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173)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173화(173/246)
173화 결전 (1)
전차 개발의 종가는 누가 뭐래도 영국.
지옥 같은 참호선에서 첫선을 보인 전차가 루덴도르프의 독일을 예쁘게 짓밟아 버린 이후, 계속해서 전차에 대한 연구개발과 교리 개선을 진행한 영국은 당연히 전 세계 전차 개발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전차는 움직이는 토치카로서 보병을 엄호하고 장애물을 극복하게 해줘야만 한다!”
“전차는 기병의 후예로서 신속하게 적진을 돌파하고 적을 타격, 섬멸하는 역할을 이어받아야만 한다!”
영국의 전차 개발진들은 크게 두 가지 의견으로 갈렸다.
물론 두 역할을 모두 수행할 수 있으면 최고다. 냉전기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전차는 굳이 저 두 역할을 분리하지 않는다.
하지만 1차 대전 직후에는 아직 기술력이 그만큼 무르익지 않았고, 공격력과 방어력과 기동력을 모두 잡는 기적의 전차를 만들 수 없었다. 최소한 하나는 포기해야 했다.
그래서 영국은 둘 다를 골랐다.
전자를 일컬어 <보병전차>.
후자를 일컬어 <순항전차>.
보병전차는 곧 중(重)전차였다. 어차피 뚜벅이들 걸어다니는 속도에 맞춰서 움직여야 하니, 속도를 포기한 대신 두툼한 장갑을 주었다.
순항전차는 굳이 따지자면 경전차에 가까웠다. 적당한 수준에서 장갑을 덜어내고 대신 기동성을 잡고자 했다.
그리고 유럽 각국은 저마다 가지각색의 이유로 개발 과정에서 끝없는 고통을 받았다.
이탈리아의 경우, 기술력과 생산력을 둘 다 갖춘 자동차 업체가 존재하지 않아 전차 개발은 시작부터 난관 대잔치.
게다가 이탈리아군은 지형 특성상 <알프스를 지나다닐 수 있을 것>이라는 고난도 목표까지 붙어버렸으니, 이들의 전차 개발엔 오직 고통만이 가득했다.
프랑스는 마지노선에 의지하는 수세적 전략을 세웠고, 자연스럽게 프랑스 전차는 대개 속도와 통신에 큰 비중을 두지 않게 되었다.
샤를 드골 같은 혁신적인 인물들은 기갑부대의 필요성과 통신의 중요성을 역설했지만 이는 그다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프랑스 전차의 성능 자체는 뛰어났음에도 운용 교리 측면에서 치명적인 결격사유가 존재했다. 그들은 지금 바로 그 대가를 몸으로 치러야만 했다.
영국의 경우 신형 순항전차 개발 계획이 개같이 멸망해버렸다.
“신형 전차가··· 쓰레기라고?”
“그렇습니다. 이건 그냥 설계 단계에서부터 결함 가득한 실패작입니다.”
본래라면 공장에서 쏟아져 나와 독일군 진지를 유린해야 했을 신형 순항전차는 누가 봐도 철제 땔감이었고, 영국군은 구식 경전차로 순항전차 역할을 수행해야만 했다.
보병전차의 경우 <마틸다>라는 걸출한 전차를 만들고 배치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 마틸다에도 당연히 문제가 있었다.
“적 대전차 진지입니다! 전방에 독일 놈들의 37mm 대전차포!”
“어쩝니까? 일단 쏩니까?”
“씨발··· 쏴!”
영국군 교리에 따르면, 보병전차는 아군 보병을 지켜주며 적 전차와 맞서 싸우는 역할.
마틸다 전차는 강력한 전면 장갑을 갖춰 독일의 거의 모든 공격 수단에도 충분히 버틸 수 있었고, 2파운더(40mm) 주포는 독일 전차를 격파하기에 부족함이 없었으며, 무전기와 인터컴도 있었다.
“진지가 제압되지 않습니다!”
“씨발! 당연하지!”
“기관총 갈겨! 접근한다!”
문제는 딱 하나.
이 전차를 위한 포탄이 모조리 철갑탄뿐이었다. 폭발하지 않는 생짜 쇳덩어리.
지금 모델의 방어선을 돌파해야 하는 이들 마틸다들은 독일군 전차가 아니라 곳곳에 깔린 대전차포를 상대해야만 했고, 쏘면 쾅 하고 폭발하는 고폭탄이 절실했다.
포탄이 있으면 뭐 하는가. 눈앞의 적을 제압할 수 있는 종류가 아닌데!
<로젠바움의 기관총> MG38과 37mm 대전차포, 지뢰와 참호, 철조망으로 구축된 악랄한 방어선.
