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170)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170화(170/246)
170화 낫질 (3)
벨기에와 프랑스 상공에서는 제공권을 두고 치열한 싸움이 벌어졌다.
그리고 벨기에와 프랑스 공군은 각각 독일 공군에게 각개격파되어 순식간에 쓸려나갔다.
“제공권 장악을 위해서는 본토의 항공대가 증원되어야 합니다. 우리 영국원정군의 머리 위에 폭탄이 떨어지지 않으려면 공군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비록 대륙에서의 전쟁이 급박하고 치열한 건 잘 알고 있지만, 본토 방위보다 더 중요할 리는 없잖습니까?”
몇 년간 영국군은 그래도 공군만큼은 제법 신경을 썼었고, 결코 어디 가서 꿀리지 않을 공군력을 확충했다.
하지만 이들은 독일 공군의 힘을 굉장히 과대평가하고 있었고.
“그 원자폭탄이라는 게 런던에 떨어지면 누가 책임질 겁니까?”
“······.”
“적어도 고트 장군께서 책임지지는 못하겠지요. 그러니 우리는 프랑스로 갈 수 없습니다.”
공군의 주장에 대해 반대표를 던진 건 어김없이 처칠이었다.
“훈족들은 결코 런던에 원자폭탄을 쓰지 않을 겁니다.”
“확신할 수 있소?”
“확신합니다.”
“근거는요?”
“런던 시민 수십, 수백만을 단숨에 살육했다간 로젠바움은 새 시대의 개창자가 아니라 그냥 미치광이 살육광으로 낙인찍힐 것이기 때문이오. 그자가 바라는 건 독일과 민족혁명주의가 주도하는 세계의 새로운 질서지, 단순한 대학살이 아니란 말이오!”
“장관님의 추론에 불과하군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처칠은 영국원정군 사령관 고트 자작이 군대를 빼지 않은 시점에서 ‘머리는 텅 비었고 자기보신에만 급급한 병신’이라 내심 결론 내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 왕립 공군이 있어야 할 곳은 본토가 아니라 대륙이라는 덴 고트와 뜻을 모았다.
“장관께는 본인이 맡은 소임이 육군 장관이라는 걸 다시 한번 상기시켜드려야겠소.”
“총리님. 대영제국 원정군의 운명이 경각에 달렸습니다. 육군을 관할하는 제가 그들의 안위를 우려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그 논리라면 이 세상의 만사가 모두 장관님의 몫이로군요.”
체임벌린은 얼굴이 시뻘게진 채 런던으로 돌아온 처칠을 보며 한숨을 억눌렀다.
본토 방위에 할당된 공군 전력을 프랑스로 보내자.
독일 수운의 핵심인 라인강에 기뢰를 뿌리자.
독일 놈들에게 철광석을 공급하는 노르웨이와 스웨덴의 턱주가리를 돌려버리자.
독일군에게 기름을 갖다 바치는 소련의 바쿠 유전을 폭격하자.
기행의 나라 아니랄까 봐 끝없이 쏟아지는 온갖 기괴막측한 제안에 진절머리를 치고 있던 그로서는, 여기서 처칠까지 나서서 헛짓거리를 일삼자 슬슬 인내심이 고갈되는 듯했다.
“한 번만 더 월권을 저지른다면 즉시 해임하겠소.”
“그냥 지금 잘라주시지 그러십니까? 나더러 눈 뜨고 대륙에서의 패배를 관람만 하라니. 그렇게는 못 합니다.”
못 자른다.
전시 거국내각을 선언하고 총력전에 돌입한 지금, 제1야당인 노동당에서 가장 큰 지지를 얻고 있는 보수당원인 처칠의 몸값은 하늘 높이 치솟아 있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처칠은 그렇게 체임벌린의 복장을 뒤집어놓았고, 체임벌린은 손을 휘저어 축객령을 내렸다.
“참모총장을 불러 주게. 갈리폴리 씨의 말이 얼마나 타당한가 들어는 봐야겠으니.”
“그냥 본인 커리어를 위해 설칠 뿐인 작자입니다. 무시하셔도 됩니다.”
“그랬다가 원외에서 본인이 총리 되겠답시고 내각을 긁어대면 더 골치 아파질 게요. 일단 전문가의 말을 들어봅시다.”
그는 결론을 내렸다.
이렇게 또다시 천금을 줘도 구할 수 없는 시간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
프랑스와 벨기에 전역에 유언비어가 횡행하기 시작했다.
“로젠바움이 키운 최정예 부대, 팔슈름야거가 이미 지하수로 곳곳에 은신해 있다.”
“유대인, 집시, 깜둥이들이 로젠바움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국가 전복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기로 했다.”
“사실 이탈리아와 영국은 프랑스를 팔아치우기로 밀약을 맺었다. 그들은 독일군의 손으로 프랑스를 차도살인하길 원한다. 프랑스가 원하지도 않던 전쟁에 휘말리게 된 것부터가 이미 두체의 음모였다!”
