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191)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191화(191/246)
191화 길 건너 친구들 (2)
독일민족혁명공화국.
다하우.
<다하우>라고 하면 당연히 지방 또는 도시를 일컫는 말이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독일이란 나라에서 대개 앞뒤 수식어 없이 다하우라고만 하면 <다하우 제1 격리수용소>를 의미할 확률이 90% 이상이다.
놀랍게도 다하우 수용소는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점만 제외하면 굉장히 괜찮은 삶의 질을 보장하고 있다.
‘밖으로 나갈 자유만 빼고 모든 걸 허용하시오.’
‘반역자들에게 어째서 그런 호사를 누리게 해줘야 합니까? 가장 끔찍한 탄광 지하에 처박고 하루 18시간 노동을 시켜도 저놈들의 죄를 감하기엔 모자라지 않겠습니까?’
‘탄광에서 끔찍한 세월을 보내다 풀려나면 그들 사이에선 그게 곧 훈장이자 투쟁경력이 되겠지만, 호의호식하다 나오면 누가 그걸 투쟁이라고 생각할까요? 나는 우리 시민들이 저놈들에게 들어가는 세금이 아까우니 전부 사형시키라고 외치길 원합니다. 시민들의 분노를 우리 정부가 막아주고, 저들을 보호해주는 그림이 나오면 아주 멋지지 않겠습니까.’
그 저의는 참으로 악랄했지만, 적어도 인권이 지켜지고 있다는 것 하나는 확실했다.
수용소는 통상적인 감옥 구조 대신 1960년대 미국의 교외 주택단지와 유사한 형태로 지어졌다. 수감자들은 소형 ‘집’ 한 채씩을 분양받아 그곳에서 가택연금과 유사한 방식으로 생활했다.
요리용 도구는 흉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제공되지 않았지만 그 대신 삼시세끼를 정해진 시간에 각 집으로 배달해 주었고, 여가 시간엔 산책이나 운동 따위를 할 수도 있었다. 집에는 라디오와 TV가 비치되었고 신문 구독, 서적 반입 또한 허용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수감자들이 총통과 민족혁명당의 은혜에 감읍해하는 일은 없었다.
“나를 감옥에 가둬라!”
“지랄 좀 하지 마시오.”
“패배자가 이토록 호의호식하다니, 국가와 민족에 누가 되지 않는가! 나를 좁아터진 감방에 가두란 말이다!”
본인이 중세시대에 사는 줄 착각하는 무리에서부터.
“이 비열한 놈들. 사람을 영원히 수용소에 처박은 주제에 와인과 스테이크 좀 내준다고 호의호식이 되나?”
“당신들이 영양실조로 죽어버리면 나라에 민폐가 되기 때문이오. 헛소리 말고 그냥 드시오.”
“로젠바움은··· 정말 자비가 없군. 정말로.”
그 의도를 꿰뚫어 보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들까지.
그리고 그들은 나날이 약해져갔다.
신문과 잡지, 각종 뉴스 보도는 그들이 단 한 번도 상상해본 적 없는 새로운 세상에 대해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부활하는 독일! 실업률 대폭 하락!] [독일-체코 자유무역협정 체결!] [각국 지도자들과 회담하시는 경애하는 로젠바움 각하] [올림픽 개막 – 전 세계, 베를린에서 하나가 되다]상상도 하지 못했다.
무수한 외교전에서 차근차근 크고작은 승리를 쌓으며 점점 세를 키워나가던 독일.
“이런 모험주의적 전략에 미래가 있나?”
“세계민족혁명? 이게 말이 되나?”
“이런 짓을 했다간 영국과 프랑스가 가만히 있지 못해. 로젠바움은 이 나라를 전쟁의 소용돌이로 밀어넣고 있어!”
그리고.
