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175)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175화(175/246)
175화 결전 (3)
“안 돼. 안 돼. 안 돼!! 바돌리오! 내 군대를 돌려다오!!”
누구보다 로마에 심취한 두체 무솔리니가 아우구스투스처럼 처절하게 울부짖었다.
게르만족 족장 아르미니우스의 손에 3개 군단을 잃고 이와 똑같이 울부짖었던 초대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에겐 수십만 대군이 남아 있었지만, 짝퉁에 불과한 두체에겐 남은 병력도 얼마 없었다.
이 모든 일이 꿈이길 간절히 바라마지 않았다.
사실은 전부 오보고, 바돌리오의 군대가 오스트리아로 다시 돌아왔다는 보고가 돌아오길 기다렸다.
오스트리아의 발악은 실패로 돌아가고 남아 있던 이탈리아군이 오스트리아를 장악했단 소식이 들어오길 원했다.
하지만 그런다고 그의 군대가 알프스를 훌쩍 점프해 돌아올 일은 없었다.
그리고 여기서 일이 끝나는 것도 아니었다.
“무솔리니 총리. 이길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에티오피아에 있던 정예군이 수에즈를 건너 돌아오고 있습니다. 전쟁은 이제야 시작입니다. 오스트리아의 소란은 금방 진압될 예정입니다. 그러니 걱정 붙들어 매시고-”
이 나라의 정식 명칭은 이탈리아 왕국.
두체니 뭐니 해도 그는 국왕이 임명한 총리의 자격으로 이 나라를 통치하고 있었고, 이 나라의 유일한 정당 <국가 파시스트당>의 지지를 통해 권좌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 둘이 모두 흔들린다면 그의 권력도 끝이다.
“내 아들은··· 이 나라의 후계자는 어쩌란 말인가? 응?”
“······.”
왕세자, 피에몬테 공 움베르토.
국왕 에마누엘레 3세는 무솔리니를 총리로 임명하긴 했지만, 그와 별개로 군주로서 왕가의 힘을 키우고 싶었다.
그는 왕실의 지지도를 높이고 후계자를 전쟁영웅으로 만들어주고 싶었고, 그렇기에 아들을 침공군 사령관으로 임명해 바돌리오 옆에 붙여 전장으로 보냈다.
항복한 이탈리아군 사이엔 움베르토 또한 있을 것이다.
아니면··· 죽었거나.
‘제멋대로 바지사장으로 앉혀 놓고 왜 나보고 지랄인가. 나는 반대했었잖은가!’
“은밀히 독일에 포로 교환을 타진하겠습니다. 저들 또한 왕실의 존엄함을 아는 만큼-”
“웃기는 소리. 로젠바움만큼 왕실을 능멸하는 자가 또 어디 있겠는가? 그자 또한 빨갱이 아닌가! 그자가 어디 빌헬름의 복위를 위해 손가락 한번 까딱했었나!”
에마누엘레의 격노는 평소와 달리 결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독일을 무너뜨리는 건 케이크 떠먹는 것처럼 쉽다고 강변하던 무솔리니의 사탕발림에 선선히 동조했던 게 엊그제 같건만, 지금 무솔리니를 비난하면 그 업보마저 떠넘길 수 있는 것처럼 그는 몇 시간에 걸쳐 무솔리니를 힐난하고 또 비난했다.
몇 시간에 걸쳐 국왕 앞에서 굽신대야만 했던 무솔리니는 파김치가 된 채 간신히 복귀했다.
“이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프랑스! 영국! 이 무능한 놈들! 천하에 다시 없는 버러지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섬나라 놈들의 함대는 건재하다. 프랑스 또한 지난 대전쟁에서 파리 목전까지 영토를 잃었지만 결국엔 승리했다. 우리도, 우리도···.”
“도대체 어떻게 세계 최고의 세 열강이 동시에 공격했는데 이렇게 된단 말인가?”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할 수 없다···.”
그는 그날부로 관저로 출근하지 않았다.
두체는 생각하는 것을 포기하고 은둔형 외톨이가 되길 택했다.
***
오스트리아가 해방되었다.
앞에는 D집단군, 뒤에는 알프스를 낀 채 복수심에 불타오르는 오스트리아군.
이탈리아 침공군은 항복 아니면 굶어 죽기라는 선택지 중 하나를 골라야 했고, 그들은 신속하게 항복을 택했다. 참 민첩하다니까.
이제 그럼 어디, D집단군의 클루게에게 이탈리아로 남하하라고 지시를-
– 하면 안 되지.
애써 근엄한 척하려 하지만 올라간 입꼬리를 도무지 내리지 못하는 AI 비서가 손을 휘저었다.
– 쯧쯧. 이래서 문외한은 안 돼. 문민통제 하겠답시고 대국을 말아먹는 정치인들이란 어쩜 다 그렇게 똑같은지.
조용히 하지 못할까, 이 쿠데타 미수범아. 네놈의 존재 자체가 문민통제를 해야 하는 이유라고.
그래서, 뭐가 문젠데?
– 당연히 보급이다. 우리가 이탈리아까지 보급을 할 여력이 있나?
