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180)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180화(180/246)
180화 옛 질서의 종말 (3)
이탈리아에는 참회하여 새롭게 거듭난 민족혁명주의의 기수 무솔리니 Mk.II 투입. 마카로니와는 다르다, 마카로니와는!
‘도대체 왜 굳이 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무솔리니를 써야 하는가? 저건 걸어다니는 망조의 짐승인데?’라고 물어볼지도 모른다.
그런데 대안이 없다.
두체가 집권한 지가 대체 몇 년째인가. 하도 알차게 반대파를 뭉개버려서 무솔리니와 국가 파시스트당을 대체할 만한 인물이 마땅찮다.
왕가? 어차피 무솔리니나 왕가나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차라리 실질적 통치 경험이라도 풍부한 마카로니가 낫지.
이 <통치 경험>이라는 건 실제로 해보기 전엔 얻을 수 없는 귀중한 역량. 경험이 없으면 남는 건 오로지 운빨밖에 없다.
독재 국가 태반이 민주화 직후에 곱창나는 이유? 신생 독립국이 개판이 되는 이유? 만년야당이 어쩌다 간신히 집권해도 개같이 멸망하는 이유? 태반이 바로 이 국정 경험 부족 때문이다.
경험이 없으면 남는 건 운빨뿐인데, 인망과 실적과 투쟁 경력을 믿고 지도자로 추대했더니 그 사람이 5성 울트라레어 조지 워싱턴인 케이스는 정말 드물다.
이탈리아 내에 민족혁명주의자들이 조금 있긴 하지만, 여태까지는 살아남기에 급급한 신세에 불과했다.
파시스트당을 민족혁명당으로 개조하는 대숙청을 거치고, 이탈리아 내 민족혁명주의자들이 진짜 파트너로 거듭날 때까지의 마중물 역할로서는 무솔리니만 한 인물이 없다. 왕정 폐지는 겸사겸사고.
한 10년 정도면 충분하겠지. 솔직히 그전에 총에 맞을 것 같은데, 그러면 무솔리니의 죽음을 핑계로 다시 한번 군사행동을 일으키면 된다.
– 끝까지 살아남고 권좌도 유지하면?
에이.
그러면 적당한 타이밍에 베를린으로 불러서 여생을 보내게 해주면 되지. 내가 그렇게 인정머리 없는 사람은 또 아니다.
– 골수까지 빨아먹고 베를린에 감금하겠다니. 참 악질이야···.
본인이 자청한 일이다. 살려만 주면 뭐든지 하겠다고 했잖아?
전쟁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게 끝났다.
이제 체제를 바꾸고, 전 유럽을 다시금 새롭게 채색할 차례.
혁명 프랑스군과 나폴레옹이 정복지에 자유와 평등의 혁명정신을 널리 전파했듯, 나 또한 독일의 유럽 패권 달성을 위해 민족혁명주의를 널리널리 포교해야만 한다.
다른 놈들이 다 민주정이고 우리만 독재 체제다? 그러면 재미없지. 너희도 우리랑 하나가 되자.
프랑스에 페탱을 수장으로 하는 민족혁명공화국 수립.
이탈리아에도 전략병기 무솔리니 투입.
독재자가 설치는 스페인과 포르투갈도 내가 주먹 쥐고 으름장 한번 놔주면 얼른 간판을 민족혁명으로 바꿔 달 테고.
체코는 독일과 생사를 함께한 전우이니 개입하지 않는다. 하지만 승전을 맛봤으니 체코 내부에서 알아서 민족혁명당이 대두할 게 뻔하다.
리투아니아야 이미 이전부터 프랜차이즈 간판 바꿨고. 이스라엘도 매한가지.
그 뒤엔 차근차근 발칸의 소국들을 정리해주면서 전 유럽을 새까맣게 물들인다.
– 영국은?
거긴 배제. 어차피 우리 통제력이 듣는 곳이 아니니까.
