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159)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159화(159/246)
159화 먹장구름 (2)
독일민족혁명공화국.
베를린.
사람이 일만 하면서 살 수는 없다.
당연히 휴식을 위해 취미생활이라는 걸 즐기게 되고, 자연스레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어울려 모임을 갖게 된다.
하지만 정치인은 사람이 아닌 존재, 사람을 초월한 무언가다. 석가면을 쓰고 사람이길 포기해야 정치를 한번 트라이라도 해볼 수 있는 것.
정치를 하고 싶다면 일단 취미부터 확 늘어나야 한다. 일단 조기축구부터 뛰어야 하고, 그 유명한 산악회는 필수 코스이며, 동네 하천 환경미화 모임도 해야 하고, 뭐시기뭐시기 클럽도 나가줘야 한다. 이걸 전문 용어로 ‘표밭 다지기’라고 한다.
하지만 민주정의 탈을 쓴 일당독재 국가 독일이라면 표밭을 다질 필요도 없지 않을까? 당도 하나뿐인데 무슨 놈의 표밭?
웃기는 소리.
민족혁명당이 유일한 정당이기 때문에 곧 당원이 되기 위한 경쟁,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처절하다.
게다가 민주 국가에서 정치인 하다가 낙선하면 그냥 임기제 공직 생활 종료에 불과하지만, 독재 국가에서의 실각이란 생명의 위협과 동치되는 말.
따라서, 이 독일이란 나라에서 권력이란 마약에 한번 입을 대기 시작하면 결코 손을 떼지 못한다.
침대에서 평안한 노후를 맞이한다면 그야말로 축복 중의 축복.
대개의 경우는 은퇴 후 무언가 보복이 가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퇴직도 하지 못하고 무슨 명예직이나 감투 하나라도 붙들고 있으려고 용을 쓰다 죽고, 그게 아니라면 다하우나 슈타지 대공분실에서 비참한 생의 끝을 맞이한다. 이런 점은 안 닮아도 되련만 베를린이나 모스크바나 그 나물에 그 밥인 것이 그야말로 수렴진화의 사회실험 버전이 따로 없었다.
이런 ‘정치적 취미생활’의 정점에.
<베를린 민물낚시 동호회>가 있었다.
“하하! 저도 낚시의 참맛에 눈을 뜨고 말았습니다!”
“각하! 월척, 월척입니다! 한낱 미물들조차 각하의 위엄 앞에 스스로 몸을 바치고 있습니다!”
경애하는 민족의 영도자, 하늘이 내린 진정한 독일의 지도자 아르민 로젠바움 총통께서 낚시를 즐기신다는 소문이 돌자 독일의 모든 고관대작들이 그날부로 낚시 전문가가 되었고 베를린을 흐르는 강의 수질이 급속도로 개선되었다.
사연인즉슨 이러했다.
“저번에 루즈벨트랑 낚시를 했는데, 뭐어, 재밌더군요.”
“그렇습니까?”
자나 깨나 나라 걱정만 하며 불철주야 일만 하는 총통께서 간만에 흥미가 도는 게 생겼다니! 참으로 다행이도다!
식사 도중 딱 한 번 나온 낚시 이야기를 캐치한 오일러 장관은 연륜이라는 걸 입증하듯 며칠 뒤 총통께 고급 낚싯대를 선물했다.
받은 걸 곧장 창고에 넣기도 그랬던 아르민은 주말에 날을 잡아 오일러와 함께 슈프레강 강변으로 가 낚시를 했고, 오일러는 “각하를 물심양면으로 생각하기로는 역시 이 늙은이 뿐이지. 내가 말이야~ 각하와 단둘이서 밤낚시를~” 하면서 거드름을 피웠다.
이 소식을 들은 괴링은 말 그대로 펄쩍 뛰면서 곧장 낚싯배 한 척을 진상했고, 조용하던 슈미트까지 각종 캠핑 도구를 재빨리 상납했다. 참으로 민첩한 자들이었다.
