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183)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183화(183/246)
183화 옛 질서의 종말 (6)
일본제국의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장개석은 끊임없이 처맞고 맞고 또 맞았는데도 불구하고 항복을 하지 않았다. 이 정도로 전 국토가 짓밟혔으면 항복을 해야 정상 아닌가?
하지만 그는 이 악물고 버티고 있었고, 저 광활한 대륙을 모조리 면 단위로 정복할 수 없었던 일본군은 해안이 아니면 철도와 그 인접 구역을 선과 점 단위로 장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 외 나머지 구역에 대한 통제력을 확보하기 위해, 일본군은 삼광 작전이라는 기가 막힌 전략을 구사했다. 요컨대, 약탈 방화 학살을 통한 공포를 통해 면 단위의 통제력을 확보하려 한 것이다.
물론 이를 통해 약간의 수확이 없지는 않았지만, 바로 그 학살로 인해 장개석은 끝까지 항전을 외칠 수 있었다. 아무리 장개석이 엿같아도 일본군보다는 낫다는 논리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전쟁은 끝날 기미가 없었다.
하지만 높으신 분들에겐 전공이 필요했다.
‘이미 우리 국제 왕따 확정인데 왜 전쟁 망설임?’
‘지금이 각임. 지금 다이브해서 킬 따면 이김. 진짜임.’
특히 외교적 고립 상태에 처한 데다가, 몇 안 되는 맹방이라고 (혼자) 생각했던 독일로부터 <너 이단> 선언까지 듣고 나자 오직 전쟁만이 해결책이라는 주장엔 이제 근거마저 붙고 말았다.
“동남아시아의 모든 식민지인들이 한시바삐 일본군이 와줘서 그들을 해방시켜 줬으면 하고 간절히 소망하고 있답니다.”
“이 땅에서 제대로 된 통치가 이루어지는 지역은 오직 천황 폐하뿐이니 모두가 천황 폐하의 신민이 되고 싶어 안달이 나 있다고 합니다!”
“독일이 식민지인을 배신했다고 저주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결국 피부 허연 놈들끼리 붙어먹은 배신자라고 비난하면서 로젠바움을 저주하고 있답니다.”
“식민지 곳곳에서 무장 반군과 시위대가 현지 식민군과 충돌하고 있는데, 정작 식민군의 기강은 해이해지고 탈영이 줄을 잇는다고 합니다.”
“민족혁명이 어째서 로젠바움의 사유물이겠습니까? 로젠바움이 제창한 민족혁명은 독일의 승리를 위한 가면에 불과했습니다. 바로 우리! 대일본제국이야말로 진짜 민족혁명의 투사이자 정통입니다!”
동남아시아에 식민지를 가진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모두 본국 상태가 개판이 되고 말았다.
백만이 넘는 군인들이 포로 신세로 전락했고, 그들이 들고 있던 무기와 물자가 전부 독일군의 손에 떨어졌다. 막대한 배상금이 매겨졌고, 식민지는 시간이 지나면 결국 내어줘야만 했다.
“우리가 현지 민심을 등에 업고 식민지를 점령한다면 유럽 열강들은 손을 뗄 게 분명합니다.”
“지구 반 바퀴를 돌아 파병을 한다? 10년에서 20년이면 풀어줘야 하는 곳을 지키기 위해? 비상식적입니다. 일진일퇴의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다면 차라리 파병을 할지도 모르겠지만, 순식간에 모조리 빼앗긴다면 그냥 손절매한 셈 치겠지요.”
“하지만 자존심 때문에라도 전쟁에 나서지 않을까?”
“제아무리 열강이라 한들 지구 반대편에 백만 대군을 파병할 능력은 없습니다. 충분히 해볼만합니다!”
일본군은 합리적으로 판단했다.
역사에 길이 남을 대패배를 당하고 빚더미에 올랐는데 또 전쟁을 할 것 같지는 않았다. 아니, 못 한다!
그렇다면 이제 전쟁을 위해 고려해야 할 국가는 셋이 남는다.
소련, 독일, 미국.
