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19)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 19화(19/246)
보이는 손
독일의 외교가 병신이라는 건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역사를 조금이라도 아는 세상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지만, 동시대인들이 봤을 때는 아직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오히려, 굳이 따지자면.
‘영국, 프랑스, 러시아가 손을 잡고 우리나라를 핍박하고 있다!’
‘게르만족이여, 하나로 뭉치자! 저들의 음해에 넘어가지 말자!’
‘비열한 놈들끼리 암만 뭉친다 한들 게르만의 주먹 한 방이면 원 펀치 쓰리 강냉이!’
‘하아··· 온 세상이 영국이다···.’
– 어쩜 저렇게 북괴랑 하는 짓이 똑같을까.
닥쳐 보세요, 아저씨. 아무리 그래도 독일이 북한이랑 비빌 레벨은 아니지.
아무튼, 독일 제국의 강경한 외교 노선은 대체로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집안이 개판이니 바깥에 나가서 여포짓 하는 것으로 이미지를 벌충하고 있다고 해야 할까.
내가 이런 고민을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귀국 명령이라구요?”
“그렇소.”
나와 오일러는 외교부에서 나왔다는 관료의 말에 신음소리만 낼 뿐이었다.
그동안 우리는 이역만리 만주까지 와서 고객의 만족과 품질 향상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초기 항공기라는 게 워낙 성능이 좀··· 불확실하고, 거기다 조종은 또 엄청나게 어렵기까지 하니, 우리 두 사람은 새로운 파일럿을 교육하는 건 언감생심이고 그저 비전투손실만 나지 않게 비행기를 수리하고 유지보수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우리가 떠나는 순간, 지금 만주의 하늘을 지배하는 플라잉 불곰들은 몇 달 안에 모조리 날아다니다 엔진이 꺼지든 바퀴가 터지든 아무튼 플라잉 케찹으로 전락한다. 내 목을 걸 수도 있다.
“저는 폐하의 명을 받고 이 머나먼 만주까지 왔습니다.”
“그 말도 앞으로는 하지 마시오. 그대는 그대 회사의 이익을 위해 온 것뿐이오.”
“어째서입니까?”
역시 이런 건 굿 캅 배드 캅이지. 나보다 훨씬 나이 많은 오일러가 단칼에 치고 들어가자 관료는 잠시 침묵했다.
“저희가 계속 떠들어대면 어쩔 겁니까. 설마 러시아군 진중에 있는 저희를 압송하실 겁니까?”
“밝힐 수 있는 부분까지 진실을 말해 준다면 조용히 귀국하겠소?”
“들어봐야 알지요.”
“오일러 씨. 진정하세요. 우리는 나라의 은덕으로 회사를 일으켰으니 나라의 명령에 따르는 것이 의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우린 군인이 아닙니다. 아무리 국가라 한들 기업가의 정당한 영리 활동을 제지할 순 없습니다!”
음. 완벽한 티키타카야. 호흡 좋고 박자 좋고.
이 한바탕 부조리극에 휘말린 관료는 뻔히 다 알면서도 결국 순순히 진실을 실토하는 수밖에 없었다.
“영국이 강력히 항의했습니다.”
“빌어먹을 해적 놈들.”
“폐하께서는 대단히 난처한 상황에 처하셨습니다. 영국인들 중 일부는 여러분들의 ‘공중 공격’이 독일군의 참전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우린 절대 군인이-”
“그래서, 그냥 민간인인 척해라. 이해했습니다. 그렇다면 저희는 독일군이 아니라 러시아 의용병이라고 주장하면 되잖습니까?”
나는 최대한 차분하게 설명했다.
1. 우린 그냥 만주 벌판에서 날아다녔을 뿐인데 갑자기 일본군의 공격을 받았다. 깜짝 놀라서 실수로 수류탄을 떨어트렸을 뿐이다.
2. 우린 사실 러시아를 지지하는 의용병이다.
둘 중 하나만 주장해도 영국인들이 빽빽 떼쓰는 건 무시할 수 있지 않는가?
하지만 관료의 대답은 ‘NO’였다.
“전부 설명드릴 수는 없지만, 그 정도로는 현재의 긴장을 해소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들은 즉각 돌아가셔야 합니다.”
“그 말씀은, 정부의 정책 기조 자체가 변했다고 해석해도 되겠습니까?”
“그렇다면 귀국하시겠습니까?”
“아뇨.”
나는 아직도 상황 파악 못 하는 이 가엾고 딱한 공무원을 향해 행복의 스마일을 지어 주었다.
“저희 여분 비행기 두 대가 남는데··· 이거 일본에 좀 팔아도 될까요?”
뭐. 왜. 뭐.
그런 눈으로 보지 말라고.
새 고객님 사귀는 게 뭐가 나빠.
어차피 일제나 독‘일제’국이나 그놈이 그놈인데 뭘.