울며 겨자 먹기로 적 방어선에 기관총 세례를 퍼붓기 위해 마틸다가 접근한다?
“하일 로젠바움!!!”
“저 새끼! 저 새끼부터 잡아아앗!!”
미래의 중동에서 태어났다면 알라후 아크바르를 목청껏 외쳤을 독일 병사 하나가 있는 힘껏 고함을 내지르며 총통의 요술봉을 번쩍 들어 올렸다.
저런 놈들을 해치우기 위해 전차는 보병과 함께 움직여야 하지만, 그 보병은 쏟아지는 독일군 기관총 세례에 짓눌려 납작 엎드린 개구리 신세.
그들의 운명은 정해졌다.
콰앙!!
무시무시한 폭음, 연기와 함께 날아온 한 발의 판처파우스트가 마틸다 전차를 직화구이 통구이로 만들어버린 것은 그야말로 순식간.
뒤따라오던 다른 전차 한 대가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주포를 발사하자, 1킬로그램이 넘는 철갑탄에 직격당한 병사는 말 그대로 고깃덩이처럼 짓이겨지고 말았다.
“한스가! 한스가!!”
“이 빌어먹을 제국주의자 새끼들! 그렇게 우릴 노예로 부리고 싶냐!!”
“오냐, 너도 한 대 처맞아봐라!”
또다시 누군가가 새로운 판처파우스트를 들고 와서는 조준했지만, 전차가 터지면 다 같이 죽는다는 사실을 잘 아는 영국 병사들도 이를 악물고 소총을 조준해 판처파우스트 사수의 온몸을 벌집으로 만들었다.
“엄마, 엄마아···.”
“형제들이여, 용감히 싸운 여러분은 천국에 갈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주님 앞에 모두가 평등하다고. 저 바리새인과 세리들의 무리가 죽어 유황불에 떨어질 때, 주님의 뜻을 따르는 우리는 천국에 갈 수 있습니다.”
“로젠바움 총통 각하께서 훈시하셨다. 이번에 패하면 저들은 우리를 300조각으로 갈기갈기 찢을 작정이라고! 우리의 손목을 자르고, 여자들을 겁탈하고, 보어인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강제수용소에 처넣으리라고! 일어서라! 일어서서 싸워야 해!”
곳곳에 튀는 총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군종병과 정치장교가 분주히 움직이며 병사들을 독려했다.
이미 1주일에 걸쳐 끝없이 행군한 끝에 온몸이 녹초가 되고 발은 너덜너덜해져 있었지만, 그들은 다시금 참호에서 머리를 내밀고 적을 향해 총을 조준했다.
“토미가 온다!”
“사격 개시! 그냥 긁어!”
다시금 돌격소총이 불을 뿜었다.
눈앞 독일 보병들의 강력한 저항에 영국군 전차 부대가 발이 묶인 사이.
쿠우우웅!!
저 멀리 1킬로미터 너머 아가리를 쩍 벌리고 있던 88mm 대공포가 영국군 전차를 향해 천둥벼락을 갈겼다.
“우악! 우아아악!”
“살려줘! 살려줘어어!”
“안 돼, 전차가 전부!”
“물러난다. 물러나서 후속하는 전차들과 합류한다! 여기 있다간 개죽음이야!”
영국군은 돌파에 실패했다.
그리고 후퇴하려는 그들을 제15군단 예하 제5기갑사단이 덜미를 잡았다.
영국인의 피, 그리고 그보다 조금 덜 독일인의 피가 프랑스의 땅을 가득 적셨다.
***
한편.
본래 계획대로라면 모델의 측후미를 잡아 뒤통수를 으깨버렸어야 했을 프랑스 제4기갑사단은 롬멜의 제7기갑사단과 조우해 영혼의 한타를 벌이게 되었다.
“됐다. 이건 이길 수 있다.”
“독일제 전차는 우리 샤흐(Char) B1 중전차를 쉽사리 격파하지 못한다.”
“측면 돌파에 주의하라! 숫적으로도 우리가 우위니 이대로 압살하면 된다!”
힘 대 힘의 싸움에서는 천하의 롬멜이라 한들 뾰족한 도리가 없다.
롬멜의 기갑사단은 개전 당시 백여 대가 넘는 전차를 쥐고 있었지만, 광기 어린 전격전을 하며 고장 또는 연료 부족 등으로 중간에 리타이어한 전차도 제법 있었다.
