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155)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155화(155/246)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5)
리츠-시미그위 폴란드군 원수 겸 대통령 권한대행 겸 총리 권한대행 겸 ‘피우수트스키의 후계자 겸 친구’ 겸··· 아무튼 폴란드의 독재자인 그는 기절하고 싶은 욕망을 애써 억눌러야만 했다.
“어제 오후 정식으로 우리에게 선전포고를 전달한 리투아니아가 총동원령을 선포하였습니다. 기존에 준비되어 있던 군대는 빌뉴스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각하. 빌뉴스는 지켜야 합니다.”
“아니. 퇴각시켜.”
생살을 도려내는 듯한 표정을 숨기지 않으며 그가 말했다.
“빌뉴스만 확보하면 리투아니아는 제 욕심을 다 차린 게야. 점령지 안정화 같은 핑계나 주워섬기면서 인명 손실을 피하려 들겠지.”
“하지만 폴란드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도시를 쉽게-”
“빌뉴스를 지킬 여력이 있다면 차라리 아껴서 독일 놈들을 막아야지. 독일만 막아낸다면 리투아니아 따위는 언제든지 짓이겨버릴 수 있어.”
시미그위는 그렇게 빌뉴스를 포기했다. 썩어도 준치라고, 권력에 대한 욕망과 지휘 능력은 별개였다.
전쟁이 터졌다.
이제 침략자로부터 조국을 지키고, 승리를 향해 그들을 이끌어야 한다.
이미 무력해진 그의 반대파들은 입도 벙긋 못 할 것이오, 조국을 지키자는 한마디면 그의 절대권력은 신성불가침의 영역에 접어들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나?
전쟁은 정치의 연장이며, 가장 과격한 유형의 협의 절차.
원래라면 옥수수와 다이아몬드를 맞바꾸자고 하면 지랄 말라는 소리가 나오겠지만, 전쟁이라는 협의 절차를 거치면 그 교환이 성립될 수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저 기적의 트레이드 자체가 아니다.
전쟁에 호소하는 측에서는 ‘너의 다이아를 받아 가겠다’라는 목적이 있고, 침공당하는 측에서는 ‘내 다이아를 지키겠다’라는 목적이 있다.
그런데 지금은 아무것도 없다.
독일이 무얼 원하는지도 모르겠고 폴란드가 지켜야만 하는 것도 불분명하다. 심지어 승리 조건조차도 오리무중이다.
“독일은 결코 장기전을 수행하지 못한다. 우리가 버티면 다른 열강들이 필히 개입할 터. 그때까지 적의 의지를 꺾고 폴란드가 결코 호락호락한 나라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면 된다!”
그래서 시미그위는 일반론을 꺼내 들어야만 했다.
영국은 믿을 수 없고 프랑스는 비열한 기회주의자들이지만.
이탈리아가 있었다.
지금은 그 전쟁광의 호언장담만이 폴란드를 구할 마지막 동아줄로 보였다.
“한 달만 버티면 된다. 한 달을 버티면 프랑스도 지금이 독일을 꺾을 절호의 기회라는 걸 확인하고 움직일 게 틀림없다.”
수도 바르샤바와 내륙 루블린(Lublin) 일대를 사수할 것.
독일군에게 심대한 피해를 강요해 전쟁 의지를 꺾을 것.
이 두 개면 된다.
이러면 독일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들일 수 있고, 원만한 조건으로 평화 조약을 맺을 수도 있다. 마침 독일은 자기들 피와 살 대신 던져줄 리투아니아라는 여벌 목숨도 있잖은가.
“타국의 움직임에 유의하고, 외교관들은 이 국난에 맞서서 최대한 세계의 여론에 호소하도록.”
“알겠습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체코의 참전은 막아야 해. 체코 놈들도 어깨 위에 머리통이라는 게 있다면 참전할 리가 없지만!”
경계해야 할 나라는 크게 두 곳.
소련과 체코슬로바키아.
소련이야 긴말해서 뭣 하겠는가. 영원한 숙적. 민족의 원수.
그리고 체코와는 사소한 국경 분쟁이 있긴 했지만, 폴란드가 멸망한다면 체코는 완전히 독일에 종속되는 신세로 전락한다. 폴란드가 존재하는 편이 체코의 미래에 훨씬 도움이 된다는 건 자명했다.
“······.”
“······.”
“빨리빨리들 움직여! 이 전쟁은 국가와 민족의 운명을 건 전쟁이야! 패배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의 면전에서조차 이 불온한 분위기가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자신이 남들보다 조금 멀리 본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은 모두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게 틀림없었다.