***
러시아인들과 눈물의 작별 인사를 나누는 시간.
“벌써 돌아가십니까?”
“여러분들은 저희의 모든 노하우를 충분히 습득했습니다. 여러분들이야말로 진정한 하늘의 기사! 유라시아의 하늘은 오직 여러분들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하하하. 아닙니다.”
“다음엔 베를린에서 봅시다! 야만스러운 일본인들을 물리치고 찾아뵙지요!”
인수인계는 당연히 개판이었다.
하지만 이 당시에 체계적인 매뉴얼이란 건 존재하지 않았고, 러시아군엔 기계공학을 숙지한 정비병도 딱히 없었다. 어딘가 찾아보면 있긴 하겠지만, 적어도 항공기 전용으로 차출할 만큼의 여유는 없었다.
뻔히 예정된 미래에서 눈을 감은 채, 우리 두 사람은 훈장을 서훈해주겠다는 러시아군 지휘부의 요청을 몇 번이고 강력히 거부하면서 허겁지겁 칭다오로 되돌아갔다.
그리고 얼마 뒤.
“햣하! 오늘도 창공의 기사가 나가신다!”
“무지몽매한 원숭이들아, 우리는 너희 머리 꼭대기 위에서 노닐고 있다!”
어김없이 일본군을 정찰하기 위해 출격한 러시아 정찰기는 정해진 루틴대로 항공 사진 촬영 작전을 개시했다.
일본군은 여기에 질 수 없다는 듯 또 정해진 시각에 정해진 순서대로 사격을 가했고, 그러면 적당한 때 더 고도를 높여 소총 사격을 피하고 무사히 본대로 귀환하면 되는데.
“저, 저게 뭐지?”
“비행기! 비행기다!!”
“말도 안 돼! 원숭이들이 비행기를 어디서-”
탕! 탕! 타앙!!
한 대의 비행기가 더 나타나더니, 그들을 향해 권총탄 몇 발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도저히 현실을 인정하긴 힘들었지만, 비행기에 그려진 거대한 붉은 점은 저 비행기가 일본군 소속이라는 걸 뚜렷이 보여주고 있었다.
“도, 도망쳐!!”
“히익! 히이익!! 조종이 제대로 안 돼!”
1904년에 이루어진 두 적대 비행기 간의 조우.
카메라를 들고 이륙한 러시아 항공기와 달리, 일본군 비행기는 카메라 대신 권총을 들고 올라왔기에 싸움의 승패는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패닉에 빠진 러시아 파일럿은 색다른 선택을 하고 말았다.
와지끈!!
최초의 항공전.
그리고 최초의 항공-교통사고.
<자랑스러운 러시아 남아들, 비무장임에도 용전분투··· 충각 돌격으로 적기와 함께 산화하다>
<황국의 건아, 대분노!! 신풍(神風)을 받고 로스케들에게 용감히 돌진 특공!>
양국군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신들의 파일럿들이 적들을 들이받아 해치워버렸다고 주장했고.
“비행기라는 요물은 사람 잡아먹는 날틀입니다. 저희 능력으로는 도무지 정비를 할 수가 없습니다.”
“이번 주에만 두 대가 고장이 나서 상공에서 추락했습니다.”
“파일럿들은 모두 귀한 집안 도련님들이거나 한 재산 하는 자원자들인데, 이렇게 허무하게 죽어버리면 뒷감당이 어렵습니다.”
“에잉. 그러니까 정찰은 기병으로 하는 게 맞다니까? 저 날틀은 대충 갖다 버려라.”
그렇게 비행기는 만주 상공에서 종적을 감추었다.
하지만.
“귀국하는 대로 군용 항공기 도입을 검토해야 합니다.”
“오직 적기를 제압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군용기가 있어야만 할 겁니다.”
앞날을 보는 이들의 가슴속에서까지 종적을 감추지는 않았다.
하늘은 이제 전장의 일부였다.
***
“돈이다, 돈!!”
“미쳐버렸군. 가엾게도.”
“···선인장에 꽃이 피었군.”
나는 내 정신건강을 염려해 주는 오일러의 시선을 피해 아무 소리나 주워섬기며 회계 장부를 매만졌다.
갑작스러운 마약상 잉글랜드의 개입으로 내 만주에서의 장사가 쫑나버리나 했지만, 모름지기 훌륭한 사업가는 도전과 응전을 통해 성장하는 법.
칭다오로 돌아온 우리는 창고에 있던 예비기 두 대를 ‘이 전쟁에서 엄정 중립을 지키기로 한’ 영국에게, 그것도 저어어얼대 영국군이 아닌 어떤 돈 많은 영국 신사에게 팔아치웠고, 그 영국 신사는 우연히 날틀에 관심이 많은 일본의 졸부에게 웃돈 받고 비행기를 팔았다. 그리고 일본 졸부는 다시 일본 육군에게 팔아치웠다.