반면 드골은 300여 대에 달하는 전차를 총동원해 공세를 휘몰아치고 있었으니, 롬멜이 갑자기 메가진화를 해 1942년 사막의 여우 폼이 된다 해도 여기서 용뺄 재주는 없었다.
···라고 생각하던 시절도 있었다.
“음하하핫 부릉끼랴끼럇!”
“저곳이다! 저기서 빠게트 냄새가 난다!”
“우와아앙!!”
우직하게 힘으로 롬멜의 전차 부대를 뭉개려던 프랑스군 중전차 부대는 뒷덜미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공격을 당했다.
트럭에 올라탄 대전차로켓 보병들.
“물러서지 마라! 실어놓은 판처파우스트를 다 쏘기 전엔 못 돌아간다!!”
“우리도 미쳤지만 사단장님은 좀 많이 처돌아버린 것 같애!”
쉴 새 없이 덜컹대는 트럭 짐칸에서 로켓을 쏜다 한들 제대로 날아갈 리가 없다.
하지만 수십, 수백 발이 동시에 탄막을 이루며 발사된다면 어떨까?
“저건 도대체··· 뭐냐!!”
“이리로, 이리로 날아온- 아아아악!!”
직접 차를 끌고 이 장대한 자살돌격의 지휘를 나선 롬멜은 딱 목표한 타격이 프랑스군의 배때기를 헤집은 시점에서 트럭 군단에게 철수를 명했고, 본인은 그대로 전차부대와 합류해 지휘봉을 잡았다.
“여기 대대장 있나?”
“예, 예! 사단장님!”
“놈들은 혼란에 빠졌다. 차려진 밥상을 못 먹을 만큼 무능하진 않겠지?”
“가자, 얘들아!!”
프랑스군에 강력한 펀치를 연속으로 갈긴 롬멜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
“이제 우린 튄다.”
“그렇습니다, 사단장님. 우린 할 만큼 했습니다.”
“군단에 알려. 우리는 이대로 전속력으로 후방을 향해 진격하겠다고.”
2~3배 수적 우위를 가진 적을 상대로 이만큼 했으면 할 만큼 했다. 게다가 적의 의도를 저지했으니 전략적으로도 대승.
여기서 더 프랑스군을 붙들어봤자 이젠 상호 간 1:1 교환이 될 뿐이라는 걸 잘 아는 롬멜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물러날 것을 결정했다.
“누구 맘대로 도망치려고! 경전차들을 투입시켜!”
그리고 그 순간.
창공의 지배자, 독일 공군이 자랑하는 급강하폭격기가 그의 기갑사단을 향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냈다.
쏟아지는 슈투카의 맹렬한 공격 앞에.
그는 눈물을 애써 감추며 퇴각 명령을 내렸다.
드골의 의지는 꺾이고 말았다.
그리고 이것으로 프랑스가 포위망 파괴를 위해 동원할 수 있던 마지막 창날 또한 꺾이고 말았다.
***
아라스 일대는 지옥도로 변모했다.
곳곳에서 불타오르는 전차의 화염과 고기 굽는 내음은 정녕 이곳이 인세가 맞는지 사람의 정신을 끊임없이 갉아먹었다.
“300여 대라고?”
“루프트바페의 지원이 시급합니다.”
“당장 폭격기가 필요하다고 전해. 당장! 아라스가 아니다. 우리가 아니라 7기갑사단 방면으로 보내라고 해!”
땟국물 가득한 손수건으로 외알 안경을 닦던 모델의 손놀림이 느려졌다.
갑자기 나타난 드골의 기갑사단은 그만큼 위협적이었다. 전혀 상정하지 못했던 강력한 기갑전력의 출현이라니.
눈앞의 영국군을 상대하기 위해 최전방까지 기어나와 병력들을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던 모델로서는, 그야말로 적의 칼날이 목젖까지 와닿았다가 떨어진 느낌이었다.
“7기갑사단, 성공리에 적을 저지했습니다.”
“천천히 뒤로 물러나며 지연전을 펼치겠다고 합니다.”
“누가 상전인지 모르겠군.”
하지만 이제 다 끝났다. 카바레 춤꾼인지 군인인지 직업이 의심되는 동갑내기 부하와의 아웅다웅도 여기까지다.
압도적인 열세 속에서 전공 세워보겠답시고 필사적으로 댄스를 췄을 롬멜이 대충 어떤 꼬락서니일진 안 봐도 뻔했지만, 차량은 물론 오토바이까지 끌고 다니며 사방으로 뛰어다닌 모델 또한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제15군단은 많은 피해를 입었지만 기어코 영국-프랑스 연합군의 공세 시도를 저지하는 데 성공했다.
