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193)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193화(193/246)
193화 길 건너 친구들 (4)
한 나라에 속한 국민들을 다스리기 위해 법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 세상에 아직 나라를 다스리는 법은 없다. 국법조차도 엄연히 그 위에서 노니는 권력자들이 있는데, 국가를 처벌하려면 당연히 국가를 뛰어넘는 무력이 있어야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국가란 놈들을 통제하려던 기념비적 시도, 국제연맹은 부질없었다. 국제연맹은 사악한 침략자들을 억제하는 데 어떠한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했고, 마침내 그 존재의의를 잃은 채 침몰해버렸다. 쓸모없는 녀석 같으니.
하지만 국제법은 조금 달랐다.
국제법 또한 처벌할 힘이 없다는 건 국제연맹과 똑같다.
하지만 국제법을 위반한 행위 – 예컨대 포로나 민간인 학살 같은 일을 저질렀을 경우엔 비난의 대상이 되었고, 전쟁에서 패배한다면 당연히 승자는 국제법이란 강력한 명분을 쥐고 패배자들을 더욱 가열차게 조질 수 있었다.
누군가는 국제법이 승자를 위한 요식에 불과하다고 비난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아주 약간 달라진 점이 있다.
지난 전쟁 당시, 나는 ‘약탈과 학살은 나쁜 일이니까 하지 마세요.’라고 말하지 않았다.
대신 ‘승패와 필요성을 막론하고 국제법을 위반하면 처벌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효과는 탁월했다.
이제 학살 같은 미친 짓을 하면 패전했을 때 교수대가 거의 확정되는 셈이고, 설령 이겼다고 한들 국내외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법정 출두는 거의 확정이라고 봐야 한다.
아주 조금이지만, 인간은 마침내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서도 사람답게 구는 법을 배운 것이다.
프라하 조약기구 또한, 인류의 평화와 정의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국제법, 국제연맹과 그 의의는 비슷하다.
– 농담이지? 독일의 패권 유지용 도구를 국제연맹이랑 비벼? 양심이 아주 성게처럼 털이 부숭부숭해졌네?
무슨 소리냐. 원래 국제기구는 이익이 없으면 성립되지 않는다니까?
미국인들은 자국의 국익에 방해만 된다고 여겨 자신들의 대통령이 만든 국제연맹 참여를 거부했다.
영국과 프랑스가 전쟁을 회피하고 싶었기 때문에 국제연맹은 무력해졌다. 만약 그들이 전쟁을 원했다면 국제연맹은 신나는 댄스곡을 틀어놓고 곧장 ‘연맹의 총의에 의한 처벌 전쟁’을 결의했으리라.
지금 내 앞에서 대가리를 박으며 한껏 불쌍한 모습을 자아내고 있는 처칠도 똑같다.
전임자 체임벌린은 어떻게든 프라하 조약기구에 가입되는 것만큼은 피하기 위해 온몸을 비틀었다. 그런데 겨우 몇 달 사이 처칠은 이제 가입을 애걸하고 있다.
갑자기 프라하 조약기구가 너무 정의로워 보여서일 리가 없잖아. 조약기구가 제공해주는 콩고물을 원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봅시다. 조약기구에 가입하게 되면 조약군의 주둔을 허용해야 합니다.”
“···설득할 자신 있습니다. 독일군만 아니라면 어떻게든 밀어붙이겠습니다.”
– 오, 세게 나오는데.
조약기구 가맹국끼리는 친선교류라는 명목하에 서로 타국군을 섞어서 주둔시킨다.
우리 없이는 언제든 실각할지 모르는 두체를 위해 이탈리아엔 독일군과 체코군이 주둔하고 있고, 헝가리와 스페인은 잠재적 전장인 이스라엘과 리투아니아에 파병을 약속했다.
“그리고 또 하나. 조약기구는 기본적으로 민족혁명주의의 대의에 공감하는 국가들의 연합입니다.”
“······.”
이건 덥석 받기 그렇겠지.
처칠로서는 조금 당황스러울 게 틀림없다. 프라하 조약기구를 단순한 독일의 식민 통치기구쯤으로 생각했다면 더더욱.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섬세한 운용이 필요하다.
명분이란 껍데기를 뒤집어쓴 것만으론 부족하다. 독일이 아닌 다른 가맹국들에게도 이득이 되어야만 한다.
오직 독일의 이득만을 추구한다면? 독일의 힘이 빠지기 무섭게 펑 하고 터질 일장춘몽에 불과하다.
소련의 위협이라는 외부적 요소를 만들었으니, 그다음은 당연히 내부적 요소를 만들 시간.
“가맹국은 어렵겠지만 옵저버 자격을 부여해드릴 수는 있습니다.”
“옵저버···?”
“가맹국이 된다면 타국군을 받아들이는 것은 물론 영국군 중 일부를 조약군으로 제공해야 합니다. 그리고 아직 우리는 조약 연합 해군을 편성할 준비는 되어 있지 않지요.”
