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164)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164화(164/246)
164화 개전 (2)
<기지>라고 하면 아무렇지도 않게 들리지만, <비밀기지>라고 하면 벌써 묘한 긴장감과 두근거림이 느껴지는 법.
독일 모처에 있는 슈타지의 한 비밀기지 또한 이 법칙을 비껴나가지는 못했다.
슈타지는 본래부터 독일 전역에 이런저런 비밀 시설을 많이 보유하고 있었지만, 총통의 칙명에 따라 만든 이곳은 그들이 가진 다른 곳에 비해도 무척이나 대규모. 이곳의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다양한 노력을 들였는지 모른다.
그리고 빠듯한 시간을 쪼개 극비리에 이곳을 방문한 아르민은 애써 표정을 굳혔다.
“이건가?”
“그렇습니다.”
약 4톤 무게의 거대한 폭탄.
총통이 친히 하사한 코드네임 <작은 소년(Kleiner Junge)>.
리틀 보이가 마침내 몇 년 일찍 그 모습을 드러냈다.
“최선을 다했지만, 저희가 만든 건 이 하나가 전부입니다.”
“어쩔 수 없지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시베리아에 한 발이 더 준비되어 있습니다. 기폭 실험을 위해 대기 중입니다.”
마지막까지 이들은 고민했었다.
실제로 이게 폭발할까?
이론상으론 틀림이 없지만, 이를 현실에 만드는 과정에 어딘가 문제가 있진 않았을까?
원자폭탄 개발의 핵심 중추 인사 중 페르디난트 로젠바움은 기이할 정도로 이번 프로젝트의 결과를 확신하고 있었지만, 그 아래의 실무진들은 도저히 이걸 기폭 테스트 한 번 없이 실전투입한다는 깡을 발휘하지 못했다. 애초에 그런 깡은 총통의 아들이 아니면 누구도 부리지 못할 게 틀림없다.
하지만 또 ‘이론적으로는 완벽하다. 만약 불발이 일어난다면 그건 이론적 문제라기보단 제조상의 문제일 것’이라는 주장이 틀리지도 않았다.
한정된 시간과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느냐, 기폭 실험을 해보느냐 마냐는 아주 간단한 논리에 의해 정해졌다.
도저히 시베리아에 있는 반제품들을 독일로 반입할 방법이 없었다. 누가 봐도 수상한 냄새가 물씬 나는 비범한 아이템들을 무슨 수로? 그것도 폴란드나 발트 3국을 경유해서? 만에 하나 스탈린이 ‘야, 그거 멋진데? 내가 가져야겠어.’ 하면서 실물을 날름 챙긴다면 이게 얼마나 개같은 일인가.
물론 소련은 현재 알음알음 독일을 지원하는 모양새가 역력했지만, 소련 간첩이 몰래 설계도나 기술을 베껴서 모스크바에 보내는 것과 실물 폭탄 한 개를 날로 처먹는 건 경우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아르민의 고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현재, 단시일 내에 원자폭탄을 추가로 생산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앞으로도 스탈린이 얌전히 우라늄을 비롯한 핵무기 재료를 대줄 거란 생각은 너무 세상을 꽃밭으로 보는 행위였고, 독일 땅의 이 비밀기지 또한 천년만년 비밀을 계속 지킬 순 없을 게 분명했다. 연합국은 사력을 다해 추가적인 핵무기 제조를 저지할 게 틀림없다.
그러니 남은 결론은 단 하나뿐.
지금 그의 손아귀에 쥐어진 단 한 발의 폭탄을, 최대한 유용하게 활용해야만 한다.
“장관.”
“예, 각하.”
“박사는 무사히 떠났습니까?”
“그렇습니다.”
아인슈타인 박사의 망명은 그런 점에서 독일이 꺼낼 수 있는 최고의 방책 중 하나였다.
아인슈타인은 독종 중의 독종이다.