‘리츠시미그위 원수가 이번 전쟁을 일으킨 게 틀림없잖나.’
‘쿠데타를 일으킨 시점에서 독일과의 전쟁을 결심했겠지.’
‘이번 전쟁에서 나라가 망하지만 않는다면, 가장 큰 이득을 얻는 건 원수뿐이다.’
누구도 대놓고 그에게 그런 소리를 지껄이진 않았다. 하지만 속으로는 뻔할 뻔 자.
그로서는 미치고 팔짝 뛸 판이었지만, 그단스크에서 멋대로 행패를 부린 놈들이 본인 밑에 있는 과격한 놈들일 가능성이 너무나도 높았다.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애송이들. 전쟁 무서운 줄 모르고 민족주의만 꽥꽥대는 머저리들!
그래도 아직은 해볼 만하다.
그렇게 여기고 있을 무렵.
“가, 가, 각하.”
“뭐냐.”
“조, 조금 전, 체코슬로바키아가 우리에게 선전포고했습니다.”
평시 폴란드의 군대는 약 28만 명.
동원명부에 이름이 오른 예비역을 모조리 군인으로 징집한다면 최대 150만 명이지만, 그랬다간 공장을 돌릴 인력이 없다. 폴란드 군부는 최대 100만 명이 국가를 유지하면서 동원할 수 있는 한계치라고 보고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독일군은 최소 100만, 현실적 수치로는 최대 150만. 여기에 리투아니아군이 약 10만 추정.
빠듯하지만 방어자의 이점을 살린다면 어떻게든 버텨볼 수 있으리라 여겼다.
하지만 체코군이 추가된다면?
우선 남부 전선이 새롭게 열린다. 슬로바키아-폴란드 국경은 이제 후방이 아니라 전쟁터다.
“체코가 총동원령을 선포했다고 합니다.”
“그들의 군대가 얼마쯤 되지?”
“총동원을 가정할 경우··· 80에서 90만은 될 것으로 짐작했었습니다. 물론 본토 방위를 위한 병력과 국내 산업 유지를 감안하면 실 병력은 그보다- 각하? 각하?!”
80만 추가.
시미그위는 자살 충동에 휩싸였다.
아직 소련은 움직이지도 않고 있었다.
***
– <비밀 무기>나 <결전 병기>, <단 하나뿐인 최고등급 기체> 같은 소리 좋아하는 건 군인이 아니라 피규어 수집하는 매니아들 이야기지.
비록 미덥지 못하고 멍청한 데다 정치질도 못해서 신나게 이용당하다 비참하게 죽은 빡대가리 대머리지만, 적어도 본인 전공 분야에 대해선 믿어야만 하는 범석이가 말했다.
– 앞에 사족이 굉장히 길다?
사실 본인 전공 분야도 못 믿겠다. 너, 해알못이잖아. 전 세계 수천만 군함 매니아 어른이들은 앞으로 조범석 이름 석 자에 저주를 아끼지 않겠지···.
– 그러니까 해군은 내 전공이 아니라고, 이 자식아. 그리고 걔들은 내가 존재했는지도 모를 텐데 무슨 개지랄이야?
그런가? 역시 초중전함 <대머리 범서기우스>를 진수해야 하나? 거대로봇 변신 기능도 넣어서?
잡담은 여기까지.
참으로 오랫동안, 우리는 어떻게 하면 독일군의 전투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고 또 이를 실천으로 옮겼다.
먼저 공군부터.
제트기의 도입은 범석이가 말하는 하이-로우 믹스(High-Low mix)를 위해 이루어졌다.
비싸지만 강력한 고급 기체.
그리고 대량 양산을 통해 코스트 다운과 물량 확보를 노린 저급 기체.
우리가 실전에 투입시킨 제트 전투기는 벌써 <플라잉 관짝>이라는 명예로운 호칭을 달았지만, 그건 제트기를 보유한 우리 사정이고 처맞는 적 입장에선 이게 무슨 개사기냐고 쌍욕을 늘어놓는 것 외엔 대책이 없다.
심심하면 엔진 트러블이 일어나?
상공에서 멋대로 추락해?
그래서 어쩌라고. 나 때는 말이야, 모든 항공기는 다 그랬다고,,,! 비행기가 추락하는 건 너무 당연한 자연법칙이었단 말이야,,,!
– 으, 말하는 뽄새 하고는.
