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162)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162화(162/246)
162화 먹장구름 (5)
프랑스 달라디에 정권은 끔찍한 정국 혼란 속에서도 꾸역꾸역 전쟁에 대비한 각종 법령들을 통과시켰다.
레옹 블룸 정권 시절 제정되었던 <주 40시간 노동> 관련 법률을 개정해 노동 시간을 늘렸고, 이에 반대하는 대대적인 파업이 일어나자 군대를 동원해 그대로 밀어버렸다.
“빨갱이들은 필시 정부의 전쟁 수행을 방해할 게 틀림없습니다.”
“로젠바움주의자들도 모두 때려잡아야 합니다.”
자동차, 항공기, 화학, 무기 등 전쟁에 대비한 핵심적인 사업 분야에서 좌익 영향력이 짙은 노조 관련자들이 모조리 해고당하거나 투옥되었다. 겉으로는 ‘불법 시위’를 운운했으나, 실상은 이들이 유사시에 벌일 사보타주를 염려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프랑스 행정당국은 다음과 같은 사람에 대해 구류, 억류 권한을 가진다>
<경찰, 첩보, 군사 직종에 종사하는 외국 국적 보유자>
<프랑스인과 외국인을 막론하고 공공 안보 또는 국가 방위에 위험한다고 간주되는 자>
<스페인 내전 참전 경력자>
<중부 유럽 또는 동부 유럽 국적을 보유한 유대인>
급했다.
국내엔 저 미치광이 독일인의 말이라면 불구덩이라도 뛰어 들어갈(지 모른다고 추측되는) 놈들이 득실득실했고, 전쟁이 발발하는 즉시 이놈들이 공장에 불을 지르거나 요인을 암살해댈 거라 생각하니 피해망상이 대폭발할 것만 같았다.
영국도 사정은 비슷했다.
체임벌린은 취임 직후 막대한 반발을 무릅쓰고 통과시킨 영국 최초의 징병법을 발동할 타이밍만 재고 있었고, 마찬가지로 국내의 잠재적 간첩들을 모조리 쓸어버릴 궁리에 여념이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노동당.
“노동당의 결론을 말씀하십시오. 로젠바움과 결탁해 평화를 외칠 겁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총리.”
클래멘트 애틀리 노동당 당수 또한 초췌해지기로는 총리와 비슷했다.
“노동당은 민족해방을 외치는 저 독일 훈족과 비슷한 의견 아니셨소?”
“우리는 식민지 착취를 비판하며, 식민지인들 또한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정국에서 식민지의 자유는 어디까지나 그럴듯한 명분에 불과합니다. 독일은 명백히 전쟁을 꿈꾸고 있으며, 이는 우리나라에 지대한 안보 위협이 됩니다.”
결국 이들은 영국인이었다.
민족이란 개념은 자본가들이 프롤레타리아에게 최면을 걸 때 쓰는 도구에 불과하다고 여기는 진성 마르크스바라기들이 아닌 이상, 독일이 유럽 패권을 장악하려는 시도를 저지한다는 건 영국인들에게 있어 배가 고프면 밥을 먹는 것처럼 당연한 일.
동유럽에서 나름 콧방귀 좀 낀다 하던 폴란드가 순식간에 갈기갈기 찢어져 넝마주이로 전락했다.
여기까지 왔으면 이제 프랑스를 버리고 ‘하하 독일이야말로 유럽 대륙의 지배자시죠 저희는 2인자로 전락하겠습니다’를 복명복창하든가, 아니면 이 악물고 전쟁 한 판 하든가를 골라야만 한다.
로젠바움이 이런저런 명분을 주워섬기건 말건, 그가 외치던 이념이 아무리 고결하건 말건.
국익은 도덕에 앞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영국식 로젠바움주의>가 노동당의 체질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하던 애틀리는. 이제 태세를 180도 전환해 당내 평화주의자들과 친독파들을 모조리 때려잡았다.
‘여기까지 왔는데도 평화 타령했다간 반국가 사범으로 몰려 당이 통째로 끝장난다.’
“노동당은 거국 내각에 참여할 의사가 있으나, 전쟁이 끝나면 노동자와 하층민의 권리 향상, 그리고 식민지의 점진적 해방이 반드시 이루어져야만 합니다.”
“당신네 당을 위해서?”