“소련과는 우호 조약, 최소한 불가침 조약쯤은 체결해야 합니다.”
“빨갱이들은 민족해방기구에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배가 많이 아프겠죠. 독일과의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만큼 우리에게 물자를 팔 가능성도 충분해 보입니다.”
소련 입장에서 일본이 제국주의자들과 싸워주면 앉아서 코 푸는 격이다. 만주에 있는 관동군이 동남아시아로 사라져 준다면 당연히 행복하지 않을까?
그리고 스탈린은 그들의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다.
소-일 불가침 밀약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독일은···.”
“독일이 대체 지구 반대편으로 왜 오겠습니까?”
“민족해방기구가 바로 그들이 만든 조직이잖소.”
“그거 그냥 돈 뜯어내려고 만든 기구잖습니까? 독일이 무슨 수로 식민 통치를 합니까?”
그렇다.
독일인들이 이 머나먼 동남아 섬자락까지 올 리가 없다. 애초에 걔들은 배도 없는데?
그렇다면 남은 나라는 단 하나뿐.
“민족해방기구의 본질은 간단합니다. 식민 열강을 쳐부순 독일이, 미국인들에게 돈 받고 식민지를 판매한 겁니다.”
식민지가 왜 식민지인가? 헐값에 원자재와 노동력을 확보하고 자신들의 상품을 독점적으로 팔아먹어서 식민지 아닌가?
만약 독일이 식민지 경영의 의사가 있었다면 미국을 끼워줄 리가 없다. 즉시 총독과 관리, 돈에 미친 모험적 자본가들을 세트 메뉴로 구성해서 현지를 시찰하고 어떻게 새로운 땅을 경영할지부터 검토해야 한다.
그런데 이 모든 절차는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뜬금없이 미합중국이 민족해방기구의 일원으로 가입하여 ‘현지 경제 자립’을 도와주기로 했다. 얼마 전까지 그토록 친했던 소련은 배제해버리고.
“아시아를 다스릴 권리는 오직 우리 대일본제국에게만 있습니다. 돈만 있는 졸부에 불과한 미국인들이 아니라!”
쾅!
“결국 이 전쟁은 바다를 두고 벌어질 싸움. 제해권만 잡을 수 있다면 육군은 단지 깃발 꽂는 역할에 불과합니다!”
이는 일본군, 특히 해군의 저변에 깔려 있는 컨센서스였다.
대전쟁 이후부터 이미 일본과 미국은 서로를 태평양을 사이에 둔 잠재적 제1적국으로 분류해 왔다.
그리고 일본 해군은 명쾌한 결론을 냈다.
<단 한 번의 함대결전에서 승리를 거두면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
일본은 절대 워싱턴 D.C.를 불바다로 만들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미국 또한 태평양 건너 도쿄를 점령하지 못한다.
게다가 해군은 하루아침에 찍어낼 수 있는 성질의 군대도 아니다. 설마 1주일 단위로 항공모함이라도 튀어나오겠는가?
일격에 동남아시아 일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모든 함대를 용궁으로 보내버린다면, 그 이후엔 버티기만 하면 결국 협상 테이블에서 승부를 볼 수 있다.
“미국의 동남아시아 침탈 시도는 이미 제국의 이익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행위요, 각종 무역제재와 금수조치 또한 제국을 협박하려는 비열한 행위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사실상 전시 상태나 다름없소.”
유럽 열강이 그로기 상태인 지금밖에 기회가 없었다.
괜한 놈들이 숟가락 들고 방문하기 전에.
미국의 손모가지만 꺾어버리면 된다.
마침내 일본은 위험천만한 도박에 손을 대고야 말았다.
***
일본이 <개쩌는 발도술 한 방에 귀축미제 원턴킬 참수 대승리> 플랜을 위해 은밀히 함대와 병력을 준비할 무렵.
미국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아르민! 위대한 승리자! 내 잔 좀 받게나!”
“왜 이러십니까, 대통령님. 부담스럽게.”
“우리가 보통 사이인가? 대통령님이라니? 그냥 프랭크라고 하게. 예전처럼.”
