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176)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176화(176/246)
176화 결전 (4)
“잠깐! 잠깐!!”
회의가 끝나고 막 돌아가려는 영국 해군참모총장 더들리 파운드(Alfred Dudley Pickman Rogers Pound)는 별로 듣고 싶지 않은 누군가의 외침을 들었다.
이대로 그냥 가버리고 싶었지만, 상대의 목청이 하도 커서 주변인들이 힐끔힐끔 보고 있었다.
결국 그는 발걸음을 멈추고 절도 있는 동작으로 180도 턴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처칠 장관님.”
“꼭 해야 할 말이 있소. 잠깐 앉아서 이야기 좀 합시다.”
“들으셨겠지만 저는 무척 바쁩니다.”
“그럼 여기서 말하지.”
나중에 이야기하자는 정중한 완곡어법은 말끔히 무시당했다.
“원자폭탄 공격은 무조건 함대를 노릴 게 분명하오. 최대한, 최대한 함대를 분산해야 해요.”
“고견 감사드립니다. 그럼 이만.”
“차분히 이치를 따져보란 말이오! 그놈이 노릴 만한 탐스러운 표적은 이제 왕립 함대밖에 없어! 그러니 절대 함대를 밀집시키지 말고-”
“실례지만 올해를 1914년으로 착각한 것 아니신지요? 제가 모르는 사이 육군 장관에서 해군 장관으로 자리를 옮기셨다면 정식 인사를 따로 드리겠습니다.”
“육군 장관으로서 나는 한 명이라도 더 살려야 합니다. 함대가 무력화된다면 장병들을 고국으로 돌려보낼-”
“이 빌어먹을 자식아!”
파운드의 억센 손이 처칠의 멱살을 콱 붙들었다.
“당신만 장병들 걱정하고, 당신만 다 아는 줄 아나!!”
“진정하고 손 놓으시오. 다른 사람들 보잖소.”
“정체불명의 신무기? 도시 하나를 날리는 폭탄? 그래서 어쩌란 말이야. 함대를 분산하라고? 그 폭탄인지 개나발인지는 오리무중이지만, 독일 공군은 빤히 보이는 위협이란 말이다!”
“······.”
“우리가 해협에 들어서는 순간 독일 놈들은 초파리 떼처럼 드글드글 튀어나와 우리 함선을 노리겠지. 한 척이라도 더 살려 보내려면 가능한 한 뭉쳐야 하고! 우리가 넉넉하게 거리를 두고 분산하고 싶으면 딱 하나가 필요합니다. 우리 똑똑한 장관님께서는 뭔지 아시겠지요?”
처칠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리고 파운드는 큰 소리로 정답을 대신 말해줬다.
“스핏파이어!”
“미안하게, 됐소.”
“알겠소? 당신이 저 멍청한 개구리 새끼들에게 뚝 떼다 준 스핏파이어가 우리 함대의 머리 위를 지켜준다면 우리도 더 넓게 산개하겠지!
당신 탓이야! 만약 그 폭탄인지 뭔지에 처맞는다면 당신 탓이라고!”
처칠은 뭐라 답하는 대신 눈을 감았다. 이제 다음이 주먹이 날아올 차례라는 걸 직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운드는 꽉 움켜쥔 주먹에서 힘을 빼고 슬그머니 처칠을 떠밀었다.
“다 알고 있소. 그러니 너무 신경 쓰지 마시오.”
“······.”
“뭐, 묠니른지 지랄인지··· 우리 머리 위에 떨어진다면, 런던에 떨어질 폭탄 하나가 줄어드는 셈 아니오. 시민의 생명을 지키는 셈이니 이것도 애국인 게지.”
“대영제국의 모든 신민들은, 그대들의 용전분투를 영원히 기억할 겁니다.”
“지중해함대와 동시에 협격하는 대신 따로따로 놈들과 교전할 예정입니다. 한 방에 모조리 날아가는 일은 없을 겁니다.”
