니까?”
모든 시선이 사라지자, 브라우히치는 비로소 초조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에 또 패한다면, 우리 민족에게 미래란 없습니다.”
“나를 믿습니까?”
“물론입니다.”
“그러면 끝까지 믿으십시오. 영국과 프랑스는 결코 참전하지 않습니다.”
서부 국경에 있던 병력마저 일부를 빼서 동쪽에 투입했다. 만에 하나 프랑스가 전쟁에 개입해 공세를 한다면 서부 국경지대는 얼마 버티지 못할 판이었다.
“지금까지 우리가 해왔던 일을 생각해 보라고. 응? 여기까지 오는 데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는지.”
“그야, 그렇지만···.”
“멍청한 폴란드 놈들은 자충수를 뒀어. 거기서 또 쿠데타라니. 누가 봐도 불온한 징조야. 우리보다 타국이 훨씬 더 경악했고.”
내 암살 미수 사건으로 무대의 중심에서 밀려난 리투아니아는 이미 합의된 대로 도장을 찍었다. 전쟁이 발발하는 순간 그들은 총력을 다해 빌뉴스로 진격할 작정이었다.
노이라트는 체코로 향했다.
체코인들은 전쟁에 휘말리기를 원치 않았지만, 그들은 열강이 아닐 뿐 국가 지도자들이 멍청하지는 않다.
이미 체코 경제는 독일과 뗄 수 없는 몸이 되었다. 독일이 파멸한다면 체코 또한 함께 파멸한다.
독-폴 전쟁이 발발했을 때, 승자가 누가 되든 체코는 위험에 처한다. 폴란드가 승자가 되는 것이 그들에겐 최악의 사태고, 중립을 선언했다가 독일이 승리해도 피의 보복이 기다린다. 결국 체코로서는 군대를 동원해 혈맹의 반열로 ‘승격’되는 것이 가장 합리적 선택.
그리고 소련까지.
“자신 없나?”
“각하께서 영도하시는 독일 육군은 최강입니다. 적이 누가 되었든, 각하께서 물리치라 하시면 저희는 나아가서 싸워 이길 뿐입니다.”
“내 장담하지. 절대 1914년 같은 끔찍한 참호의 시대는 오지 않아. 우리는··· 파리로 간다. 다시 한번 베르사유에서 위대한 게르만 제국의 시대가 왔음을 선언할 거야.”
내 인생을 바친 결과물이 다가오고 있다.
대서양 너머 신대륙이 개입하기 전 번개처럼.
영국인들이 그 무엇도 준비되지 않았을 때 질풍처럼.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종이호랑이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까발려지기 전 완벽하게.
승리.
복수.
패권.
은인자중하며 벌였던 기나긴 외줄타기가 끝나고.
유럽을 지배할 시간이 도래한다.
“각하! 각하! 시작되었습니다!”
저 멀리서 슈미트가 허겁지겁 달려오며 외치고 있었다.
“그런가.”
“폴란드군이 단치히의 방송국을 습격해 점거한 뒤 우리에 대한 선전포고문을 전 세계에 방송했습니다. 전쟁입니다!”
사실 폴란드군이 아니라 변장한 공화국 수비대지만.
그런 소소한 사실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전 병력에 암호문을 발송.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확인했습니다. 현 시간부로 독일민족혁명공화국은 폴란드와의 전시 상태에 돌입합니다!”
“각국 대사관에 즉시 전달. 오전에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연설 준비. 동원령 선포. 준비된 부대는 작전계획에 따라 폴란드 진공 개시.”
잠들어 있던 베를린의 거대한 정부 청사 곳곳에 다시금 불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마침내.
마침내.
– 끝났나, 아르민···?
범석아, 틀렸어.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