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199)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199화(199/246)
199화 열강을 위한 장송곡 (5)
폴란드 인민공화국과 이스라엘 공화국.
굳이 이념 따위를 동원하지 않더라도 이들의 분쟁을 일으키는 덴 어떠한 문제도 없었다.
마치 자석의 N극과 S극이 서로 만나려고 하는 것처럼, 이들은 국가가 성립되는 바로 그 순간부터 서로 끊임없이 만나려고 했다.
아주 강력하게.
되도록 상대가 깨져버리길 바라면서.
“정지. 너희는 지나갈 수 없다.”
“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서류가 엉터리로군. 못 지나간다.”
두 차례에 걸친 거대한 전쟁의 결과 이스라엘과 폴란드의 국경이 확립되었다.
하지만 원래 유대인과 폴란드인은 한 나라에 같이 어울려 살던 사람들이고, 심지어 유대인은 그 특성상 주로 대도시에서 살고 있었다.
전쟁을 통해 영토를 확보해봤자, 평생 상공업자나 금융인 따위로 먹고살던 사람이 갑자기 농부가 될 수는 없잖은가?
아니, 사실 많긴 많았다.
<결코 토지를 소유할 수 없는 민족>으로 분류되어 부평초처럼 떠돌아다니길 수천 년, 시온주의자들 중에서는 유대인인 자신이 논밭을 소유하고 경작할 수 있다는 데 쾌감을 느끼는 부류가 제법 있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해.
폴란드인과 유대인은 서로가 필요했다.
직업 문제든, 식량 문제든, 아무튼 간에.
“입국 불가.”
“어째섭니까?!”
“여권에 적힌 이 글자가 흐릿하군. 알아보지 못하겠어. 나가.”
“불가.”
“어제만 해도 멀쩡히 들어왔잖습니까! 나는 매일 출퇴근을 다닌다고요!”
“자. 여기 규정 보이지? 여권과 필요 서류, 신분증을 가진 사람이 입국할 수 있다.”
“여기 다 있잖아요.”
“어허, 무슨 소리야. 내 앞엔 지금 바퀴벌레만 보이는데? 사람이 어딨어?”
“흐하하하!!”
“이··· 이 새끼들···.”
“그러니까 꺼져, 이 바퀴벌레야! 그냥 이 세상에서 사라지라고!”
위에서 날아온 간단한 명령.
‘조금 더 심사를 엄격하게 진행할 것’
그러자 독이 잔뜩 오를 대로 올라 있던 국경의 폴란드 담당자들은 귀신같이 기상천외한 수단을 동원해 유대인의 통과를 차단했다.
그리고 이스라엘 공화국엔 즉시 비상이 걸렸다.
“폴란드 놈들이 또 수작질을 부리고 있습니다!”
“그놈들은 평화조약을 대체 뭐로 아는 겁니까?”
“설마··· 또 전쟁을 하려고?”
“전쟁 끝난 지 몇 달 되지도 않았는데 무슨 전쟁입니까? 미쳤어?”
“하지만 이제 저놈들도 뒷배가 생겼잖아! 빨갱이!”
“당장 독일과 프라하 조약기구에 지원을 청해야 합니다.”
“무슨 명분으로?”
전쟁에 미친 폴란드가 뭐든 못 하랴?
마침 소련군이 아예 폴란드에 눌러앉아버렸으니, 대충 전쟁 위기를 일으켜서 소련을 등에 업고 이스라엘을 패면 되지 않겠냐는 기적적인 논리를 구상할 줄 어떻게 아는가?
이스라엘은 이번 사태에 대처하기 위한 긴급 TF를 설립하기로 하고, 가능한 한 본 사건을 크게 키우지 않는 한에서 상황을 매듭짓기로 결의했다.
다만.
“우리 국경수비대가 몽둥이를 들고 폴란드 초소로 달려가 전부 묵사발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네? 어째서요? 누구 맘대로!”
“우리 국민들을 모욕하고 때리는 것을 본 장병들이 참지 못하고 그만···.”
“으아아악!!”
절대 세상일은 그렇게 쉽게 풀리지 않는 법이다.
