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188)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188화(188/246)
188화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 (5)
“총통 각하! 각하께서 이토록 탁월한 군재를 가지셨을 줄 그 누가 알았겠습니까? 마침내 유럽이 하나가 되었습니다. 로마가 멸망한 이래 최초로 있던 일, 나폴레옹조차 해내지 못한 대업입니다!”
괴링도, 브라우히치도, 리벤트로프도 아니다.
내 앞에 플립폰처럼 냅다 허리를 접어대며 저 부끄러운 멘트를 치는 이는 바로 체코슬로바키아의 베네시였다.
“국가원수에 불과한 제가 군무를 뭐 얼마나 잘 알아서 이만한 위업을 이루어냈겠습니까? 불의를 미워하고 자유와 정의를 사랑하는 전 세계 민족들의 힘이 아우러진 결과물입니다.”
“바로 그 전 세계 민족들의 힘이 결집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로젠바움이라는 태양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베네시··· 맞지? 혹시 미래 귀신에게 몸이라도 빼앗긴 거 아니지? 왜 눈에 습기가 맺히고 계십니까?
그는 커피가 식어 리필을 몇 번씩 할 시간이 지나도록 나를 향한 찬사와 아첨을 그치지 않았고, 나는 최대한 정중하고 부드럽게 이걸 일일이 다 받아줘야만 했다.
– 정말로 존경심이 마구 샘솟아서 저럴까?
당연히 아니지.
나는 슬슬 체코의 지도자가 가장 듣고 싶어 하지만 차마 내게 물어볼 수 없는 이야기를 먼저 꺼내주기로 했다.
“-그러니 바야흐로 로젠바움주의의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이 궁벽한 체코 땅에서조차 각하의 위대한 업적을 모르는 이가 없으니 말 다 했지요. 전 국민이 거리로 뛰쳐나와 로젠바움주의가 만들어낸 대업을 칭송하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총통 각하께서 로마의 영광을 재건하셨으니, 이제 모두가 각하께서 영단을 내리시기만을-”
“유감스럽지만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베네시가 왜 굳이 로마의 영광 같은 이야길 했을까.
– 무솔리니처럼 거꾸로 매달리라는 소망 아닐까.
멍청아. 우리 지구에선 안 매달렸어.
– 아, 그랬지.
말에도 뼈가 있다고 그러던가.
이제 뼈가 있는 걸 알았으니 발라낼 시간이다.
“민족혁명주의는 무식하게 모두를 찍어누르는 이념이 아닙니다. 굳이 따지자면 바이마르의 파국 속에서 민주주의의 폐단을 고쳐보려던 몸부림의 일환이지요.”
“과연!”
무릎을 탁 치며 깨달음을 얻었다는 저 제스처 좀 보라. 누가 보면 진짜 민족혁명에 심취한 광신도 상대하는 줄 알겠다.
“나는 민주정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전제군주제의 폐해는 우리 모두 동의하고 있고, 국민이 선출한 대표가 국가를 통치해야 한다는 데에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바이마르가 어땠습니까? 무수한 정당들이 난립했고, 그 정당들은 옛날 봉건 영주들처럼 제각기 유권자를 붙들고 있었습니다. 정권을 얻기 위한 야합만이 횡행했고, 아무리 선거를 계속해도 새로이 대권을 거머쥔 정당은 정책을 추진할 힘이 없었습니다. 연정에 참여한 타 정당의 눈치를 봐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부 다하우에 처넣고 매달았습니까?’라는 베네시의 마음의 소리가 들리는 듯하지만 환청이 틀림없다.
– 네 양심의 소리 같은데.
무슨 소리야. 난 걔들 다 조져버린 데 한 점 후회도 없다고.
까먹었을까 봐 굳이 상기시켜 주자면, 민족혁명당은 바이마르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단독 과반을 확보한 정당이다. 국민이 원했기에 내가 집도에 나섰다고.
– 예예. 그러시군요, 닥터 로젠바움.
“결론만 말해, 저는 체코슬로바키아가 민족혁명당 일당 지도 체제로 이행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전혀 동의하지 않습니다.”
