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161)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161화(161/246)
161화 먹장구름 (4)
유럽의 평화를 파괴하기 위해 암약하던 폴란드는 정의의 심판을 당하고야 말았다.
폴란드 민족의 확장 야욕이야말로 동유럽 불안의 근본 원인이 틀림없다고 확신한 이웃 나라들은 지난 1919년 베르사유에서 배운 걸 그대로 써먹었다.
“폴란드는 독일, 체코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여 상호간 경제 발전에 이바지한다.
폴란드군은 10년간 폭격기와 7톤 이상의 전차를 보유할 수 없으며, 기존 보유 병기는 모두 독일에 인도한다.
폴란드군의 전체 규모를 제한하며, 예비군 보유를 금지한다. 일정 물량 이상의 군수물자 보유를 금한다···.”
폴란드가 1주일 더 항전한 것을 핑계 삼아 평화조약은 그야말로 가혹하게 집행되었다.
폴란드가 죽기살기로 생산하고 사들인 전차들은 고스란히 새롭게 페인트칠해 독일군 기갑부대에 배치되었다. 추석 명절에 장난감 약탈해 가는 어린 친척 동생들보다도 무자비한 손길에 폴란드는 입도 벙긋하지 못했다. 독일이 마음만 먹으면 폴란드란 나라 자체가 다시 한번 지도상에서 사라질 판에 어쩌겠는가.
하지만 동유럽의 혼란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새롭게 유럽에 태어난 나라. 이스라엘이 바로 그 혼란의 중심에 있었다.
“와아아아아!!”
“이제 우리도 나라가 있다! 여기가 바로 우리의 나라다!!”
“언제 야만스러운 폴란드인들이 기껏 얻은 우리나라를 짓밟으려 들지 모릅니다. 저들을 경계해야 합니다.”
“우리는 로젠바움 총통으로부터 나라를 선물받았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잠시라도 방심한다면, 이 나라는 한여름 밤의 꿈처럼 물거품이 되고 말 것입니다!”
“전 세계의 유대 민족들이여! 우리를 후원해 주십시오! 우리를 도와주십시오!”
폴란드 민족주의 정권이 몰래몰래 키워줬던 유대계 폴란드인 무장단체들.
이들은 리츠시미그위에 의해 테러 사건의 배후로 지목당해 일부는 체포되고 일부는 잠적했으며, 전쟁이 발발하자 아예 배후의 친독 간첩 조직으로 낙인찍혀 모진 고초를 겪었다.
그 모든 간난신고를 피해 살아남은 이들이 신생 독립국 이스라엘 공화국군이 되었다. 살던 곳에 이스라엘이 생겼는데 무엇 하러 저 머나먼 가나안 땅으로 향하겠는가? 젖과 꿀이라면 여기도 충분히 많이 흘렀다.
한편 세계 각지의 유대계 커뮤니티에서는 이주의 물결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저건 가짜다!”
“내 이스라엘은 그렇지 않아!”
“예루살렘 없는 이스라엘이 어딜 봐서 이스라엘인가? 여러분, 독일의 괴뢰국에 불과한 저 가짜 국가 대신 가나안 땅에 힘을 기울여주십시오!”
그리고 이 ‘이스라엘 공화국’에 가장 격렬하게 반발한 것은, 바로 팔레스타인으로의 귀환을 추진하던 시온주의자들이었다.
그러나 대세는 이미 기울었다.
“영국 정부는 팔레스타인 일대에서 벌어지는 물리적 충돌과 유혈사태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습니다.”
영국은 이미 계산을 다 끝냈다.
설령 독일과 전쟁이 벌어지고, 다시 한번 독일이 패망한다 하더라도 그들은 이스라엘도 함께 역사 속으로 묻어버릴 의향이 저언혀 없었다.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에 집단 정착하기 시작하면서 영국의 해당 지역 식민지 경영이 얼마나 개판이 되었는가. 당장 팔레스타인에 살던 이들도 유럽행 배편을 구하는 형국이니 그들로서는 자다 벌떡 일어나 깨춤을 추고픈 심정이었다.
이미 세계 곳곳의 유대인들은 모조리 분열되었다.
아예 국내 표심이 일사불란하게 팔레스타인 유대인들을 지지했다면 또 움직임이 달라졌으련만, <수천 년 만에 부활한 유대 민족 국가>라는 캐치프레이즈는 유대인들을 광전사로 바꾸기에 충분했다.
장기적으로 보더라도 영국 식민 당국에 의해 탄압받는 팔레스타인 유대인과 달리, 정식으로 국가를 수립한데다 유럽에 땅을 확보한 이스라엘 공화국이 훨씬 유리하다는 사실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어차피 부를 축적하고 사회에 동화한 유대인들은 어느 쪽이든 큰 관심이 없습니다.”
“이주를 결정할 이들은 어지간히 강경한 유대 민족주의자들이거나 아니면 먹고살 길 막막한 하층민이니, 이번 기회에 다 좀 보내버립시다.”