***
독일민족혁명공화국의 무수한 정부 기관 중 로젠바움에 대한 충성도가 뒤떨어지는 곳은 없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런 곳은 존재할 가치가 없다.
그리고 외무부는 자신들이야말로 가장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은 곳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전쟁? 그런 건 어디까지나 정치의 연장에 불과하다. 전쟁이라고 해봐야 고작 한 달 만에 끝나지 않았나.
민족혁명을 주도하고, 독일을 패권국으로 끌어올리고, 끊임없이 독일을 음해하고 무너뜨리기 위해 암약하던 연합국을 이간질하고 그들의 음모를 분쇄하고.
외무부야말로 총통과 독일을 위해 최전방에서 싸우던 투사 그 자체 아닌가?
하지만 외무부 장관 콘스탄틴 폰 노이라트는 부하 직원들 수준만큼 로젠바움 광신도가 아니었다. 그는 가끔 자기 밑에 있는 젊은 관료들이 무서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통을 만나기 전 슈미트 비서실장과 잠깐 얼굴을 맞댄 그의 입에서는 경탄이 절로 터져나왔다.
“총통 각하의 예지는 정말이지 하늘 끝에 닿아 있는 듯합니다. 소련이 이렇게 움직일 줄 아시다니.”
“틀렸습니다, 장관님. 스탈린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이것밖에 없었으니까요.”
“그리고 그렇게 되도록 판을 짠 것은 총통 각하시죠.”
“그렇습니다. 이제야 아셨습니까? 이 세상은 로젠바움 총통 각하께서 공연하는 인형극에 불과합니다. 각하께서 실을 움직이면 히로히토도, 무솔리니도, 스탈린도 결국 팔다리를 휘저으며 그분께서 설계한 대로 따를 수밖에 없지요. 구경꾼에게 주어진 역할은 그분의 인형극을 관람하고, 환호하고, 때가 되면 박수를 치는 것뿐입니다.”
평소의 노이라트 같았으면 슈미트의 저 신앙간증을 듣고 ‘와, 정말 골수까지 충성과 광신으로 가득 찼구나. 어우 사람도 아냐.’라고 속으로만 생각한 뒤 적당히 가식적인 멘트르르 이어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평소가 아니었다.
권력의 향배가 어디로 갈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고, 눈앞에 있는 비서실장은 총통의 복심이자 최측근이었다.
“인형극이라. 아주 인상적인 비유로군요.”
“비유가 아니라 사실입니다.”
“아, 제가 늙었더니 실언을 했군요. 그렇지요. 사실이죠. 허허.”
“굳이 여기서까지 외교적 수사를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대전쟁이 터지기 전 말단 신입사원으로 로젠바움 그룹에 채용되었고, 얼마 뒤부터는 그분의 비서 역할을 수행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 각하를 오랫동안, 바로 곁에서 지켜봤었지요.
그리고 1918년의 그 시린 겨울 때부터, 각하께서는 이미 이 나라를 통치할 권력을 영구적으로 소유하기 위해 준비를 시작하셨습니다. 솔직히 말해, 가끔씩은 어쩌면 비행기도 권력을 얻기 위해 발명한 게 아니었을까 같은 소름 끼치는 상상을 하기도 합니다.”
“그것참 놀라운 일이로군요.”
노이라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치다 말고 뚝 멈췄다.
1918년?
“1918년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렇습니다. 사민당에 대한 지지도, 자선사업도, 금융투자도, 해외 지사 설립도, 그분이 행한 모든 일들은 전부 이 나라의 대권을 거머쥐겠다는 거대한 목표하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전 세계를 통틀어 총통 각하께 맞설 이가 없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분께서는 이 독일과 이 세계를 지배하기 위해 50년을 준비했습니다. 누가 감히 그분께 대적할 수 있겠습니까? 극동의 섬나라에서부터 뉴욕의 월스트리트에 이르기까지 그분의 안배가 세상 모든 곳에 펼쳐져 있는데 어떻게 그분을 이기는 일이 가능하겠습니까?”
“그걸 비서실장께선 어찌 다 아십니까?”