[승리!! 오직 승리!!] [로젠바움 총통 각하의 영도하에 우리는 전진한다!!] [이탈리아군 대패! 침략군 전멸!] [총통 각하를 위해 봉기한 오스트리아!] [연합군, 독일의 대포위망에 붙잡힌 쥐 신세가 되다!] [스당의 재래! 멸망만을 앞둔 프랑스!] [영국 본토함대 궤멸하다! 신의 심판을 받은 영국 해군!]기적이 일어났다.
독일은 세 열강을 상대로 한 달 만에 승리를 거두었고, 로젠바움은 신이 되었다.
혹시 괴벨스 그 간악한 놈이 가짜 언론을 보내주는 건 아닐까?
혹시 이곳에 갇혀 있는 이들을 위해 거짓말만 늘어놓고 있는 것은 아닐까?
“으아아아!!”
“독일 만세!! 총통 각하 만세!!”
하지만 수용소의 간수들이 그야말로 숨이 넘어갈 듯 총통 찬양을 늘어놓는 것을 볼 때, 결코 거짓 같지는 않았다.
그들이 이곳 수용소에서 세월을 보내는 사이.
독일은 모든 적들을 단칼에 분쇄해버리고 유럽의 패왕으로 등극해버렸다.
그들이 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들은 이곳에 격리되어 있었고, 독일은 승승장구했다.
***
다하우 수용소에도 노역이 있다.
악랄한 간수가 무자비하게 채찍질하며 어서 광산을 캐라는 식은 당연히 아니고, 대개는 소소한 일감에 불과했다. 편지봉투를 만든다거나, 정권의 프로파간다 포스터나 연하장 따위를 만들거나, 재소자들을 위한 취사 보조로 투입된다거나, 목수 일을 한다거나 등등.
수감되어 집안에 처박혀 있어야만 하는 이들 재소자들에게 노역은 한 줄기 빛이었다.
일단 무언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즐겁고, 노역장에선 다른 수감자들과 눈치껏 잡담을 할 수도 있었다. 수용소 측에서는 최대한 수감자들끼리 떠드는 걸 틀어막으려 했지만, 노역 때만큼은 어느 정도 눈감아주기도 했다.
워낙 노역의 인기가 좋았기 때문에, 만약 불미스러운 일을 저지른다면 그 사람은 최소 몇 달은 노역장 근처도 못 갔다. 그만큼 서로 노역을 하고 싶어 안달이었다.
“로젠바움 총통이 옳았던 것··· 아닐까 싶소.”
“카이저 폐하를 다시 모셔온다고 하니 우리가 나라를 위해 떨쳐 일어났던 가장 큰 이유를 그가 스스로 행한 셈이 되었잖소.”
“강력한 독일, 그 누구의 눈치도 볼 일 없는 독일을 만들었는데··· 우리가 군에 계속 남아 로젠바움을 도와줬다면 얼마나 더 독일이 강대해졌겠소?”
“로젠바움이 집권하면 나라가 빨갱이 천지가 될 거라 믿었는데, 공산 혁명도 일어나지 않았고 오히려 빨갱이들을 싹 다 밀어버렸잖소.”
“그가 영걸은 영걸이었소.”
“창공의 지배자가 영걸이 아닐 리가 없지.”
다하우 수용소가 개점한 지도 제법 오랜 시간이 지났다.
살기등등하던 재소자와 간수들의 대립도 시간의 힘과 함께 사그라들었고, 법률까지는 아니지만 이 작은 사회에서의 룰과 질서 또한 자체적으로 정립되었다.
이 암묵적 룰에 따르면 노역장 중 목공소는 융커와 군인 계열들의 차지.
나무 문짝과 새 창틀을 만들던 전직 장성들은 느긋하게 톱과 망치를 매만지며 그렇게 잡담을 떠들어댔다.
한편, 편지봉투를 만드는 노역장은 사민당을 비롯한 정치인 계열이 꽉 잡았다.
이들은 편지봉투 안쪽에 암호를 적어놓는 방식으로 외부와의 비밀 소통 창구를 뚫어놓았고, 수용소 측의 검열이 닿지 않는 날것의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다.
