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168)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168화(168/246)
168화 낫질 (1)
스페인 내전은 여러모로 새로운 전략전술의 시험대였다.
기갑전술, 공중폭격, 제공권, 제병협동, 게릴라, 사보타주···.
예를 들어, 독일군의 경우.
<우리 전차는 전부 쓰레기다>
<소련제가 훨씬 낫다. 체코제가 우리 전차보다 더 잘 싸운다.>
‘현 기술력으론 어렵겠던데용’ 같은 소리만 늘어놓던 군수업체 사장들은 안 되면 되게 하라는 총통의 훈시를 들었고, 그 직후 비서실장으로부터 ‘안 되면 되는 사람으로 갈아 끼울 것’이라는 묵직한 경고를 들었다. 역시 금력은 권력을 못 이겼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독일군의 항공기는 스페인 상공을 제패하며 역시 날틀은 독일제가 최고라는 명성을 꿋꿋이 지켜냈다.
그리고 하나 더.
<보병이 휴대하고 다니던 막대기가 불을 뿜더니 전차가 터져버리더라>.
바로 휴대용 대전차로켓.
스페인 내전에 투입된 대전차병기는 원 역사의 판처파우스트보다는 ‘판처슈렉’에 더 가까운 병기였다.
훨씬 더 무거워서 사수, 부사수, 탄약수가 3인 1조를 이루어야 했고 단가도 더 비싸다. 이미 돌격소총의 압도적인 화력에 마음이 홀려 있던 독일 군부는 결국 판처슈렉 대신 판처파우스트의 손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싸구려 보병으로 비싸디 비싼 전차를 격퇴할 수 있다는 이 놀라운 성과에 다른 나라가 눈독을 들이지 않을 리 없었다.
독일의 군비 증강에 누구보다 관심이 많았던 프랑스는 판처슈렉 원판을 몰래 입수해 복제하는 데 성공했지만··· 예산이 모자랐다. 39년 현재 프랑스제 대전차로켓은 그 수효가 썩 많지는 않았다.
그리고.
전혀 뜬금없는 한 나라가 이 무기에 놀라우리만치 관심을 보였는데.
“스페인에서 입수된 자료에 따르면, 독일군의 로켓 병기가 있으면 보병도 일격에 전차를 격파할 수 있다고 합니다.”
“흐음. 그러면 전차 한 대 뽑을 돈으로 저 로켓 10대를 만들면 적 전차 10대를 잡을 수 있겠군요?”
“그럴 리가요. 하나의 발사대로 대여섯 발의 로켓을 쏠 수 있다고 하니 적 전차 60대를 격파하는 셈이지요!”
“와!”
“들으셨습니까, 미군 여러분? 전차 따위는 집어치우고 저 무기나 개발합시다!”
바로 미합중국이었다.
조지 마셜을 비롯한 미국의 장성들은 저 미치광이 의회로부터 전차를 지키기 위해 그야말로 온몸을 던졌다.
하지만.
“대전차로켓이라는 병기가 등장한 이상, 더 이상 전차는 두툼한 장갑을 염두에 두지 않아도 됩니다. 중세 기사가 흉갑 퀴레시어로 발전한 것과 똑같은 논리지요.”
“적 전차를 격파할 강력한 펀치력, 그리고 신속하게 교전 지역으로 투입될 수 있는 기동력. 이 둘을 위해 장갑은 다소 포기해야 합니다.”
“아니야··· 중장갑이어야 한다고···.”
“갈!! 이 <대전차자주포>야말로 새 시대의 기갑 전력이 될 것입니다!!”
프론티어 정신으로 무장한 미국인들은 스스로 찾아낸 정답에 대단히 뿌듯해했다. 구대륙 놈들이 전쟁 좀 한다고 으스대긴 하지만, 결국 달도 차면 기우는 법이니 이제 신대륙에 자리를 내줘야 하지 않겠는가?
결론만 요약해서.
프랑스가 긴급하게 배송받은 휠체어 아저씨 선물 상자에는 미제 <바주카> 대전차로켓 또한 제법 두둑이 들어가 있었다.
“독일군의 의도가 분명해졌다. 놈들은 벨기에와 네덜란드를 제압한 뒤 슐리펜 계획을 재탕하려는 것이 분명하다. 독일군의 일격을 막기만 하면 우린 전쟁에서 무난하게 승리한다.”