저들은 추가적인 공세 역량을 상실했고, 끊임없는 독일 공군의 폭격에 얼마 남지 않은 역량조차 갉아먹힐 일만 남았다.
더군다나 이들 15군단의 뒤로 후속 병력들이 하나둘 당도하기 시작했고, 만슈타인의 기갑군에서 차출된 제41기갑군단이 저들의 뒷덜미를 잡기 위해 크게 기동하고 있었다.
연합군의 지휘관들이 죽음을 찬미하는 정신병자들이거나 혹은 장렬한 옥쇄를 숭상하는 중세 기사식 마인드를 탑재한 게 아닌 이상, 저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이제 단 하나.
“놈들은 칼레나 덩케르크 방면으로 도망치겠군.”
“여기서 더 가까운 곳은 칼레입니다.”
“그렇지.”
하지만 추격은 그들의 역할이 아니다.
만약 저들이 정말 삶을 포기한 채 다시 한번 공세를 감행했다면, 15군단은 산산이 조각 나 패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물론 그랬다간 15군단을 전멸시킨 연합군에겐 이곳 아라스 일대에 고립되어 섬멸당하는 최후만이 기다리고 있었으리.
급한 불을 모두 껐음을 확인한 그는 터덜터덜 차에서 내려 근처의 한 참호 안으로 슥 들어갔다.
“와, 시발. 이걸 살았네.”
“다들 고생 많았네. 전투는 끝났어.”
“누구- 딸꾹!”
“포탄을 부르는··· 읍, 읍읍!”
“군단장님 왕림하셨습니까! 하일 로젠바움!”
최악의 상황에 처한 곳에 직접 나타나 지휘하는 모델의 성격.
반대로 말하자면, 병사들 입장에서 보자면 내가 군단장의 상판대기를 보고 있다는 건 지금 이 전장이 최악의 불구덩이라는 뜻.
본인이 말단 병졸들 사이에서 포격을 부르는 재앙신 타이틀을 얻었다는 걸 꿈에도 모르는 군단장 씨께서는 해맑게 웃으며 아들뻘 되는 장병들 다독이기에 여념이 없었다.
“다들 살았어. 이제 조금만 더하면 전쟁이 끝날 게야.”
“감사합니다, 군단장님.”
“혹시 뭐 필요한 게 있나? 내가 힘 써보지.”
“아닙니다. 아닙니다.”
“장군님께서 이렇게 친히 와주셔서 장병들을 위무해주시는데 저희가 더 바랄 게 어디 있겠습니까?”
독재 국가에 사는 국민들에게 있어 용비어천가는 기본 스킬.
‘제발 여기서 가주시길 바랍니다.’라는 소망이 얼굴에 써져 있었지만, 모델과 동행한 참모들은 그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을 슬그머니 외면했다. 그 누구도 군단장의 행복을 짓밟는 악역을 맡고 싶진 않았다.
모델은 행복했다.
본인만.
***
아라스에서의 대혈투가 막을 올릴 때쯤.
에리히 레더 해군참모총장은 합동참모본부로 출두했다.
“하일 로젠-”
“하지 말라니까요.”
로젠바움 총통이 한숨을 푹 내쉬고 브라우히치 합참의장이 열심히 고개를 도리도리 가로젓는 모습을 본 그는 얌전히 자리에 착석했다. 그 모습을 본 브라우히치가 아주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거두절미하고 본론만 말하겠습니다.”
“예, 각하.”
“전 함대, 출격하십시오.”
때가 왔는가.
저 해적 놈들을 상대로 당당하게 싸우고, 장렬하게 죽을 때가.
“포위망 안의 연합군은 브리튼 섬으로 퇴각하려 들 것이 분명합니다. 해군은 영불해협으로 파고들어 적의 탈출 시도를 저지하십시오.”
해적질에 종사한 지 수백 년이 되는 바다의 지배자, 영국인들조차 영불해협에 전함 같은 대형함을 밀어넣는 짓은 어지간하면 피한다. 무슨 꼴이 벌어질지 너무 빤하기 때문이다.
“저희는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할 겁니다.”
“공군이 온 힘을 다해 제공권을 장악할 예정입니다.”
“그래도 오래 버티긴 힘듭니다. 그곳은 놈들의 소굴이자 본거지입니다.”
“그래도 최대한 버텨야 합니다. 버텨서 영국 본토 함대(Home Fleet)를 최대한 남김없이 해협으로 끌어내야 합니다.”
경애하는 독일 민족의 태양, 로젠바움 총통께서는 그 어느 때보다 결연하게 명령했다.
“그들의 머리 위에 두 번째 태양을 만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