“각하의 정견을 조금 더 들을 영광을 주실는지요?”
“독일과 달리 체코는 다민족 국가입니다. 서로 다른 민족 간의 갈등을 의회 내에서 원활히 해결하려면 아무래도 여러 정당이 있는 편이 낫겠지요.”
“과연! 각하의 혜안에 실로 전율마저 느껴집니다.”
이 새끼 어째 맥이는 거 같은데.
– 진정해, 잔다르칸. 아무리 너라 해도 베네시에게 <다하우>의 권능을 쓰면 위험해!
아 씨. 이딴 저질스러운 소리에 웃어버릴 뻔했네.
나는 애써 표정을 관리하며 다시 베네시에게 집중했다.
“무엇보다도, 이제 외부의 위협이 정리되었으니 독일의 정치 체제에 손질을 좀 해볼 생각입니다.”
“저희가 무엇을 도와드리면 되겠습니까. 충분한 ‘성의’를 보이면 될지요?”
“아니오, 괜찮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각하. 어떠한 뒤탈도 일어나지 않게 성의를 보내드릴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불어 체코 명의의 지지 선언은 어떻습니까? 제가 베를린으로 직접 가서 독일에 대한 막대한 투자를 약속하고, 언론에 슬쩍 총통직은 당연히 종신직이어야 한다고-”
“네?”
“예?”
베네시와 나는 잠깐 서로 눈만 끔뻑댔다.
– 성의?
맛 좋은 사과랑 굴비 상자 이야기잖아. 이런 건 기본상식이라고.
잠시 정신을 추스른 뒤, 나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것부터 확실히 해두죠. 저는 종신직 개헌을 추진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설마 물러나겠단 뜻은 아니시지요?”
“언젠간 물러나야지요.”
이번에야말로 애써 진심인 척 위장하던 칭송의 가면에 아주 살짝이나마 금이 갔다. 내가 죽을 때까지 해먹으리라는 걸 상수로 본 건가? 조금 섭섭한데.
지난 1934년, 최후의 반란을 찍어누르고 성립시킨 독일민족혁명공화국.
놀랍게도 총통이란 자리엔 정해진 임기가 없다.
실은 <총통>이라는 정식 직책조차 없다.
어디까지나 <대통령 겸 총리 겸 국가 유일 정당 민족혁명당 당수 겸 독일민족혁명군 최고사령관>을 일일이 부르기도 뭣하고 최고존엄으로서의 품격이 필요했기에 총통이라는 단어를 썼을 뿐이다.
그러면 나는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국가를 통치하고 있는가?
1932년 대통령 선거를 통해 당선된 대통령.
그리고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된 ‘이번 대통령은 임기 중 총리를 겸직한다’라는 내용의 국민투표.
물론 헌법도 마음대로 고칠 수 있는 압도적 권력을 손에 넣은 만큼, <독일은 종신직 임기의 총통이 다스린다>라고 써넣으면 끝이다.
하지만 그건 너무··· 찌질하잖아? 이러면 그냥 세습만 못 하는 전제군주잖아?
내가 다른 병신 같은 독재자들보다 우월한 이유는 바로 국민들의 압도적 지지로 당선되었다는 데 있는데, 내 프리미엄을 저딴 병신놀음에 소모하기엔 아깝지 않은가.
내가 34년 바이마르를 무너뜨리고 바꾼 건 딱 하나뿐이다.
<대통령은 국가 비상 사태를 선언할 수 있다.>
<국가 비상 사태가 종료될 때까지 대통령 임기는 무기한 연장된다. 대통령은 의회의 동의를 얻어 이 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
그렇다.
원래라면 1939년 연초에는 선거를 치러야 한다.
하지만 39년에 무슨 일이 있었던가?
– 폴란드. 그리고 전쟁.
그렇지.
그 누구도 지금이 국가의 위기임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었다. 내 임기는 엿가락처럼 늘어났다.
“이제 평화가 돌아왔습니다. 세계민족해방기구와 프라하 조약기구가 발족하면 저는 비상 사태의 종료를 선언할 겁니다.”