파운드는 아주 미세하게 고개를 까딱여 인사하고는 다시 뒤돌아서 걸음을 재촉했다.
그는 절망과 죄책감에 범벅이 된 장관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다.
***
1939년 9월 17일.
대륙과 섬을 가르는 경계, 영불해협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다이나모>라고 명명된 대규모 퇴각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영국 정부는 선박이란 선박은 모조리 긁어모으는 한편, 구축함과 순양함을 먼저 해협에 투입하기 시작했다.
영국이 첫수를 두자, 독일은 즉각 사방에서 항공력을 끌어모아 폭격기를 집결시키고 이들 소함대에 대한 폭격작전을 개시하는 한편 칼레와 됭케르크에 대한 육상 포격을 개시했다.
영국 공군은 즉시 독일의 폭격기들을 영불해협 상공에서 걷어내기 위해 출격했고.
해협 상공의 제공권을 두고 양군은 기나긴 공중전을 시작되었다.
[독일 공군이 보유한 제트 엔진 탑재 전투기의 등장 빈도가 급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우리 군이 독일 제트 전투기의 잔해를 분석한 결과, 해당 기체의 엔진은 불안정하고 장시간 작전 활동에 부적절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제트기의 대처 요령은 다음과 같다···.]브리튼을 지키는 또 하나의 방패, 영국 왕립 공군.
양군 전투기들 간의 첫 해협 공중전에서, 영국 공군은 약간의 타격을 입었지만 독일군 폭격기들을 쫓아내는 데 성공했다.
“역시!”
“할만해! 브리핑받은 대로 그 빌어먹을 제트기는 없어!”
하지만 이틀 뒤.
다시 한번 폭격을 저지하기 위해 출격한 이들은 꿈에서도 만나기 싫었던 저주받은 기체와 조우하고 말았다.
“제트기다!”
[침착하게 대응해라. 적기의 가장 큰 약점은 선회 때다. 놈들이 선회하길 기다려서-]“제트기가 도는 동안 호위기는 놀고 있냐고!”
[맞았다!! 맞았다!! 탈출한다!!]지상에서도, 해상에서도 까마득히 멀리 떨어진 상공 수천 미터 위에서의 싸움.
미칠 듯이 요동치는 엔진음만이 온몸을 두들겨대는 가운데, 양군의 파일럿들은 세상과 연결되어 있는 유일한 창구인 무전기에 대고 욕설과 고함을 내지르며 더욱더 속도를 높였다.
“엔진에 이상 발생! 이상 발생!”
[이탈할 수 있겠나?]“이 병신 같은 관짝이 결국 사람 잡을 줄 알았다! 이탈 불가!”
[발광탄 지참해서 탈출하도록. 생환을 기원하겠다.]“탈출은 니미··· 한 놈이라도 더 데려겠습니다! 하일 로젠바움!”
9월의 영불해협.
낙하산쪼가리 하나에 의지해 기체를 버리고 빠져나간다 한들,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군은 그를 찾아 건져줄 수 있을까?
영국군은 그나마 어떻게든 살아남아 정신 붙들어매고 버틴다면 해군의 구조를 기대해볼 만했지만, 독일군 파일럿들에겐 그러한 기대 따위 사치에 불과했다.
대개의 독일군 파일럿들은 가을 바다의 풍랑에 휩쓸려 물귀신이 되거나 퉁퉁 불어터져 물고기밥이 되는 대신 기체와 함께 산화하기를 택했고.
“저 새끼들은 목숨이 안 아깝나!”
“독일 놈들은 사람이 아냐. 종교에 미친 광신도들이야!”
“로젠바움한테 엉덩이라도 대줬나, 이 거머리 같은 새끼들!”
목숨을 도외시해가면서 한 놈이라도 더 저승길 길동무를 찾아 헤매는 듯한 독일 파일럿들의 난폭한 움직임에, 영국군은 혐오와 함께 두려움을 느꼈다.
이 모든 공중전은 어디까지나 전초전에 불과했다.
