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158)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158화(158/246)
먹장구름 (1)
1939년의 여름이 끝나갈 때쯤.
독일인들의 자신감은 그야말로 파천. 하늘을 뚫은 그들의 끝없는 자신감은 성층권을 뛰어넘어 우주 저 너머로 날아가고 있었다.
“민족혁명 만세! 독일 만세!!”
“로젠바움 총통께선 신이고 우리는 무적이다!”
“엄마 나는 커서 로젠바움 각하처럼 되고 싶어요!”
수십 년 동안 굴욕과 눈물 가득하던 세월이었다.
틀림없이 영광스러웠던 독일 제국은 사라지고 패전국이라는 멍에만이 남아 그들을 짓눌렀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더 이상 패배자가 아니었다.
세상의 주인이었다.
전 독일은 기쁨의 물결로 넘실대고 있었다.
패배한 후 잃어버린 영토들이 하나둘 모이고 있었고, 각지에서 팔자에도 없이 <소수민족>으로 분류되어 온갖 끔찍한 학대(아마도)를 당하던 게르만 동포들이 다시금 조국의 국민으로 복귀했다.
이제 흩어진 옛 독일의 강역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리고 한없이 자신감으로 가득 찬 민심은 다음 스텝을 요구하고 있었다.
“오스트리아의 우리 동포들이 무솔리니의 폭정에 노예 신세가 되었습니다!”
“당장 저들을 구해야만 합니다!”
“무솔리니가 매일같이 오스트리아 애국자들을 처형하고 있다고 합니다.”
“무솔리니가 보낸 이탈리아군은 낮이고 밤이고 가릴 것 없이 여자들을 겁탈한다더라!”
누가 뭐라 입을 뗄 필요도 없었다.
이탈리아야말로 사사건건 독일의 길을 가로막던 숙적.
이미 몇 번씩이나 테러와 내란, 쿠데타의 뒤에 무솔리니의 그림자가 있었다는 것은 세 살 먹은 애라도 아는 일이었고, 바로 그 민족의 원수가 이제 오스트리아를 집어삼켰다는 건 그야말로 하늘과 땅과 사람이 천지인 합동으로 진노할 패악질이었다.
이러한 국내 분위기에 군부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는 없었다.
“아아··· 우리, 사실 <강자>였던 건가?”
“너희가 강자라니. 착각하지 마라. 이 나와 같은 천재가 있었기 때문에-”
“아니, 정신들 똑바로 차리십시오. 폴란드가 너무 약했던 것뿐입니다!”
“만약 프랑스가 밀고 들어왔다면 우린 그대로 망했습니다. 너무 무모한 계획이었어요.”
“어리석은 놈들! 총통 각하의 신묘한 지략으로 프랑스가 결코 개입하지 않을 것을 다 예견하고 있었는데 이제 와서 군소리냐?”
“다 끝난 뒤에 딴에는 강평이랍시고 위험했네 어쨌네 볼멘소리나 찍찍 해대는 놈들이 프로이센의 장군이라고? 다리 사이에 있는 거 떼버려!”
모든 조직이 일사불란하게 단일한 기치만 들고 있을 수는 없다.
애초에 독재국가 아니랄까 봐, 아르민 로젠바움은 결코 완벽한 큰 그림을 쉽사리 남들과 공유하지 않았다. 결정권이 없는 자들이 큰 그림을 알아서 뭐 하겠는가?
브라우히치 합참의장쯤은 되어야 <폴란드를 조진다>라는 거대한 플랜 뒤에 온갖 추잡한 자작극이 덕지덕지 발려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반드시 알아야만 하는 이들조차 최소한의 정보만을 알고 있었다.
따라서 자랑스러운 독일민족혁명군의 간성들조차 ‘국가원수가 백주대낮에 폭탄으로 암살당할 뻔했으니 전쟁을 피해선 안 된다’라고 여겼고, 마찬가지로 조국의 신성한 국토로 돌아온 단치히에 폴란드군이 침투해 와 선전포고문을 낭독했으니 전쟁을 안 치를 수는 없었다. 그 상황에서 장군이라는 작자가 “전쟁은 나빠요” 같은 대사를 했다간 다하우의 히틀러 옆자리로 새 보직을 받았으리라.
