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154)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154화(154/246)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4)
프란츠 바이젠바움의 별명은 ‘살아남은 아이’였다.
단순히 콘라드 슈미트의 조카라서, 혹은 저 끔찍한 대전쟁 말엽에 태어난 아이라서가 아니다.
로젠바움 정권의 중핵을 이루는 이들은 모두 전쟁이 끝난 직후, 끔찍하리만치 춥던 얼어붙은 베를린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죽은 로젠바움사 직원들을 위해 총칼을 잡고 베를린으로 행진했을 때.
바로 그때부터 한낱 평민 출신 발명가도 아닌, 이름깨나 떨친 전쟁영웅도 아닌, 독일 민족의 영원한 영도자 아르민 로젠바움이 탄생하고 있었다.
프란츠는 그래서 살아남은 아이였다.
로젠바움 정권의 핵심 인사들 중 짬밥이 긴 사람들이라면 하나같이 강보에 싸인 채 엄마를 찾아 울어대던 아기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 없었다.
저 아이야말로 그들의 봉기가, 그들의 결의가 옳은 일을 행하고자 시작되었음을 알려주는 살아 있는 징표였다.
철이 들 무렵부터, 그래서 프란츠는 더욱 몸가짐을 바르게 해야 했다.
부모님은 죽었지만 무수한 사람들이 끝없이 내리사랑을 베풀었고, 그 사실을 아는 소년은 더욱 스스로를 다잡았다.
하지만.
지금은 어떻게 해야 하나.
[-따라서, 우리 폴란드 제2공화국은 그디니아와 그단스크를 봉쇄해 모든 폴란드인을 굶겨 죽이려 시도하는 비열한 독일의 술수에 맞서! 정식으로 전쟁을 선언하는 바이다! 이제 우리는 최후의 한 사람까지 간악한 독일인에 맞서 싸울 것이며!]한밤중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선전포고문.
프란츠와 함께 초소에 있던 병사들은 경악하면서도 조용히 소총을 꽉 쥐었다.
그리고 그 병사들과 같이 있던 헨리크는.
식은땀만 줄줄 흘리고 있었다.
“아저씨.”
“···네.”
“지금 집으로, 단치히로 돌아가려다간 죽을지도 몰라요. 그냥 저희의 포로가 되십쇼.”
이게 맞다.
자비로운 독일군은 포로들에게도 기사도적 정신을 지킬 것이다. 나쁜 건 전쟁을 결의한 폴란드 정부지, 평범한 폴란드 사람이 아닐 테니까.
하지만 헨리크는 전혀 그의 권고를 따를 생각이 없었다.
“나는, 나는 집에 가야겠네. 내가 지켜야 할 가족들이 있어.”
“가다가 죽는다고요. 아저씨. 제발. 우리더러 아저씨를 쏘라고요?”
“그, 그건 아니지만.”
무엇이 옳은 일인가.
군인으로서의 정답은 정해져 있다.
강제로 두들겨 패고, 포승줄로 묶으면 끝난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한참 동안 말없이 고민하던 프란츠는 결정을 내렸다.
“이봐.”
“예, 소대장님.”
“여기 있던 국경수비대 그 아저씨 어디 갔지? 안 보이는데.”
병사들은 어린 장교의 뜬금없는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무슨 개소리냐고 반문하지 않았다.
“아, 그 폴란드 놈 말씀이십니까. 똥 싸러 간다더니 사라졌네요.”
“폴란드 놈들이 다 그렇죠. 도망쳤나 봅니다, 헤헤.”
“이거이거. 어쩔 수 없네. 세상에. 저기 관물대에 있던 사복도 없어졌잖아? 옷까지 갈아입고 도망친 거 같은데, 국경을 지켜야 할 우리가 사람 하나 잡겠다고 수색작전을 벌일 수도 없고. 그렇지 않나?”
국어책을 읽듯 뻣뻣하게.
참으로 어설프게 주절주절 떠든 프란츠가 턱끝으로 저편을 슥슥 가리키자, 영문을 모르고 멍해 있던 헨리크는 그제서야 화들짝 놀라 관물대에 걸려 있던 사복을 품에 둘둘 만 채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그가 사라지고 한참 뒤에야, 목각인형처럼 굳어 있던 프란츠는 털썩 의자에 주저앉았다.
“씨발. 내가 미쳤지.”
“소대장님, 괜찮겠습니까?”
“니들이 꼰지르지만 않으면 괜찮아. 혹시 여기 슈타지 요원 없지?”
“프란츠··· 바이젠바움··· 폴란드인··· 풀어줌··· 메모···.”
“야! 야!!”
“아저씨 하나 도망친다고 해서 어떻게 되겠습니까? 괜히 포로 잡아 놓으면 포로 관리할 사람 필요해서 일손만 더 빠듯해집니다.”
