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160)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160화(160/246)
160화 먹장구름 (3)
헤르만 괴링은 실로 민첩했다.
휙 낚싯대를 집어 던진 그가 재빨리 강변 진흙밭에 점핑 도게자를 처박고 오열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척수반사 그 자체였으니.
“각하, 아니, 형님! 저는 추호도 그런 욕심을 품은 적이 없습니다! 하늘이 내린 초인인 형님이 아니라면 누가 감히 총통 같은 막중한 직책을 감당하겠습니까?”
“각하. 저희를 버리시면 아니 됩니다!”
“전쟁을 앞둔 지금이야말로 게르만 역사상 최고의 지도자 아래에서 하나 되어 뭉쳐야 할 때 아니겠습니까? 각하. 부디 말씀을 거두어 주십시오!”
“로젠바움 총통. 엉망진창이던 카이저의 제정과 비참한 혼란뿐이던 바이마르의 혼란이 가라앉은 지 아직 10년도 되지 않았습니다. 어찌 벌써부터 물러설 때를 생각한단 말입니까? 10년은 채우고 나서 생각합시다.”
나이 잡술 만큼 잡순 사람들이 온몸을 다해 데굴데굴 구르고 애걸하는 광경을 보고도 아르민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이게 권력이다.
인간을 한껏 추잡하게 만드는 저주받을 힘.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자기 자리로 돌아가면 손가락 한번 가리켜서 일가족 하나 끝장내는 건 아무렇지도 않게 할 만한 권력자들인데, 그들조차 지금 여기선 충성심을 증명하겠답시고 이 난리를 피우고 있지 않은가.
– 영감쟁이들 강바닥에 뒹굴게 만드니까 좋냐? 추한 꼴 보기 그러니까 여기까지 하자.
“그만들 하시고, 다들 앉으십시오.”
“각하께서 말씀을 거두지 않으신다면! 이 헤르만 괴링! 지금 당장 저 강물에 몸을 던져서라도- 캑!”
아르민이 인정사정없이 괴링을 발로 밀어버리자 엎드려 빌고 있던 독일의 제2인자가 데굴데굴 굴러 강에 몸을 담그고 말았다.
“오버하기는. 이제 내 세부 구상을 말씀드리지요.”
재래전으로 프랑스를 꺾어 굴복시킨다.
프랑스만 무너진다면 이탈리아는 알프스 빼면 시체인 잡졸 A에 불과하다. 장담하건대, 무솔리니는 프랑스가 패배하는 순간 꼬리를 열심히 흔들어대면서 ‘우리 무승부로 하지 않을래?’를 외칠 게 뻔하다. 내 머릿속에선 도저히 무솔리니가 대영제국을 신뢰하며 최후까지 항전한다는 선택지가 떠오르질 않거든.
이탈리아가 손을 들면 사실상 전쟁 끝.
영국과 평화 협상을 맺고 조기에 종전한다.
영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카드는 총 네 장.
영국 내 로젠바움주의자들.
탈식민주의.
일본제국.
그리고 핵무기.
– 히틀러도 영국이 포기할 거라고 믿었던 건 알고 있지?
거대 물귀신의 속삭임에 로젠바움은 코웃음만 쳤다.
영국군의 재무장은 원 역사보다 훨씬 뒤처졌고, 공군력은 충분히 승부수를 던질 만하며, 영국 식민제국의 근간을 파괴할 최면어플까지 있다.
핵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지만··· 실전배치가 완료된다면 충분히 영국의 항전 의지를 꺾을 만하고.
그러니 지금.
전쟁을 빌미로 이미 집중된 권력이 과포화 상태에까지 이른 지금이야말로 미래를 설계하기에 적당한 타이밍이었다.
“내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총통이라는 이 직책은 내가 아니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자리입니다.”
“그렇습니다!”
“존귀한 총통의 자리는 오직 각하만의 것이어야 합니다!”
“우리가 전쟁에서 승리한다면 민족혁명당과 국내 정치 또한 개편해야 합니다. 이는 내가 처음 집권할 적의 공약을 지키는 것이기도 하며, 유럽의 패권을 거머쥔 국가에 걸맞은 성숙한 정치체제로 나아가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일당독재는 언제나 부작용이 있다.