9월 22일.
독일민족혁명공화국 해군의 유일무이한 수상 전력.
“전 장병들에게 함대 사령관 귄터 뤼첸스(Johann Günther Lütjens)가 전파한다. 우리는 이제 저주받을 영불해협으로 진입한다.
사전에 지급된 술은 안에 약이 포함되어 있으니 지휘관의 명령 없이 절대 먼저 처먹지 말고, 마찬가지로 지급받은 선글라스를 꼭 챙겨서 명령이 떨어질 때 즉각 착용할 수 있도록 한다.
살아서 돌아간다는 기대는 버려라. 우리는 여기서 죽는다. 그 대신 세계의 역사서는 <독일의 함대가 대영제국을 멸망시켰다>라고 기록할 것이다. 최후까지 여러분의 건투를 기대한다. 이상.”
혁명함대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들의 꽁무니를 쫓아 본토함대 또한 곧장 해협으로 진입했다.
“본토함대의 모든 승조원들에게 알린다. 우리는 지금, 독일 놈들이 아가리를 쩍 벌리고 있는 영불해협으로 들어간다.
지금 바다 건너 프랑스 해안가에는 오매불망 우리만을 기다리고 있는 땅개 수십만 명이 모래사장에 앉아 기도를 올리고 있다. 독일 놈들은 겁도 없이 그들에게 함포를 쏴 갈기기 위해 이 해협에 들어왔고, 우리는 그들에게 바다의 주인이 누구인지 똑똑히 가르쳐줄 것이다.
신께서 국왕 전하와 그분의 함대를 보살펴 주시길.”
모든 국가의 운명을 결전 지을 해전.
제2막이 올랐다.
***
“독일 함대 포착!”
“뇌격기와 폭격기를 모두 출격시킨다. 우리 해군이 신속히 해협을 빠져나갈 수 있도록 우리가 먼저 저 건방진 놈들을 바닷속에 처넣어버리자!”
영국 각지의 비행장에서 이날만을 기다리고 있던 폭격기와 뇌격기가 줄을 지어 이륙을 개시했다.
“미친놈들. 항공모함을 해협에 들이밀었다고?”
“항모 체펠린을 격침시키는 놈에겐 내가 막내딸이라도 주마!”
“그럼 나는 아르미니우스를 날리는 놈에게 내 팬티 한 장까지 모조리 주겠다! 가자!”
벌집에 얼굴을 처박았으면 당연히 미쳐 날뛰는 벌떼에게 찔릴 각오도 해야 하는 법.
말 그대로 미친 벌떼가 된 영국 공군은 끝도 없이 사방에서 쏟아져나왔다.
독일 해군의 전력이라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대륙 국가인 독일 함대가 저 많은 폭격기들을 전부 감당한다는 건 애시당초 불가능한 일.
“함대가 작전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우리가 최선을 다해 보호해야 한다.”
해군을 제외하고 이 전역에서 육군과 공군에 대한 모든 지휘통제를 맡게 된 케셀링(Albert Kesselring) 장군은 평온해 보이는 듯한 얼굴로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케셀링의 임무는 두 가지.
첫째는 아군 함대가 허무하게 폭탄이나 어뢰에 맞아 이승을 하직하지 않도록 그 상공을 지켜주는 일.
그리고 그다음.
“놈들을 최대한 뭉치게 유도해야 한다. 폭격기를 총동원해서 본토함대를 두들겨 준다.”
본토함대에 대한 폭격 작전.
케셀링이 이끄는 독일 공군의 움직임은 자연스럽게 영국 전투기 편대들에게도 서로 다른 두 가지 임무를 강요했다.
너희들의 폭격기를 지킬 것이냐, 혹은 함대를 지킬 것이냐.
둘 중 무엇 하나 경시할 수 없었으니, 자연스럽게 공중전은 크게 두 곳으로 나뉘어져 진행되었다.
독일 함대의 머리 위.
그리고 본토함대의 머리 위.