그리고 가믈랭은 승부수를 던졌다.
가진 거의 모든 예비대를 벨기에-네덜란드 방면에 투입한 것이다.
“이게 예술이지.”
예비대 투입 명령을 내린 가믈랭은 머릿속이 개운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총사령관님. 그래도 유사시를 대비한 카드는 남겨 놓는 것이-”
“훈족들에게 뒤가 있나? 저들에겐 철학도 예술도 없어. 오직 기계 같은 놈들이지. 그들은 전부를 얻거나 전무(全無)가 될 뿐.”
가믈랭의 참모부는 과거 앙시앵 레짐 시절의 살롱을 연상케 했다.
환갑을 훌쩍 넘긴 프랑스군의 정점께서는 귀족놀이를 좋아하게 되었는데, 아무리 그래도 총사령관이 전시에 파리로 가서 놀 수도 없으니, 총애하는 똘똘한 참모들을 데리고 예술, 역사, 철학, 문예 등 있어 보이는 주제에 대해 떠드는 것이 그의 낙이었다.
하지만 늙은 가믈랭과 달리 참모들은 불안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군인이란 전문직종 종사자들은 손에 쥔 예비대가 없으면 정신불안에 빠지는 법. 냉장고에 김치가 다 떨어진 한국인, 마감을 한두 시간 앞둔 작가, 샤워하던 도중 척추가 터졌음을 깨달은 디스크 환자보다 더욱 어지러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만약 적들이 추가적인 공세를 개시한다면-”
“어디로 말인가.”
가믈랭은 참으로 자상한 미소를 지으며 이 어리석은 참모들에게 자신의 지혜를 약간 베풀어주기로 했다.
“아무리 훈족이 어리석더라도 마지노선으로 오진 않겠지. 아르덴 방면도 마찬가지. 그 복잡한 삼림에 대병력을 밀어넣었다간 역사에 얼간이로 길이 남을 걸세. 남은 건 결국 단 하나. 벨기에지.”
노장의 시선은 지도로 향했다.
“네덜란드군과 벨기에군의 전투력을 그리 믿을 수는 없네. 하지만 전쟁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머릿수고, 저들이 무기력하게 독일인들에게 항복해버린다면 그만큼 우리 프랑스의 건아들이 적의 총알을 더 맞아야만 하네. 아니 그런가?”
“그렇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한 명이라도 더 많은 병사를 벨기에 방면으로 보내는 게 승리의 지름길일세. 축차투입이야말로 지휘관이 지양해야 마땅한 일. 독일의 첫 공세만 꺾는다면 모든 게 끝난다네.”
가믈랭은 손뼉을 짝 치며 식사나 하러 가자고 명령했다.
이 또한 지난 대전쟁에서 확립된 지휘 방식.
수백만의 대군을 거느려야 하는 총사령관의 컨디션은 대단한 중대사항이며, 총사령관의 컨디션 확보는 단순히 노는 게 아니라 일종의 작전이었다.
괜히 대전쟁의 총사령관들이 본인 전용 승마장을 만들고, 밥 먹은 뒤 산책을 하고, 퇴근 시간을 엄수한 게 아니다. 양질의 지휘를 위한 최선의 몸 관리다.
가믈랭 또한 이 전훈을 결코 잊지 않았고, 꼼꼼하게 셰프가 차려주는 정찬을 열심히 먹고 소화시켰다.
“급보입니다. 벨기에의 에방에말 요새가 함락되었습니다.”
“그런가? 벨기에에겐 아무 기대도 안 하는 편이 좋겠군.”
에방에말 요새는 ‘작은 마지노’라는 평판을 들을 정도로 벨기에가 힘을 기울여 만든 곳.
하지만 그곳의 환상적인 입지는, <이 요새를 완전히 포위하려면 중립국인 네덜란드 땅을 침범해야 함>이라는 조건 때문에 성립된다.
독일이 네덜란드 침략의 의사를 밝힌 이상, 요새는 더 이상 난공불락이 아니다. 그냥 튼튼한 요새일 뿐.
“아직도 내가 틀렸다고 생각하나?”
“아닙니다. 각하의 혜안대로입니다!”
“역시 우리 프랑스군이 더 많이 배치되어야 독일군을 저지할 수 있겠습니다!”
“그럼, 그럼. 알았으면 됐네. 더 배우고 익히도록 하게.”