“로젠바움은 몰래 여군 특작부대를 키워 전쟁 전에 이미 곳곳에 잠입시켰다. 외진 곳의 수녀원을 점거하고 수녀로 변장한 독일 특수부대원들이 민가에 불을 지르고 다닌다더라.”
“로젠바움이 수십 년 전부터 키우던 서커스단의 진짜 정체는 사실 스파이단이다. 도심 한가운데에 맹수를 풀어 시민들을 학살할 계획이라더라.”
“떠돌이 광대와 집시들이 강물에 독을 타고 아이들을 납치하고 있다. 그들은 로젠바움의 다음 생일에 프랑스 소년들의 간과 심장을 제물로 바칠 계획이다.”
“굴뚝에 피어오르는 연기로 독일 간첩들이 지령을 주고받는다. 으슥한 집 다락방에 빛이 반짝이면 거울로 신호를 주고받는 거다.”
“벨기에로 쳐들어오는 독일군은 이번에야말로 모든 벨기에 아녀자들을 모조리 겁탈해 벨기에 민족을 말살할 계획이라 카더라. 살아남은 벨기에인을 모조리 콩고인에게 노예로 팔 계획이라더라.”
“독일군이 점령지에 거대한 살인 공장을 짓고 벨기에 사람들을 모조리 독가스로 죽여버리려 한다더라!”
좁아터진 벨기에의 모든 도로는 쏟아지는 피난민 때문에 마비되었고, 프랑스 또한 공장에서 일을 해야 할 직원들이 시골로 피난을 간답시고 결근하는 일이 수도 없이 벌어졌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지 않는 법.
이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이들은 실존했다.
“하일 로젠바움!”
“민족혁명의 여명이 다가오고 있다. 우리가 역사 앞에 떳떳해지느냐, 아니면 추악한 식민 착취자로 영원히 남느냐가 이번 전쟁에 달려 있다!”
“이 전쟁은 돈에 미친 자본가와 그에 영합한 권력자들이 일으킨 추악한 전쟁에 불과하다. 독일이 승리해야만 저 자본가들을 모조리 단두대로 보내고 진정 민중과 시민을 위한 나라가 도래할 수 있다!”
프랑스 민족혁명주의자 단체 <캐피단>은 개전 직전부터 집요한 추격을 당했지만, 이미 공산당과 돈독한 협력 관계였던 그들은 일부나마 온전히 지하로 잠적하는 데 성공했다.
한때 전쟁 포로 신세를 거쳐 로젠바움 그룹 프랑스 지사장, 그리고 현재는 캐피단의 수장 역할을 하고 있는 마르탱 피아프는 독일의 대의를 굳게 믿는 인사 중 한 명이었다.
“우리 정부가 국내의 모든 로젠바움 그룹을 몰수하고 전 임직원을 구금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사상이 불순하기 때문이랍니다.”
“우우우!!”
“하지만 제가 아는 로젠바움 회장님은 다릅니다. 그분이야말로 진정 이 땅에 다시 내려오신 재림예수! 우리 유럽인의 악덕과 죄를 사해주기 위해 내려온 분이십니다! 설령 우리 모두의 목숨이 끊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우리에게는 위선으로 가득 찬 식민제국 프랑스를 바로잡아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와아아!!”
“제3공화국에 죽음을! 프랑스 민족혁명공화국에 영광을!”
독일과 소련 두 나라의 첩보기관의 후원을 받아, 이들은 은밀히 무장을 갖추고 곳곳에 은신해 있었다.
하지만 로젠바움은 이들에게 ‘총궐기해 후방을 어지럽히라’ 같은 단세포적인 명령을 내리는 대신 프로파간다와 유언비어 살포를 지시했다.
실제로 그 효과는 탁월했다.
“후방에 수용소를 짓고 전현직 로젠바움 그룹 직원, 공산주의자, 그리고 유대인들을 격리 수용하시오.”
“하지만 그랬다간-”
“그들이 사보타주를 자행하고 나면 늦소! 당장 시행하시오!”
전쟁에 총력을 기울여도 모자랄 판에, 후방에서 판치는 유언비어에 대응하기 위해 신경이 분산되고 있다.
정가에서는 그동안 로젠바움과 긍정적인 관계를 맺었던 이들에 대한 매카시즘이 판쳤고, 전현직 고관들이 줄줄이 끌려나와 자아비판을 하고 조국에 대한 충성을 맹세해야만 했다.
파리가 이렇게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만슈타인의 낫끝은 계속해서 프랑스의 목젖을 파고들었다.
***
1939년 9월 5일.
“스당이 뚫렸습니다. 독일군 제19군단! 하인츠 구데리안이 지휘하는 부대입니다!”
“벨기에 방면의 독일군이 압도적인 파상공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모든 도로가 마비 상태이고 아군의 기동이 극도로 제약되고 있습니다.”
가믈랭은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상했다.
도대체 독일인들이 무슨 사술을 부려서 아르덴을 돌파했단 말인가? 그게 가능한 일인가?
“벨기에군이군.”
그는 금방 오랜 연륜과 경험, 지성에서 비롯된 논리적인 해답을 도출해냈다.