“씨발것들아! 빠릿빠릿하게 움직여!”
“주포 선회 완료!”
“발사!!”
전함 아르미니우스와 알라리크의 16인치 함포가 됭케르크의 해안가를 맹렬히 강타.
육군에서 운용하는 야포 중 대구경 화포가 보통 155mm, 거대한 놈이면 203mm가 고작인데 비해 전함에 탑재된 16인치를 환산하면 406mm.
압도적인 포성과 화력 앞에, 구원만을 기다리고 있던 연합군 장병들은 말 그대로 한 줌 고혼으로 전락했다.
“독일 놈들 해군이 어떻게 여기까지!”
“망했다! 우린 다 죽었다!”
“체임벌린 이 빌어먹을 새끼야! 캬아아악!!”
됭케르크에 찜질을 가한 독일 함대는 부리나케 달려 칼레로 향했다.
그곳이야말로 그들이 죽을 장소로 점찍어 놓은 곳.
독일 해군이 감히 함포로 아군을 공격해댄다는 소식을 접한 본토함대는 더욱 엔진 출력을 높이는 것으로 답했고.
케셀링이 지휘하는 독일 공군은 더욱 성난 듯이 날뛰며 본토함대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적 공군의 파상공세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적 함대와 접촉할 예상 시간은?”
“아직-”
“전 함대 대공 방어에 만전을 기하도록. 대공 화망을 더욱 조밀하게 만들어 저 날파리들을 뿌리친다.”
“전함 라밀레스 피격! 전열에서 이탈합니다!”
“빌어먹을!”
함선은 곧 국력의 총아.
모든 기술력이 집대성된 군함은 하나하나가 떠다니는 요새이며, 강력한 주포를 제외하고서도 부무장 대공포가 주렁주렁 붙어 있다.
수십 척에 달하는 함선이 일제히 대공포를 쏴갈기는데 이 화망을 뚫고 태연스레 급강하 포지션을 잡을 수 있는 파일럿은 보기 드물었다.
하지만 독일 공군의 폭격기 파일럿들은 익숙할 리 없는 해상 작전인데도 그야말로 목숨을 도외시한 채 저 떠다니는 요새를 향해 기꺼이 달려들었다.
“적 폭격기 편대가 물러갑니- 또 옵니다!”
“여기 탄 다 떨어졌어!”
“빨리! 빨리 가져와!”
“기관총 잡아! 우리 정수리 위에서 뚝 떨어지기 전에는 기관총만 갈겨도 잡을 수 있어!”
“오, 오, 온다!”
끔찍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곳곳에서 수직 강하하는 폭격기들.
적을 죽이겠다는 악의가 가득 담긴 폭탄들이 하나둘 뚝 떨어져 전함 갑판에 당도하는 순간.
퍼어어엉!!
“순양함 에메랄드가 당했습니다!”
“참고 견뎌야 한다. 독일 놈들은 우리보다 훨씬 더 고통스럽게 얻어맞고 있을 게야. 놈들만 바다 밑으로 처넣어버리면 도버든 포츠머스든 입항하면 돼.”
“적 폭격기들이 물러갑니다!”
“아직 멀었어. 틀림없이 또 온다!”
일종의 차륜전.
끊임없이 날아와 그들의 신경을 긁고 심신을 피폐하게 만들려는 심산이 틀림없다.
아니나 다를까.
담배 한 대 피우기에도 모자란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예상한 것처럼 또다시 독일 놈들의 지긋지긋한 항공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또다시 제리가 왔습니다. 방위 0-4-0.”
“뭔가 이상한데.”
본토함대 사령관 찰스 포브스(Charles Morton Forbes)는 불현듯 기이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출격 전의 브리핑.
적의 신무기.
예상되는 적의 전략.
그리고 무엇보다도-
“늦었다.”
오직 <특별한 폭탄>을 배송하기 위해 준비된 폭격기 편대가 그들의 머리 위로 다가왔다.
***
빛과 버섯구름이 도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