가믈랭은 일정을 마치고, 양치와 세수를 마치고.
잠을 청했다.
이것도 다 나라를 위해서였다.
***
– 가믈랭은 병신이야.
앗. 범석이가 망가져버렸다. 이 일을 어떡하면 좋지.
– 네놈이 즐기라고 했다. 그 망할 주둥이로 그냥 재밌게 놀라고 지껄이던 새끼가 이젠 또 망가졌다고-
아니. 귀신이랑 50년을 사는 건 괜찮았는데, 미친 귀신이랑 10년 사는 건 좀 힘들지도 모르잖아?
– 안 미쳤다.
정말? 그렇게 실실 쪼개면서 안 미쳤다고?
범석이의 모습은 그러니까··· 쿠데타를 일으키고 신나게 인간백정 짓을 할 때의 그 상태다. 으음. 역시 사람에게 있어서 도덕과 양심이란 꽤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 이래서야 전두엽 절제 수술을 받은 거랑 다를 게 뭔가.
– 그런 재수없는 소리는 좀 꺼라. 하고 싶으면 다하우에서나 하든가!
봐봐. 망가진 거 맞네. 평소 같았으면 저렇게 말하지도 않지.
– 하고 ‘싶으면’ 이랬다, 멍청아. 말꼬리 좀 그만 잡아.
네네, 그러시죠.
– 모리스 가믈랭이 명장이라는 게 이 당시의 인식이지. 하지만 그건 수십 년 전 1차 대전 시절만 기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고, 훗날 이 시기를 돌이켜보는 미래인들은 가믈랭이 싸지른 압도적인 똥을 보면서 사실 매독이나 치매에 걸린 건 아니었을까 의심할 만큼··· 나라 말아먹은 똥별의 대명사로 역사에 박제되지.
많이 병신이다? 매우 많이?
– 저런 호구가 총사령관인 동안 알차게 털어먹어야 해. 괜히 정신줄 반듯한 놈으로 교체되면 정말 골치 아파진다. 당장 정치권에서도 가믈랭을 해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고.
어쩐지 범석이의 말끝에 음표라도 붙어 있을 것만 같다. 목소리에 아주 그냥 신이 넘쳐흐른다고.
거대한 테이블 위에 배치된 작전도를 응시하며, 조범석 씨가 말했다.
– 이제 낫질 시간이다.
무수한 화살표와 말판 더미.
이것들이 나타내는 바를 생각하노라면, 그야말로 황홀해진다. 알렉산더가 페르시아를 상대할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우리가 낫을 휘두를 담당자로 지정한 사람은 너무나도 당연히 – 만슈타인.
만슈타인이 아닌 다른 사람은 애초에 생각하지도 않았다. 본인이 떠올리고, 계획하고, 몇 년에 걸쳐 다듬은 작전안이니 본인이 직접 수확의 기쁨을 누려야지.
– 시작하자고.
***
폰 보크가 지휘하는 A집단군.
그리고 그 예하 제1기갑군.
기갑군은 <낫질>의 알파이자 오메가, 처음이자 끝.
독일민족혁명군이 갈고닦은 단 한 방의 죽창.
5개 기갑사단과 3개 차량화보병사단이 배속된 이 막강한 대군을 거머쥔 만슈타인은 눈에 핏발을 세우고 있었다.
“교통사고 한 번, 도로 정체 한 번이라도 일어나는 날엔 우리 모두 단체로 북해에 빠져 죽는다.”
숲과 산으로 도배된 아르덴 땅. 당연히 도로 사정은 열악하다.
지난 대전쟁을 마르고 닳도록 복기한 독일군은 교통체증이야말로 결국 모든 것의 종말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학습했다.
어째서 슐리펜 계획이 실패했는가? 도로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벨기에가 자발적으로 나서서 크고 아름다운 포장도로를 지어주지 않는 한 결코 슐리펜 계획은 성공할 수 없었다.
그러니까 아르덴이다.
상대가 ‘설마 오겠어?’라고 생각한 곳에, 적지도 많지도 않은 딱 적당한 수준의 병력을 찔러 넣어 순식간에 몸뚱아리를 마비시켜야만 한다.
문외한들이 착각하는 것과 달리, 군대는 어마어마하게 부피가 큰 집단이다. ‘그냥 병사 많이 데려가서 공격하면 이기는 거 아님?’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명절 고속도로를 떠올리면 된다. 많아봤자 다 같이 집에 못 가고 도로 한가운데에서 고통받을 뿐이다.
