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184)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184화(184/246)
184화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 (1)
한때 세계를 경영하는 대제국의 황제였던 빌헬름 2세는 그의 친척 니콜라이 수준의 빡대가리가 아니다. 언행이 경박하고, 즉흥적이며, 안 해도 될 짓을 해서 본인의 지지도를 지하 아래 맨틀까지 처박기는 했지만 최소한 머저리는 아니었다.
그는 대단히 신중하게 움직였다.
‘로젠바움이 내세우는 민족혁명주의라는 게 나 같은 황실을 포용할 수 있는 성질인가?’
패전 이후 20년.
더 이상 언론의 주목도 받지 못하고 영향력도 소멸한 그는 다 늙어서 약간의 자제심이라는 게 생겼다.
귀국 전 물밑에서 진행된 질의응답의 답변은 이러했다.
Q. 어떤 자격으로 귀국하게 되는가?
A. 공화국 시민 빌헬름 폰 호엔촐레른. 전 국가원수로서 일정한 예우는 갖추어 주겠으나, 군주에 준하는 예는 없다.
Q. 바이마르 공화국이 압류한 황가의 재산은 어떻게 되는가?
A. 돌려줄 수 없다. 단, 포츠담 상수시 궁전의 일부를 제공하여 그곳에서 여생을 날 수 있도록 배려해줄 수 있다.
추신.
가능한 한 언론을 피하고 정치적 언행을 삼가주기를 권고드립니다.
“역시.”
빌헬름은 오히려 안심했다.
그에겐 엄연히 실정(失政), 그리고 패전 군주로서의 낙인이 찍혀 있다.
갑자기 황실을 복원해 군주제 국가가 되겠다! 라고 답변을 줬다면 아 이 새끼들이 나를 루이 16세로 만들려 하는구나 하고 남미행 배편을 끊었으리라.
하지만 한 명의 시민으로 배려해주겠으니 입을 좀 다물라고 신신당부를 하는 걸 보니 저들은 진심이었다.
그리고 왜 저러는지도 금방 깨달았다.
“로젠바움은 지난 대전쟁으로 훼손된 모든 걸 돌려놓길 바라는 듯하구나.”
로젠바움 집권 이전 바이마르 공화국의 기본 스탠스는 <카이저의 어리석음에 지친 독일 국민이 혁명을 일으켜 암군을 쫓아냈다>였다.
하지만 로젠바움의 혁명공화국은 <연합국의 압력과 내부 배신자들의 동조로 인해 카이저가 쫓겨났다>라는 주장으로 갈아탔다.
로젠바움은 바이마르 공화국을 부정했고, 패전을 부정했다.
혁명을 일으킨 사민당과 패전의 주범인 융커들이 모두 연합국에 부역한 매국노들이라면, 카이저의 책임은 그만큼 줄어든다.
무엇보다도, 카이저는 아르민 로젠바움이라는 청년을 발굴해 우뚝 세운 장본인이기도 하다. 괜히 세계 최초의 비행기 이름이 <카이저 빌헬름 호>가 아니다!
로젠바움은 딱히 카이저를 흠모하고 공경해서 부르는 것이 아니다. 아니, 그럴지도 모르지만 빌헬름은 그런 행복회로를 벌써부터 불태우고 싶진 않았다.
저 유명한 로젠바움의 민심관리용 쑈, <국민과의 전화 통화>에서조차 로젠바움이 제 입으로 스스로 ‘카이저 귀국에 찬성하지만 외국 눈치 때문에 어렵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가 외쳤던 정치적 견해 때문에라도, 승전한 이상 그는 빌헬름을 다시 불러야만 했다.
그리고···.
“그래도 그가 봤을 때 내가 좀 불쌍해 보이긴 했나 보군.”
로젠바움이 그의 귀국을 원치 않았더라면 검은 양복에 선글라스 쓴 친구들이 몰래 와서 ‘우리가 아무리 간절히 초빙해도 돌아오지 않겠다고 선언하세요’라고 귀띔해줬을 것이다. 카이저는 그 협박을 거부하지 못했을 테고.
와도 좋다.
아님 말고.
이 스탠스가 카이저에겐 대단히 만족스러웠다.
“돌아가자.”
우리의 집으로.
***
베를린에서도 언제나 칙칙한 구름이 깔려 있는 것 같은 착시효과를 발생시키는 곳.
독일민족혁명공화국 국가안전부 청사.
줄여서 슈타지 본부.
경애하는 총통 각하의 새로운 오더를 하달받은 최정예 슈타지 요원들은 새로운 대규모 작전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 사람은 어떻게 할까요?”