영국을 우리 졸개로 복속시키려면 필연적으로 거대한 함대를 건설해 해협의 통제권을 빼앗아야 하고 벨기에와 네덜란드도 먹어치워야 하는데, 영국의 건함은 조약으로 틀어막아야 한다. 베르사유 조약이 그랬던 것처럼.
– 신종 자살행위냐?
바로 그거야.
영국은 건함에 돈 못 쓰니 그 돈으로 경제 개발하고, 우리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에펠탑 만든다고 허리가 휘어진다고?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그 꼴은 못 본다.
당장 추가적인 핵무기 확보에 들어갈 돈만 생각해도 정신이 아득해지는데 건함까지 했다간 총통 관저가 움막으로 바뀔 게 뻔하잖냐.
영국, 벨기에, 네덜란드는 배상금이나 왕창 뜯어낸다. 어차피 영국인들이 가진 건 돈밖에 없잖아. 쪽쪽 빨아먹어주마.
– 바이마르 공화국도 못 주겠다고 뻗댔잖아. 쟤들이라고 다를까?
그건 무식하게 뜯어내려고 하니까 그렇지. 나처럼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21세기형 인재는 그런 조폭식 수금은 하지 않는다. 이따 영국과의 협상에서 구경하라고.
내 브리핑을 들은 범석이는 여전히 아리송한 기색이었다.
– 나폴레옹 시즌2도 아니고··· 당장 나폴레옹도 화려한 전과로 전 유럽을 찍어눌렀지만 기회 닿자마자 바로 대불동맹 리턴해서 몰락한 거 알지? 이 체제, 너무 불안정해 보이는데?
그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유럽을 압도한 지금 유럽을 경제적으로 통합시켜야 한다.
먼저 유럽 각지에 흩어진 독일계에게 독일 이중국적을 허용한다.
알자스-로렌을 먹지 않은 이유? 프랑스 국적을 가진 독일계가 거기 한가득이잖나. 주데텐란트가 번영했듯 그곳 또한 하나 된 유럽의 단꿀을 가장 먼저 빠는 곳이 될 거다.
알자스-로렌의 철광과 루르의 석탄을 통합한 경제 체제 구축.
자유무역협정을 통한 유럽 전체에 걸친 초대형 경제권 형성.
민족혁명주의라는 공동의 이념. 그리고 이 이념에 대적하는 놈들을 탱크로 뭉개버리기 위한 군사 조약기구 설립.
원 역사의 EU와 바르샤바 조약기구를 합쳐서, 유럽 전역을 하나의 블록으로 엮어버린다.
이게 바로 내 대계.
– 뜻대로 되면야 좋겠는데···.
그래. 이런 키메라가 제 뜻대로 돌아가는 경우가 얼마나 있겠어.
하지만 그 말인즉슨, 뜻대로 돌아가는 케이스가 있긴 있단 소리 아닌가.
그리고 대개는, 공동의 적이 있으면 어찌어찌 유지되곤 한다.
제국주의와 식민주의라는 마교 무리들에 맞서기 위해 정파와 사파가 잠깐 공동투쟁하긴 했지만, 이제 그 마교가 패망했으니 당연히 정사가 함께할 일도 끝났다.
공산주의라니. 으, 어리석은 놈들. 민족을 허상이라 치부하는 놈들이 언제까지 우리와 함께 갈 순 없는 법. 우리는 그래도 사유재산도 인정하고 민족도 인정한다고.
소련의 적화 위협과 공산 혁명에 대한 두려움을 기반으로, 독일이 주도하는 <유럽 반공 방위군>의 필요성을 역설한다면 이 못난 키메라 체제도 제법 오래가지 않을까?
– 소련 이야길 해서 말인데, 차라리 빠르게 전쟁을 일으키는 게 어떠냐?
나는 잠깐 범석이를 빤히 쳐다봤다.
범석아, 그게 무슨 소리니?
