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189)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189화(189/246)
189화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 (6)
유고슬라비아라는 이름을 풀이하면 <남슬라브인의 땅>이란 뜻.
어째서 어쌔신의 나라 세르비아 왕국이 갑자기 유고슬라비아로 뻥튀기되었는지 의아할 수도 있겠지만, 답은 간단하다.
발칸 일대에도 <여러 슬라브 민족이 하나 되어 구성된 나라가 있어야만 한다>라는 민족주의자들이 있었고, 이들은 세르비아가 바로 그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았다.
독일 통일? 프로이센이 주도했다.
이탈리아 통일? 사르데냐 왕국이 주도했다.
따라서 세르비아 주도하에 여러 발칸 슬라브 민족이 동등하고 평등한 권리를 얻는 나라를 만든다는 것은 이들 슬라브 민족주의자들에게 가장 현실성 있는 대안이었다. 당연히 세르비아 또한 땅이 늘어날 수 있다는데 이를 거절하지 않았고.
그리고.
이들의 원대한 꿈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왕가는 철권 독재를 휘두르고 있었고, 세르비아계를 제외한 거의 모든 민족들은 이 나라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
의회는 허수아비가 되었고, 헌법에는 비밀투표를 할 권리가 삭제되었다. 투표소에 가면 공무원과 군인들이 나와 이 사람이 여당에 도장을 찍나 안 찍나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유고는 지역강국인 것처럼 보였다.
발칸 국가들의 경이로운 동원 능력과 악착같은 저항정신은 이미 대전쟁 때 선보여진 바 있었고, 그때보다 몇 배로 땅덩이가 늘어난 유고는 100만 대군을 동원할 능력이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러니까 패야 한다.
허우대만 멀쩡한 속 빈 강정인데 남들은 전부 강자라고 생각하고 있다니. 이거 순 날먹 아닌가.
우리의 정의구현을 위한 최후통첩을 접수한 유고슬라비아는.
“살려만 주시면 뭐든지 다 하겠습니다.”
“······.”
– 뭐, 이게 정상이겠지.
그대로 대가리를 박았다.
“뭐든지라면 말한 대로-”
“왕가의 망명을 허용해주신다면 즉시 국가의 통치권을 의회로 이양하고 두 번 다시 이 땅에 돌아오지 않겠다고 합니다.”
섭정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왕 행세를 하는 어린 왕.
폭발하기 직전의 분노로 넘실대는 국민들.
곳곳에서 활개를 치는 비-세르비아계 민족주의자.
이 상황에서 승산 없는 전쟁을 택할 미치광이는 그렇게 많지 않다.
안 봐도 뻔하다. 군부부터 시작해서 모두가 ‘님만 꺼져주시면 된다는데 그냥 떠나주면 안 될까?’라고 총을 매만지며 네고시에이션을 진행했겠지.
– 철권 펀치 날려서 기강 한번 잡아보겠다던 원래의 플랜은 그럼 폐기하나?
푸하핫.
그럴 리가.
어차피 지금은 겨울이다. 저 험준한 산동네에 탱크 끌고 가기 좋은 철은 아니라고.
몇 달이나 몇 년쯤?
지켜보고 있으면 어차피 저긴 개판이 될 게 뻔하다. 한번 기회를 잡은 민족주의자들이 얌전히 유고슬라비아라는 국체에 복종할 거라고 생각하면 너무 순진한 이야기지.
사분오열되어 혼란이 넘실댈 그때.
우리는 <평화유지군>으로서 개입하면 그만이다.
전비도 희생도 훨씬 적고, 얻을 것은 압도적으로 많다.
생각만 해도 달달하다.
***
성탄절을 코앞에 둔 12월의 한 주말.
유럽의 패권 국가, 자랑스러운 나라 독일의 시민들은 안락의자에 몸을 기댄 채 라디오나 TV 앞에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소련이 핀란드를 침공했다더군.”
“역시 빨갱이들은 정말 무자비하단 말이지.”
“우리 같은 올바른 나라가 다른 나라들을 지켜줘야만 이 평화가 유지될 수 있다고 했어요!”
“그래. 학교 수업도 잘 듣고 있나 보구나.”
총통의 중대 발표 예고.
도대체 이번엔 또 어떤 선물 꾸러미를 들고 온 걸까? 프라하까지 다녀왔으면 로마 부활이라도 선언하겠단 건가?
지긋지긋하던 전쟁이 모두 끝났다.
독일인들의 뇌와 멘탈을 갉아먹던 ‘우리는 외세로부터 공격받고 있어!’ 피해망상증후군이 마침내 완치되었다.
이제 독일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독일인은 그 어떠한 위기도 헤쳐나갈 수 있다!