1914년, 전쟁을 지지하는 애국적 광기가 전 독일을 덮었을 때 아인슈타인은 위풍당당하게 반전 선언문에 서명했고, 독일 국적도 포기했다. 아직 아인슈타인이 전세계적인 대중 인지도를 갖기도 전이었던 만큼 그의 행동은 목숨과 커리어에 해가 될지도 모르는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그는 명백히 로젠바움 정권에 부정적인 인물이었고, 그 본인의 명성 때문에 건드리지 못했을 뿐 그의 지인이나 친구들 상당수는 다하우에 끌려가거나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온건 좌익 정당인 독일민주당의 창당 멤버이기도 했던 그를 핵개발 프로젝트에 넣는다? 차라리 영국에서 과학자를 데려오고 만다.
“이 정도까지 해줬는데 영국과 프랑스 놈들이 우리가 ‘신의 힘’을 손에 넣었다는 걸 눈치 못 채면-”
“무척이나 슬픈 일이겠죠. 그놈들이 그만큼 아둔하다는 뜻이니까요.”
아르민과 브란덴슈타인 백작은 조용히 시가를 태우며 소식을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이 오매불망 기다리던 연락이 당도했다.
“시베리아로부터 입전.”
“내가 직접 보지.”
성큼성큼 다가가 종이를 낚아챈 백작의 눈이 가늘어졌다.
“각하. 성공입니다! 기폭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좋아. 그거면 됐어.”
“지금부터 즉시 연구소 폐쇄와 귀국에 착수하겠다고 합니다.”
“그러십시오.”
시베리아에는 페르디난트가 있다. 소련이 갑자기 미쳐버리지 않는 이상 총통의 장남을 건들진 않으리라.
대신.
“신변의 안전을 약속받으면, 연구소의 일부를 남기고 와도 됩니다.”
“그래도 되겠습니까?”
“처음 시베리아에서 핵무기 개발을 착수할 때부터 염두에 두던 일입니다. 소련의 핵무장은 우리에게도 득이면 득이지 실이 될 일은 없습니다.”
어차피 소련에게 원자폭탄은 빛 좋은 개살구.
리틀 보이를 만들어서 어떻게 쓸 건데? 너네, 저거 싣고 날려보낼 폭격기도 없잖아?
“이로써, 우리 민족은 생존권을 보장받았습니다. 그동안 이 축축한 곳에서 몇 년간 조국을 위해 헌신한 모든 분들께 노고에 걸맞은 보상을 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총통 각하.”
“돌아갑시다.”
이제 모든 준비가 갖추어졌다.
프랑스는 무너지고, 영국은 무릎 꿇으리라.
아르민 로젠바움은 확신했다.
이 시대는 나의 시대다.
***
1939년 9월 1일.
양측은 서로가 전쟁을 일으켰다고 주장하며 마침내 군사 행동에 돌입했다.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를 위시한 연합국은 <베를린 연설>이야말로 날조이자 허위 비방, 그리고 독일의 침략 야욕을 입증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독일은 연합국이 일방적으로 독일을 겁박하고, 같은 민족인 오스트리아를 불법 침략해 점거해 이미 전쟁이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더 이상 망설여서는 안 됩니다. 지금 당장 식민지 해방을 선포해야 합니다.”
영국 노동당의 입장을 대변하는 애틀리의 주장에 체임벌린은 난색을 표했으나, 새로이 육군 장관으로 입각한 처칠은 의외로 고개를 끄덕였다.
“노동당의 의견이 일리가 있습니다.”
“당신은 대체 어느 당 사람이오?”
“총리님. 저는 지극히 제정신입니다. 로젠바움은 아주 영리하게 우리의 약점을 찔렀고, 우리는 이에 대응해야만 합니다.”
처칠은 무덤덤하게 시가 연기를 내뿜으며 대수롭잖다는 듯 말했다.