“벨기에와 이탈리아군이 틀림없어. 어리석고 전투력이라곤 없는 그들이 그대로 아르덴을 열어준 거야. 그래. 그거구만.”
“총장님!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끝나지 않았다고? 무슨 바보 같은 소린가. 졌어. 우린 졌다고.”
노장의 눈에선 주륵주륵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어깨를 잠시 부르르 떨던 그는 이내 온몸을 털썩대며 하염없이 펑펑 울었고, 이 모습을 본 참모들은 경악에 가득 찼다. 나이 잡술 만큼 잡순 프랑스군의 제1인자가 지휘는 안 하고 지금 쳐울고 있는 건가?
한편, 마카로니들의 주장대로 정말 독일군이 나타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인 프랑스 육군 제2군은 자체적으로 전투에 돌입해 구데리안에 맞설 채비를 했다.
“이 19군단의 목적은 분명해. 베르됭이다.”
스당이 뚫렸다는 것은 마지노선이 무력화되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그리고 스당에서 쭉 남하하면 악명 높은 피의 무덤, 베르됭이 기다리고 있다.
마지노선은 등 뒤에서 공격받게 될 것이고, 천하무적의 요새는 거대한 무덤으로 전락해 약 40여 개 사단이 통째로 고립되고 마리라.
프랑스 제2군은 바로 마지노선 포위를 저지하기 위해 존재하는 부대였고, 그들은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존재의의에 따라 사전에 준비한 대로 움직임을 개시했다.
독일인들이 이대로 영불해협까지 달려나가 수백만 대군을 통째로 포위하고 먹어치우리라는 발상을 떠올려야 할 총사령부는 제2군에게 ‘구데리안은 서쪽을 향해 달려나갈 것’이라는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대신 통곡에 전념하고 있었다.
“이탈리아군이 퇴각하겠다고 연락해 왔습니다.”
“병신들. 믿을 놈이라곤 하나 없군. 걱정 마라! 마지노는 무적이고 우리는 신이다!”
따라서 제2군의 무수한 병력 중 태반은 대사건의 방관자로 전락했다.
그들은 전쟁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오지 않는 독일군을 기다릴 예정이었다.
그러는 동안.
독일군은 착실하게 벨기에 방면 아르덴 또한 돌파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했다.
조르주는 통곡했다.
가믈랭도 통곡했다.
총사령관과 부사령관이 나란히 눈물바다를 만드는 동안 또다시 시간이 흘러갔다.
***
1939년 9월 6일.
눈이 퉁퉁 불어터진 가믈랭은 달라디에 총리를 만났다.
“졌습니다.”
“어디서 말입니까?”
“이 전쟁에서 우리는 졌습니다.”
“지금 대뜸 찾아와서 무슨 소릴 지껄이고 있는 겁니까?”
“이틀에서 사흘 뒤면 파리로 독일군이 들이닥칠 겁니다. 우리는 파리를 수비할 그 어떠한 병력도 보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죄송합니다만··· 그렇습니다. 우리는 망했습니다.”
“이 미친 영감이 노망이 들었나!”
달라디에의 판단은 신속했다.
그는 그 자리에서 즉시 내각을 소집했고, 맛이 갔거나 독일군에게 매수된 게 틀림없는 총사령관의 해임을 선언했다.
이들 정치가들은 도무지 이해하지 못했다. 전쟁이 시작된 지 1주일 만에 대체 뭐가 졌다고 지랄이란 말인가?
미친 늙은이 대신 다른 장군들을 호출해 설명을 들은 정치가들은, 그제서야 가믈랭이 가진 판돈을 모조리 벨기에에 부어버렸고 그들은 개털로 전락했다는 사실을 이해했다.
“그래서, 이다음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독일의 돌파 시도를 저지해야 합니다.”
“그럼 그렇게 해야지요. 우리가 무슨 명령을 내리면 됩니까? 어떻게 해야 조국을 지킬 수 있습니까?”
“······.”
프랑스의 대육군 장성이라는 작자들은 눈알만 뒤룩뒤룩 굴릴 뿐, 누구 하나 나서서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 참담한 꼬락서니에 달라디에의 뇌혈관이 모조리 폭발해버리기 직전.
한 군복 입은 사내가 성큼성큼 회의실로 들어왔다.
“실례가 안 된다면, 이 늙은이가 나서도 되겠습니까?”
“아니, 잠깐. 장관님?”
“지금 한가로이 장관 일을 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조국에 필요한 건 군인인 듯하니.”
주름이 자글자글한 얼굴과 양손.
허옇게 센 콧수염.
그리고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보다 이글거리는 눈빛.
“지금 자랑스러운 대육군엔 패배주의자, 겁쟁이, 울보, 소인배, 머저리들만 가득합니다. 패배할 때 패배하더라도, 프랑스는 이토록 허무하게 무릎을 꺾어서는 아니 됩니다. 이 늙은이가 한 몸 불태워 싸우고자 하니 부디 허락해주셨으면 합니다.”
“페탱 장관님.”
“원수라고 불러주십시오.”
필리프 페탱(Philippe Pétain).
베르됭의 영웅.
팔순을 넘긴 노장이 새로이 지휘봉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