“예전에 그랬었나? 루즈벨트 대통령 각하. 아무튼-”
“오오. 루즈벨트 그놈은 일이 너무 바빠서 대서양을 건너오지 못했네. 여기 있는 건 누구보다 독일의 승리를 자국의 승리처럼 느끼는 진정한 독일의 친구 프랭크뿐일세!”
“···지랄.”
미국 유권자들이 뽑은 휠체어맨 대통령은 그사이 영업사원에라도 빙의했는지 그야말로 구성진 용비어천가 가락을 불러대며 ‘총통 각하 축지법 쓰신다’를 힘껏 외쳤다.
“우리 미합중국엔 무수히 많은 독일계 이민자들이 살고 있지. 그리고 그들은 합중국을 지탱하는 든든한 시민들이고. 이제 유럽이 위대한 영도자의 지도하에 하나가 되었으니, 이들 독일계가 주축이 되어 자유무역과 공정경쟁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젖히지 않겠나?”
“왜 제가 적국에 군사적 지원을 아끼지 않던 나라에 시장을 열어줘야 할까요?”
“내가 아직까지 라이트-로젠바움 사의 항공기를 타고 다니는 것과 마찬가지 이유지. 자유무역이 우리 모두에게 최고의 이익을 선사한다는 건 애덤 스미스도 증명한 바 아닌가?”
“흐으으음··· 그렇지만 괘씸한데···.”
“천하무적 독일군의 건군에 우리 미국 기업들이 얼마나 이바지했는지를 내가 구구절절 떠들어야 하나? 고무 타이어 하나부터 트럭과 하프트랙에 이르기까지, 진취적인 미국인 투자가들의 막대한 달러가 없었다면 독일군이 그토록 빠르게 재건되었겠나? 우리 미국이야말로 독일 최고의 혈맹이었던 셈이지.”
독일군의 재무장을 ‘시장 확대’쯤으로 생각하고 붙어먹은 미국 기업들 머리통에 쇠빠따를 갈기려던 반독 삐딱쟁이 루즈벨트는 죽고 없다. 지금 이곳에 있는 이는 독일 너무 좋아 프랭크니까.
유럽과 동남아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통행료를 굉장히 많이 지불해야겠지만, 그렇다고 “흥 미국 삐졌어. 이제 미국은 유럽이랑 안 놀 거야.” 같은 소릴 지껄였다간 분노한 기업가들과 후임 대통령이 그의 휠체어를 끌고 가 대서양 바닥에 처박을 게 틀림없다.
본인이야 3선 따위 할 일이 없으니 집에 가면 그만이지만, 다음에도 민주당 정권이 승리해야 하지 않겠는가. 정권이 교체되지 않도록 그는 최선을 다해 세일즈를 해야만 했다.
독일인들에게만 따뜻한 차가운 베를린 남자 로젠바움을 향한 격렬한 구애의 춤을 추고 숙소로 돌아오면, 미합중국 황상의 책상 위엔 언제나 서류와 전보 한 뭉텅이가 그득그득 쌓여 있었다.
그는 가장 위에 있는 것부터 확인했다.
[필리핀은 더 많은 지원과 더 많은 군대가 필요해요. 더글라스 맥아더.]“그럴 여유가 어딨어.”
과감하게 패스.
그다음 것을 집어본다.
[우리 육군은 쓰레기 하치장이 아닙니다. 당장 이 불쏘시개 같은 무기는 다 갖다 버리고 제대로 된 전차와 병기를 마련해야-]“미안해, 조지. 내가 아니라 의회에 말해야지.”
새 참모총장 조지 마셜의 눈물 섞인 진언도 패스.
[당장 우리도 원자폭탄을 개발해야 합니다.]“이건 당연하고말고.”
그의 밤은 이제야 시작이었다.
전등 불빛이 아른거리는 방에서 그는 끝없이 서류를 검토하고 또 펜대를 굴렸다.
***
한편 미군의 분위기로 말할 것 같으면.
“······.”
“······독일 놈들은 밥 먹고 전쟁만 궁리했나?”
압도당했다.