“<주의 요망>으로 잡아놔.”
“알겠습니다.”
무수한 인물들의 사진이 여기에서 저기로, 저기에서 여기로 옮겨다니며 핀으로 고정되었다.
그리고 그 인물들의 상당수는 바로 장성급 이상의 군인들.
슈타지 장관 브란덴슈타인 백작과 마리아 로젠바움은 이들의 작업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각하께서 칼을 뽑아 들었군.”
“이번 기회에··· 최대한 많이 날려버려야겠죠.”
숙청.
아니, 숙군(肅軍).
‘카이저라는 불빛에 꼬이는 부나방들을 모조리 쓸어버리시오.’
“개가 똥을 끊지.”
백작은 벽에 붙은 사진들 중 낯익은 얼굴들이 많은 것을 보며 혀를 찼다. 한가운데엔 가장 큼지막한 카이저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20년 전에 쫓겨난 임금이 입방정을 떨까요?”
“네가 그 인간의 치세에 안 살아봐서 그래. 그 새끼는 물에 빠져도 입만 동동 뜰 인간, 재앙의 주둥아리야. 처음엔 좀 자중하다가··· 긴장 풀리면 슬슬 헛소리를 지껄이기 시작할 게 뻔해.”
아르민은 깍듯하고 공손하게 카이저를 대우하고, 종종 찾아가 그의 권위를 세워줄 것이다.
만약 카이저가 나이를 먹어 현명해졌다? 입방정을 안 떤다? 어차피 그 아들들도 싹수가 노랗긴 부전자전. 복위를 꿈꾸는 놈에서부터 히틀러 지지자에 이르기까지. 주둥아리 실수할 만한 놈은 널리고 널렸다.
그러면서 동시에 국가 상층부엔 ‘잘못된 시그널’이 전달되리라.
<로젠바움 총통께선 입헌군주제를 꿈꾸는 것이 아닌가?>
<본인 생전은 몰라도 뒷날을 고려해 국가 통합의 상징으로 카이저를 다시 세우는 건 고려해볼 만한 일 아닌가?>
<입헌군주제는 무리여도, 호엔촐레른의 권위와 정통성을 고려해 명예직을 하사할 가능성 정도는?>
너무나 위대한 승리를 거둔 탓에, 군부의 목에 힘이 들어가고 있다.
그러니까.
카이저와 함께 모조리 저승길로 보내주면 된다.
일본이라는 미끼에 모두의 신경이 분산된 틈을 타, 장차 독일의 정세를 어지럽힐 가능성이 가장 큰 독일 육군을 다시 한번 확실하게 갈아버리겠다는 것이 바로 경애하는 총통 각하의 거대한 그림.
“아버지는 가끔 ‘옥과 돌을 구분해야 한다’고 말씀하시곤 하셨죠.”
“돌이야 딱 보면 돌이지 뭘.”
“원석은 구분이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민족혁명이라는 이데올로기의 완성을 위해서라면 왕 목 자르는 행사도 한 번쯤 해보긴 해야겠죠. 프랑스인은 잘라봤는데 우리 독일인이 못 잘라봤다는 건 조금 그렇지 않을까요?”
백작은 고개를 가만 끄덕였다.
황제의 충신들도 그토록 충성을 다 바치는 폐하와 함께 순장당한다면 영광으로 생각할 게 분명했다.
***
“아니? 죽일 생각은 없는데?”
“···? 왕 목 자르는 거 아니었어요?”
“프랑스 혁명이 몇 세기 전 일인데 그런 야만적인 짓을 왜 하니, 얘야.”
백작은 도대체 애 교육을 어떻게 시키고 있는 거야. 손톱 뽑기라도 가르치는 거냐? 대체 왜 애가 실망을 하는 거냐고!
– 콩 심은 데 콩 나지, 그럼 수박이라도 자랄 줄 알았어?
조용히 해, 대머리. 오랜만에 이등병으로 계급장 바꿔줄까?
‘총통 각하께서 늙은 빌헬름을 다하우에 처넣었다더군.’
‘아무리 법이 엄정해도 그렇지, 본인을 발탁하고 지원까지 해준 사람을?’
‘팔순 먹은 노인이면 살날도 머지않았는데 그냥 좀 둬도 되지 않았을까?’
그림 딱 그려지지 않는가.
독일로 돌아와서 본인의 언행을 빌미로 피의 대숙청이 벌어진다면 처벌이니 뭐니 없이 그 피바람만으로도 노인네 심장마비 오기에 충분하다.