애들 보는 만화에도 나오지 않는가. 사악한 마왕이 <힘을 원하는가>라고 제안했을 땐 당연히 대가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상식을 초월한 속도를 얻는 대가로 고작 약간의 추락 위기 정도면 어마어마하게 싼 편이지.
몇몇 멍청한 놈들은 나를 찾아와 이런 기적의 신무기는 아껴 뒀다가 더 강력한 적을 상대할 때 공개해야 하지 않겠냐고 떠들었지만, 나는 그 아둔한 놈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
이제 전 세계가 제트기, 아니면 제트기를 상대할 수단을 개발하기 위해 대가리가 터질 게 분명하다. 그리고 뭔가 제트기와 붙어볼 건덕지가 생기기 전엔 더욱더 조심하겠지. 이거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억제력’ 아닌가?
이런 이득에 비하면 제트 엔진은 저급 기름을 넣어도 굴러가서 좋다거나 저거 개발한다고 지갑에 구멍 났다거나 하는 건 극히 사소한 문제에 불과하다. 사실 우리 제트기의 존재를 믿어줄지가 오히려 더 걱정된다.
제트기 도입이 정치적 이득을 고려해 ‘일단 띄우자’식 결정이었다면.
육군에 관련된 사업은 말 그대로 독일군의 운명을 결정할 중차대한 문제였다.
“우리 군은 소부대 단위 전투에서 적을 완벽하게 압도하고 있습니다. 이 모두가 각하의 영단 덕택입니다!”
“이 모든 성과는 오직 각하께서 독일군을 신묘하리만치 탁월한 기예로 영도하셨기 때문입니다. 하일 로젠바움! 독일민족혁명공화국 만세!!”
브라우히치를 비롯한 군바리들이 한껏 간사함을 가득 담아 아부를 늘어놓는 것 좀 보라.
본래 독일군의 보병 분대는 게베어1898(Gew98), 그리고 그 개량형인 Kar98b를 채택했다. 이름 보면 알겠지만, 아무리 명품 소총으로 이름 드높았다지만 무려 1898년에 개발된 물건을 사골 우려먹고 있던 셈이다.
당연히 독일군 장성들은 얼간이가 아니기 때문에, 한 발 쏘고 재장전 땡겨야 하는 이 소총의 화력을 맹신하기보다는 MG34를 비롯한 기관총을 분대 화력의 핵심으로 구상했었다. 한 분대가 10명 안팎이라고 치면, 기관총 사수 – 부사수 – 탄약수가 한 세트를 이루고 나머지가 소총을 빵야빵야 쏘는 셈.
하지만 내가 정권을 잡으면서 저 흉물스러운 계획은 전부 스톱되었다.
– 2차 대전 때 미군은 생각보다 독일군 보병 분대를 고평가하지 않았어. 기관총에만 의지해야 해서 실제 화력은 물렁물렁한 놈들이라고 깠거든.
미군이야말로 화력에 미친 변태들.
그리고 범석이는 거기서 더 진보한 화력성애자다.
<10인이 1개 분대.>
<각 분대별로 판처파우스트 하나씩 지급.>
<판처파우스트 사수만 권총 지급. 나머지 전원 자동소총 무장.>
광기.
압도적 광기.
– 무슨 소리야? 유탄발사기가 없으니 마음 같아서는 전 분대에 총류탄이라도 배급하고 싶은데 고작 요술봉 하나로 참고 있잖냐. 이래서야 북괴군보다도 화력이 딸려! 화력, 더 강한 화력, 압도적인 화력···.
안 돼. 범석이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던 폭발과 화약을 사랑하는 마음이 깨어나고 있잖아!
미안하다 범석아. 39년 독일은 돈이 없어.
– 씁··· 그냥 제트기 포기하고 유탄발사기 개발하자고 할걸.
제발 가능한 걸 좀 요청해라.
당장 여러 번 사용이 가능한 <판처슈렉> 대신 판처파우스트를 양산하기로 결정한 이유가 뭐겠나. 돈과 보급이다. 판처파우스트는 흑색 화약으로도 만들 수 있어서 보급 소요에 부담을 덜 주거든.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현시대의 군대들 뺨따구를 왕복으로 갈기고 냉전 초기 국가들과도 비벼볼만한 독일군이 완성되었다.
하지만 강력한 무기의 도입은 승리의 필수조건이 아니다.