세계 고금을 뒤져봐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위대한 지도자, 아르민 로젠바움과 함께하는 한 그들에겐 오직 영광스러운 내일만이 가득하리!
라디오에서 웅장한 국가가 연주되자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국기에 대한 충성 맹세를 낭독했고, 다시금 자리에 착석해 조용히 로젠바움의 목소리가 들리기만을 기다리길 몇 분.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즐거운 주말 되고 계십니까? 아르민 로젠바움입니다.]마침내 경애하는 영도자께서 연설을 시작했다.
[저는 1932년 대통령 선거 당시, 그리고 뒤이은 총선과 국민투표 때 국민 여러분 앞에서 약속했습니다. 끝없이 반복되는 내란과 정쟁, 외세의 개입을 물리치고 여러분들에게 행복한 하루를 돌려드리겠노라고.이제 그 약속은 모두 이행되었습니다. 저 아르민 로젠바움은 약속을 지켰습니다.
본래라면 올해 초, 대통령으로서의 제 임기는 종료되어야 했으나 전쟁이라는 긴급 상황을 맞아 부득이하게 저는 이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독일을 위협할 나라는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따라서, 저는 올해 12월 31일을 마지막으로 국가 비상 사태의 종료를 예고하겠습니다. 대통령으로서 저의 임기는 내년 중순에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각하께서 물러나겠다고 하신 건가요?”
“아니지. 이번 임기가 끝이란 거지. 당연히 재출마하셔서 당선돼야지.”
“그럼그럼.”
시민들은 동요하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전 유럽을 정복한 지도자가 재선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니까.
[미증유의 국난을 극복하기 위해, 독일민족혁명당의 당수였던 저는 대통령과 총리를 겸해 국가의 통일성을 꾀하고 아울러 군 최고사령관 자리까지 맡았습니다.그러나 이는 옳지 않은 일입니다.
위기에 처한 국가를 이끌기 위해 부득이한 차선책을 골랐을 뿐, 이토록 한 사람에게 권력이 독점되어 있으면 그 결과가 좋지 못하다는 것은 역사가 알려주는 자명한 사실입니다.
다음 선거에서는 이 비상시국을 위한 임시적 체제를 끝내고 독일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정치체제를 정립하도록 조만간 국민투표를 거행할 예정입니다.]
무언가.
무언가 어조가 미묘했다.
하지만 아직 아무것도 밝혀진 바가 없으니, 집이며 펍 같은 곳에 옹기종기 모여 있던 시민들은 잠자코 다음 이야기만을 기다려야만 했다.
[독일민족혁명군 최고사령관 직책은 폐지됩니다.새로이 개정될 헌법에서는 총리의 권한 대부분을 7년 임기의 대통령에게 집중하여, 강력한 힘을 가진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정국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선거를 통해 당선된 행정부의 수장 대통령은 당적(黨籍)을 가질 수 없도록 하여, 당과 행정부의 권한이 한 사람에게 독점되는 것을 막도록 하겠습니다.
바이마르 공화국과 같은 중우정치의 폐단을 막기 위해, 대통령을 선출할 권한은 새로이 설립될 가칭 <민족혁명주체회의> 대의원단이 갖도록 할 예정입니다.
민족혁명주체회의 대의원단은 각 직능별 대표, 사회의 명망가, 지식인, 지역 대표, 그리고 나아가 세계 각국의 민족혁명주의자들을 초빙하여 구성될 것입니다.
다가올 첫 선거에서는 우리의 맹우이자 민족혁명주의에 대한 깊은 이해도가 있다고 확인된 체코, 리투아니아, 이스라엘 민족혁명당에서만 대의원단을 보내겠지만, 앞으로는 중화민국,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고 <민족해방기구>를 통해 독립을 보장받을 세계 각국의 모든 민족혁명당에서 대의원을 선발하여 이곳 베를린으로 모일 것입니다.]
“독일 대통령을 뽑는데 외국인들도 투표를 한다고?”
“그게 아니지. 우리가 이제 세계를 다스리는 입장이니 외국이라고 해도 우리 이념에 따른다면 그만큼 대우를 해준다 이런 거지.”
“그래서 외국인은 로젠바움 안 뽑겠냐?”
[국민 여러분.우리의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끝나서는 아니 됩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봉건주의를 버리지 못한 핀란드인들은 소련의 침공을 받고 있습니다. 핀란드인들에게 계도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명확하나, 소련이 과연 우리의 친구가 될 수 있을지는 차분히 지켜봐야만 할 일입니다.
나아가 저 머나먼 곳, 제국주의자들이 잿더미로 만든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다시 정의와 민족혁명주의의 이름하에 문명을 재건할 사명 또한 남아 있습니다.