“각하. 외국인인 제가 이런 말씀 드리긴 조금 그렇지만, 아직 독일의 패권 체제는 반석 위에 올라간 것이 아닙니다. 여기서 손을 놓으시는 건 너무 위험해 보입니다.”
역시 베네시도 한가락 하는 정치인이다. 순식간에 냉정을 되찾다니. 독일이 요상해지면 체코도 난리가 날 테니 당연한 일일지도.
“그 부분에 관해서는 생각해 둔 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참으로 다행인 일입니다.”
“그래서 말입니다만, 혹시 선제후가 될 생각 있습니까? 독일의 지도자를 선출할 투표권을 좀 나눠드릴까 하는데.”
이번에야말로 베네시는 완전히 포커페이스를 잃고 당황해 버렸다.
솔직히 재밌었다.
***
체코슬로바키아는 독립국으로 오롯이 남아 있어야 한다.
체코슬로바키아는 독일의 영향력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
이 오묘한 두 가지 명제를 동시에 성립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체코의 ‘특수성’을 부각시키는 것이다.
– 그냥 민족혁명주의로 체제 바꾸라고 하면 되지 않아?
그건 좀 섹시하지 못하네요.
적어도 독일의 체제와 비교할만한 대조군 하나쯤 남겨 놓는 일이 나쁠 것 같진 않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니까.
이제 본격적으로 각국 정상들이 하나둘 도착하고 있었다.
“두체! 두체께서는 오랫동안 로젠바움 총통과는 악연으로 이어진 관계 아니셨습니까?”
“그게 무슨 소리요? 비록 이탈리아의 국익을 위해 독일과 각을 세우긴 했으나, 나는 언제나 태양과도 같이 찬란한 빛을 내뿜는 로젠바움 총통을 남몰래 흠모하고 있었소.”
“아니, 그럴 수가! 그동안 총통을 비하하고 조롱하던 그 모든 발언들은 그럼 무엇입니까?”
“나는 총통을 언제나 숭배하고 있었소. 이제서야 당신들이 내 진심을 목격해버린 것뿐!”
내 졸개가 되겠다고 맹세한 무솔리니는 이제 마음속 최후의 무언가마저 팔아치웠는지 시원시원하게 되도 않은 개소리를 지껄이며 자신이 독일의 벗이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총통 각하! 각하의 은혜 덕택에 우리 스페인이 비로소 볼셰비키의 마수에서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뵙게 되는군요, 카우디요(Caudillo) 프랑코.”
“새롭게 거듭날 스페인은 당연히 로젠바움주의 국가가 될 것입니다. 앞으로도 부디 지도편달을 아끼지 말아주십시오!”
“그대는 국가를 파괴하려던 내란 음모자들로부터 이미 조국을 구했습니다. 귀하께서는 잘할 수 있을 겁니다.”
스페인의 인간백정 프란시스코 프랑코.
포르투갈의 개돼지 마스터 올리베이라 살라자르.
아직까지는 명목상 국가 지도자인 오스트리아의 슈슈니크.
체코 다음가는 번국, 리투아니아의 총통 스메토나 등등.
어쩜 이리도 훌륭한 인간들만 모였는지, 참 보기만 해도 가슴이 따뜻해질 것만 같았다.
“총통 각하!”
“아, 섭정님이시군요.”
헝가리의 독재자 호르티 미클로시. 왕이 없는 나라의 섭정이자 바다 없는 나라의 해군 제독이라는 참으로 기이한 타이틀의 소유자였다.
“헝가리 왕국은 독일과 마찬가지로 1919년 이후 끔찍한 시절을 보내 왔습니다. 이제 저희의 고난과 설움에 공감해 줄 수 있는 국가가 마침내 모든 걸 바로잡았으니, 헝가리는 오직 독일을 따르며-”
“크흠. 독일의 친구인 우리 리투아니아가 피 흘리며 독일의 적에 함께 맞서고 있을 때, 그 서럽다던 헝가리는 어디서 뭘 하고 있었는지?”