“제법 많은 이들이 신생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있으니, 팔레스타인 쪽에서 제재를 강화할 명분으로도 좋아 보입니다.”
어차피 유대인들이다. 눈치 보기로는 세계 최고의 민족.
영국은 국가로서의 인정과 국교 수립을 미끼로 이스라엘 공화국에 ‘독일 편을 대놓고 들지 말고 적당히만 할 것’을 제시했고, 이스라엘은 이를 사양하지 않았다.
“실천하는 사상 민족혁명주의! 세계에 평화를 가져다주는 로젠바움주의! 이제 시대는 바야흐로 민족혁명의 대의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독일 아르민 로젠바움 총통이 수천 년 만에 유대인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답을 제시했습니다. 이것은 일찍이 윌슨 대통령이 제창한 민족자결주의와도 그 결이 일치합니다.”
“제국주의자들이 독일을 짓밟으려 단결하고 있습니다. 로마인들이 마사다 요새를 불태우고 디아스포라를 단행했듯, 또다시 독일이 패배한다면 저들은 폴란드를 앞세워 이스라엘의 모든 유대인들을 학살하고 추방할 게 틀림없습니다!”
어차피 나라 꼴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신생국가다. 이들이 군대를 제공하겠는가, 산업 능력이 월등하기라도 한가?
이 현실을 뻔히 아는 유대인들은 이스라엘을 후원하면서 동시에 독일 국채를 사들이는 등 발 빠르게 움직였다. 결코 이스라엘 공화국이 독일을 편든 것이 아닌, 타지 사는 유대인들의 자발적 조력일 뿐이었다.
한편, 오스트리아의 정국은 가면 갈수록 험악해지고 있었다.
가장 큰 문제.
두체 무솔리니는 급전이 필요했다.
어차피 그는 오스트리아를 오래 유지하긴 힘들다고 여기고 있었다. 어디까지나 독일과 싸울 발판이자 전략적 거점 수준으로 볼 뿐.
만만한 유대인을 족쳐 쩐을 마련한다는 선조들의 지혜를 본받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다.
하지만 무수한 유럽 지배자들과 무솔리니 사이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었다.
무솔리니가 상대하는 적은 그 어떤 유럽 국가들보다 친유대적인 정책을 선보이고 있단 점.
그리고 두체는 오스트리아의 정식 지도자도 아니라는 점.
마지막으로.
오스트리아엔 이미 침략자에 항거하려는 세력이 하나로 통합되고 있다는 점까지.
“우리 오스트리아 로스차일드 가문은 민족혁명당의 일원이 되어 최후까지 침략자에 맞서 싸울 것을 맹세합니다.”
“그 빌어먹을 놈이 우리 사업체를 모조리 압류하는 거로도 모자라 우릴 붙잡으려 했소. 하마터면 로마까지 끌려갈 뻔했군.”
오스트리아에 잠입한 슈타지 요원들, 그리고 공화국 수비대 소속 특수부대는 가장 먼저 오스트리아의 거물들을 빼돌리는 데 성공했다.
매일같이 이탈리아 점령군의 행패에 시달리던 오스트리아 민심은 완전히 독일 쪽으로 기울었고, 지하 활동을 이어가고 있던 오스트리아 민족혁명당은 본국의 지원을 받으며 그 세를 어마어마하게 부풀렸다.
한순간에 무솔리니의 졸개 신세가 되어버린 오스트리아군 또한 하나둘 독일에 포섭되기 시작했다.
“이미 다 끝났습니다. 오스트리아 공화국은 망한 것과 진배없습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하십시오. 오스트리아의 군인인 당신은 지금 조국을 지키고 있습니까, 아니면 침략자의 괴뢰군이 되어 부역하고 있습니까?”
“그럼 어찌하란 말이오?”
“조만간 전쟁이 일어날 겁니다. 그때 장군님께선 가슴이 시키는 대로 따르시면 됩니다.”
무솔리니라고 한들 오스트리아군을 믿는 것은 아니었지만, 군을 해체하려고 시도하는 순간 한바탕 난리가 난다는 건 알고 있었다.
나약한 슈슈니크조차 군대 해산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거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고, 오스트리아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기어들어온 놈들이 군대를 해산했다간 아무리 두체가 철면피라 해도 문제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겉으로 봤을 때 이탈리아는 오스트리아를 거의 완벽히 장악했다.
사형, 투옥, 몰수의 무자비한 철권 통치 앞에서 오스트리아인들은 기가 꺾인 듯했다.
그러나 냉철한 대정치가 무솔리니는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라는 허황된 기대 따위는 하지 않았다.
“외무장관.”
“예, 장인어른.”
“당장 영국과 프랑스를 독촉하게. 올해 안에 독일을 징벌하지 않는다면, 우린 오스트리아인들에 대한 <보호>를 멈추고 내정에 전념할 수밖에 없다고 전달하게.”