그리고 제1기갑군의 창끝을 맡은 부대, 제19군단.
이 군단의 지휘관은 낫질과 기동전의 묘리에 대해 그 누구보다 정통한 인사였다.
“48시간 내에 스당에 당도한다.”
“군단장님-”
“공화국 수비대가 도로 통제에 협조해주기로 했었다. 멋대로 끼어드는 놈들이 있으면 머리통을 날려버리라고 총통께서 내게 권한까지 주셨다. 절대! 절대 우리의 진격이 멎어서는 안 돼!”
하인즈 구데리안(Heinz Guderian).
독일 육군 최고의 기갑 전문가.
총통이 집권 극초기부터 점찍고 밀어주어 두각을 선보인 그는, 폴란드전에서 탁월한 지휘력과 공세 능력을 선보이며 그가 특별대우를 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기능고장이 일어난 전차는 즉시 도로에서 이탈시키고. 기름은?”
“말씀대로 미리 준비시켜 놓았습니다.”
전차에 기름통을 주렁주렁 매달고 가는 짓은 누가 봐도 미치광이 짓이었지만, 구데리안은 그냥 강행했다. 저 좁아터진 아르덴에서 주유차량을 이리저리 운용하며 전 기갑 차량의 기름 소요를 채우는 것보단 차라리 한 대만 맞아도 불탈지도 모르는 리스크를 감수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이런 자기파괴적 돌격이 무주공산 아르덴에서 벌어진 결과.
이들은 55시간 만에 아르덴을 돌파하는 데 성공했다.
아르덴에는 벨기에의 2개 보병사단, 프랑스 1개 보병사단, 그리고 이탈리아군 2개 사단이 있었지만.
“적! 적이다!!”
“적이 나타났다!! 놈들이 아르덴 숲을 헤쳐나왔다!!”
“전투 준비! 다들 침착해라! 전투 준비이이이!!”
유감스럽게도 프랑스의 군대는 30대 아저씨들로 이루어진 예비역 부대.
군대 다녀온 지 10년이 넘었고 복무하던 곳도 아니다. 게다가 배치받자마자 참호 파고 벙커 짓는다고 공구리만 지랄맞게 해댔고, 정작 사격 훈련이나 진지 점령 훈련은 제대로 하지도 못했다.
매일같이 내가 군인인지 건설현장 인부인지 정체성의 고민만 드는 나날.
터무니없이 부족한 훈련.
그리고 3국의 군대가 섞여 있는 독특한 전장.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최악의 참사가 벌어졌다.
“독일군이 아르덴을 넘었습니다!”
“놈들의 목표는 스당이 확실합니다!”
“스당? 스당이 어디더라, 아 여기군. 뚫리면 큰일이겠어. 당장 우리 부대를 쪼개 프랑스군의 후미를 뒷받침하게!”
“예!”
누구보다 전공에 굶주려 있던 이탈리아군.
이들이 보유한 정찰부대는 프랑스보다 더 빠르게 독일군의 움직임을 확인했고, 그라치아니 원수는 즉시 ‘1개 사단에 불과한 프랑스군으로는 저 대군을 막기 힘들다’고 판단해 재빨리 프랑스군을 도울 것을 명령했다.
하지만 이 원군에 대한 정보가 프랑스군에게 전달되진 못했다.
어어 하는 순간 그냥 짬된 것이다.
그리고.
“뒤에! 뒤에서 포성이!”
“적이다! 우리 뒤에도 적이 있다!!”
“말도 안 돼! 독일 놈들이 대체 어떻게!”
“다 끝났다! 우린 다 끝났다!!! 도망챠아아아!!”
프랑스군은 등 뒤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군대를 보고 완전히 멘탈이 나가버렸다.
“프, 프랑스 놈들이 무너집니다!”
“우리 진지로 빠게트 놈들이 쏟아집니다!!”
“씨발, 이게 무슨 일이야. 진정들 해! 일단 물러서서 상황을 확인한다!”
“퇴각! 퇴각하란다!!”
“독일군이 프랑스군을 격파했다! 최대한 멀리 퇴각한다!!”
겁에 질려 필사의 도주를 감행하는 프랑스군의 뒤로.
무수한 전차들이 쏟아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