– 내가 틀린 말 했어? 지금이 아니면 또 언제 전쟁을 일으키냐. 너만 핵을 들고 있을 때 모스크바를 불태우고 소련을 우랄 산맥 너머로 추방하는 거야.
하하. 우리 범석이, 많이 심심한가 보구나. 농담도 다 하고.
···농담 맞지?
– 반쯤은.
그러면 반은 진담이라고?
– 이래서야 제2차 세계대전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하잖냐. 천만 대군과 수만 대의 전차가 러시아 평원에서 부딪치는 대전쟁쯤은 있어 줘야 그게 세계대전이지. 꼴랑 이 한 달짜리 전쟁하자고 평생을 부었어? 이게 다냐?
이걸 어쩐다. AI 비서가 맛이 가버렸잖아.
– 네가 전쟁 즐기라며? 이제 와서 이러면 섭섭한데.
그··· 독소전에서 수천만 명이 죽고 두 나라 모두 병신이 됐다는 건 알고 계시죠? 누구보다 사람 목숨을 귀중하게 생각하고 침략 전쟁을 멸시하는 조범석 중장님은 그러시면 안 되는데.
– 내가 생각을 좀 해봤거든? 어차피 그 산신령 만나서 소원을 다시 빌면, 당연히 그 소원은 내가 원래 살던 그 세계에 관한 거란 말이지. 미국과 중국이 핵탄두를 품에 끌어안은 채 으르렁대던 그 좆같은 세계 말이다.
그야 그렇지.
– 그럼 내 입장에서 봤을 때, 로젠바움주의가 판치는 이 세계가 핵전쟁으로 망하든 운석 충돌로 망하든··· 내 알 바냐? 1억이 뒤지든 말든 내가 평생 살았던 세계는 여기가 아닌데?
혹시 진짜로 미쳐버린 건가 싶어서 거울을 뚫어져라 쳐다봤지만, 범석이의 맑은 두 눈깔엔 일말의 광기조차 보이지 않았다.
– 이제 너를 위한 이야기를 좀 해주마. 이 나라는 너무 크게 땄어. 우리가 죽고 난 뒤 누가 다음 권력자가 될진 모르겠지만, 안 그래도 전쟁을 사랑하는 게르만족이 전쟁으로 달콤한 이득을 봤으니 걔들이 대화와 타협을 하겠냐, 아니면 주먹을 휘두르겠냐?
시발. 그거까지 나한테 따지면 어떡해. 대가리에 상식이 있으면 소련이랑 전쟁은 안 하겠지. 딱 적당히 긴장감 조성할 정도로, 전 세계의 신생 독립국이나 이스라엘-폴란드를 사이에 둔 대리전 정도만 벌이면 체제 유지엔 아무런 문제 없다.
– 그치만 독일은 원래 비상식의 나라잖아? 차라리 미래를 아는 21세기 망령과 전무후무한 천재적 지도자가 있는 지금 국가와 세계의 운명을 걸고 결전을 걸어보는 게 승산이 더 높지 않을까?
꺼져.
꺼져 씨발아.
안 한다. 안 한다고.
– 하하하하하!! 흐하핫핫핫핫!! 불쌍한 아르민. 불쌍한 녀석! 흐하하! 이렇게 크게 따버린 놈들이 도박 중독이 안 될 리가 없잖아!
청일, 러일전쟁에서 크게 딴 뒤로 폭주하다가 진주만에 대가리를 처박은 일본처럼 네 독일도 결국 언젠가 승산 없는 도박판에 뛰어들 미래가 너무 빤하지 않니? 전 세계의 지도자들이 너를 워너비 삼아서 인내심 가득한 협상 대신 쉽고 빠른 전쟁을 고를 미래가 보이지 않냐고? 응? 그래서 내가 정도를 걷자고 했잖아 이 개자식아!