독일군의 전투력을 누구보다 잘 아는 나라는 스페인 내전에 참전했던 소련과 이탈리아.
두체가 봤을 때, 독일이 폴란드와 전쟁을 벌이며 막대한 물자를 소모한 지금이야말로 최적의 개전 타이밍이었다. 물론 영국과 프랑스의 군비 증강이 완료될 몇 년 뒤도 나쁘지 않겠지만, 그땐 이탈리아가 파산했을지도 모른다.
원 역사에서도 으름장과 공갈로는 히틀러와 자웅을 겨루던 무솔리니.
그의 깽판이 영국과 프랑스를 강타했다.
***
세계 평화와 정의구현에 앞장서는 위대한 나라.
대영제국.
이 나라의 총리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는 체임벌린은 요즘 두통이 가실 틈이 없었다.
“그러니까, 경제적 제재와 외교전을 통해 독일을 압박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봅니다.”
“그러면 우리는 빠지겠습니다. 우리가 왜 막대한 돈과 시간, 노고를 퍼부어 가면서 오스트리아를 보호하겠다고 나섰습니까? 오로지 독일의 침략 야욕을 꺾기 위해서입니다.”
지랄염병하고 있네.
하지만 품격을 갖춘 신사 체임벌린은 결코 그 육두문자를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총리님. 잘 생각해 보십시오. 가증스러운 로젠바움은 입만 열면 민족자결이 어쩌고저쩌고 떠들지만 그 실상은 어떻습니까? 대관절 그들이 멋대로 차지한 폴란드 영토에 독일인이 몇 명이나 살고 있답니까? 만약 그가 정말 민족자결주의를 진심으로 지지한다면, 즉시 포젠 일대에서 철수해야만 합니다!”
“잘 알겠소.”
무솔리니의 사위이기도 한 이탈리아 외무장관 치아노 백작에게 축객령을 내린 체임벌린.
홀로 남은 그는 책상 한쪽에 한가득 쌓여 있는 각종 신문들의 헤드라인을 힐끗 바라보았다.
[독일은 전쟁을 원한다!] [독재국가에게 유린당한 폴란드의 비극!] [유대-볼셰비키-로젠바움주의, 세계를 뒤덮다!] [단독! 소련, 인도 침공 계획 수립 중!] [두 빨갱이들의 세계 정복 음모 – 유럽이 위험하다!] [유대 자본에 매수당해 침묵하는 체임벌린, 실화인가?]영국의 여론이 맹렬히 타오르기 시작했다.
“하여간 언론이란 것들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군.”
체임벌린은 혀를 찼다.
이럴 거였으면 차라리 폴란드가 무너지기 전에 떠들지 그랬나? 국민 여론이 전쟁을 반대했기 때문에 그가 소극적으로 움직였잖은가.
내로라하는 신문들이 모조리 신문 1면은 물론 사설란을 싹 다 뒤덮어 가면서 독일의 야욕을 규탄하고 전쟁이 목전까지 다가왔다고 부르짖었다.
어째서 언론이 갑자기 태세를 전환했는가?
‘이제 더 이상 사람들은 로젠바움을 합리적 기업가로 보지 않는다.’
이스라엘 건국이 주는 충격은 그만큼 어마어마했다.
이건 절대 합리성에서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이념 – 민족혁명주의에 대한 광신(狂信).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신문 만평이나 풍자화에 그려진 로젠바움은 군복을 차려입거나 혹은 정장을 걸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젠 달랐다.
누군가는 신부들이 입을 법한 사제복을 입은 로젠바움을 그려놓고 그가 종교재판소에서 폴란드인에게 이단심문을 하며 불태우는 장면을 그려넣었다.
또 누군가는 터번을 쓴 로젠바움이 시미터를 들고 폴란드의 목을 치는 장면을 그리고 [훈족의 부활!]이라고 큼지막하게 써갈겼다.
광신도.
사이비 교주.
세상을 다스리는 영국인들처럼 합리적이지 못하고, 옛날 카이저와 그가 다스리던 훈족들이 그러했듯 야만적이고 기이한 습성과 행태.
여론은 이제 독일을 광기에 가득 차 있는 짐승이나 야만인으로 취급하고 있었다.
자신의 임기 중에 전쟁이라니.
또다시 무수한 사람들이 죽어나갈 텐데, 얼마나 많은 이들이 그의 이름을 입에 담으며 한이 서린 저주를 퍼부을까.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다면!
조금만 더 군비를 증강할 여유가 있었다면!
하지만 이탈리아가 저렇게 으름장을 놓는 이상, 저 간교하고 음험한 데다 신뢰할 수 없는 인간에게 빌미를 제공하는 것보단 차라리 대세에 순응하는 게 나으리라.
그는 전화기를 들었다.
“친애하는 윈스턴 씨. 대영제국의 총리로서, 귀하가 새롭게 내각에 합류해주길 청하는 바요.”
옆에 놓인 찻잔이 어째서인지 독약처럼 보였다.
이제 물러설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