– 영국이 참여해버리면 조약해군 전체가 영국에 먹혀버리겠지.
조약기구를 ‘독일만의 기구’가 아닌 ‘모두의 기구’로 만들기 위해, 여기에 가입하면 다양한 사은품이 증정된다.
프라하 조약기구 가맹국이 제3국으로부터 침공받으면 <즉시> 조약 가맹국 전원이 상호방위 조항에 의거해 전시 상태에 돌입한다.
조약 가맹국은 군수물자를 최대한 통일하며, 가맹국은 군수물자를 구입할 때 최우선적으로 가맹국산 제품을 구입해야 한다.
언뜻 보면 독일만 이득이 되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독일의 우수한 군사 기술을 저렴한 가격에 라이센스 따온다거나, 혹은 역으로 독일에 군납을 뚫을 수도 있다. 가맹군 전체에 식판 한 세트만 보급한다 해도 돈이 얼마냐?
그러니 영국을 끼워줄 순 없다. 일단 먼저 가입하겠다고 손든 친구들이 다 해먹은 뒤에야 영국을 끼워줄 자리가 있다.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의 클라스가 있는데 이놈들과 공정경쟁을 하게 되면 시장 털리는 건 순식간이라고. 자유무역협정은 우리가 원하는 분야만 개방하면 되지만, 조약기구는 문제가 좀 다르지.
“옵저버라고 한다면 벨기에와 네덜란드가 해당 자격으로 가입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조금 그렇지 않겠습니까?”
해석 : 옵저버는 노예 공식 인증 마크잖아 이 양심 없는 놈아.
이 정도 모욕을 들었음에도 처칠이 지랄발광하지 않는 것만 해도 그의 인내심을 칭찬해줄 만하다. 폭발 직전처럼 붉게 달아올랐으니 이제 김을 좀 빼줘야겠어.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세 나라는 프라하 조약기구의 <피보호국>으로 등재되어 있습니다. 저들은 너무 나약한지라 국내 치안과 질서 유지에 우리의 도움이 조금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저희 또한 그 부분에서는 동의했었습니다.”
민족혁명, 민족해방을 전쟁명분으로 내세운 우리가 베네룩스를 낼름 처먹을 수는 없는 일.
당장 저 친구들은 서구식 민주정에 입헌군주정이다. 너무 과하게 먹으면 탈 난다. 대신 ‘안전보장비’ 명목으로 매년 따박따박 돈을 타먹을 뿐.
“영국은 일종의 준회원, <협력국>으로 지정해드릴까 합니다.”
“어떤 권리와 의무를 부여할 생각이신지요?”
“자세한 건 실무진들과 논의해야지요. 다만, 현실적으로 프라하 조약기구가 추구하는 민족혁명주의와 영국은 결이 다른 만큼 그 의무와 권리 모두 어느 정도 축소되어야겠지요. 하지만 미리 말씀드리자면, 조약기구의 힘을 빌어 일본과의 전쟁을 수행하고자 하신다면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부담을 짊어지셔야 할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겠습니다.”
패전한 지 석 달도 되지 않아 새로운 전쟁에 휘말린 영국에겐 수락하는 것 말곤 방도가 없다.
영국이 그 고고한 자존심을 접어버린다면, 혼란에 빠진 프랑스도 결국 페탱의 승리로 매듭지어질 터.
마침내 유럽의 판도가 완성되었다.
***
미래를 안다는 건 이토록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바다 건너편 일본제국을 쿡쿡 찔러 태평양 전쟁이라는 전대미문의 판을 짰고, 천하의 대영제국이 우리의 협박 없이 알아서 신체제에 복속되게끔 만들었다.
아무리 전쟁의 승리자라 한들, 빠따 들고 ‘서명해라!’라고 했으면 영국이 네 하고 대가릴 박았을 리가 없다. 오오냐 어디 한번 나폴레옹 전쟁 시즌 2 거하게 해보자꾸나 하면서 너 죽고 나 죽자 모드에 들어갔겠지.
독일과 영국의 이번 외교 협상은 서로 챙길 건 챙기는 선에서 마무리되었다.
1. 독일이 노획한 모든 영국제 군수물자를 영국에 판매한다.
2. 영국 육군에 독일제 장비와 무기를 판매한다.
3. 조약군이 파병될 경우 영국은 이들 병력의 수송과 호위, 보급을 책임진다.
4. 영국은 자국 내 민족혁명주의 활동을 탄압하지 않을 것을 보증한다.
5. 영국은 타국의 프라하 조약기구 가입 시도에 개입하지 않는다.
4번과 5번이 바로 핵심 중의 핵심.
우리 도움이 절실한 영국은 독일이 자국 내 민족혁명당 또는 노동당 내 친독파를 후원해도 여기에 입도 벙긋하지 못한다.