당장 자동소총을 도입할 때 난리가 났던 걸 돌이켜봐도 알 수 있듯, 강력한 무기는 대개 더 많은 돈과 자원을 소모하는 법이니까. 안타깝게도 우리에겐 착취할 식민지가 없고, 우크라이나 밀밭에서 이반을 뽑아다 캐지도 못한다.
단기전을 상정한 군대.
오직 단 한 번의 일격에 모든 것을 건 군대.
이런 걸 만들어도 되나 싶지만.
– 뭐어··· 너무 그럴 것까지야. 장기전을 염두에 둔 군대라니, 그딴 게 왜 있어? 당장 지난 1차 대전만 해도, 가망이 없었으면 빨리 종전이라도 해야 했다.
웬일이지. 해가 서쪽에서 뜨려고 이러나.
범석이가 나를 전쟁 관련된 일로 두둔하다니.
– <최후의 한 명까지> 같은 되먹잖은 소리 하느니 그냥 거하게 치고받고 막히면 신속하게 항복하는 게 나아. 왜, 국민돌격대라도 만들 작정이냐? 어차피 너네 독일은 길게 보면 무조건 필패야. 차라리 이편이 사람 덜 죽는 길이다.
나는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였다.
국가 수반으로서 내가 군사 분야에서 해줄 수 있는 일은 다 했다.
이제 다른 분야의 일을 할 차례였다.
“노이라트를 부르시오.”
***
“반갑습니다, 여러분.”
“총통 각하. 우리는 이번 전쟁에 대해 대단히 우려를 품고 있습니다.”
체코슬로바키아가 선전포고를 선언한 시점에서 이 전쟁은 이제 국제전이 되었다. 리투아니아는··· 너무 체급이 달리니까.
영국과 프랑스 대사는 어차피 방관자 입장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들의 역할은 독일이 과식하는 게 아닌지 감시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나는 별로 많이 처먹을 생각도 없다.
“왜 제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전쟁을 일으킨 건 폴란드입니다. 폴란드의 야만스러움을 규탄하진 못할망정 지금 제게 책임을 물으십니까?”
“책임이라니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하지만 인도적인 차원에서라도, 각하께서 자비를 베풀기를 소망할 뿐입니다.”
번역하면, ‘설마 저 큰 폴란드를 통째로 합병하겠다는 건 아니겠지?’라는 뜻.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요. 폴란드를 멸망시키지는 않겠습니다.”
“···!”
“대신, 유럽의 평화를 파괴한 전쟁광 폴란드를 억누르기 위해 일부 영토는 받아가겠습니다. 이것조차 불만이십니까?”
“자세한 건 본국과 논의를 해야겠습니다만-”
“대체 우리가 얼마나 더 참아야 합니까? 적당히 좀 하시지요.”
정신이 없겠지.
폴란드 주재 무관들이나 대사관 직원, 첩보원들이 독일 군대의 현황을 보고하기 시작하면 저 혼란은 극에 이를 터.
그래 맞아.
사실 나는 집권하자마자 전쟁 준비했어. 너희들은 그동안 속았던 거야.
이 사실을 깨닫는다면 지금과 같은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기대하긴 어려워지겠지. 그러니 여기서 확답을 받아내야 한다.
“서프로이센. 슐레지엔. 빌뉴스. 테신. 여기에 적절한 수준의 이자까지 더해서 받아내겠습니다.”
“제 사견으로는 그 정도라면 충분히 합리적인 것 같습니다.”
소련이 조만간 폴란드의 동쪽 한 움큼을 떼어가리란 말은 굳이 하지 않았다. 그건 모스크바에 가서 알아서 항의들 하시고.
“그리고 하나 더 있습니다.”
“무엇입니까?”
“이번 전쟁은 결국 폴란드 민족주의자들의 폭주로 인해 벌어진 일입니다. 폴란드는 민족자결의 원칙을 무시했고, 소수민족 보호라는 원칙 대신 포악하게 동화냐 죽음이냐를 외쳤습니다. 폴란드에 사는 모든 소수민족들은 자신들의 국가로 돌아가고, 국가가 없다면 만들어줘야 할 것입니다.”
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민족자결주의를 알뜰하게 써먹었다. 저들로서는 딱히 할 말도 없으리.
“국가가 없다고 한다면 역시 우크라이나인 말씀이십니까?”
“그들도 해당되겠지요. 그런데 한 민족이 더 있잖습니까. 나라가 없는.”
“루마니아인도 아니고, 그러면-”
“설마?”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유럽엔 유대 민족 국가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