하지만 모든 일이 끝나고 결과만을 보자.
그들에게도 서서히 보이고 있었다.
“이러다가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와 동시에 전쟁을 치를 판이다.”
“독일 제국 시절엔 하다못해 오스트리아-헝가리라는 맹방이 있었다. 지금 우리에겐 존재조차 흐릿한 리투아니아와 그 오스트리아-헝가리의 잔재에 불과한 체코가 있을 뿐이다.”
“의장님! 각하를 설득해 주십시오. 전쟁이 일어난다면 재앙입니다!”
그리고 브라우히치는 일갈을 날렸다.
“이 역도 같은 놈들! 우리 동포가 무솔리니의 폭정에 신음하고 있는데, 지금 군인이라는 작자들이 전쟁을 두려워해?! 당장 옷 벗고 집에나 가버려!”
“하지만 프랑스와 대체 어떻게 싸운단 말입니까?”
“조용히들 해! 지금 우리는 자존심을 버리고 영프의 개로 전락하거나, 혹은 모든 것을 얻든가 둘 중 하나밖에 없단 말이다!”
다시 한번 숙군 작업이 암시되었다.
그리고 두 번째 전쟁 또한 암시되었다.
이미 원 역사의 ‘블랙 오케스트라’를 이끌 반체제 군인들 상당수는 숙청되거나 제거당한 지 오래였고, 로젠바움 정권은 나치에 비하면 훨씬 더 강력하게 군부를 통제할 능력이 있었다.
그 모든 걸 아는 브라우히치는 우악스럽게 사자후를 내질러 부하 장성들을 통제했지만.
“각하. 진짜··· 진짜로 전쟁입니까?”
“브라우히치 합참의장.”
“총통 각하의 영명하심은 제가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지만, 저 거대한 식민지를 보유한 제국들을 상대로 이길 수 있을지··· 그것만큼은···.”
“동부 전선이란 것이 사라지고 오직 서방 연합국들만 상대하면 되는데도 어렵겠나?”
“···모르겠습니다.”
로젠바움은 혀를 차며 말했다.
“내 모든 대계는 결국 영국과 프랑스의 재무장을 최대한 늦추는 데 있었지. 상황은 매우 좋소. 저들은 아직 군대가 부족하고,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단단하게 무장했잖소?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승산이 가장 높은 시기요.”
“하지만 폴란드 전쟁의 전훈을 되새겨 주십시오. 우리에겐 아직 충분한 보급 역량이 있진 않습니다. 지금 모든 공장을 돌려 소모한 포탄과 총탄을 보충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만, 지금 당장 개전한다면 저희는 생각보다 훨씬 더 치명적인 탄약 부족에 직면하게 됩니다.”
압도적인 화력은 당연히 압도적인 소모로 돌아온다.
식량, 기름, 총알 등 현대적 군대는 그만큼 처먹는 것도 많다.
단순히 계산해서 백만 대군이 볼트 액션 딱총으로 무장했을 때와 방아쇠만 꾹 누르면 타타타타 수십 발이 쏟아지는 자동소총을 들고 있을 때. 총탄 소모량은 당연히 수십, 수백 배 늘어났을 게 아닌가?
“그 부분은 이미 우려한 대로였고, 조금만 시일이 지나면 금방 재고를 메꿀 수 있다고 들었는데.”
“정말, 선전포고하실 작정이십니까?”
“글쎄. 나는 평화를 사랑하는 만큼, 프랑스가 우리에게 얌전히 굽혀 준다면 굳이 전쟁에 호소하고 싶진 않소.”
어차피 명분은 많다.
피에 미친 전쟁광 무솔리니가 오스트리아를 사실상 점령해버린 지금, <오스트리아 해방>이라는 명분 하나만으로 선전포고는 일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더 수작질을 부리고 싶은 게 아르민의 속내였다.
“이제 슬슬. 우리 합참의장께서도 알 때가 되었군. 받으시오.”
