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182)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182화(182/246)
182화 옛 질서의 종말 (5)
전 독일은 축제 분위기를 뛰어넘어 광기의 영역에 발을 디밀고 있었다.
“승리 만세!!”
“총통 각하 만세!!!”
“독일 만세!! 민족혁명 만세!!”
“으아!! 으아아아!!”
“오늘 전부 무료야! 다 가져가! 싹 다 돌려!!”
교회의 종이란 종은 모조리 뎅그렁거렸고, 길거리로 뛰쳐나와 혼절할 때까지 만만세를 외치는 이들이 속출했다.
출생신고되는 남자아이 이름은 당연히 ‘아르민’이 1위를 찍었으며, 그다음은 ‘헤르만’이었다. 아르민과 같은 어원이기 때문이다.
이 전국적 뽕맛의 분위기는 시간이 지나 사그라들긴커녕 하루하루 더욱 에스컬레이트되고만 있었다.
[로열 네이비 격멸의 영웅, 독일 혁명함대 귀환!]“와아아아아아아!!!”
“독일 해군 만세!! 대양해군 만세!!”
“위대한 승리자들이여! 어서 집으로 돌아오라!!”
독일 해군의 처음이자 마지막 출격.
돌아온 군함은 처음 출격했을 때의 절반도 채 되지 않았다.
구축함과 순양함은 물론, 유일한 항공모함이었던 그라프 체펠린은 격침.
그리고 아르미니우스는 대파되어 몇 년은 입원 확정. 처분하지 않고 기어코 이 배를 끌고 온 건 순전히 배의 이름 탓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해내고 말았다.
용감하게 사지로 나아가 마침내 영국 본토함대 격멸이라는 역사에 길이 남을 위업을 이룩한 것이다!
“흠. 크흠.”
해군참모총장 에리히 레더의 어깨는 성층권까지 치솟아 있었다.
특별한 일도 없는데도 각종 정부 청사나 고위 관계자들이 주로 모이는 주점 등지에서 레더를 목격했다는 이들이 줄을 이었고, 레더가 항상 못 이기는 척 ‘허허, 정 그러시다면 우리 해군이 각하의 영도하에 이루어낸 기적적인 대승에 관해 이야기를 해야겠군요. 제가 1934년 베를린에 있었을 때···.’로 시작되는 장광설을 떠들어댄다는 소문이 퍼져 다들 레더만 나타나면 도망가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동원령이 순차적으로 해제되고, 전쟁터로 나아간 장병들이 하나둘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자 다시금 축제 분위기가 이어졌다.
여전히 폴란드에서의 전쟁은 이어지고 있었지만, 가족이 폴란드 방면 전선에 나가 있지 않은 거의 모든 독일인들의 관심은 거기에 전혀 닿지 못했다.
지금 최정예 독일군이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를 한 달 만에 마쎄이 쓰리 쿠션 성공하듯 딱딱딱 순차적으로 강냉이를 추수했다는데 폴란드가 뭐가 중요한가?
독일 공군이 승리를 기념하며 도시 상공 곳곳에서 에어쇼와 퍼레이드를 해서 환호.
전쟁터에 나가 있던 군인들이 고향으로 돌아와서 또 환호.
휴전 협정문이 체결되었다고 해서 또 환호.
오스트리아 독재자 슈슈니크가 찾아와 대가리를 박아서 또 환호.
매일마다 축하할 일은 끝도 없었고, 그렇다고 해서 독일인들이 싫증을 내는 일은 전혀 없었다.
“이제 지치지 않아요?”
“그렇지 않아요. 매 순간 재미있어요. 할 때마다 새로운 기분이고.”
“지친다고? 혹시 외국 간첩이신가?”
“아, 아닙니다. 그냥 기자입니다!”
잔치는 계속되었다.
마치 영원할 것처럼.
***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가 깨강정처럼 으스러지고 마침내 원자-심판을 얻어맞아 파멸하기까지의 한 달.
그 한 달간 동부 폴란드 전역은 그야말로 피를 피로 씻는 혈투가 벌어졌다.