원래 역사에서도 슬슬 죽을 나이기도 하니··· 본인이 살던 궁전에서 세상을 떠나는 정도의 배려는 베풀어줄 수 있지.
한때는 제국에 영광이 있기를 바란 적도 있다.
한때는 그의 도움 덕택에 각종 위기를 벗어나고, 훨씬 빠르게 자리 잡기도 했다.
그게 전부다.
철딱서니없는 딸내미에게 잔소리나 좀 한 뒤.
나는 옛 추억을 한참 동안 회상하며 하루를 보냈다.
***
1939년 11월 말.
평화협정 초안이 하나둘 마련되었다.
먼저 모든 패전국들은 막대한 전쟁 배상금을 물고, 독일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기로 약조하며, <세계민족해방기구>에 가입하게 되었다. 배상금으로는 당연히 빚부터 갚는다.
오스트리아는 2년 뒤인 1941년 독일과의 합병을 두고 국민투표를 시행하며, 그 누구도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각국은 이스라엘 공화국을 승인하며 외교관계를 수립한다.
이탈리아는 남티롤을 할양한다.
그 외 참전국 사이의 영토 변동은 일절 없으며, 국가 간 있었던 모든 영토 분쟁 명분을 영구히 포기한다. 다시 말해 독일은 이제 알자스-로트링겐을 요구하지 않는다.
벨기에와 네덜란드는 전쟁의 책임을 지고 국왕이 퇴위한다. 쟤들도 참 지독한 게, ‘돈 덜 내고 식민지 포기할래? 아니면 돈 더 내고 식민지 쥐고 있을래?’라고 하니 다들 절대 식민지를 포기 안 한다.
민족해방기구를 통해 독일이 단순한 유럽 패권국이 아닌 세계경영의 길로 나아가는 한편.
집안 단속을 위해서는 일명 <프라하 조약기구>를 창설하기로 합의하였다. 유럽에서의 전쟁을 막기 위해 다자간 군사 협의체를 만들자는 건데···.
– 바르샤바 조약기구구만.
맞다.
‘회원국 내에서의 변란, 자연재해, 긴급상황 발생 시 다른 회원국이 이를 지원’한다.
조금 더 풀어서 설명하자면, 반독 반로젠바움의 기치를 든 대규모 시위나 반란이 발생한다면 독일이 탱크를 끌고 가 시위대를 뭉개버리겠다는 뜻.
전쟁의 승리로 남의 나라의 군사적 권리와 경제적 권리, 식민지에서의 권리를 모조리 빼앗았다. 잭팟이다. 얻을 수 있는 건 모조리 챙겨 먹었다!
여기에 더불어 핵우산 조항까지 삽입했다. 패전국의 핵무기 개발은 금지하는 대신 원자력 발전 등 핵의 평화적 이용에 관해서는 기술 교류와 협력을 약속하며, 조약기구 회원국이 핵공격을 당할 경우 독일은 즉각 핵보복의 의무를 지게 된다.
여기까지 세팅해 둔 뒤.
내 본래 목표였던 프랑스와 이탈리아 침식이 시작되었다.
“이탈리아인들이여! 내가 돌아왔다!”
가장 먼저 평화 조약에 서명한 무솔리니는 누구보다 먼저 조국 이탈리아로 귀국했다.
마음씨 좋은 독일은 그를 배웅하기 위해 공화국 수비대 2개 사단을 딸려보냈다.
“어, 어째서!”
“로젠바움이 왜 두체를 살려준 거지? 어째서?!”
“무솔리니가 독일에 붙어먹었다! 나라를 팔아 제 목숨을 구한 매국노!”
“무슨 소리냐, 이 배신자들아. 이탈리아는 나의 것이다. 내가 곧 이탈리아다!”
그 누구도 감히 공화국 수비대의 진격을 가로막지 못했다. 막을 수는 있겠지만, 저들을 가로막는다면 그다음엔 진짜 독일군이 알프스에서 내려오리라는 사실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두체는 로마에 돌아왔고.
피의 대숙청이 시작되었다.
“국왕 에마누엘레는 제 자식의 목숨을 위해 독일에 나라를 팔려고 했다! 하지만 로젠바움은 이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이탈리아는 이탈리아인의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내 어찌 감격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내가 제창한 국가 파시즘 혁명은 완수되었다. 하지만 우리의 혁명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제 그다음 단계, 민족혁명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로마의 후예들이여, 이제 우리는 민족혁명공화국으로 다시 태어나리!”