“아니오. 식민지에서 전비를 거두려면 대가를 줘야 하니까요. 설마 우리의 식민지에서 로젠바움주의자들이 폭동을 일으켜 영국의 통치가 무너지는 꼴을 보려는 심산은 아니시겠죠?”
벌레 같은 노동당 버러지들 주제에.
일평생 노동당을 인간 미만의 토사물로 취급해 온 체임벌린으로서는 지금 애틀리와 말을 섞는 것 자체가 끔찍한 일이었지만.
그는 고결하고도 막중한 책임을 진 사람이었기 때문에 기꺼이 오물에 몸을 던질 줄도 알았다.
“좋소. 내 약속하리다.”
“그렇다면 우리 또한 독일을 막기 위해 열과 성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마지막까지 평화에 호소하던 노동당 또한 결국 꺾였다.
제아무리 탈식민주의니 민족자결이니 좋은 말을 외치더라도.
이스라엘이 부활한 이상 영국과 프랑스의 유권자들이 느끼는 심정은 똑같았다.
“저 독일 놈들이 알제리와 베트남을 빼앗으려고 음모를 꾸민다!”
“훈족 놈들이 인도에 폭동을 사주한다! 우리 왕관의 보석을 훔치려고 수작을 부린다!”
“정신들 차려라! 지난 올림픽 때부터 독일 놈들은 이미 전쟁을 획책하는 중이었다!!”
“조국을 위해 싸우자! 독일인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 맞서 싸우자!!”
군대 가기 싫다는 소박한 목소리는 우악스러운 매스미디어와 오피니언 리더들의 고함소리 앞에 짜부라졌다.
두 번째 대전쟁이 목전에 다가왔다.
***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3개 연합국의 수장들은 긴급히 파리에서 다시금 정상회담을 가졌다.
“먼저 저들에게서 명분을 빼앗아야 합니다.”
“독일이 순순히 포기한다면, 전쟁을 회피할 수도 있어 보입니다.”
“언제쯤 기다려줘야 꿈에서 깨어나겠소? 이런 헛소리를 하기 위해 파리까지 온 게 아니오만.”
식민 제국 유지가 최우선 사안인 영국.
일단 전쟁이 벌어지면 가장 피 흘릴 게 뻔하니 가능하면 전쟁을 미루고 싶은 프랑스.
지금 당장 전쟁 안 하면 밥상 엎어버리고 독일이랑 협상하겠다고 으름장 놓는 이탈리아.
조별과제의 법칙은 세계 최강의 열강들이라 해도 결코 비껴나가지 못했다.
바로 목소리 크고 깽판조차 서슴지 않는 놈의 의견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
“정 그렇게 전쟁이 급하다면 지금 당장 이탈리아군을 프랑스 북단, 벨기에 국경으로 배치하십시오. 같이 피를 흘려야 할 사이에 이 정도는 괜찮지 않겠습니까?”
“물론이오. 우리 이탈리아 사나이들이 얼마나 용맹한지 보여주면 총리께서도 안심이 되겠구랴.”
절대 동의 못 할 거라 생각했던 제안을 무솔리니가 선선히 응하자 달라디에는 그만 뇌정지가 오고 말았다.
“어떻게···?”
“절대 우리 군대는 아니지만, 때마침 스페인에서 애국심과 용기를 입증한 파시스트 청년들이 귀국을 준비하고 있소. 이들을 독려해 프랑스에서 침략자 게르만에 맞서자고 한다면 필시 큰 도움이 될 것이외다.”
달라디에의 무리한 제안에 무솔리니가 동의한 이상, 두 사람은 이제 채무자와 채권자 관계가 성립하고 말았다.
이리되자 회담은 체임벌린과 무솔리니가 서로 의견을 절충하는 구도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내가 제안하고자 하는 바는 이렇습니다.”
“동의하지요. 그리고 절대, 절대 독일은 우리의 이 최후통첩에 응하지 않을 것이오.”
“잠깐. 이것은 결코 외교적 <최후통첩>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어디까지나 제안에 그쳐야만 합니다.”
“하지만 최후통첩이 아니라면 선전포고를 또 해야 하잖소?”
치열한 입씨름 끝에.
마침내 최후통첩은 아니지만 사실상 그에 준하는 <파리 선언문>이 준비되었다.
모든 외교적 표현과 수식어구를 생략하면, 영프이 삼국은 독일에 다음과 같은 요구를 전했다.