“우리 대영제국은 식민지 문제에 대해서라면 이미 한 번 부도를 냈습니다. 지난 대전쟁 때처럼 일방적으로 식민지의 ‘도움’을 구하려 했다간 전 인도와 동남아시아, 아프리카가 로젠바움주의의 물결에 뒤덮이는 대참사가 벌어질지도 모릅니다.”
“그럼 어쩌잔 말이오?”
“인도에 자치권을 부여해야 합니다. 그것도 지금 당장.”
“인도를 잃느니 죽겠다던 윈스턴 씨는 어디 갔소.”
“우리의 영향력을 온존한 채 명예롭게 퇴장하느냐, 아니면 친독 인도인들의 폭동에 휘말려 모든 걸 잃느냐를 골라야 합니다. 나중에 또 입을 닦든 말든 그건 총리님이 결정할 문제고, 지금 당장은 독일과의 프로파간다 대결에서 승리해야만 합니다.
혹시나 해서 기억을 상기시켜 드리자면, 우리의 동양 식민지들은 독일뿐만 아니라 일본제국의 위협에도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리는 바입니다.”
체임벌린의 고민은 결코 길지 않았다.
초유의 국난.
두 번째 대전쟁.
오대양 육대주를 지배하는 대영제국의 사지를 잘라내는 결정이 되리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지만, 현실에 발을 디디고 있는 정치인으로서 그는 눈앞에 닥친 위기에서 고개를 돌리지는 않았다.
“식민지를 안정시키기 위한 준비는 내각에서 의논하리다. 즉시.”
“벨기에와 네덜란드는 어떻게 할 예정입니까?”
“두 나라는 독일을 압박할 최고의 교두보입니다. 포기해선 안 됩니다.”
처칠은 육군에게서 보고받은 사항을 전달했다.
“하지만 네덜란드의 주장은 무척 무리수입니다. 전 국토를 지켜달라니. 우리는 네덜란드군이 국토를 포기하고 벨기에 방위선에 가담해주길 요청했으나, 네덜란드 측이 완강하게 이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현실 파악 하나 못 하는 놈들···.”
“네덜란드의 방위를 포기합니까?”
“현실적으로, 우리는 육군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육군 장관에 취임한 지 얼마 안 되는 시간 동안.
처칠은 말 그대로 몸을 갈아넣으며 육군 증강에 매달렸다.
징병령이 떨어져 인력은 원활하게 수급되고 있었지만, 문제는 역시 무기.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은 <선전포고가 없었으니 아직 전시가 아님>이라는 기적의 논리로 중립법을 우회해 연합국에 막대한 양의 물자를 팔았고, 체임벌린 내각은 기꺼이 이 호의를 받아들였다.
그렇게 꾸역꾸역 초고속으로 편성한 영국 원정군(British Expeditionary Force)은 본토를 수비하기에도 태부족인 최소한의 인원만 남겨놓고 모조리 도버 해협 건너 프랑스와 벨기에로 향했다. 이제 본토엔 사단 한두 개가 전부였다.
“그 사단들을 네덜란드로 파병한다 한들 독일군을 막진 못합니다.”
“아쉬운 일이로군. 마지막까지 네덜란드군에게 철수할 것을 요청해 보겠소.”
물론 같은 편인 프랑스나 이탈리아와 합의를 해야겠지만, 그들 또한 크게 의견이 다를 것 같진 않았다.
독일이 영국 본토를 침공하려면 반드시 네덜란드가 필요하며, 반대로 연합국이 네덜란드를 확보한다면 독일의 본토로 찔러 들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너무나 깊숙이 있는 네덜란드로 뛰어간다는 선택지는 군사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할 문제지, 이들 정치인들이 함부로 고를 만한 건 아닌 듯했다.
이 시점에서 지난 1914년을 복기해 보자면.
결국 이 전쟁의 향방은 벨기에에서 결판나게 되어 있었다.