그렇게 총통과의 낚시 타임이야말로 권력의 핵심 중 핵심만이 누릴 수 있는 특급 호사가 되었고, 총통께서 중대한 결정을 내리기 전 낚시를 하며 생각을 정리한다는 썰이 돌면서 총통의 낚시는 정치적 함의까지 얻게 되었다.
– 푸하하하. 낚시가 쉬어 보이디? 용쓴다 용써.
물론 강물에 둥실둥실 떠 있는 어떤 귀신의 목소리는 낚싯대를 쥐고 있는 총통에게만 들렸지만.
아르민, 괴링, 슈미트, 오일러, 뵐케.
거기에 오늘 처음으로 초대받아 얼굴이 가득 상기된 브라우히치까지.
“뭐야. 수비대 사령관은 어느 틈에-”
“독일 민족의 최고존엄이신 총통 각하의 신변 경호는 당연히 공화국 수비대의 핵심 임무 아니겠습니까? 지금도 경호 임무에 매진 중인 수비대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제가 부대를 점검하는 것은 실로 당연한 일이지요.”
“공화국 수비대가 이런 중차대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으면 상급기관인 합참에 말을 했어야지! 뵐케 이 사람, 이제 보니 욕심이 참 크구만!”
“욕심이라니요? 임무 중입니다만?”
“이게 어딜 봐서 부대 점검이야!”
해군 소속 잠수부들을 베를린에 배속시키고 총통의 낚싯배를 해군 군함으로 등재하려던 레더 제독의 사악한 음모를 저지한 뒤 군부 대표이자 총통의 학교 선배로서 이 막중한 자리에 나온 브라우히치.
그는 태연스레 낚시 삼매경에 한창인 뵐케를 보고 성질을 부렸지만 이빨도 들어가지 않았다.
“조용히들 하시지요. 고기 도망칠라.”
“옙.”
더 이어지려던 실랑이는 슈미트의 한마디로 진압되었다.
나는 새도 떨어뜨릴 권능을 가진 독일인 다섯 명이 낚싯대를 드리운 채 옹기종기 접이식 의자에 앉아 멍하니 강만 바라보고 있는 모습은 참으로 절경이었다.
자리에 앉은 이들의 머릿속은 참으로 복잡했다.
‘전쟁인가?’
‘이길 수 있을까.’
‘승리한다면 그다음은?’
‘아. 고기 잡으면 뭐 해먹지.’
마침내.
침묵을 깨고 아르민은 입을 열었다.
“다들 걱정이 많군.”
“아닙니다, 각하!”
“각하만 믿고 따르면 승리란 자연스레 따라오는데 무슨 걱정이 필요하겠습니까? 하하하하!”
“합참의장님께선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지요.”
“···앗.”
어쩔 줄 몰라 하는 선배의 모습에 아르민은 피식 한번 웃어 분위기를 환기했다.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3개국을 동시에 상대한다고 하니 두렵습니까? 그토록 전쟁을 외치던 군부가?”
“뭐어, 그야-”
“그야 군부는 예산 더 달라고 징징대는 용도로 주전론을 외쳤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뵐케의 시니컬한 한마디에 브라우히치는 기가 막혀 대답도 제대로 못 하고 벙긋대기만 했다.
“신무기를 도입하고, 교리를 개선하고, 징병제를 부활시켰지만 군부는 언제나 이중적 태도를 고수했습니다. 조국의 영광을 위해 고토를 수복해야 한다고 외치지만, 정작 전쟁을 가정하고 작전계획을 짜라고 하면 압도적인 영프의 힘에 패전할 수밖에 없다고 손사래를 쳤습니다. 각하께서 저들을 숙청했음에도 저들의 이기심과 패배주의는 도무지 고쳐지질 않습니다!”