이게 바로 보이는 손··· 아니, 보이지 않는 손이다. 가장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재화가 향하는 것. 애덤 스미스 만만세.
“죄송하지만 후임자가 와주실 때까지만 일본에 계셔주셨으면 합니다.”
“대신 내 몫은 확실하게 챙겨줘야 하네.”
“물론이지요. 본국에 돌아가는 대로 사람 뽑아서 보내드리겠습니다.”
이렇게 밀수를 통해 비행기의 맛을 봐버린 일본 육군은, ‘우연히’ 칭다오에 세계 최초로 비행기를 발명한 사람 아르민 로젠바움이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버렸다!
가장 먼저 이들 잽스는 분개해서 자신들의 머리 위에 폭탄을 떨어트린 이 독일인을 비열하게 습격하려고 했지만, 로젠바움은 이들에게 문명인의 도리와 기독교 윤리를 설파해 그들의 분노를 잠재웠다.
‘당신네들이 러시아군에 비행기를 팔아먹은 것으로도 모자라 그 두 손으로 직접 우리 군인들 머리 위에 폭탄을 던진 게 맞습니까?’
‘독일인만 두 사람이 타고 러시아와는 아무 관련 없던 비행기에 사격을 갈긴 건 당신네 일본군 아닙니까? 우린 깜짝 놀라서 도망치려 했는데, 실수로 폭탄을 떨어트렸습니다.’
‘뭐, 사소한 건 넘어갑시다. 그보다 혹시 비행기 공장을 짓고 제대로 납품해보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후하게 가격 쳐드리겠습니다.’
꺼어어억. 이건 못 참지.
잽스 특가 적용해서 시세의 3배쯤 후려쳤지만 그들은 실실 웃으며 얼른 도장을 찍었다. 많이 많이 사가시오.
우리는 일본 해군의 경호를 받으며 열도로 향했고, 그곳에서 공장 부지 선정과 현지 인력 채용까지 싹 끝낸 후 다시 나만 독일로 향하게 됐다. 얻을 건 아주 알차게 얻고 돈까지 쫙 빨아먹은 행복한 출장이었다. 내 가방에 금괴가 대체 몇 개냐. 금괴가 증식하고 있다고!
그리하여 내가 베를린에서 에르나와 다시 뜨거운 포옹을 나누고, 그리운 나의 스윗 홈으로 돌아와 백작의 그레코로만 레슬링에 목이 졸릴 무렵.
나는 다시 한번 독일 제국이 얼마나 병신같은 나라인지 몸으로 체감하게 되었다.
“영국과 전쟁이 터질지도 몰라.”
“러시아가? 영국이랑요?”
“아니. 우리나라!”
시발.
이건 또 무슨 소리래. 범석이 형, 아는 거 없어요?
– 나도 모르는데. 지금 영국과 독일이 전쟁이 났으면 1차 대전이라는 게 존재했겠어?
벌써 미래가 바뀐 건가, 아니면 원 역사에선 전쟁이 날 뻔했지만 유야무야 넘어간 건가.
등에 식은땀이 샘솟는 걸 애써 무시하며 나는 직원들이 스크랩해 놓은 기사와 각종 자료들을 확인했다.
“이미 한 번 전쟁 위기가 있었어. 대관절 본국의 높으신 분들은 무슨 생각으로 움직이는지 모르겠단 말이지.”
“뭐어··· 그래도 다 나랏일하는 분들이니 다 생각이 있어서 한 일 아닐까요?”
“전쟁이 날지도 모른다니까? 영국이랑? 나라 망할 일 있나!!”
“혹시 저 때문은 아니겠죠?”
“자네 건도 약간 영향이 있긴 하지.”
· 일본 해군에게서 도망친 러시아 함대를 슬그머니 독일 식민지에 받아주고 보호해줌.
· 어디서 전쟁이 터지면 유럽의 제3국은 의례적으로 ‘우린 중립임 누구 편도 안 들게요’라고 선언하는데, 독일은 이 선언을 의도적으로 하지 않음.
· 독일의 거대기업 HAPAG(함부르크-아메리칸 해운사)가 저 멀리 만주로 향하고 있는 러시아 발트함대에 보급할 석탄 34만 톤을 공급하기로 계약하고 실제로 보급해줌.
· 그 러시아 발트함대가 영국 민간인 배를 격침시킴.
“이게 뭔 소리랍니까?”
“뭐긴 뭐야. 주가 떨어지는 소리지.”
“실례합니다. 로젠바움 씨, 황제 폐하께서 찾으십니다!”
그래. 카이저는 제정신일 거야. 제정신이라고 믿는다고.
“일본인 슬레이어 로젠바움! 잘 돌아왔네!! 게르만의 기상을 보여준 용사여!!”
응.
제정신 아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