아가리 좀 닥쳐봐. 백날 그렇게 꼬셔도 내가 살아 있는 동안 또 전쟁할 일은 없으니까 지방방송 좀 끄고.
좋다. 인정하마.
지금의 세계 정세는 너무나도 불안정하고, 독일의 패권 확립 또한 아직 마무리되지 못했다.
삼극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미국을 히키코모리가 아닌 세계를 경영하는 초강대국으로 끌고 나오고, 존재감이 0에 가까운 소련과 공산주의도 신생국 여럿을 물들이며 <붉은 역병>의 위엄을 떨쳐줘야 한다.
일개 유럽 국가 한둘로서는 도저히 체급을 따라갈 수 없는 저 두 나라가 초강대국으로 군림해야만, 독일이 주도하는 유럽 연합에 비로소 <필요성>이 부여된다.
아직 나 안 죽었다.
이제부터 내가 전 세계를 상대로 끝내주는 쥐불놀이쑈를 보여주마.
오직 이 나라를 위해.
***
패배의 책임을 지기 위해 베를린으로 온 체임벌린의 머릿속은 이제 어느 정도 정리되어 있었다.
여기서는 잠시 독일의 패권을 인정하고 쉬어가야 한다.
굴종이 아니다. 언제고 기회는 다시 올 것이다. 총칼과 피로 잡은 독일의 패권은 결코 오래갈 수 없다.
나폴레옹이 그러했듯 새로운 정복자 로젠바움 또한 결국 빈틈을 보이고 말 것이다.
유럽은 결코 하나로 뭉치지 못한다.
힘으로 유럽을 하나로 뭉치려던 모든 정복자들은 결국 실패했고, 대영제국은 그 정복자들을 가로막는 최선두에 섰었다.
지금 그의 역할은 정해져 있었다.
국력을 최대한 온존하여 후임들에게 물려주는 것.
그가 해야 할 마지막 책무를 다하기 위해서라면, 그는 그 어떠한 굴욕도 모멸감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모든 식민지를 즉각 해방하시오.”
하지만 체임벌린은 20세기 정복군주의 첫 마디를 듣자마자 눈앞이 아득해지고 말았다.
“우리는 평화 조약을 체결하러 왔지, 제국의 멸망에 서명하러 오지는 않았습니다.”
“당신들이 일으킨 전쟁이고, 패했잖소. 그러면 받아들이시오. 아니면 물리적으로 지도상에서 지워지시든가.”
모든 것은 기만이었다.
로젠바움은 집권 직후부터 주둥아리로는 평화와 공존을 논하면서 오로지 전쟁만을 추구해 왔다.
그의 진의가 민족혁명이라는 괴이쩍은 이념에 대한 광신적 믿음, 그리고 식민 열강 질서의 파괴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직후부터 독일과의 일전을 부랴부랴 준비했지만.
적은 너무나도 강했고, 영국은 모든 것을 잃었다.
“당신들이 1919년 베르사유에서 강요한 걸 떠올리시오. 우리나라가 그 뒤 어떤 꼴이 되었는지 상기하고, 이제 그 대가를 치를 준비를 하시오.”
“그 당시 우리나라는 복수에 미쳐 날뛰던 프랑스를 다독였습니다. 총통의 평화를 위한 외침에 진심으로 호응한 것 또한 우리 영국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우리에게 이럴 수가 있단 말입니까?”
“다른 민족을 착취해 얻은 부와 힘이 언제까지 갈 거라 생각하셨소? 이제 끝낼 때가 됐습니다.”
로젠바움의 제안은 상상 이상이었다.
막대한 배상금.
본토함대의 배수량 제한.
추가적 건함과 공군력 강화 제한.
관세자주권 박탈, 민족혁명당의 합법화, 그리고 또-
“차라리 일어선 채로 죽겠소! 이건 협상이 아니오!”
“그렇게 나오시겠다?”
“런던을 잿더미로 만드시오. 우리를 멸망시킬 순 있을지 몰라도, 독일 또한 결코 성한 모습은 안 될 테니!”