육군과 해군을 가리지 않고 저 유럽에서 벌어진 한 달짜리 전쟁에 경외감을 품지 않은 자가 없었다.
“일단 무기부터 전부 도입해야 합니다.”
육군 내에서 두루 인정받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가 먼저 입을 열자, 그 뒤를 이어 서로 먹이를 받아먹으려는 새끼 새처럼 미친 듯한 짹짹거림이 이어졌다.
“그 돌격소총! 총기부터 갈아야 합니다!”
“저들이 만든 1인용 대전차 병기, 판처파우스트부터 도입해야 합니다. 우리가 만든 바주카는 부지깽이에 불과했어요!”
“전차!! 전차아아아!! 튼튼하고 빠르고 강력한 전차!!!”
“모조리 바꿔야 합니다! 싸그리!”
이 아수라장을 진정시키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공력을 들인 뒤에야, 비로소 약간 진정했으나 여전히 얼굴은 상기된 장성들이 다시금 점잖게 말을 이었다.
“<로젠바움 전쟁>의 전훈은 너무나도 명백합니다. 군대는 끊임없이 기동하며 적의 약점을 찔러야 하며, 잘 조직된 기갑 부대는 전통적인 참호 위주 방어선을 돌파할 수 있습니다. 독일군은 마침내 대전쟁의 해법을 찾아낸 겁니다.”
“포격과 탄환에 버틸 충분한 장갑. 그리고 재빠른 기동력. 우리의 너절한 트럭 따위로 저만한 돌파는 불가능합니다. 오직 전차만이 해법입니다.”
“제공권의 중요성 또한 다시 한번 입증되었습니다.”
“문제는 그, 원폭이란 물건인데···.”
원자폭탄의 전술적 사용을 전제로 할 것인가?
우리는 쏘지 않되 적의 핵공격을 당하는 것은 염두에 두어야 하는가?
아니면 모든 핵무기 사용을 배제한 채 군을 꾸려나가야 하는가?
그리고 하나 더.
“일본군의 동태가 수상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전쟁까지 갈까?”
“일본이 우리와 전쟁을 결심했다면 당연히 주전장은 필리핀이 될 겁니다.”
“그리고 필리핀을 지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요.”
미군은 아직 엉망이었고.
전쟁은 다가오고 있었다.
문제가 있다면.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전쟁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
폭풍의 전조였다.
***
네덜란드엔 어떤 유명한 노인이 살고 있다.
“그게, 참말인가?”
“그렇습니다, 폐하! 평화 협상에 분명히 명시할 예정입니다. 이제 폐하의 귀국을 가로막을 장애물은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빌헬름 2세, a.k.a 팔병신.
한때 독일제국의 카이저로 불렸으나, 이제 단순히 호엔촐레른의 당주에 불과한 늙은이.
“로젠바움······ 총통은 무언가 말이 없었소?”
“아버지! 아버지의 충신이잖습니까! 당연히 제위를-”
“조용히 해라!”
잠시 언성을 높인 그는 다시금 그에게 소식을 전해다준 장교에게로 몸을 돌렸다.
“그래, 무언가 전언은 없는가?”
“그렇습니다.”
“그렇군. 고맙네. 빨리 귀국 준비를 서둘러야겠군.”
돌아갈 수 있다.
그의 나라로!
그 어느 때보다 위대해진 나라로!
애써 담배에 불을 붙이고 소파에 등을 붙였지만, 덜덜 떨리던 손의 진동은 이제 온몸으로 번져나가고 있었다.
“로젠바움···!”
20세기 최고의 정복자이자 전무후무한 국가 지도자.
한때 그의 총신이었던 그가 단순한 거목 수준을 뛰어넘어 위그드라실이 될 줄 도대체 어떻게 알았으랴?
“아버지! 이제 드디어 황실이 복위되는군요!”
“도대체 무슨 소리들 하는 게냐. 쓸데없는 소리로 분란을 일으키지 마라!”
애써 자식놈들에게 다시 한번 버럭 소리를 질러도.
카이저의 입술은 어째 끝없이 씰룩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