원 역사의 나치당이든 공산당이든, 부패와 부정과 태만과 비효율이라는 권력의 합병증에서 벗어날 방법은 오직 하나 – 경쟁자의 등장뿐. 괜히 다당제 민주주의가 현대 사회의 승리자로 떠오른 게 아닌 셈.
“우리가 전쟁에서 승리한다면, 여론은 둘로 나뉠 겁니다. 그때야말로 민족혁명당 또한 둘로 쪼개질 적기입니다.”
“당을··· 쪼갠다고 하셨습니까.”
“그래.”
그 당의 수장인 괴링의 눈에 지진이 일어나고 있었다.
“누군가는 전 세계 민족혁명을 외치며 모든 피지배 민족이 쇠사슬을 벗어던지고 독일의 우산 아래 뭉쳐야 한다고 외치겠지.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끝없는 확장과 지출 대신 이제 내실을 다져야 할 때라고 생각할 거야.
딱 좋지 않나? 여당과 야당. 확장과 수성. 견제와 균형.”
어차피 괴링에게는 로젠바움 같은 카리스마가 없다.
그는 유능하긴 하지만, 승리를 거둔 뒤 세계 패권을 다툴 대독일 전체를 아우를 만큼 탁월한 능력이 있냐 하면 그건 아닌 게 분명하다.
“콘라드.”
“예, 각하.”
“자네에겐 미안하지만, 야당 당수 역할을 해줘야겠어. 은퇴는 포기하게.”
“저는 각하와 함께 순장되고 싶었습니다만···.”
“어쩌겠나? 점찍어 두고 있던 괴벨스가 제 복을 스스로 걷어찼는데. 민족혁명주의가 도덕이란 가치를 중시하는 이상, 그 멍청이는 기수(旗手)가 될 자격이 없어.”
이미 오래전부터.
양당제를 염두에 둔 권력의 분할과 대립 구도를 형성해 왔다.
괴링은 계속해서 민족혁명의 성전을 부르짖으며 강경파를 이끌게 될 것이다. 리벤트로프 같은 외교 라인, 유대계 자본가들, 동생 알베르트가 맡고 있는 로젠바움 그룹 일부, 그리고 오랫동안 그가 일구어놓은 민족혁명당 중추가 그에게 가담할 테고.
반면 내치와 평화를 외칠 슈미트에겐 노이라트의 외무부, 샤흐트와 오일러를 위시한 비-유대계 독일인 자본가들, 마찬가지로 로젠바움 그룹 일부를 맡고 있는 빌헬름 카이텔, 그리고 차츰 민주화를 요구할 새로운 세력들이 붙으리라.
일당독재 국가를 단숨에 민주 국가로 개편하는 건 어림도 없는 일이지만, 최소한 <평화로운 정권 교체와 이양>이라는 핵심 과제만 달성하더라도 소련처럼 어어 하다가 한순간에 나라가 펑 하고 공중분해될 일은 없지 않겠는가?
나중에 터지더라도.
그거까지 그가 뒤 닦아줄 순 없는 노릇이고.
“이게 내 뜻입니다.”
“······.”
“······.”
모두.
감히 입을 떼지 못했다.
“그럼, 각하께서는···?”
“은퇴해야지요. 내가 죽는 순간까지 권력을 쥐고 있으면, 그건 이 나라에 최악의 선례를 남기게 됩니다. 부디 내가 조지 워싱턴과 같은 선례로 남았으면 합니다.”
괴링은 무척이나 혼란스러운 기색이었다. 본인에게 떨어지는 자리가 절대적 권능의 총통 자리가 아니라 반쪼가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아버렸으니 저럴 만도 했다.
“생각해 보니, 어차피 제가 형님과 같은 힘을 가져봤자 그걸 제대로 감당도 못 할 게 분명합니다. 오히려 이 아우에게 이토록 막중한 임무를 맡겨주시니, 전 그 청사진을 달성하도록 마지막까지 노력하겠습니다.”
“내 뜻을 알아줘서 고맙다.”