“그분께서 명하셨고, 저는 수행했습니다. 이 나이를 먹고 지금 와서 반추해 보니··· 그 모든 안배가 지금 수확을 거두고 있다는 걸 깨달았을 뿐이지요.”
슈미트의 눈에 미치광이의 광신 따위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노이라트는 더더욱 아찔함을 느꼈다.
정녕 로젠바움은 신이란 말인가? 하나님께서 독일인을 가엾게 여겨 천사에게 사람거죽을 씌워 내려 보내셨단 말씀이신가?
“스탈린은 영리한 이리나 늑대에 가깝습니다. 원자폭탄조차 없는 그가 독일을 상대로 전쟁을 건다는 건 완전무장한 기사를 향해 멧돼지가 달려오는 것만큼 비상식적인 일이지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스탈린은 무자비하고 음흉하지만, 이기지 못할 싸움을 하는 취미는 없는 인간이지요.”
“그러니 그를 조종하기 위해 일찌감치 폴란드-이스라엘이라는 싸움터를 만들었습니다. 아무것도 없이 오직 독일과 소련의 국경만이 있었다면 우리는 모든 경우의 수를 예측해야 했겠지만, 대놓고 양측의 직접적인 충돌은 피할 수 있으면서도 간접적인 시비를 걸 수 있는 창구가 있다면-”
“당연히 그 창구를 이용하겠지요.”
이스라엘 건국이라는 어이가 없다 못해 웃음조차 나오지 않는 발상의 뒤편에 숨은 계산.
노이라트는 다시 한번 소름이 돋았다.
이 계산이 유효하려면, 서방을 모두 짓밟고 독일과 소련이 서로를 경계하는 상태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미 이스라엘을 독립시키겠단 헛소리를 떠들던 그 시점부터 진즉 <로젠바움 전쟁>의 승리를 예상하고 있었다고?
“이제 깨달으셨겠군요. 이토록 총통의 심계는 깊습니다. 감히 우리 같은 한낱 평범한 인간이 그분의 심모원려를 이해하려 들다간 미쳐버리거나, 이성을 잃고 단순한 숭배자로 전락하기 딱 좋습니다.
그냥 그대로 계십시오. 그리고 언젠가 깨닫게 되면 수학 문제의 답안을 본 것처럼 ‘음 그렇군.’ 하고 고개나 끄덕이십시오.”
노이라트는 잠깐 고민하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
“그러면 혹시 말입니다. 각하께서 오시기까진 시간이 조금 더 남은 듯한데, 괜찮으시다면 잠깐만 제 심심풀이에 어울려 주시겠습니까?”
“그러지요.”
“혹시 각하께서 이번 대통령 선거를 밀어붙인 까닭은··· 스탈린을 신뢰했기 때문입니까?”
<스탈린>과 <신뢰>라니. 참으로 기괴막측한 언어의 조합 아닌가.
하지만 비서실장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 각하께서는 아마도··· 스탈린이 어떤 식으로든 우리의 파병 이전에 어떤 수를 써서든 한번 잽을 날릴 것이라고 예상한 것 같습니다.”
“그 주먹질의 궤적을 알기 위해 이스라엘을 배치한 것이고요?”
“프라하 조약기구라는 체제를 통해 이스라엘의 위기에 개입할 근거도 마련해 두셨지요.”
“신이시여.”
노이라트는 한쪽에 꽂혀 있던 신문을 힐끗 바라보았다.
[소련의 붉은 위협! 마침내 우리를 향해 다가오는가?!] [긴급 인터뷰 : 전직 장성들, 소련의 침공 가능성에 대해 논하다]“저 친구들 말입니다.”
“예.”
“다 죽겠군요. 그 또한 각하의 뜻입니까?”
“정원사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자라난 가지와 잎사귀의 운명은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슈미트는 자신이 부리는 몇 안 되는 사치, 쿠바산 시가를 꺼내 입에 물었다.
담배 연기는 구천을 떠도는 영혼처럼 한동안 방 안 곳곳으로 이리저리 퍼져나갔다.
***
1940년 9월.