“그럼요, 그럼요. 하늘에 계신 주님께서도 참잘했어요 도장 하나 찍어주실 겁니다.”
“그렇지···?”
“우리 중대장은 지랄할지도 모르겠지만.”
귓방망이가 날아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뺨 안쪽 어금니가 욱신거린다.
하지만 뭐.
됐다.
빽은 이럴 때 써야지 언제 또 쓰겠나.
새벽 태양이 온 하늘을 시뻘겋게 물들이는 가운데.
서쪽에서부터 자랑스러운 독일 공군의 전투기들이 새까맣게 태양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전쟁이다.
이 하릴없이 빈둥거리던 검문소에서의 짧은 휴가도 끝나고, 총을 쥐고 살아 움직이는 사람을 향해 총알을 날려야 한다.
조국을 위해.
평화를 위해.
프란츠는 생각하는 것을 멈췄다.
***
“우리의 모든 비행장이 공격받고 있습니다! 폭격입니다!”
“독일 놈들의 비행기가 말 그대로 쏟아지고 있습니다!”
“파일럿들 오는 대로 전부 태워서 날려보내! 가만히 앉아 있다가 죽을 순 없다!”
가장 먼저 독일군은 폴란드 공군을 파괴하기 위한 작전에 돌입했다.
로젠바움이 무엇으로 가장 유명한가? 그는 세계 최초이자 최고의 항공기 개발자였고, 그가 다스리게 된 이래 독일 공군은 영국 공군과 함께 세계 최강으로 거론되는 조직이었다.
“적기 접근 중!”
“씨발! 탄은 장전하고 날려보내줬어야지! 후방의 공항으로 빠지겠다!”
아수라장.
제대로 된 지휘가 없었으니, 각 비행대들은 각자 현지 지휘관들의 판단에 따라 후방으로 철수하거나 혹은 요격에 나서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폴란드인들은 기습이라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꾸역꾸역 요격기를 날려 보내는 데 성공했다.
먼저 날아오른 이들이 속절없이 사냥당하는 오리처럼 하나둘 격추당하는 동안에도, 어찌어찌 편대를 형성한 폴란드 비행대는 조국의 비행장을 지키기 위해 독일군에 맞설 채비를 갖추었다.
그러나.
“처음 보는 기체다.”
“들리나? 독일 놈들이 생전 처음 보는 신형기를 투입했다! 빠르다! 매우 빠르다!!”
“미칠 듯이 빨라! 프로펠러가 없다! 프로펠러가 있어야 할 자리에 앞대가리가 뭉뚝한 신형기가 너무 빨- 끄아아악!!”
“신형기···?”
요란하지만 익숙한 프로펠러 소리가 아닌, 하늘을 모조리 찢어 발길 듯한 끔찍한 소음을 내뿜는 정체불명의 기체.
비록 투입된 수량은 아주 적었지만, 새벽부터 기습을 당해 혼비백산한 폴란드 파일럿들은 자신들의 상식을 초월하는 속도로 기동하는 신형기 앞에서 아무것도 못 하고 불귀의 객으로 전락하기 시작했다.
개전한 지 12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독일-폴란드 국경 사방팔방에서 제공권을 제압당했다는 비통한 소식이 전해져 왔다.
***
“공화국 수비대 제1사단과 제2사단, 재편 후 합류 예정.”
“작전 제1 목표는 그디니아다. 최대한 빠르게 폴란드 놈들을 쓸어버리고 바르샤바로 나아가야 한다.”
폴란드의 사실상 유일한 항구 도시 그디니아.
독일의 교통 봉쇄로 인해 이 도시는 이미 몇 달간 많은 고통을 받아 왔다. 폴란드의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에서 물자를 수입해 와 간신히 연명한 게 바로 그디니아의 최근 실상.
그리고 독일 해군은 이미 진작부터 독일령 단치히에 함대를 배치해 두고 있었다.
“전 장병은 들어라. 더러운 폴란드인들이 단치히를 기습 공격했다. 전쟁이다. 실전 배치. 실전 배치. 즉시 출항한다!”
“독일 해군의 힘을 보여준다! 놈들의 머리 위에 불벼락을 갈기자!”
전함 아르미니우스.
최고존엄의 이름을 따 건조한 독일 해군 최고, 최강의 전함.
그러나 스페인 내전 기간 동안 온갖 추태를 보이며 ‘독일 해군은 병신이다’라는 편견에 확인 도장까지 찍어버린 비운의 함선.
하지만 눈물 젖은 빵을 씹던 세월도 이제 끝이다.
몇 년간의 처절한 유지보수와 개량 작업을 거쳐, 비로소 본래 목표였던 16인치 주포를 확보한 지금의 아르미니우스는 스페인 해안의 뗏목과는 다르다, 뗏목과는!
“목표는 적 항만! 발포 개시!”