우리가 그들을 돕지 않는다면, 제국주의자들은 다시금 교묘한 술수와 음험한 수단을 동원해 그들을 도로 식민지로 만들 것입니다. 아시아의 쿨리와 아프리카의 자원으로 무기와 탄약을 확보한 그들의 다음 목표는 결국 독일이 될 것입니다.] [저는 현명하고 정의로운 독일인들이, 세계 각지의 맹우들과 함께 힘껏 전진하기를 소망합니다.
그리고 그 역할은, 제가 아닌 새로운 세대의 소임이 되어야 마땅합니다.
내년에 있을 대통령 선거에서, 아무쪼록 훌륭한 인재가 선발되기를 기원합니다. 저는 위대한 건국자 조지 워싱턴의 선례를 따라, 이만 그리운 저의 집으로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민족혁명당 당가가 힘차게 연주되며 연설의 종료를 알렸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대로 얼어붙은 눈사람처럼 꼿꼿이 고정되어 있었다.
그들은 연주가 끝나고 광고 멘트가 흘러나오기 시작한 이후에야 해동되었고.
“로젠바움 총통은 당장 출마를 선언하라!!”
“각하 없이는 독일도 없다!!”
“결 사 옹 위! 즉 시 출 마!!”
“각하! 우리를 버리지 마시옵소서!!”
“끼야아아아악!!”
독일 전역이 불타올랐다.
***
어이, 대머리.
바깥을 좀 봐. 촛불시위보다 더 끝내주는 횃불시위야.
– 뒤질래?
12월 밤의 칼바람에도 불구하고 독일인들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사방에서 시위대가 경찰과 공화국 수비대를 두들겨 팼다는 소식이 접수되었고, ‘감히 각하를 잘 보필하지 못해 은퇴 선언까지 하게 만든’ 민족혁명당 지방당 당사 곳곳이 습격당했다.
아무리 내가 얼굴가죽 두꺼운 새끼라곤 해도 7년짜리 대통령 임기를 2번 해먹으려면 한 번쯤 ‘나 정말 해도 돼?’라고 물어보긴 해야 한다. 여기에 긴급 사태랍시고 늘린 임기도 포함하면 대충 15년을 해먹는 셈.
– 그 주체··· 주체 뭐시기 회의 말이다.
따라해 보세요. <민족혁명주체회의>.
– 그거, 선거는 어디서 하려고?
딱 좋은 데 있잖아. 지난 베를린 올림픽 한다고 지어놓은 거대한 체육관.
– 체육관 선거라니! 대의원단이라니! 너 그러다 대머리가 된다! 전재산을 29마르크만 가진 놈이 되어버린다고!
어허. 불경한지고. 7년 만에 전국에서 제발 좀 꺼지라고 시위 일어난 대머리와 고작 7년만 하고 도망가려 하냐고 시위 일어나는 나랑은 너무 격차가 크지 않느뇨?
기존의 제국의회는 이제 일종의 하원 역할을 맡게 된다. 입법부로서의 역할.
그리고 통일주체국민회의는-
– 잘못 말했다, 멍청아. 너무 속 보이잖아.
민족혁명주체회의는 제국의회가 발의한 법률을 심사하고 대통령을 선출할 권한을 갖는다. 상원 역할인 셈이다.
말이 좋아서 외국인 대의원단이지, 정원의 10에서 20%가량 자리를 주면 어차피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진 못한다.
하지만 외국, 특히나 신생 독립국 입장에선 어떻게 느낄까? 단순한 거수기라고 생각하기엔 굉장히 특수한데?
“형님! 이 아우 얼어 죽겠습니다! 부디 들여보내 주십시오!”
“각하! 불출마 의사를 거두어 주시옵소서!!”
“거두어 주십시오!!”
집 바깥에서 냉동 괴링을 위시한 멤버들의 외침이 들리고 있지만 나는 얼른 외면했다. 그래, 너희들도 고생이 많구나. 권력 유지하는 게 참 보통 일이 아니지?
조금만 더 버텨봐라.
내가 어쩔 수 없이 불출마 의사를 꺾을 만한 빅 이벤트 정도는 있어줘야 나도 추하게 눈물을 흘리면서 딱 한 번만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멘트를 치지.
그 순간.
때르르릉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전화기가 힘껏 덜컥댔다.
“무슨 일인가?”
[각하. 하와이 진주만 해군기지가 공습받고 있습니다. 일본군입니다! 일본군이 선전포고 없이 하와이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지금 바로 회의를 소집하면 되겠습니까?]“당장 그리로 가겠네.”
때가 되었다.
달콤한 전쟁이 새롭게 그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