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177)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177화(177/246)
177화 결전 (5)
폭탄은 영국의 전함, HMS 넬슨의 머리 위에서 격발되었다.
섭씨 30만 도의 열기가 넬슨을 덮쳤다.
대륙을 정복한 정복군주 나폴레옹을 저지하고 브리튼을 수호한 영웅의 이름을 딴 함선이라 한들 인조 태양의 권능 앞에 저항하진 못했다.
1초의 10분의 1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원자폭탄은 자신의 권능을 선보이며 넬슨의 대공포를 붙들고 있던 모든 승조원들을 먼지로 만들어버렸다. 번쩍하는 순간 그들은 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본래도 그다지 안전한 장소는 아닌 함교에 있던 인원들 또한 차라리 축복받은 케이스에 속했다.
얄팍한 유리는 본래 자신이 모래였다는 사실을 깨달아 즉시 본연의 상태로 돌아갔고, 빛과 열과 방사선은 인간의 신경이 뇌로 고통을 전달하기도 전에 그들의 육신을 말 그대로 기화시켜버렸다.
넬슨을 구성하는 모든 철판은 압도적인 열기 앞에 순식간에 녹아내렸고, 위풍당당한 위용은 온데간데없이 어린아이가 지점토를 매만지듯 흉측한 모양새로 일그러졌다.
넬슨은 거대한 오븐으로 전락했다.
두툼한 철갑 저 깊숙한 곳에 있어 운 나쁘게도 즉사를 모면한 이들은 지옥의 불가마처럼 달아오른 함선 속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폭발의 충격파가 넬슨을 덮치기도 전.
함선에 탑승했던 이들 중 살아남은 자는 아무도 없었다.
이제 폭발은 주변의 모든 것들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바로 직전까지 대공 사격을 위해 무수한 인원이 갑판에 배치되어 있었고, 이들의 운명은 사인(死因)만 다를 뿐 정해져 있었다.
저주받을 빛을 목도하고 눈이 멀다 못해 터져버렸다.
온몸에 수천 도의 열기를 정통으로 얻어맞고 불타 죽었다.
숨을 들이쉬는 순간 목과 허파가 열기를 빨아들이고 그대로 죽었다.
사방에 뿜어지는 쇼크웨이브에 얻어맞아 그 충격으로 죽었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열기가 군함에 그득그득 실린 살상무기에게 자신의 본분을 자각시켰다.
포탄의 장약이.
구축함의 어뢰가.
기관총의 탄환과 기름에 이르기까지.
열의 세례를 받은 이들 기물 중 단 하나만 본분을 자각한 순간.
곳곳에서 끔찍한 유폭과 화재가 뒤를 이었다.
바다의 풍부한 수증기를 모조리 끌어다 쓴 핵폭발의 힘은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한 버섯구름을 자아내었고, 버섯구름 아래 깔린 군함들은 유폭하여 자신이 이 뇌신의 권능에 복종함을 선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함선들은.
거대한 강풍과 쓰나미를 맞닥뜨렸다.
“으아아악! 아아아아악!”
“—!! —–!!!”
충격에 넘어져 머리가 깨져 죽었다.
바깥에 있던 자들은 바다로 떨어져 죽었다.
날아오는 파편에 부딪히고 으깨져 죽었다.
섬광을 직시하고 눈이 타버려 양손으로 눈을 붙든 채 절규했다.
온몸에 화상을 입은 승조원들이 열기를 견디지 못하고 죽음이 넘실대는 바다로 몸을 던졌다.
아직 죽지 못하고 살아남은 자들은 입에 지독한 납과 쇠의 내음이 감돈다는 것을 느꼈다.
그들을 내려다보던 버섯구름은.
이제 그들의 머리 위에 비를 뿌려주기 시작했다.
멍하니 비를 맞던 이들이 간혹 픽픽 쓰러지기도 했지만, 아무도 그들을 신경 써주지 못했다.
본토함대의 장병들은 더 이상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했다.
***
독일 해군의 유일한 수상 전력, 혁명함대는 출격 전 다음과 같은 지시를 받았다.
예정 시각이 다가오면 전 장병이 준비된 술을 마시고 선글라스를 착용할 것.
가능한 한 갑판 또는 실외에 장병을 배치하지 말 것.
실명에 이를 강력한 섬광이 예상되니 절대 동쪽을 바라보지 말 것.
가능한 한 폭발 직후에 내리는 비를 맞지 말 것.
여기에 더불어 납으로 된 판때기를 덧댄다 어쩐다 별 소동이 있긴 했지만, 그들은 충실하게 명령에 따랐다.
그토록 신신당부했는데도 몰래 술을 처마시는 이들이 있긴 했지만, 요오드를 섞어놔 맛이 요상해진 술인 탓에 몰래몰래 사라지는 술의 양은 그들이 상정한 범위 내였다.
그리고 이들 장병들은.
어째서 그토록 상부에서 신신당부를 했는지 깨달았다.
“세상에.”
묠니르.