D집단군을 편성할 당시부터 보급 계획은 잡혀 있었잖나.
아니지. 아니야. 막 반박을 하려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뭐가 문젠지 이제 깨달았다.
하지만 기회는 지금뿐이라는 듯 AI 비서는 맹렬히 나를 갈궈대기 시작했다.
– 일단 수송수단이 부족하지. 뮌헨에서 싸울 때와 이탈리아에서 싸울 때 필요한 수송수단의 양이 같을 것 같나? 날씨는 점점 더 안 좋아지고 있고, 알프스도 넘어야 하고. 아 참, 아무리 단기전을 상정했다지만 만에 하나를 위해 전 장병들에게 동계 피복 보낼 준비도 해야지? 애초에 우리가 짠 작계에 이탈리아 침공 시나리오는 없었다고?
으음. 듣고 보니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분하다!
그래서, 그냥 D집단군을 오스트리아에 주둔시켜서 이탈리아에 압력만 넣자고?
– 기껏 동원한 병력을 아깝게 왜 놀리나. 이탈리아에 대한 압력은 오스트리아군으로도 충분하겠지. 프랑스 전선에 투입하거나, 아니면 폴란드를 상대하면 되잖아.
나는 펜을 톡톡 두들기며 잠시 생각에 빠졌다가, 결론을 내렸다.
D집단군을 절반으로 나눠 하나는 오스트리아로, 하나는 폴란드 방면으로 재배치한다.
프랑스에 더 투자하기엔 이미 늦었다. 지금은 동부전선을 정리하는 게 더 나아 보인다.
– 쯧쯧. 나 없었으면 전쟁 어떻게 했으려고···.
시꺼. 그럼 이제부터 정치인의 전쟁을 보여주마.
나는 전화기를 들었다.
“괴벨스 장관 연결해.”
[하일 로젠바움! 각하, 찾으셨습니까?]“전에 스페인에서 선전영화 만들었던 여자, 지금 뭐 하고 있나.”
[리펜슈탈 감독은 지금 국내에서 새로운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오스트리아로 보내. 한 편 또 뽑아야겠어. 그리고 이탈리아가 오스트리아에서 얼마나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냈는지 통계를 내고 이걸 빌미로 연합국을 비방하는 선전을 개시하도록.”
오스트리아.
연합국의 꿍꿍이가 결국 침략과 수탈에 있다는 살아 있는 증거 아닌가.
오스트리아 건을 큰 소리로 떠들어 놈들을 벅벅 긁어주면서, 동시에 이제 이 전쟁을 끝낼 방도를 모색해야 한다.
이제 노이라트가 일할 시간이었다.
“벨기에와 네덜란드는 어떻게 됐습니까?”
“무장을 해제하고 있으며, 항복 협상이 진행 중에 있습니다. 두 나라 모두 왕실은 영국으로 망명하여 항전을 선언했지만, 도망칠 수 없는 민간인들을 대표하는 정부는 얌전히 도장을 찍을 겁니다.”
아직 정식 협상은 아니니 상관없다.
이제 슬슬 연합국에게 당근을 내밀 차례.
“망명정부의 귀환을 전제로 해서, 그들의 식민지를 유지시켜줄 수 있다고 타진해 보십시오.”
“그래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지요. 5년의 유예 기간을 두어 현지인들에게 평화롭고도 순조롭게 정권을 이양하도록 하겠습니다.”
“본국의 입맛에 맞는 괴뢰정권을 설립할 시간을 주겠다는 각하의 의지로 해석해도 되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전문 외교관인 노이라트는 곧장 무슨 뜻인지 요점을 이해했다. 역시 전문가가 편해.
민족혁명주의의 열렬한 투사가 아니라 영혼 없는 공무원에 가까운 그로서는 그놈의 이념 놀음에 국가 중대사가 결정되던 게 기분 좋았을 리가 없다. 애써 웃음을 숨기려 해도 티가 나는군.
“그렇다면··· 혹시 영국과 프랑스의 식민지 또한 마찬가지십니까?”
“그들의 항전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 여부에 따라 달렸습니다. 저들의 저항이 계속된다면 우리는 현지 반정부 조직을 후원해 그들의 후방을 어지럽히고 밑천을 털어버려야 합니다. 하지만 신속하게 항복한다면 뭐어, 개평은 좀 남겨줘야지요.”
애초에 민족혁명주의는 식민지에서 현지인 노예를 굴리지 말랬지, 모든 서양 열강의 침탈이 전부 식민지라고 규정한 적은 없다. 당장 필리핀만 해도 모범 사례랍시고 떠들지 않았나.
순순히 항복해 지금이라도 인간의 도리를 되찾기로 결심한다면 자기네 영향력을 온존한 채 ‘명예로운 철수’를 할 기회를 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자동소총과 요술봉으로 무장한 반군의 물결 앞에 개같이 처맞고 쫓겨나겠지.
“그리고 하나 더.”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총통 각하.”
“스탈린에게 잔금 인수하라고 하시죠.”
폴란드 남은 거 챙겨 가셔야지.