“로젠바움에 대한 지지는 결코 사그라들지 않는다고 합니다.”
“또다시 독일은 초월적인 지도자의 영도로 굴러가게 되었군. 이러면 로젠바움이 물러난 뒤에 얼마나 더 끔찍한 혼란이 찾아올까?”
“독일인들은 정치적 권리를 포기하고 독재자를 섬기는 것에 대단히 만족해하는 모양입니다···.”
“이렇게 손쉬운 승리로 유럽의 패권을 거머쥐었으니 그 후과(後果)를 어떻게 감당합니까? 이제 우리 시민들은 외국과의 대립이 있을 때마다 타협과 외교 대신 손쉬운 전쟁을 부르짖을 게 자명합니다.”
“군바리들이 다시 설칠지도 모르지.”
이들은 그래도 나름대로 폼도 나고 국가에 봉사한다는 느낌도 있는 노역장을 꿰찼다.
하지만 가장 천대받고 공공연히 멸시받는 나치 무리들은 어디에도 낄 수 없었고, 이들은 이른바 똥퍼 – 정화조 청소 같은 작업을 주로 떠맡게 되었다.
“로젠바움 그자가 내 업적을 도둑질해 갔어. 그 유대 종자가 유럽을 유대인에게 팔아치웠다고! 이스라엘이라니! 끔찍하군!”
“어이, 시클그루버 씨. 지랄하지 말고 삽이나 놀려. 씨발, 이 냄새는 도무지 적응이 안 되네.”
“네 이놈! 당수님께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
“씨발, 헤스 저 새낀 아직도 대가리에 충심이 남아 있네. 이제 그만 인정 좀 하고 살자. 히틀러 저 새낀 게르만의 구원자가 아니라 그냥 오스트리아 출신 과대망상 정신병자라고.”
“죽어어엇!!”
“씨발! 내 입에! 입에 들어갔잖아 이 개자식아!!”
나치당 멤버들 중 상당수는 히틀러에 대한 충성을 때려치웠다. 이들은 아직도 주먹다짐을 벌이며 니가 옳았네 내가 옳았네를 따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아아. 재소자 여러분, 식사들 맛있게 하셨습니까.”
드물게도 재소자 전원을 소집한 수용소장 파펜이 마이크에 입을 댔다.
“경애하는 영도자, 독일 민족의 어버이 로젠바움 총통께서는 중대한 결단을 내리셨습니다. 여러분들 중 조국에 충성을 맹세하고 어떠한 정치적 활동도 하지 않겠다고 서약하는 이들에 한해··· 석방해주겠다고 하십니다.”
모든 외세를 격파했다.
이제 너희들은 이 나라와 정권에 위협이 되지 못한다.
석방 제안은 일종의 승리 퍼포먼스이자 세레머니였다.
“로젠바움의 관대함을 칭송하면서 그의 트로피가 되라고? 그냥 난 여기 있겠소.”
“가족들 걱정은 안 하십니까? 당신 때문에 제2수용소에서 하릴없이 시간만 보내는 자식들 인생에 대한 걱정도 좀 하시죠.”
“······.”
“독일에 남아 있어도 되고 망명을 해도 된다고 합니다. 그냥 여기에 서명만 하고 형식적인 충성 맹세만 하십쇼. 나도 이제 좀 쉽시다.”
파펜과 간수들은 끈덕지게 그들을 설득했고.
“꺼져라! 로젠바움에 대한 충성 맹세를 하느니 차라리 목을 매겠다!”
“독일에 민주주의가 찾아오는 그 순간까지 그 어떠한 타협도 없다. 독재자가 베푸는 자유 따위는 내가 거절한다.”
“무릇 대독일의 사나이라면 맹세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 나는 그에게 충성을 다짐할 자신도, 정치에 관여치 않을 자신도 없소. 그러니 아쉽지만 제안은 받아들이지 않겠소.”