“이제 왜 자식들을 전부 날려버리셨는지 알겠군요. 예. 평생 형님을 따라 모든 곳에서 싸워왔던 저도 자신이 없는데, 그 어린 페르디난트나 오토가 감당 가능할 리가 없지요. 이거 말만 후계자지 사실 십자가에 매달리는 역할 아닙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침대에서 편히 죽긴 그른 듯한데.”
여전히 몸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을 대강 닦으며, 괴링이 투덜대듯 말했다.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만,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물론.”
가만히 듣고 있던 뵐케가 잠시 주변의 눈치를 보다 말했다.
“만약 우리가 승리하고, 유럽의 패권을 거머쥔다면 말입니다. 그럼 우리 군의 주적은 어디가 되는 겁니까?”
“그야 정해져 있지 않나.”
저 드넓은 세계, 무수한 식민지 피지배 민족을 두고 경쟁해야 할 나라는.
오직 하나뿐이었다.
***
소련, 모스크바.
크렘린.
지난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을 기점으로 소련 전역에서 시작된 대숙청도 이제 끝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스탈린을 비롯한 소련 수뇌부는 확신하고 있었다.
그들이야말로 바로 킹메이커라고.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3개국이 독일을 무너뜨리기 위해 연합했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결국 전쟁은 피할 수 없으리라 봅니다.”
“도로 협상국이로군. 대전쟁 때와 똑같아.”
“하지만 저희가 없는 협상국에 어떤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도 그렇지. 그러니 저토록 애를 쓰고 있고.”
스탈린은 자신의 파이프에 불을 붙이며 중얼거렸다.
로젠바움과 스탈린, 두 독재자가 체결한 밀약에 의해 폴란드는 몰락했고 리투아니아는 독일의 품에 쏙 안겼다.
이제 밀약의 나머지 사항들도 이행되어야만 했다.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를 소련의 일부로 편입시키고, 핀란드와 루마니아를 혼쭐내 옛 러시아 제국의 강역을 회복하는 대업이야말로 이들의 최우선 목표.
폴란드를 뭉개버린 소련군은 그대로 여세를 몰아 약소국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를 지도에서 지워버렸다. 이제 북쪽과 남쪽 중 어디로 먼저 총칼을 들이대느냐가 남아 있을 뿐이었다.
“헝가리는? 그들은 원래 이탈리아의 졸개 아니었나?”
“움직임이 뜸해졌습니다. 오히려 이탈리아와 거리를 두려는 시도가 포착되고 있습니다.”
“그럴 만도 하지.”
이탈리아는 오스트리아와 헝가리 두 나라의 후원자를 자임했었지만, 바로 그 오스트리아를 털 하나 뽑지 않고 통째로 집어삼켰다. 이 작태를 보고도 헝가리가 여전히 친이탈리아적 태도를 유지한다면 그게 더 신기할 노릇.
“이제 슬슬 독일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결정할 시간이 왔구려. 그리고 내가 생각하기에, 우리가 독일을 외면한다면 저들은 몇 년 내로 멸망을 피하기 힘들 게요.”
유감스럽지만 스탈린은 2회차도 아니고 미래 귀신도 붙어 있지 않았다.
레닌이나 부하린 귀신, 혹은 대숙청 때 시체가 된 이들의 원혼이라면 만 단위로 붙어 있겠지만 그 누구보다 독실한 유물론자인 스탈린에겐 이 원혼들은 무좀 하나, 치질 하나 선물해줄 수 없었다.
그리고 스탈린은 지극히 합리적 인간이었다.
도대체 영프이 3개국을 상대로 이제야 막 재무장한 독일이 무슨 용 빼는 재주가 있어서 승리를 거두겠는가?
“우리는 제국주의자들이 독일과 싸워 엄청난 피를 흘리길 간절히 바래야만 하오. 한 명의 제국주의자가 독일군이 판 참호에서 죽어나간다면, 그만큼 식민지인의 독립과 공산 혁명의 길이 한 걸음 더 좁혀질 것이기 때문이오.”
“그렇다면 참전을 염두에 두고 계십니까? 독일의 편으로?”