“건방진 쥬를 모조리 죽여라!”
“폴란드 돼지들에게 뜨거운 맛을 보여주자!”
폴란드 곳곳, 특히 조약에 의해 타국의 영토로 빼앗긴 곳에서 대규모 민병대가 결성되었다.
그리고 이런 시국의 민병대가 대개 그러하듯, 이들은 적국 군인과 싸우기 위해 전쟁터로 나아가는 대신 내 옆집에 있는 다른 민족의 목을 베고 대검으로 배를 찌르는 학살 활동에 열중했다.
“이 더부살이나 하던 쓰레기들이 하도 득실댔던 탓에 우리가 영토를 빼앗겼다! 이들을 영원토록 우리 땅에서 말살해야만 폴란드 민족이 살아남을 공간을 지킬 수 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조리 죽여! 한 놈이라도 살아 있으면 바퀴벌레처럼 새끼를 깔 게 틀림없다!”
이런 판국에 예, 죽여주십시오 하고 가만히 죽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유대인들을 비롯한 소수민족들 또한 자체 무장해 마찬가지로 이웃을 학살하기 위한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소수 독일군과 체코군은 그야말로 사력을 다해 달려드는 폴란드군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했고, 리투아니아는 국운을 걸고 간신히 확보한 빌뉴스 일대를 지키기 위해 한바탕 푸닥거리를 벌였다.
“전쟁 아직 안 끝났는데 왜 축제 분위기냐고!!”
“그렇지만 열강 셋을 한 방에 고꾸라뜨렸으니 금방-”
“우리 좆되게 생겼다고! 독일느님 빨리 지원군 좀 파병해주세요!!”
하지만 독일군이 서부 전선에서부터 열차를 타고 리투아니아로 향하기 전.
그보다 먼저 움직인 군대가 있었으니, 바로 흉폭한 붉은 곰이었다.
“협정은 파기되었다. 붉은 군대는 서진하여 폴란드를 징벌하라!”
“모험주의적 침략자 폴란드에게 노동자, 농민의 철퇴를!”
이미 중장비 상당수를 지난 전쟁으로 망실한 폴란드가 소련군을 막아낼 재간은 없었다.
치열한 공방전 끝에 피아의 강약이 뚜렷하게 드러나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
“우리의 저항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차라리 우릴 모조리 죽여라, 이 호로자식들아!”
폴란드의 투쟁은 독기를 넘어서서 이미 광기의 반열에 다다라 있었다.
프랑스와 영국이 패했다?
알 게 뭔가.
옛 상관 리츠-시미그위를 죽여버리고 정권을 잡았던 군인들조차 전쟁터 한복판에서 목숨을 잃었고, 패전을 받아들이고 협상 테이블로 나아갈 사람은 어딜 둘러봐도 보이지 않았다.
최후의 한 명까지.
20년 만에 우리의 자주독립을 침해하려는 자들에게 피의 복수를.
“이 새끼들 눈알 까뒤집은 것 좀 봐!”
“폴란드 놈들, 단체로 돌아버렸나?”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악랄하고 지독할 수가 있지?”
그들과 총부리를 맞댄 이들은 폴란드의 분노와 독기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살아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이들은, 가족과 민족의 운명 자체가 통째로 낭떠러지 아래로 내몰리는 이들의 발악을 도무지 공감하지 못했다.
연합국이 베를린에 불려와 평화 조약문 초안을 받아 보고 머리카락을 다 쥐어뜯고 있을 때.
마침내 소련군은 전 폴란드를 모조리 뭉개버리고 피가 발목까지 차오르는 시산혈해의 도시 바르샤바에 입성했다.
아무튼 전쟁을 끝내긴 해야 한다.
끝없이 계속되는 충돌과 사방에서 튀어나오는 폴란드군에 진저리를 치던 소련은 이제 이 나라에 제대로 된 정부조차 없는 것 같다는 결론에 다다르고 말았다.