절대 소련이 추축국에 합류해 이 세계대전에 뛰어드는 게 아니다.
지난 <폴란드 처벌 전쟁>의 평화협상을 폴란드가 멋대로 파기했으니, 다시 폴란드와 소련 사이의 전쟁이 재개되는 것뿐.
일단 모양새는 그렇다. 모양새는.
그치만 영국인들이 정말 소련은 중립이고 폴란드 침공은 별개의 전쟁이라고 여길까?
“영국령 인도의 운명이 경각에 달렸군요.”
“협상에 써먹으셔도 좋습니다.”
내가 아는 스탈린은 히말라야에 대가리를 박을 인간이 아니지만.
체임벌린도 그렇게 생각할까?
한번 물어보고 싶어졌다.
***
대영제국.
런던.
“벨기에 망명정부가 런던에 도착했습니다.”
“네덜란드 빌헬미나 여왕이 항전을 지속하겠다는 연설을 발표했습니다.”
“포위망 안의 연합군은 칼레와 됭케르크로 퇴각하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중장비를 포기하고 맨몸 상태라고 보시면 됩니다.”
“프랑스는? 페탱 원수는?”
체임벌린의 물음에 처칠은 고개를 저었다.
“프랑스는 가용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전력을 소모했습니다. 그들은 이제 파리 수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당장 파리에 더 많은 스핏파이어를 보내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체임벌린의 시선을 받은 공군 장관은 대답도 하지 않고 고개만 절레절레 저었다.
최신예 전투기 스핏파이어는 아직 영국 본토를 지키기에도 수효가 모자랐지만, 체임벌린은 그중 일부를 떼어내 아라스 전역에서 소모했고 또 일부는 파리에 배치했다.
“더 필요하단 말인가?”
“각하. 프랑스의 전투기로는 독일 공군을 막을 수 없습니다.”
필사적으로 파리 방어에 매달리는 페탱인 만큼, 원자폭탄이라는 미지의 위협에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보내주시오.”
“각하!”
“안 보내주면 또 항복하겠다고 떼를 쓸 것 아니오! 어쩔 수 없소. 이제 우리도 더 없다고 단단히 못을 박으시오!”
모든 것이 부족하다.
상황은 절망적이다.
개선될 여지는 잘 보이지 않았다.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이들 중, 여전히 투지를 불태우는 인간은 지금 시가를 뻑뻑 태우고 있는 단 한 놈뿐.
“미국을 끌어들여야 합니다.”
“무슨 수로 말이오?”
“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영국과 프랑스라는 거대 제국이 로젠바움에게 굴복하는 순간, 미국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큰 자유 시장을 잃게 됩니다. 울든 매달리든 애걸하든, 어떻게 해서든 미합중국을 끌어들여야만 합니다.”
“고민해 보리다.”
체임벌린의 시선은 테이블 위에 펼쳐진 거대한 지도로 향했다.
영국과 프랑스 연합군은 해안가로 내몰리고 있다.
독일은 자신들의 점령지 전역에서 배라는 배는 모조리 끌어모으고 있다.
그리고 하나 더.
독일 전쟁해군이 모조리 뛰쳐나왔다.
“<다이나모>는 어떻게 준비되고 있습니까?”
“우리 또한 모든 배를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돌아오지 못하겠군.”
하늘이 그들을 돕지 않고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영불해협의 파도는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었고, 안개가 끼는 날 또한 늘어나고 있다.
“본토함대는?”
“출항했습니다. 지중해함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저 미친 훈족 놈들이 감히 항구 밖으로 뛰쳐나왔으니, 영국 왕립 함대 또한 총력전에 돌입했다.
놈들의 목표는 안 봐도 뻔하다. 영불해협에 그 고철덩어리 함대를 욱여넣어 섬으로 퇴각하려는 연합군을 바다에 처넣으려는 의도겠지.
지중해함대가 해협 서쪽에서부터 틀어막고 본토함대가 동쪽에서부터 추격하면 놈들의 운명은 정해진 셈. 독일 해군은 그날부로 소멸이다.
그러나.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이··· 희생당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만 합니다.”
영국은 일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제공권을 뺏긴다면 오히려 로열 네이비가 치명적인 위협에 처하게 된다. 항공기란 항공기는 모조리 박박 긁어모아 영불해협의 제공권을 장악해야만 한다.
기나긴 회의가 끝난 뒤 집으로 돌아온 체임벌린은 소파에 털썩 쓰러지듯 앉았다.
원자폭탄.
철수 작전.
함대결전.
탈식민주의.
노동당.
공중전.
제공권.
무수한 낱말과 작전이 엉망으로 배배 꼬인 실타래처럼 난장판이 되었고, 체임벌린은 그 거대한 실뭉치가 쇠뭉치가 되어 자신의 배 어딘가에 내려앉은 듯한 불길한 감각에 시달렸다.
“주여. 시간을 되돌려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당연히 신은 그의 응답을 들어주지 않았다.
운명을 건 결전이 닥쳐오고 있었다.
체임벌린은 그 사실이 너무나도 두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