“그러기엔 저들이 내세우는 민족혁명주의는 결국 부르주아지 이념에 불과하오. 적의 적은 내 친구라는 말도 있지만, 저들이 승리하고 제국주의자들이 파멸한다면 독일이야말로 우리 공산주의자들의 앞길을 가로막는 새로운 장벽이 되겠지.”
소련이 노리는 바는 간명했다.
양패구상.
그리고 최대의 이득.
해군이라고는 장식용 에펠탑 몇 대밖에 없는 독일은 결국 지난 대전쟁 때처럼 또다시 바다를 봉쇄당할 테고, 시간이 흐르면 패전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광대한 영토와 끝없는 지하자원을 보유한 소련이 뒷배가 되어준다면, 독일은 프랑스를 정복하진 못할지언정 저들에게 엄청난 출혈을 강요할 능력 정도는 갖고 있다.
양측이 1914년과 같은 엄청난 인명 피해를 입은 뒤, 그때 가서 소련은 상황 봐서 가장 유리하다 생각되는 선택지를 고르면 된다.
연합국 편으로 참전해 독일을 갈라먹으면 동유럽 전체를 새빨갛게 물들일 수 있다.
반대로 독일이 궁지에 몰렸을 때 그들 편에 가담해준다면 엄청난 양보를 받아낼 수 있다.
둘 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유일하게 멀쩡한 소련이 힘으로 양측을 회담장으로 끌고 나와 휴전을 중재한다는 방안도 있다.
아예 다른 수법도 있다.
독일의 패망을 방관하면서, 세계 각지의 로젠바움주의자들을 코민테른이 고스란히 흡수하고 식민지 해방의 유일한 기수로 우뚝 선다는 방안이다. 가능성은 낮지만, 성공만 한다면 세계 혁명이라는 원대한 이상에 가장 빠르게 다가갈 수 있다.
“일단 리투아니아와 연결되는 철도부터 신속히 개선토록 하시오. 독일인들은 그 무엇보다 우리 연방의 땅에서 나는 자원을 갈구하고 있을 테니.”
“알겠습니다.”
“몰로토프 동무는 다시 한번 독일에 가서 로젠바움을 만나시오.”
“예, 동지!”
어느새 파이프에 들어 있던 담배가 모두 타버렸다.
스탈린은 재떨이에 파이프를 탁탁 두들기며, 어떻게 해야 소련이 가장 큰 이득을 거둘 수 있는지를 계속해서 고민했다.
“그러고 보니, 시베리아에 독일 동무들이 만든 비밀 실험실은 어떻게 되고 있나?”
“제법 큰 성과를 거둔 듯합니다. 독일인들이 실험장의 폐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곳을 압류할까요?”
“그러면 쓰나. 지금은 독일 동무들이 우리를 위해 열심히 싸워주길 응원해야 하는데 신뢰를 깰 필요는 없소.”
<맨해튼 프로젝트>.
독일인들이 미국에서 벌어들인 막대한 달러가 공산주의의 본산 소련에서 우라늄으로 바뀌는 진기한 연금술.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무역.
실험장 부지도, 굴라그 죄수들로 구성된 단순 노무 인력도, 구리와 우라늄을 비롯한 자원도 전부 소련에서 났다.
눈치를 봐야만 하는 독일인들은 ‘훔쳐가려면 재주껏 가져가든가’ 식으로 소련의 정보 수집을 적당 선에서만 커트했고, 소련 과학자들은 이 프로젝트가 실용화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스탈린에게 보고했다.
그리고 스탈린은 잠시 고민했다.
‘로젠바움이 혹시 돌아버렸나? 세계 최고의 공돌이라서 개발 만능주의에라도 심취했나?’
이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초강력 폭탄을 만들 수 있다는 건··· 이해했다.
그런데 그깟 무기 한두 발 장전한다고 해서 영프이를 상대로 승리할 수 있겠나? 전쟁은 무수한 인민의 피와 살, 그리고 막대한 재화로 치르는 것이지 저런 비밀병기 따위로 대세를 바꾸진 못한단 말이다.
당연하지만.
프랑스가 6주 만에 망하고 독일이 역사적 승리를 거둔다는 정신 나간 발상은 스탈린의 뇌에서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다.
그는 합리적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