“이웃집에 힘깨나 쓰는 분이 있어서 말이지요, 그분 눈치를 보다 보니 옳은 길에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스메토나가 재빨리 나서서 자신의 밥그릇을 수호하려 하자, 호르티는 순식간에 헝가리의 중립은 사실 다 무솔리니 때문이었다며 날아오는 칼날을 이화접목의 술수로 두체에게 날려보냈다. 실로 가슴 웅장해지는 대결이었다.
– 다들 눈도장 좀 찍고 싶어서 안달이 났군.
당연한 거 아냐.
<프라하 조약기구>는 이제 독일의 시대가 왔음을 상징하는 동시에, 천하무적 독일군의 아이언 펀치를 사방으로 날려대기 위한 명분이다. 처맞기 싫으면 발발 기기라도 해야지. 안 그래?
새로운 조약기구의 출범을 알리는 이런저런 공식 행사가 펼쳐지고, 조약의 대강이 공개되었으며, 참여국은 자국군 중 일부를 떼내어 <프라하 조약군>을 편성하는 데 합의했다.
그리고 프라하 조약군 총사령관은 당연히 독일의 몫. 실질적으로는 독일이 타국군을 거느리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그리고 나는 기껏 새롭게 벼린 이 명검을 그대로 칼집에 집어 넣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호르티 섭정께서 하신 말씀과 같이, 제국주의자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유럽의 평화를 파괴하고 세계 곳곳에 혼란과 증오를 불어넣었습니다. 우리 프라하 조약기구는 마땅히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이 과오를 바로잡아야 할 사명이 있습니다.”
“옳소!”
“총통 각하의 의견에 찬동합니다!”
음. 코러스 좋고.
프랑스의 페탱은 아직 국내의 역적들을 때려잡고 국가를 장악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괜히 조약에 초빙했다간 그에게 정치적 부담만 될 판이니 패스.
정반대의 이유에서 핀란드 또한 배제되었다.
소련과의 전쟁이 예고된 이상, 핀란드는 ‘조약기구의 도움을 받지 못한 국가가 어떻게 뭉개지느냐’라는 예시로 박제되어야만 한다.
독일은 핀란드의 실질적 통치자 만네르하임이 사임하고 민족혁명주의자들에게 정권을 이양하면 조약기구 옵저버 자리를 내주겠다고 제안했고··· 당연히 거절당했다. 그래, 너희 버려진 거 맞아.
그럼 도대체 누굴 팰 것이냐?
답은 이미 나와 있었다.
“저들의 과오를 회고해 보자면, 저 끔찍한 1914년의 대전쟁을 일으킨 자들이 벌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누구보다 풍성한 선물 꾸러미를 받았기 때문에 세상의 도덕이 땅바닥에 떨어지고 모든 국가가 오직 탐욕과 이익만을 위해 움직이는 세상이 와버렸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정의를 위해 뭉친 우리 조약기구가 어찌 이를 좌시하고 있겠습니까? 어찌 이를 돌이키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저마다 크고 작은 국가를 다스리는 인간들인 만큼 피 냄새에 반응하지 않는 이는 없었다.
독일의 위세에 호가호위하며 타국을 정벌할 절호의 찬스.
“유고슬라비아 왕가는 발칸의 거대한 땅을 다스리고 있으나, 그들의 찬란한 왕실 문장(紋章)에는 프란츠 페르디난트의 피가 묻어 있음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세르비아인들은 천인공노할 전쟁을 일으켰음에도 몬테네그로,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마케도니아 등 무수한 민족들을 짓밟고 자신들만의 탐욕을 취하고 있습니다.
민족혁명주의에 의거해, 유고슬라비아라는 국가의 이름으로 착취당하고 있는 모든 민족들에게는 자유가 필요합니다! 우리 조약기구는 이들을 위해 싸워야만 합니다!”
유고슬라비아라는 국가를 해체하고 모든 민족에게 독립을 허용할 것.
혹은 모든 민족이 평등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왕정을 폐지하고 체코와 유사한 다당제 민주정을 채택할 것.
유고는 최후통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