“이게··· 무엇입니까?”
“조물주의 힘을 손에 넣기 위한 프로젝트지.”
아르민은 극비 도장이 선명히 찍힌 <맨해튼 프로젝트> 관련 서류를 내밀었다.
과연 연합국은 ‘원자폭탄 개발 초읽기 단계’라는 첩보를 접하고도 전쟁을 참을 수 있을까?
절대 그럴 것 같진 않았다.
아르민은 확신했다.
그들의 제국주의적 본성이.
결코 굴복을 원치 않으리.
***
세계 각국의 여론은 극심하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에티오피아 멸망.
알바니아 멸망.
몇 년을 끌어온 스페인 내전의 종식.
그리고 3주 만에 끝난 <폴란드 처벌 전쟁>과 폴란드의 분열.
오스트리아의 괴뢰국화.
대망의 – 이스라엘 건국에 이르기까지.
누가 봐도 지금의 유럽은 정상이 아니었다.
1년에 한 번이 멀다 하고 지도가 갱신되었고, 사방 곳곳에서 폭력과 전쟁이 줄을 이었다.
“우리는 평화를 원합니다!”
무솔리니는 아무도 믿지 않을 개소리를 뻔뻔스럽게 지껄이며 자랑스럽게 연설했다.
“너희들은나를존중해야한다나는5개국의지지를받고수많은개인훈장을서훈받았으며1936스페인에서이탈리아를이끌고승전을차지했고동시에역대최다승전지도자이다또한역대최고이탈리아지도자이자-”
“지랄하지 마라, 이 날강도야!”
“게르만 민족이 복수할 것이다! 너야말로 유럽의 평화를 파괴하는 미치광이 전쟁광 아니더냐!”
“무솔리니의 머리통에 총탄을 박아 복수하자! 오스트리아인이여, 모두 침략자에 맞서자!”
“-내가오스트리아에간이유는로젠바움에대한자격지심이아니라전쟁으로이룰수있는모든것을이루었기에유럽을평화롭게하기위해간것이지단지정복을위해서간것이아니다.”
본래 빈에서도 티배깅용 연설과 시가행진을 거행할 예정이었던 무솔리니는 암살 위협이 두려웠는지 과감하게 노쇼를 택했다.
그 대신.
그는 새로운 전쟁을 모색하고 있었다.
“친애하는 연합국 전우 여러분. 우리는 이제 깨달아야 합니다. 독일이 원하는 것은 다음 전쟁입니다! 저들은 지난 전쟁의 패배에서 교훈을 얻어 양면 전선을 해소했습니다. 폴란드는 독일의 발목을 붙잡을 능력을 상실했고, 우리는 두 번째 세계대전을 앞두고 있음이 명백합니다.”
“이보시오, 두체. 누구보다 온갖 전쟁에 개입하며 이탈리아의 영토를 확장해 온 당신이 그런 말을 하면 부끄럽지 않소?”
블룸의 뒤를 이어 새롭게 정권을 잡은 에두아르 달라디에(Édouard Daladier) 프랑스 총리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단적으로 말하겠소. 우리는 전쟁을 원치 않아요.”
“농담이 지나치시구려, 총리. 전쟁이 당신들을 원하고 있소! 당신이 원하건 원치 않건 그건 전혀 중요하지 않소!”
“군대가 없소.”
달라디에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프랑스군의 지휘봉을 쥐고 있는 가믈랭 총장은 죽었다 깨나도 독일을 향해 진격할 마음이 없었다.
진격은 곧 죽음.
수비는 곧 승리.
게다가 가믈랭은 한 가지 진실을 더 알고 있었다. 바로 정치인들이 시키는 대로 대가리 박아서 멀쩡했던 전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 군의 보고에 따르면, 독일군은 다른 기체보다 2~3배 빠르게 비행하는 제트 엔진 탑재 전투기, 기관총에 준하는 속도로 총탄을 퍼부을 수 있는 <돌격소총>이란 명칭의 개인화기, 그 어떤 전차라도 단 한 발에 제압할 수 있는 개인용 로켓 병기 등을 개발하고 전군에 도입했다고 합니다. 이런 적을 상대로 공세? 전혀 원치 않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합시다. 당신네들이 모루가 되고 우리가 망치가 되지요. 바이에른과 남부 독일 일대를 불바다로 만들겠소.”