뇌신의 망치.
그것은 독일 최고의 설레발 전문가 괴벨스 장관 특유의 과장된 수사가 아니었다.
저것이 신이 내린 일격이 아니라면 대체 무엇일까?
한참 떨어져 있는 그들조차 그 눈부신 섬광, 쏟아지는 충격파와 바람, 격렬하게 출렁대는 바다를 느꼈고.
하늘 높이 치솟는 버섯구름을 보게 되자 간은 배 밖에 내놓고 다니는 바다 사나이들조차도 절로 경외감과 두려움이 솟아올랐다.
그리고 뤼첸스 제독은 그나마 가장 빨리 정신을 차린 부류에 속했다. 그에게 할당된 책임감이 가장 컸기 때문이다.
“다들 주목! 작전은 성공했다. 우리의 결전병기, 승리를 가져다주는 신의 무기가 비열한 해적도배들의 본토함대를 강타했다!”
“오, 오오···.”
“저 거대한 구름을 봐라. 저런 걸 맞고 살아 있을 놈은 이 세상에 없다.”
뤼첸스를 포함해, 장병들 중 소름이 돋지 않은 자는 없었다.
“아주 잠깐. 적이지만 용맹하게 사지로 달려들었던 자들의 명예를 위해 묵념하겠다. 일동-”
“잠깐!”
함교에 동승하고 있던 한 사람이 질색을 하며 목청을 높였다.
“정치장교 나리께선 왜 그러시오?”
“이 배의 함명을 기억하십시오. 독일 민족을 영도하시는 민족의 어버이이자 구원자, 로젠바움 총통 각하의 이름을 하사받은 배입니다. 다른 배는 몰라도 이 함선이 적인 영국군을 위해 묵념을 표한다니요? 이 무슨 민족혁명의 이름에 부끄러운 먹칠이란 말입니까?”
“흠. 바다를 벗 삼고 목숨은 돛대에 걸어 둔 남자들끼리의 존중도 없다니. 뭐, 불명예 전역한 짜바리가 그러면 그렇지. 아무튼 슈타지 지하실에 갈까 봐 쫄리면 묵념 따위 안 해도 좋소. 할 놈들은 하고 아닌 놈들은 말겠지.”
“저는 어디까지나 정론을 말했을 뿐입니다! 반드시 이 건을 상부에 보고하겠습니다···!”
혁명함대에 파견된 정치장교,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Reinhard Tristan Eugen Heydrich)는 눈살을 찌푸리며 살기 등등한 한마디를 남겼다.
그러자 독일 해군의 삐약삐약 신병마저도 그 성질머리를 익히 알고 있는 뤼첸스는 심플한 반응을 보였다.
“뭘 꼬나봐 씨발놈아. 보고해. 보고서 800장짜리로 써서 보고하라고. 뤼첸스 제독. 죄명, 엄마를 영국인들에게 팔아먹음. 뭐 해? 안 받아적고?”
“······.”
“뒤질라고 진짜. 붙잡아다가 바다에 처박아버릴라. 저기 바깥에 터진 묠니르만 신형 폭탄으로 보이지? 내 주먹도 처맞으면 원자가 번쩍일걸? 호로새끼가.”
하이드리히의 아가리가 봉인된 후.
잠깐의 묵념까지 끝나자 뤼첸스는 다시금 목에 힘을 바짝 주었다.
“이제 우리는 최후의 일격을 꽂아 넣으러 간다. 총원 전투 배치! 전 함대는 즉시 선회해 본토함대를 역사에서 지워버린다!”
“와아아!! 와아아아아!!”
원자폭탄 투하는 성공했다.
그다음 계획은 단 하나.
“정신 못 차리고 있을 본토함대를 격멸하면 우리에게 활로가 열린다. 이대로 돌아가면 우리의 승리다!”
아직 위기는 넘쳐흘렀다.
영국인들이 머리통을 맛없는 파이 따위 만드는 데 쓰지 않았다면 당연히 지중해함대가 그들의 멱을 따기 위해 다가오고 있을 것이오, 조금 전 투하를 직관하고 복수심에 눈이 돌아갔을 영국 공군 또한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만만하게 승리를 선언했다.
서쪽을 향해 맹렬히 달려가던 혁명함대는 이제 크게 뒤돌아 자신들이 왔던 동쪽을 향해 나아갔다.
그 모습을 하늘에서 보고 있던 영국 공군은 말 그대로 눈을 까뒤집었고, 공세는 훨씬 더 매서워졌다.
“정신들 붙들어 매라! 독일 놈들이 본토함대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
“아직 생존자가 있다. 틀림없이 생존한 전우들이 저기에 있다. 놈들이 본토함대로 가지 못하게 무조건 발을 붙들어!”
핵폭발로 인해 혼란스럽고 무전 또한 엉망진창이었지만, 양군의 항공 세력들은 넋을 빼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독일 함대가 급속도로 변침하여 기동하는 순간은 영국 공군이 그토록 바라마지 않던 타이밍.