다 죽어가던 총리는 그 순간 오직 분노의 힘 하나만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로젠바움은 천천히 손을 휘저었다.
“앉으시죠.”
“이 간교한 뱀 같은 인간! 어디 한번-”
“새로운 제안을 하겠습니다. 앉으시죠.”
마치 조금 전 늘어놨던 모든 조건들이 전부 농담이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금 자리에 앉을 것을 권했다.
체임벌린은 천천히 착석했다.
“이번 제안에는 최소한 조율의 여지가 있으면 좋겠군요, 총통 씨.”
“결국 당신들은 식민지를 유지하고 싶다는 것 아닙니까?”
“그렇게 단순하게만은-”
“맞습니까, 아닙니까? 일단 그것부터 짚고 넘어갑시다.”
총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식민지를 잃은 대영제국은 더 이상 제국이 아니니.
“3년간 영국은 물론 세계 각국이 참여한 신탁통치를 통해 현지인의 자립 능력을 키우고, 그 뒤 그들에게 독립을 허용. 어떻습니까.”
“그 세계 각국이 어느 나라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3년으로는 무리요. 우리나라가 식민지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 구축한 그 모든 체제가 깡그리 무너진단 말입니다. 농담이 아니라, 고작 3년 뒤 우리가 손을 뗀다면 세계 곳곳에서 학살과 내란이 터질 게 자명하오.”
로젠바움은 ‘니들이 하도 야무지게 갈라치기를 해놔서 그 지랄이 난 거 잖아 이 개새끼들아’라고 외치지 않았다. 그가 식민지를 다뤘어도 똑같이 했을 테니까.
“전 통치자였던 영국. 우리 독일. 그리고··· 미합중국.”
“미국?”
“어디까지나 검토 단계에 불과합니다. 소련이 낄 수도 있고, 국가나 지역에 따라서는 체코나 이스라엘. 스웨덴이 참여할지도 모르고. 아무튼 이 전쟁에 관여하지 않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신탁통치를 독려, 감독할 만한 국가를 선정하고자 합니다.”
로젠바움은 이미 벨기에와 네덜란드를 향해 이와 유사한 제안을 한 적이 있고, 영국 정부 또한 시간을 벌어 식민지를 괴뢰화시키는 방향에 대해선 당연히 검토했었다.
하지만 3년으로는 턱도 없었다. 게다가 제3국이라니. 셈법이 더 복잡해지는데.
“이번 전쟁의 명분이 민족혁명과 민족해방, 탈식민주의였는데 우리더러 더 많은 양보를 하라니. 우리끼리 있는 자리니까 대놓고 말하겠습니다. 그랬다간 내 정권이 위험합니다.”
능숙한 정치가인 체임벌린은 그 말의 이면에 깔린 거무튀튀한 무언가를 감지했다.
의회에서 수십 년을 구른 그에겐 너무나도 익숙한 향취.
국익과 이권을 탐하는 위정자의 시꺼먼 속내.
“민족혁명이라는 이념이 추구하는 바가 ‘지금부터 독립한 너희끼리 싸워 죽여라’는 아니리라 믿습니다.”
“그야 물론이지요.”
“그러면 당연히, 새로 독립할 나라들이 기틀을 다지기에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흐으음. 제 생각엔 시간도 시간이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재정적 요소라고 생각됩니다.”
“대영제국은 그들의 성공적인 자립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많은 투자를 감내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뭘 주면 기한 늘려줄 건데?] [돈 내놔.]돈으로 시간을 살 수 있으면 사는 게 맞다.
배상금과 별도로, 영국은 <독립지원금>을 위시한 여러 명목으로 막대한 자금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당연히 그 자금은 베를린과 프랑크푸르트의 은행에 입금될 예정이었다.
대신 신탁통치 기간은 10년에서 20년 사이로 결정되었다.
모두가 행복한 결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