독일을 등에 업은 무솔리니에 대항할 수 있는 자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변절한 파시스트당원들은 무솔리니의 복수를 피해 사방팔방으로 도망쳐 망명객이 되어야 했고, 뜻밖에도 무솔리니는 이들을 잡아 쳐죽이는 대신 이들의 도피를 방조했다.
그리고 프랑스.
“대통령 각하. 이제 전부 끝났습니다.”
“페탱 장군. 프랑스 제3공화국을 침략자로부터 구해낸 당신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소?”
“나는 공화국을 구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프랑스를 지켰고, 지금도 프랑스를 지키고자 할 뿐입니다.”
휴전 협정을 마치고 돌아온 페탱은 순식간에 프랑스군을 장악했다.
[군이 문제라서 패배한 게 아니다. 우리는 내부의 중상으로 패배한 것이다.] [20년 중 군비에 예산을 제대로 투입한 게 몇 년이나 되는가? 마지노선을 빼면 도대체 얼마가 쓰였는가? 이래놓고 승리를 바라는가?] [나라 다스리라고 뽑아놨더니 의회에서 싸움질만 하는 너희들이 바로 패배의 주범이다!]패배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가믈랭이나 조르주 등을 제외한 군부는 페탱의 이러한 주장에 열광적으로 호응했다. 정치권 잘못이 아니라면 바로 그들이 대역죄인이 되어야만 하니까.
그리고 그에겐 민간의 지지 또한 따라붙었다.
[로젠바움도 존경을 표하는 페탱 원수!] [협상장에서 독일 총통을 향한 사자의 포효! 로젠바움이 90도로 허리 숙여 사과한 이유는?!] [알자스-로렌에 뻗치려던 독일의 마수, 페탱이 저지해내다!]“페탱이 결사항전으로 파리에서 죽을 각오를 했으니 독일군이 멈춘 거 아닌가?”
“그것도 맞는 말이지. 독일도 괜히 피 흘리긴 싫을 테니.”
“전쟁도 노인네가 다 해, 협상도 노인네가 해. 정치인들은 가서 뭐 했대? 로젠바움이 밥이라도 사줬나?”
콧대만큼이나 드높던 프랑스인들의 자존심은 갈기갈기 찢어졌다.
그런 그들에게 내가 직접 “나와 대적할 만했던 군인은 오직 페탱뿐”이라거나 “페탱이 열흘만 더 일찍 지휘봉을 잡았다면 독일은 위험했다” 같은 이야기를 대놓고 언론사 마이크 앞에서 떠들어대니, 모두가 알면서도 모르는 척 페탱을 연호하고 있었다. 우리가 못나서 진 게 아니니까! 로젠바움도 인정하지 않았나!
정치권은 의회 바깥의 거대한 압력에 결국 굴복했고.
페탱은 마침내 대통령에 의해 제3공화국의 새로운 총리로 지명되어 패전 처리와 국난 수습이라는 막중한 책무를 짊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제3공화국의 마지막 총리가 되었다.
***
승리했고, 그 결과 유럽의 군사적 패권을 거머쥐었다.
두려움에 가득 찬 영국인들은 각지에 흩어져 있던 함대를 끌어모아 영불해협의 제해권을 강화하려 애썼다. 내가 노리던 바였다.
– 일본 날뛰기 좋으라고?
당연하지.
유럽에서 전쟁이 없으니 괜히 일본이 정신줄 붙들고 ‘헤헤 우린 평화가 좋습니다’ 같은 어이없는 소릴 할지도 모르잖아. 한 척의 배라도 더 아시아 방면에서 영불해협으로 붙잡아줘야 파워 밸런스가 맞지.
프랑스와 네덜란드도 상태는 비슷비슷. 포로가 된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갈지 몰라도, 그들이 들고 있던 장비는 전부 우리가 꺼억했다.
일본이 전쟁을 일으켜야 이 물자 전부 웃돈 받고 원주인에게 팔아먹을 수 있다. 미국인들에겐 우리가 개발한 무기 라이센스 받고 팔아먹으면 되고. 캬. 이게 창조경제지.
카이저 빌헬름을 통한 군부 대숙청이 무르익기까진 아직 한두 해 정도 시간이 남았으니, 그동안 유럽의 남은 국가들을 하나씩 무릎 꿇리면 된다.
“다들 프라하로 집합.”
덴마크, 노르웨이, 헝가리, 유고슬라비아, 그리스, 불가리아.
복종하거나.
내 손에 찢어지거나.
이제 더 이상 유럽에 나를 거역할 놈은 남겨두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