<1. 로젠바움 총통 암살 미수와 단치히 방송국 점거 사건에 대한 국제연맹 주도하의 전면 재조사를 시행할 것.
2. 베르사유 조약을 준수하여 독일군의 재무장을 중단하고 병력을 감축할 것.
3. 폴란드 분할은 국제질서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로, 폴란드와 체결한 불공정 조약을 개정하고 폴란드의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중단할 것.
4. 독립국 이스라엘 공화국의 성립 자체는 인정하되 이스라엘 영토의 절반을 폴란드에 반환할 것.
5. 독일이 폴란드로부터 탈취한 포젠 일대의 땅은 민족자결주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전혀 독일령으로 인정할 여지가 없으므로 이를 반환할 것.
6. 독일이 앞으로 타국을 불법적으로 침해, 혹은 침략할 의사가 없음을 선언할 것. 여기에는 타국 본토에 대한 군사적 침공뿐만 아니라 타국이 ‘권리를 위임받아 대리하여 통치 중인 영토’에 대한 간섭 또한 해당됨.
이 사안들에 대한 답변이 없다면, 영국 – 프랑스 – 이탈리아 삼국은 독일의 침략 야욕을 저지하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예정임.>
사실상의 선전포고.
그리고.
로젠바움은 답변 대신 마이크를 잡았다.
***
독일민족혁명공화국.
베를린.
수십만, 아니 수백만의 인파가 모두 거리로 뛰쳐나와 독일 국기와 민족혁명당기를 펄럭이는 가운데.
위압적 분위기를 풍기는 제복을 차려입은 아르민 로젠바움은 천천히 연단 위로 올라갔다.
“친애하는 독일 국민 여러분. 그리고 전 세계의 모든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여러분.
그저께, 저는 체임벌린 영국 총리, 달라디에 프랑스 총리, 그리고 이탈리아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의 서명이 첨부된 통첩을 받았습니다.
이들의 요구는 간단합니다. 독일은 베르사유 조약으로 돌아가 다시 제재받던 시절로 회귀할 것.”
“우우우우우!!”
“죽여라!!”
“제국주의자들은 꺼져라!!”
“그들에게 죽음을!!”
수많은 인파가 일제히 악을 쓰듯 고함을 내지르자 베를린의 창문들이 바르르 떨릴 지경이었다.
아르민이 이 광경을 내려다보길 잠깐.
군중들은 다시금 입을 다물고 그들의 총통을 올려다보았다.
“어쩌면 이 자리에 있는 여러분 중에서도 궁금해할지도 모르는 분들이 있을 듯합니다.
어째서 우리가 인도인, 베트남인, 에티오피아인들의 권리를 챙겨주겠다고 주장해서 이 모든 핍박을 당해야 하는가? 그냥 우리만 잘살면 되는 일인데 왜 이렇게 쓸데없는 말을 꺼내서 나라를 위기로 몰아가는가?
제 대답은 간단합니다.
우리 독일인 또한 피지배민족, 식민지인이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터져나오는 함성은 없었다.
대신 당혹감이 잔잔하게 파도처럼 퍼지고 있었다.
“지난 1914년. 오스트리아의 황태자가 암살범의 손에 생을 마감했습니다. 자국의 존귀한 황족이 살해당한 오스트리아는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려 했고, 독일 제국은 오스트리아의 이러한 주장을 지지했습니다.
하지만 제국주의자들에게 이러한 주장은 어떠한 의미도 없었습니다. 전쟁이 끝난 뒤, 그들은 <독일에게만 전쟁 책임이 있다>라고 베르사유 조약에 새겨 넣었습니다. 암살범에 대한 이야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우리는 침략자라는 딱지를 받고 자주독립국으로서의 권리를 상실했습니다.
총칼에 의해 권리를 상실한 나라.
주권을 잃고 타국의 압제에 고통받아야 하는 나라.
사전에서는 이런 나라를 정의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식민지.
그렇기 때문에, 바이마르 공화국은 제국주의자들의 식민지였습니다.”
로젠바움의 목소리에 점점 힘이 들어가고, 그의 외침이 무수한 사람들의 귓전에 파고들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지배받았습니다! 어떠한 명분도 정당성도 없는 저 제국주의자들에 의해, 우리는 비참한 노예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저들은 끊임없이 우리를 이간질했습니다.