쏟아지는 대공포 세례 속에서도 한 떼의 뇌격기 편대가 미칠 듯이 요동치는 바다에 바싹 붙어 맹렬한 속도로 목표물을 향해 날아갔다.
“어뢰 투하!”
[어뢰 투하!!]무수한 철과 피를 머금은 바다에 새겨지는 날카로운 발톱 자국.
구축함과 순양함들이 자진해서 그 발톱이 휘둘러지는 곳으로 뛰어들려 했지만, 두 발의 어뢰가 그 모든 방해 시도를 뿌리치고 세차게 파고들었다.
쿠우웅!
“체펠린 피격! 체펠린 피격!!”
“불이 붙었습니다. 이 망할-”
“선내 화재 발생!”
“펌프가 고장 났습니다. 격벽 폐쇄해!”
첫 타깃이 된 주력함은 항공모함 그라프 체펠린.
필사적인 노력에도 데미지 컨트롤은 실패했고, 균형을 잃은 독일 유일의 항공모함은 절름발이가 되어 비스듬히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함재기 전부 띄워. 총원 대피, 즉시 이함하라!”
“함장님께서도 탈출하셔야-”
“함장이 배를 버리라고? 나를 겁쟁이로 만들 셈이냐! 하늘에 계신 체펠린 백작께서도 그 모습을 본다면 경멸할 터!”
그라프 체펠린 곳곳에서 시꺼먼 연기가 피어올랐고, 그 모습을 본 영국군은 더욱 기세등등해져 저 저주받을 이름의 함선을 확실히 죽여버리기 위해 공격을 퍼부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꿋꿋하게 항진한 아르미니우스와 알라리크는 마침내 본토함대를 포착했다.
“쏴라! 닥치고 쏴! 지금 떠 있는 영국 군함은 모조리 유령선이다!”
구름. 안개. 비. 화염.
그리고 유령선.
사나운 맹수가 된 두 전함의 16인치 함포가 불을 뿜고, 껍데기만 남은 본토함대의 전함들이 하나씩 폭발과 함께 바닷속으로 수장당하기 시작했다.
그 누구도 승리자의 포효를 가로막지 못했다.
함교의 요원들이 죽고 다쳐서.
포탄이 유폭해 떠다니는 관짝이 되어서.
포를 운용해야 할 인원들이 모조리 불귀의 객이 되어서.
눈앞에서 천벌을 목도하고 정신이 나가버려서.
곳곳에 목숨을 부지하고 용기가 남아 있는 자들은 있었으나.
그런 개개인의 노력만으로는 거대한 함선과 함대를 다룰 수 없었다.
결과는 정해졌다.
***
번쩍이는 섬광.
아주 멀리서 은은하게 들리는 듯한 폭음.
체임벌린 총리는 차를 타고 런던 교외로 나왔고, 직접 두 눈으로 목도하고 말았다.
“오오··· 맙소사··· 맙소사···.”
버섯구름.
온몸의 힘이 쭉 빠진 그는 결국 그 자리에서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끔찍한 기다림의 시간이 지나자 대영제국의 정부 수반인 그에게로 보고의 폭풍이 몰아닥쳤다.
“본토함대··· 전멸했습니다.”
“일부 함선이 살아남아 복귀했으나 몇 척 되지 않습니다.”
“우리 공군이 적 항공모함 그라프 체펠린을 격침시켰고 기함 아르미니우스에게 유의미한 타격을 입혔습니다.”
“칼레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바다에서 거대한 폭발 관측>.”
“칼레에 있던 병력이 모두 항복했습니다. 전원, 독일군의 포로가-”
“됭케르크 방면 프랑스군의 방어선이 뚫렸습니다. 독일 기갑부대가 됭케르크 해안가로 진격하고 있습니다.”
“각하? 각하?!”
세상이 무너지고 있었다.
체임벌린의 머리는 이제 아득하니 현실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밖에 할 수 없었다.
“다··· 항복한다고?”
“더 이상 견딜 수 없다고 합니다. 육상에서의 적 공세가 너무 강력합니다.”
“독일이 조금 전 스웨덴을 경유해 전언을 보냈습니다. 지금 즉시 지중해함대를 영불해협에서 빼지 않는다면 한 발 더 투하하겠다고 합니다.”
그는 아주 천천히, 누가 봐도 이상하리만치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그의 등은 곱추처럼 굽었고 어깨는 연신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시퍼런 핏줄기가 올올이 선 손엔 땀이 흥건했고 두 눈은 충혈되어 피눈물이 흘러나올 것만 같았다.
“총장.”
“예, 총리님.”
“함대를, 함대를, 함대를······.”
“죄송합니다. 뒷말을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체임벌린은 몇 번이고 무언가를 말했지만, 웅얼거림이 너무 심해 자리에 있던 그 누구도 알아듣지 못했다.
마침내.
초인적인 노력 끝에.
체임벌린은 간신히 문장을 완성했다.
“함대를, 철수시키시오.”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