극소수의 독기 넘치는 일부를 제외한 절대다수는 모두 석방 절차를 밟게 되었다.
“그냥 나가라고 하십니다.”
“뭐라고?”
“맹세하지 않아도 된답니다. 이제 당신들은 무슨 짓을 해도 시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니 그냥 나가랍니다.”
“하, 하하! 하하하하!!! 로젠바움! 아르민 로젠바움! 이, 이 빌어먹을!”
그리고 그들조차 예외 없이 석방되어 사회로 풀려났다.
“호, 혹시.”
“음?”
“나는? 그 유대 잡종이 나는 풀어준다고 하지 않던가?”
“지랄 마라, 이 조카 강간범아. 너 같은 놈은 여기 다하우에서 영원히 격리되어 있어야 해.”
나치만 빼고.
드넓은 수용소엔 이제 나치들만이 뛰놀았다.
***
인형놀이 시즌2가 시작되었다.
누가 봐도 이제 독일은 정치적 해빙 무드가 진해지고 있다.
정치범들이 수용소에서 풀려났고, 헌정에 의한 통치를 약속했다. 대통령 선거가 예고되었으며, 대통령을 뽑기에 앞서 <민족혁명주체회의> 대의원단 선거가 조만간 시행될 예정이었다.
아주 좋다.
모두가 긴장을 풀고 느슨해지면 공연을 벌이기 딱 좋은 환경이 조성된다.
수용소에서 풀려난 이들 중 똑똑한 몇몇은 곧장 배편을 구해 미국이나 남미 등지로의 이주를 택했지만, 대다수는 독일 잔류를 택했다.
그리고 권력이라는 꿀의 단맛을 기억하는 융커들 거의 대부분은 자연스럽게 탐스러운 호엔촐레른이란 이름의 꽃 주변으로 쏠리고 있었다.
카이저 빌헬름.
그리고 그 자식들.
그들은 연일 손님맞이를 한다고 정신이 없는 듯했다. 행복해하니 뭐 됐다.
카이저는 내 경고대로 자중하고 있었지만, 황태자는 전혀 생각이 다른 모양이었다.
독일민족혁명당에 입당한 그는 무척이나 가파른 속도로 승진에 승진을 거듭하고 있었고, 대의원 선출도 사실상 예정되어 있다.
여론조사는 여기에 기름을 끼얹었다.
[Q. 로젠바움 총통께서 불출마하신다면, 독일의 차기 지도자로는 누가 가장 적격이라고 생각하십니까?1. 헤르만 괴링
2. 콘라드 슈미트
3. 전 황태자 빌헬름
4. 파울 요제프 괴벨스
5. 발터 폰 브라우히치
6. 에리히 레더 ···. ]
아주 자연스럽게, 황태자와 군부 인사들의 이름이 민족혁명당 최고 권력자들과 함께 언급되었다. 그나저나 괴벨스 이 새낀 말도 안 했는데 은근슬쩍 지 이름 넣은 것 좀 보게.
누가 말했던가? 표를 세는 자가 권력을 갖고 있다고.
실제 조사 결과와는 다르지만, 우리는 고의로 황태자 빌헬름의 지지율을 더 높게 발표했다. 이러고도 헛바람이 안 들면 성직자 해도 되렷다.
이렇게 재미난 연극 한 편을 상연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동안.
다른 나라들은 슬슬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사실을 인지한 듯했다.
그중 가장 급한 사정일 미국에서는 대통령이 임명한 특사가 파견되어 이곳 베를린으로 보내졌고.
“이렇게 뵙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총통 각하!”
“세상에. 이게 얼마 만이오?”
“승전을 경하드립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의 친서를 가져왔으니 부디 받아주십시오.”
오빌 라이트, 전 라이트-로젠바움 항공기 회사 대표.
우리 백악관 휠체어맨이 어지간히 급한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