“사령관께서 쌓인 게 많나 보군. 실제로 우리가 프랑스나 영국을 정면으로 상대하기엔 부족한 것을 그러면 아무튼 싸우면 이긴다고 거짓을 고하기라도 해야겠소? 베르사유 조약 이후 군이 엉망이 되었고, 각하께서 나라를 바로잡고 조약을 파기한 이후에야 간신히 군이 군답게 행동할 자유가 생겼소. 겨우 5년 키운 군대로 연합국에 맞설 수 있다고 외치는 놈이 있다면 그놈 머리를 까봐야지.”
“그만, 그만. 각하 앞에서 뭣들 하는 짓이야!”
“둘 다 일리가 있으니 그쯤 합시다. 두 분 모두 각자의 직분에서 해야 할 말을 했다고 생각되는데.”
오일러가 다급히 말싸움의 꼬리를 자르며 아르민을 힐끔힐끔 바라봤고, 고함소리를 들은 물고기가 저편으로 떠나가는 것을 아련히 바라보던 아르민도 중재했다.
잠깐 둘이 머리를 식히길 기다린 후, 그가 다시 말했다.
“하나씩 따져보자고.”
“예, 각하.”
“먼저 이탈리아.”
“그놈들은 헤아릴 이유도 없는 병신입니다.”
“그래도 실전 경험이 풍부하지 않나?”
“그러니 우리와 똑같은 고민을 하겠지요. 물자 소모가 극심할 겁니다.”
에티오피아, 스페인, 알바니아, 거기에 오스트리아. 이렇게 군대를 펑펑 뿌리고도 나라 금고가 말짱하면 두체야말로 경영의 신이다. 샤흐트는 무솔리니의 발가락이나 핥으러 가야 할 터.
독일은 고작해야 1만 내외의 병력을 파병했고, 예비 물자를 팔아먹어 소련과 함께 스페인 공화정부의 맛 좋은 금괴까지 갈라먹었다. 반면 무솔리니는 내전이 다 끝났는데도 쉽사리 10만에 달하는 대병력을 철수시키지 않고 그중 일부를 눌러앉힐 기색을 내보이고 있었다.
누가 봐도 내전의 승리자 프랑코에게 ‘대가’를 청구하는 모양새였지만, 영국과 프랑스는 이를 묵인했다.
“오스트리아에 파병한 것까진 그렇다 쳐도, 그게 끝입니다. 이제 이탈리아는 더 이상 군을 동원할 능력을 상실했습니다.”
“오스트리아 민족혁명당이 재건되어 음지에서 활동을 개시했습니다. 적절할 때 내부에서 호응만 해준다면, 무솔리니는 일생일대의 대실패를 저 오스트리아에서 맛보게 될 겁니다.”
괴링이 부연하자 아르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탈리아가 그 정도 상태라면 걱정할 건 없겠군.”
“결국 우리의 싸움은 프랑스와의 한판 승부에서 결판날 겁니다. 하지만 프랑스는 대륙 최고의 육군 강대국으로-”
“나는 프랑스군이 허수아비 종이호랑이에 불과하다고 확신하네.”
총통의 말에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이 화들짝 놀랐다.
– 아아, 모르는 건가 이 녀석들. 어이어이. 프랑스가 아니라 엘랑스다. <6주>의 전설을 쓴 머저리들이지···.
“각하의 추측에 대한 근거를 들을 수 있을지요?”
“대전쟁의 망집에 붙잡혀 마지노선을 세우고 거기에 틀어박혔네. 기동력을 포기한 군대가 전쟁에서 승리한 적이 있던가?”
“그 마지노야말로 난공불락의 요새입니다.”
– 갈! 역경루에 틀어박힌 공손찬이 어떤 최후를 맞이했는지도 모르는가! 이 어리석은 놈들!
“벨기에로 우회해야지.”