이미 전쟁을 전제로 깔고 있는 무솔리니의 태도에 달라디에는 뭐라 화를 낼 수도 없었다.
죄송합니다. 국내 빨갱이들이 전쟁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공산주의자들과 로젠바움주의자들이 합동으로 반전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저들은 전쟁을 막기 위해 총파업도 불사할 작정입니다?
도대체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쪽팔려서 죽어버리고 말지.
“다른 건 모르겠지만, 적어도 두체께서 말한 대로··· 전쟁이 우리에게 관심이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을 듯합니다.”
두 정상의 추태를 지켜보고 있던 체임벌린은 신사다운 태도를 잃지 않으며 입을 열었다.
“로젠바움은 집권 직후부터 조금씩 정복과 전쟁을 위한 준비를 쌓아 왔습니다.”
“영국조차 그 소리를 하실 겁니까? 그러면 최소한 100만 대군쯤은 벨기에로 보내주신 뒤에 그 말씀을 하시지요. 아시겠습니까? 우리는 너무 많은 청년이 1914년에 죽어서 전쟁을 할 힘이 없어요!
그리고 독일 재무장? 명분을 마련해 준 건 독일 내전에 개입했던 이탈리아고, 용인해준 건 당신들 영국이잖아! 우리 프랑스가 독일을 제압해야 한다고 외칠 땐 입도 벙긋 안 하던 작자들이!”
“진정하시지요. 오판을 인정하겠습니다.”
체임벌린이 저렇게까지 말하자 달라디에로서도 더 할 말은 없었다.
“잘들 들으시오. 또다시 우리 프랑스인들을 독일 기관총 앞에 제물로 던져줄 심산이면, 우리는 그냥 전쟁 안 하고 독일과 타협하고 말겠소.”
“쫄았소?”
“그렇소. 프랑스인의 목숨은 그따위 헛짓거리에 낭비하기엔 너무나 소중하오.”
무솔리니는 상대가 덤덤하게 인정해버리자 충격받은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모스크바와 베를린의 연결은 나날이 긴밀해지는 듯했다.
코민테른은 아예 대놓고 <민족혁명주의 – 일명 로젠바움주의는 자본주의 부르주아지 정부와 공산주의 프롤레타리아 독재 사이의 과도적 역할로서는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다>라며 독일을 두둔해주고 있었고, 수령의 새 오더를 접한 빨갱이들은 대놓고 친독 노선을 선보이고 있었다.
매일매일 국회에서 쥐불놀이가 돌아가는 개차반 프랑스 정계에서, 공산당이 대놓고 뻗대며 훼방을 놓는다면 국정 운영에 심각한 애로사항이 꽃핀다.
“하지만 말입니다. 독일은 결국 식민지의 해체를 노리고 있습니다. 프랑스 여러분들의 고통은 잘 알겠습니다만, 저들이 프랑스 식민지에 가득한 불온분자들에게 지원을 계속한다면 결국 이는 프랑스에 대한 공격 아니겠습니까?”
“···그 부분은 저희 또한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습니다.”
베를린 올림픽이 끝난 지 약 3년.
독일이 세계 곳곳에 뿌려댄 민족혁명이란 이름의 맹독은, 이제 가장 어두운 땅 아프리카에까지 뻗어나가 식민지 경영을 위협하고 있었다.
“그럼 간단한 일 아니오? 폴란드에게 땅을 돌려주고 타국의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고 합시다.”
무솔리니는 정리하듯 결론을 내렸다.
“응하지 않는다면?”
“금수조치에 들어가야지요. 우리 세 나라가 합동으로 봉쇄를 한다면 독일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겁니다. 어쩌면 독일이 굴복할지도 모르지요.”
그럴 것 같진 않지만.
무솔리니는 속내를 삼키며 말했다.
두 번째 세계대전을 위해서라면, 슬슬 피아 구분을 할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