프랑스가 어마어마한 국력을 소모해 건설한 마지노선은 독일군의 전략적 선택지 자체를 거세해버렸다.
잘 축성된 방어선에 대한 공격은 어마어마한 피해로 끝나고, 거기서 몇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인류 최강의 요새선 마지노선을 돌파하려는 시도는 자살행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당장 독일 놈들조차 마지노선이 두려워 국경지대에 방어선을 지어놓지 않았는가.
독일이 할 수 있는 전략이래봐야 뻔하다.
그놈의 벨기에 회전문. 그놈의 슐리펜. 파리를 향한 광기의 진격.
프랑스의 위대한 명장 모리스 가믈랭이 이끄는 프랑스군은 독일을 막기 위해서라면 최후까지 용맹하게 싸울 것이며, 국토가 짓밟힌 경험이 있는 벨기에군 또한 투지에선 결코 밀리지 않으리라. 거기다 실전 경험이 풍부한 이탈리아군까지 있다.
“잠깐.”
하지만 처칠이 또다시 어깃장을 놓자, 체임벌린도 아주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또 무엇입니까.”
“군부에서는 오히려 독일이 장기전을 선택한다는 가능성 또한 보고 있습니다.”
“독일이 말이오? 수출입이 봉쇄될 텐데?”
“소련이 있잖습니까.”
누구보다 강경한 반공주의자인 처칠은 소련이 독일의 배후에 있으리라 확신하고 있었다.
체임벌린과 핼리팩스 외무 장관은 ‘소련을 끌어들여 독일을 고립시키면 된다’라는 쪽이었지만, 처칠이 보기엔 전혀 아니올시다였다.
지난 전쟁도 자원 고갈로 말라 죽은 독일인데, 그 교훈이 대가리에 인풋되어 있다면 당연히 든든한 물주 없이는 전쟁을 안 하지 않겠는가. 설마 지난번에도 실패한 ‘한 달 만에 프랑스 멸망시키고 승리선언’ 메타를 또 들고나올까?
“소련이 물자를 공급해준다면 우리의 봉쇄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오히려 저는 소련이 군사 개입이라는 옵션을 꺼내기 전에 독일을 조속히 제압해야 한다고 봅니다.”
“으으음···.”
“잘 생각하십시오. 공산주의자와 로젠바움주의자들이 우리의 배후를 어지럽힌다면, 장기전은 어쩌면 저들에게 더 유리할지도 모릅니다.”
아이러니하지만, 시간이 연합국의 편이라고 장담하기가 어렵다.
물론 압도적인 인구 수 차이를 통해 모두가 최후의 한 명까지 군인으로 쥐어짜낸다면 독일을 결국 찍어누를 수는 있겠지만··· 그 짓 하다가 모두가 공멸할 뻔한 게 지난 대전쟁이다. 불온한 식민지라는 폭탄을 껴안고 있는 판에 또다시 국민들에게 ‘참호로 가서 죽어주세요’라고 말하는 것도 충분히 위험했다.
“오래도록 전쟁을 준비해 온 독일군의 기세가 분명 매섭긴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결국 지난번처럼 승리할 겁니다. 자세한 사항은 타국과 논의한 후 결정하겠습니다.”
체임벌린은 그렇게 결론 내리고는 회의를 마쳤다.
그러나.
[독일이 핵분열을 이용한 강력한 무기를 개발 중.] [예측에 따르면 도시 하나를 지워버릴 수 있는 강력한 파괴력.]“저런 무기가 실전 배치된다면 마지노선의 의미가 사라집니다!”
“파리와 런던에 저게 꽂히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으음···.”
대전략은 수정되었다.
연합군은 네덜란드까지 진출하기로 결정했다.
<삽화1 별도 첨부>
<삽화2 별도 첨부>
물의백작 작가님께서 지도를 제작해주셨습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
본 지도는 작중 묘사와 일부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