“영국의 참전이 확정됩니다. 각하께선 영국과의 전쟁을 피하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건 우리가 민족해방을 부르짖으며 제국주의자들의 심기를 건드리기 전 이야기지. 순서가 반대요. 무슨 짓을 하더라도 벨기에 우회 외에는 답이 없었기 때문에, 영국의 참전을 상수로 두고 민족해방을 본격적인 아젠다로 입에 올린 것이오.”
총통께선 이미 수년 전부터 영국과 프랑스, 저 식민 대국을 상대로 한 수싸움에 돌입하고 있었다!
어렴풋이 예상만 하던 이야기가 드디어 총통의 입으로 확정되자, 사람들은 기대감을 갖기 시작했다.
“합참의장. 내가 준 <맨해튼>은 확인했는가?”
“그렇습니다.”
“군은 이에 대해 어찌 생각하시오.”
“예상된 파괴력이 사실이라고 가정할 경우, 전쟁의 향방이 급변할 겁니다. 그런 병기가 있다면 차라리 그게 한 10발, 아니 100발쯤 만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개전하면 그만 아닙니까? 아니면 하다못해 스트라스부르 같은 곳에 사용하고 강력한 기갑 부대를 투입하면 프랑스는 순식간에 무너질 겁니다.”
“그건 불가. 차선책으로 두겠소.”
– 하지 마라. 진짜 그건 아니다. 핵이 떨어진 곳에 수십만 대군을 밀어넣자고? 하면 안 된다? 응?
핵폭탄 10발을 프랑스에 갈겨? 홀로코스트 뺨치는 대학살이다. 그동안 애써 만든 착한 독일 이미지가 작살나고 그 대신 현세에 강림한 마왕군 꼬라지가 되겠지.
로젠바움은 아직 서류상으로만 나와 있는 핵무기의 힘에 대해 역설하는 대신 전혀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그랬다간 프랑스가 진심으로 굴복하겠소? 군사력을 통해서 승리를 거둬야만 프랑스를 무릎 꿇릴 수 있소.”
프랑스가 어떤 민족인가. 냉전 한복판에서도 프랑스! 하고 싶은 대로 한다! 를 외치며 자존심을 세운 놈들이다.
핵의 힘으로 항복을 받아내면, 기어이 저 빠게트 놈들은 어디서 핵을 몰래 만들어 베를린에 처박을 게 뻔하다. 그게 아니면 아예 지구상에서 프랑스인을 멸종시킬 각오로 패야 하는데, 그랬다간 다른 나라들에게 명분을 내주게 된다. 어느 쪽이든 절대 골라선 안 될 선택지.
“염려 마시오. 영국과 프랑스 내의 여론을 분열시키고, 놈들의 힘의 근간인 식민지를 들쑤시면 유색인종의 피와 살로 쌓아 올린 저 바벨탑은 결국 파멸하고 말 것입니다.”
“각하의 기대에 부응토록 결사의 각오로 싸우겠습니다.”
그러니 지금 전쟁이 일어나야 한다.
“괴링.”
“예, 각하.”
“그동안 고생 많았다.”
민족혁명당을 진두지휘하는 그는 베를린 올림픽을 기점으로 세계 각국에 로젠바움주의를 전파하는 전도 특공대 임무를 수행했다.
“우리가 진정한 승리를 거둘 방법은 이것뿐이었다. 식민 열강이 만든 구 질서를 무너뜨려 피지배 민족을 해방시키고, 독립을 되찾은 그들이 우리의 ‘친구’가 되는 것. 이게 내가 생각한 유일한 승리 방안이야.”
“제게 막중한 임무를 맡겨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직 빨갱이들에 비하면 그 세가 미약하긴 하지만, 우리가 식민 열강과의 성전을 선언한다면 필시 세계의 모든 피지배 민족들이 우리와 함께 싸울 겁니다.”
“그래. 그 정도는 해야 내 뒤를 잇지.”
“······네?”
괴링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전쟁에서 승리한다면, 차기 권력을 명확히 하겠다. 네가 내 다음이다.”
이기기만 한다면.
아르민은 거뭇거뭇한 강물을 노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