“인민을 착취해 민족이라는 아편으로 전쟁만을 일으키던 폴란드 제2공화국은 이제 끝났다. 지금 이 자리에서, 진정한 노동자 농민을 위한 나라 폴란드인민공화국이 수립되었음을 선언한다!”
이걸 통째로 집어삼켜 아예 그냥 합병을 해버리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스탈린은 그 정도로 앞뒤 분간을 못 하지는 않았다.
몰로토프의 얼굴을 볼 때마다 그 공무원스러운 무념무상 얼굴에 ‘서기장 동지, 왜 미사를 보러 가지 않으십니까?’라고 쓰여 있는 것 같아 불쾌함이 치솟는 걸 빼면 그는 지극히 정상이었다.
‘앞으로는 전 세계의 무수한 피지배 민족들을 얼마나 더 효과적으로 장악하느냐를 놓고 다툼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숙적이자 원수 폴란드라 할지라도 아예 멸망시켜버린다면 제국주의적이란 비난을 피하지 못한다.
스탈린은 지하에 잠적해 있던 폴란드 공산주의자들을 끄집어내 괴뢰국을 건국하고, 향후 두고두고 문제를 일으킬 만한 폴란드 민족주의자들과 주요 군인들을 카틴 숲에 모아 ‘증발’시켰다.
그리고 베를린에서 <세계민족해방기구>에 관한 정보가 모스크바로 전해질 무렵에는.
폴란드를 완전히 복속시켜 붉은 기세를 떨친 스탈린이 무척이나 심각한 화두를 앞에 놓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었다.
“혹시 말인데.”
“예, 서기장 동지.”
“우리 군대··· 약골인가?”
붉은 군대.
혹시··· 약한 거 아닌가?
저 영프의 군대보다도 더?
***
유감스럽게도 스탈린에게 ‘네놈이 붉은 군대의 장교들을 전부 숙청해서 우리 군이 당나라 군대가 됐잖아!’라고 일갈할 만한 인간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대가리 숫자로 보나 무장 상태로 보나, 아무리 따져도 폴란드 따위는 순식간에 체급빨로 뭉개버려야 정상인데 그보다 훨씬 시간이 걸렸다.
폴란드군이 사실 무술의 달인이라 검기난사 검강발출이 가능하다면 또 몰라도, 아무리 홈 어드밴티지가 있다 한들 이렇게 시간과 물자가 소요되는 것 자체가 스탈린에겐 무척이나 불길한 징조로 느껴졌다.
당장 폴란드 정리를 끝마쳤으니 독-소 밀약에 따라 루마니아와 핀란드를 뭉개버려야 하는데, 여기서마저 추태를 보인다면 독일이 ‘다른 생각’을 품게 될지도 모른다.
“민족해방기구를 통한 과도적 신탁통치 이후 독립이라. 말 하나는 번지르르하군.”
스탈린은 독일이 두려웠다.
영프이를 한 달 만에 털어먹는 저 압도적인 펀치력이 두려웠다.
그가 익히 아는 인간세상의 상식에 따르면, 보통 저만한 힘을 가진 놈들은 으레 다음 스파링 파트너를 골라 또다시 주먹을 휘두르기 마련이었다.
게다가 로젠바움이 했던 것과 똑같은 고민을 그도 하고 있었다.
‘신생 독립국의 지도층을 상대로 그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경매가 벌어진다면, 도대체 소련은 뭘 줄 수 있는가?’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없다.
그동안 소련은 소수민족 독립운동의 후견인을 자처했지만, 그건 제국주의 열강 질서하에서 그런 미치광이 짓을 할 만한 나라가 국제 왕따 소련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영국, 프랑스, 미국, 독일 같은 나라가 저요 저요 하면서 입찰하는데 거기에 소련이 ‘공평’하게 끼기만 해도 낙찰 가능성이 무척이나 떨어진단 뜻. 독일이 병신이 아니라면 당연히 저 경매는 기울어진 운동장일 테니 더더욱 확률은 떨어진다.
“우리는 민족해방기구를 보이콧하겠소.”
사실상 외통수였다.