그리고 5번은 말을 빙빙 돌려 그렇지 ‘아일랜드에 독일이 영향력을 뻗치겠음’이란 뜻. 처칠은 끝까지 이것만큼은 회피하고 싶어 했지만 지가 어쩌겠나. 그럼 일본이랑 전쟁 포기하든가.
영국의 가입은 곧장 도미노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우리도 가입하겠습니다.”
“소련의 위협에 시달리는 저희를 보호해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로젠바움 총통 각하를 흠모하는 국민적인 목소리가 드높습니다. 각하! 부디 저희를 받아주십시오!”
“세르비아인들이 발칸의 여러 민족을 핍박하는 일이 끊이지 않습니다. 부디 민족혁명의 기수인 각하께서 불쌍한 발칸을 굽어살펴주소서!”
노르웨이, 스웨덴, 그리스, 불가리아.
보호가 절실해서든, 아니면 잿밥에 관심이 있어서든.
영국이라는 마지막 거목마저 독일의 패권을 인정하는 제스처를 보이자 대세는 굳어졌다.
그리고 마지막.
“국민 여러분. 우리는 공화국을 수립한 이래 최악의 시련에 처해 있습니다.
외국의 침략은 비듬과 종기 따위에 불과합니다. 우리 내부의 분열이 너무나도 깊어 마치 암처럼 조국을 갉아먹고 있습니다.”
페탱과 그를 따르는 보수파가 마침내 프랑스를 장악했다.
그동안 반대파들은 미국과 영국의 지원을 기대하며 페탱의 권력 독점 시도를 막으려 했지만, 소련의 핀란드 침공이 빌미가 되고 말았다.
“빨갱이!
이 붉은 역병균이야말로 조국을 패배로 이끈 진정한 이름입니다!
수사 결과 이들 빨갱이들은 모스크바의 지령을 받아 조국의 전쟁 수행을 방해하고, 우리의 패배를 기원했습니다. 우리가 패배해야 이 땅에 공산 혁명을 일으킬 토양이 조성된다고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더 이상 우리가 대립하고 갈등해선 안 됩니다.
다른 나라들이 뛰고 있을 때 프랑스만 주저앉아 있어선 안 됩니다!”
독일과 소련의 밀월관계는 끝났다.
협력하여 프랑스에서 지하운동을 벌이던 캐피단과 공산당은 순식간에 원수지간으로 돌변했고, 페탱은 바로 그 캐피단을 자신의 친위대로 삼아 사정없이 사회주의자들을 찍어눌렀다.
“프랑스는 또다시 시험대 위에 올라와 있습니다. 우리의 극동 식민지가 비열한 일본군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우리가 단합되어 강한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어떻게 동양인들이 우리에게 전쟁을 걸었겠습니까?
이 늙은 몸이 마지막 영혼 한 점까지 불태워 조국의 상흔을 봉합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저를 도와주십시오!”
페탱은 열화와 같은 민심을 등에 업고 훈정(訓政)을 선언했고, 오직 국민투표에 의해서만 그를 총리직에서 해임할 수 있다는 새로운 법령이 통과되었다.
사실상 프랑스 제3공화국의 헌정은 중지되었다.
유럽이 새까맣게 채색되는 순간이었다.
***
지구 반대편.
일본의 남방작전은 성공리에 진행되고 있었다.
“요오시!! 대승리다!!”
“귀축영미의 시대가 끝났다! 이제 대동아공영의 시대다!”
“거짓 민족해방에 죽음을! 진정한 민족해방은 바로 대동아공영권을 뜻한다!”
유럽에서 일어난 로젠바움 전쟁.
그 혼란의 영향으로 동아시아는 무주공산이 되어 있었다.
전 세계에 그 더러운 촉수를 뻗었던 식민 열강들은 패배한 병신이 되어 제 몸 추스르기에 급급했고, 전쟁에 휘말리지 않은 유일한 국가 미합중국은 진주만에서의 일격으로 반신불수가 되었다.
“우리는 한때 독일 총통 로젠바움이 동양인의 권익을 위해 힘써주리라 믿었다. 하지만 그 믿음은 배신당했다!”
“동양인을 위하는 이는 오직 동양인뿐!”
“모두 일어나자! 무기도 군복도 내주겠다! 귀축영미를 모조리 죽여 그대들의 손으로 자유를 되찾으라!”
독일의 약속은 너무나 멀었고, 일본의 총칼은 바로 앞에 있었다.
이미 민족혁명주의를 지켜보며 독립의 꿈을 꾸던 각지의 독립운동가들은 일본에 호응해 대대적인 반식민 봉기와 무장투쟁을 개시했다.
대동아공영이 목전에 다가와 있었다.
영원할 것만 같은 제국의 영광을 상징하듯, 태평양 곳곳에 욱일승천기가 힘차게 펄럭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