“발포!”
그리고.
빛이 있었다.
마치 하늘이 사악한 전쟁광 폴란드를 벌하고 싶기라도 했는지, 탄약고인지 유류고인지 모를 어딘가가 정확히 직격하며 그디니아에 어마어마한 폭발을 일으켰다.
폴란드 해군의 저항은 미미했다. 아니, 없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디니아에 설치된 폴란드 해안포는 침묵했고, 아르미니우스는 천벌을 내리듯 그디니아 해안에 있는 모든 것들을 불살랐다. 지금만큼은 바로 그들이 이곳의 생사를 결정하는 신이자 예수였다.
하늘과 바다를 빼앗긴 그디니아의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는 셈이었다.
***
타타타! 타타타탕!
“아악!”
“얀!! 씨발!!”
그디니아 주둔 폴란드군은 약 6천 명.
폴란드 군부는 그디니아가 열흘간 버텨줄 것을 원했다. 그디니아가 버티고 있는다면 독일 본토와 동프로이센의 연결이 헐거워지고, 자연스럽게 폴란드를 향한 압력은 훨씬 약해지기 때문.
현지를 방위하던 지휘관들은 최소 2~3만 명은 있어야 그디니아를 열흘 동안 지킬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로젠바움 암살 미수 사건으로부터 그디니아 봉쇄에 이르기까지 결코 독일을 자극하고 싶지 않았던 폴란드로서는 그디니아에 병력을 증파한다는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그리고 독일의 전차가 사신처럼 그디니아 문앞에 다가왔다.
쾅!!
“끄아아아악!!”
“안 돼. 안 돼. 이건 못 이겨. 못 이긴다고···.”
“정신들 똑바로 차려라! 독일 놈들이 도시에 입성하면 우릴 모조리 죽여버릴 게 틀림없다! 아들은 살해당하고 딸은 겁탈당한다! 독일놈들은 언제나 그래 왔다!! 싸워! 싸우라고!!”
타타타타타!!
그디니아로 공격해 들어오는 독일군은 상식을 모조리 파괴하고 있었다.
나름대로 폴란드가 오랜 시간을 들여 건설한 방어 진지들은 독일군 병사들이 들고 있는 정체불명의 로켓-막대기가 내리꽂히는 족족 박살 났고, 안에 있던 병사들은 콘크리트와 함께 산산조각의 육편으로 화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소총! 저 빌어먹을 소총!”
“저 개새끼들은 우리가 한 발 쏠 때 수십 발을 퍼붓고 있습니다. 고개 한번 내밀었다간 그대로 뒈진다고요!”
“살려줘, 살려줘. 으아아.”
기본적인 화력에서 피아의 차이가 명백하다.
곳곳에 내리꽂히는 포병 사격.
오직 살의로만 가득한 박격포탄과 기관총 긁는 소리.
그리고 신화 속 켄타우로스처럼 모든 것을 짓밟고 때려부수는 강철 괴수들.
저 전차들을 제압하기 위해 대전차포를 끌고 나오면 뭐 하는가. 대전차포에 붙은 병사들은 사방에서 독일 소총수들이 퍼부어대는 탄에 조준은커녕 장전조차 제대로 못 하고 한 맺힌 생을 마감하고 있었다.
“저렇게 빨리 탄을 쏴대면 당연히 우리보다 훨씬 먼저 총알이 바닥날 수밖에 없다. 놈들이 거지가 된 틈을 타 반격하면 이길 수 있다!”
하급 장교들은 연신 그렇게 떠들면서 어떻게든 병사들의 사기를 붙들려고 용을 썼다. 피에 굶주린 독일군에 대한 공포가 아니었다면 이미 그디니아 주둔군은 진작에 무너져 소멸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참고 또 참은 끝에.
마침내 끝이 없을 것만 같던 적들의 총소리가 점차 시들시들해졌다.
“후퇴! 후퇴!”
“부상병 들쳐업어! 놈들이 주춤할 때 물러난다!”
누군가는 절뚝거리고 누군가는 피를 흘리고.
폴란드군은 시가지를 끼고서라도 독일 놈들을 막기 위해 마지막까지 항전의 의지를 불태웠다.
조국을 지키겠다는 용기로 무장한 이들에게 최후의 일격을 날린 것은 독일군이 아니었다.
타앙!
“카, 카악-”
“빌어먹을 폴란드 새끼들!”
“민족혁명 만세!! 로젠바움 만세!!”
“키루스 대제의 뒤를 잇는 로젠바움 총통이시여! 불쌍한 유대인들을 구원해주소서!”
틀림없이 그들의 땅인 그디니아 시내 한복판에서 총성이 울려 퍼졌다.
그디니아는 사흘을 채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그리고 아직 독일군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 폴란드 도시 곳곳에서 살의 가득한 총성이 피어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