소련과 공산주의자들의 장기는 지하활동, 점조직 설립, 테러와 사보타주 따위지 돈 놓고 돈 먹기가 아니다.
그들이 본전이나마 뽑을 방법은 단 하나!
“독일의 민족해방기구는 그 큰 뜻이 참으로 아름다우나, 결과적으로는 식민지배하에서 가장 큰 고통을 겪었을 하층민, 노동자와 농민들의 의견은 무시당하고 그 식민지배를 시행하던 제국주의 국가들과 그 부역자들의 입김이 강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식민정부가 부르주아 압제자들의 정부로 바뀐다 한들 그 땅의 민중이 쇠사슬에 매인 노예 신세라는 것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자명한바, 우리는 세계혁명의 그날까지 결코 멈추지 않고 가장 낮은 곳에서 고통받는 이들을 도울 것이다.”
지금부터 미리 저 민족해방기구에서 밀려날 떨거지들을 주워먹는 땅그지 메타뿐이었다.
산업화가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는 누구보다 잘 안다.
게다가 신탁통치 기간 동안 열강들은 자연스럽게 순종적이고 말 잘 들으며 떡고물을 두루두루 나눠주는 인품 좋은 놈들을 선호하게 될 터.
결국 국가와 민족의 앞날을 염려하는 이들은 이 경제적 침탈을 뿌리 뽑으려 할 것이며 – 소련은 그들을 후원해주어 신생국에서의 영향력을 얻게 되리라.
로젠바움과 스탈린이 노리는 바는 사실 똑같았다.
‘신생 독립국이 멀쩡하게 굴러갈 리가 없을 테니 구국의 결단을 사주해서 낼름 처먹어야지.’
‘신생 독립국이라 한들 결국 자본주의 착취 구조의 밑바닥 깔개 신세. 그 모순이 명백해지는 순간 공산혁명을 후원해 낼름 처먹어야지.’
두 욕심보 빵빵한 날먹맨들은 수천 킬로미터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심전심과 염화미소가 무엇인지 훌륭히 입증했다. 무릇 호적수라면 천 리 밖에서 상대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법.
소련이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가다듬고 핀란드를 향한 전쟁을 준비하는 동안.
도쿄 또한 부글부글 끓어 넘치고 있었다.
“독일이 우리를 배신했다. 저들은 결국 백인, 차별주의자다!”
“어째서 로젠바움주의의 우등생이었던 우리 황국을 저버리고 패전국 영국, 구경꾼 미국과 붙어먹는가? 답은 단 하나! 우리가 백인이 아니어서다!”
일본 전역에서는 로젠바움의 저서 찢어 불태우기 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졌고, 독일계 상점에 대한 테러가 횡행했다.
이 험악한 분위기 속에서.
군부와 정치권은 서서히 답을 도출해내고 있었다.
“이제 시대의 흐름은 바야흐로 저 원자폭탄이라는 신무기를 얼마나 빨리 개발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따져도 우리보다는··· 미국인들이 먼저 개발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합니다. 저들의 경제력은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있습니다.”
지금도 미국과 영국은 당장 중국에서의 전쟁을 멈추고 꺼지라고 연일 쫑알대고 있는 상황.
만약 미국인들이 핵을 손에 쥔 채 도쿄를 향해 협박문을 보낸다면 황국의 국체는 어떻게 되겠는가?
“답은 하나뿐입니다. 미국과 우리가 원자폭탄을 갖고 있지 않은 바로 지금! 결정적이고도 치명적인 일격을 가해 동남아시아 식민지에서 우리 일본의 이권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핵무기가 개발된다면 군부는 앞으로 실업자가 된다.
그러니까 막차를 타야 했다.
지금 당장.
(참고)
로마 초대황제 아우구스투스의 군대를 격파한 게르만 민족 영웅 ‘아르미니우스’에서 ‘아르민’이라는 이름이 유래되었습니다.
이 당시에는 ‘헤르만’ 또한 아르미니우스에서 유래되었다고 믿었는데, 언어학적 연구가 더 이루어진 오늘날엔 두 이름 사이엔 관계가 없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