저들은 끊임없이 우리가 비참해지길 원했습니다.
1919년 이래 끝없이 독일 전역에서 벌어졌던 파업, 봉기, 내란, 쿠데타, 반란, 반역, 음모의 배후에는 모두 저들이 있었습니다. 독일을 영원토록 지배하고 다스리기 위해 저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승리했습니다.
여러분이 저에게 한 표를 행사했고, 나는 여러분들의 뜻을 받들어 식민지배의 쇠사슬을 끊고 마침내 독일을 자유로운 나라, 자주 독립국의 길로 이끌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제가 독일을 부흥시킬 수 있었던 것은 단지 운이 좋았기 때문입니다.
모세가 이집트를 탈출할 때 온갖 재앙이 터져 그를 도왔듯, 대공황이라는 전무후무한 재앙이 제국주의자들을 휩쓸지 않았다면 그들은 또다시 군대를 내 다시금 독일을 짓밟았을 겁니다.
마치 지금처럼 말입니다.
저들이 내세우는 모든 미사여구와 겉치레에 속지 마십시오.
저들은 우리의 잘못을 탓하는 게 아니라, 단지 자신들의 속사정 때문에 미루고 있었던! 독일이라는 식민지의 이탈을 막고 싶을 뿐입니다!”
“와아아아아!!”
“자유!! 자유!! 자유!!!”
“독일 민족 만세!! 로젠바움 총통 만세!!”
“이제 여러분들은 어째서 민족혁명당이 민족해방을 외치는지 이해하셨으리라 믿습니다. 저들의 음모에 고통받았던 우리가 아니면 대체 누가 다른 이들의 아픔에 공감해주겠습니까? 강건하고, 명예를 알며, 정의를 따르고, 도덕적인 우리 독일 민족이 아니라면 그 누가 총대를 메고 이 세상의 위선과 악에 맞서 싸우려 하겠습니까!”
로젠바움의 외침은 이제 절규와도 같았다.
곳곳에서 나이 든 부인들이 통곡하기 시작했고, 누가 봐도 참호에서 살아 돌아온 것이 분명한 노병들이 눈시울을 붉혔다.
“제국주의자들은 우리 독일인을 죽이기 위해 또 다른 식민지를 약탈했습니다. 식민지의 자원을 갈취하고, 그들에게 달콤한 약속을 해 군인과 노무자로 납치해 왔습니다. 그리고 지금 현재, 그들은 어떠한 약속도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나는 다릅니다.
나는 독일인, 나아가 전 세계에 약속했고 이를 언제나 지켰습니다.
아르민 로젠바움은 인류에게 하늘을 주겠노라 약속했고 이를 지켰습니다.
아르민 로젠바움은 독일 민족에게 자유를 되돌려 주겠노라 약속했고 이를 지켰습니다.
이제 내가 약속하겠습니다.
전 세계 모든 민족에게 자유를 되돌려 주겠노라고!
더 이상 저 기만자들에게 갈취당하지 않게 도와주겠노라고!
남을 핍박하고 약탈하기 위해 노동자와 농민의 아들들을 전쟁터로 내보내려 하는 당신들은, 결코 자유와 정의를 위해 싸우는 우리를 막을 수 없습니다.
당신들은 결코 우리를 이길 수 없으며, 설사 이긴다 하더라도 나와 독일인이 부르짖은 민족혁명의 정신은 전 세계 모든 핍박받는 이들에게 깃들어 최후의 최후에 당신들을 파멸시키고 말 것입니다.
이 자리에서 나는 당신들에게 제안하겠습니다.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는 물론 벨기에, 네덜란드, 포르투갈의 식민제국들이여, 귀를 후비고 똑똑히 들으십시오.
지금 즉시 하나님 면전에 감히 내세울 수 없는 이 참람한 착취, 기만, 야만적 행위를 그만두고 그들에게 정당한 권리를 돌려주십시오. 당신들이 침해받길 원하지 않는 권리를 남에게도 인정해 주십시오.
그렇지 않다면.
우리 독일 민족과 민족혁명당이 당신들을 묻어버리겠습니다.”
“하일 로젠바움!!”
“하일 로젠바움!!”
“민족혁명당 만세!! 독일 만세!!”
“독일, 그 무엇보다 독일, 세상 그 무엇보다도!”
모든 군중이 힘껏 노래 부르며.
전쟁의 막이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