이스라엘-폴란드 국경에서 벌어진 소요와 충돌은 어어 하는 순간 전면적인 경계와 대규모 군사 동원으로 에스컬레이트되었다.
이스라엘은 폴란드의 입국 검문 강화와 각종 트집을 평화 협정 위반이라고 맹비난했고, 폴란드는 이스라엘이 간첩을 지속적으로 파견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검역과 입출국 심사의 주권을 침해하지 말라고 맞섰다.
그리고 소련은 아주 조용히, 하지만 누구든 알아볼 수 있게 폴란드 방면에 배치한 군대를 더욱 증강했다. 아주 확실한 시그널이었다.
“일본 파병을 중단하거나 그 숫자를 대폭 감축해야 합니다.”
“지금이야말로 반공 십자군이 결집할 시간입니다! 성전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1940년은 로젠바움 정권이 성립한 이래 유달리 시위가 많았던 해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곳곳에서 시위가 이어졌는데, 특이하게도 이번 시위의 성격은 조금 달랐다.
“제가 대통령이 된다면! 소련의 위협을 근본적으로! 삭초제근하겠습니다 여러분!!”
“와아아!! 빌헬름!! 빌헬름!!”
“강인한 지도자!! 강력한 지도자!!”
“제 아버지 카이저 빌헬름은 일찍이 황화론을 예측하셨습니다. 저들이 기독교 문명을 파괴할 것을 그 누구보다 일찍 예측하셨지만, 어리석은 제국주의자들은 일본을 억누르긴커녕 오히려 키워주어 지금의 화를 자초했습니다!
저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우리의 아들딸들에게 평화로운 내일을 돌려주기 위해! 반드시 소련을! 응징하겠습니다!!”
“와아아아!!!”
대 소련 정책이 새로운 키워드가 되었다.
또 다른 후보인 괴링은 소련과의 갈등에 대해 가능한 한 말을 아꼈고, 독한 기자들이 악착같이 그에게 달려들어 소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으면 말을 흐리며 ‘그래도 소련과의 평화적 무역은 계속되어야 한다’ 같은 말 정도나 했을 뿐이다.
그리고 황태자는 바로 이 부분에서 공격 포인트가 있다고 확신했다.
“독일인들은 언제나 강한 리더십을 원하지.”
“하지만 잦은 전쟁으로 이들이 피로를 느끼는 것 또한 확실합니다.”
“전쟁을 하자고 주장하면 안 돼. 감히 유럽의 정복자인 우리 독일에게 반항하는 이반들에게 버르장머리를 알려주자고만 하는 거야. 이러면 우유부단한 괴링과 강인하고 단호한 나라는 대비 구도가 형성되겠지.”
물론 소련과의 전쟁을 꿈꿀 만큼 황태자가 현실 인지를 못하지는 않는다. 그는 어디까지나 지금의 불리한 여론 상태를 환기하고 판을 뒤집기 위해 소련 카드를 써먹는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를 지지하는 이들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지금 소련과 전쟁을 해야 합니다!”
“저 드넓은 폴란드 평원과 우크라이나 흑토 지대는 원시적인 슬라브 놈들이 갖고 있기엔 너무나도 아깝습니다.”
“저 땅에 대농장을 짓고 슬라브 노예를 부린다면 수익이 얼마나 나겠습니까?”
“게다가 군공도 엄청나게 세울 수 있겠지요. 그 누구도 다시는 군을 무시하지 못할 겁니다.”
퇴역 군인들, 전현직 장성과 영관들이 공공연히 모여 전쟁을 부르짖었고, ‘어째서 소련이 우리에게 남은 최악의 위협인가’에 대한 학술적 논의, 신문 사설 등이 쉴 새 없이 실렸다.
일본과의 전쟁은 이미 확정되었다.
하지만 일본의 물주가 소련이라는 건 거의 기정사실이나 마찬가지인데, 우리가 영국 배를 얻어 타고 수십만 대군을 인도양으로 보내느니 차라리 소련을 격파하고 모스크바를 점령하는 게 인류 평화를 위해 더욱 도움되는 길 아닐까?
대통령 선거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칸트와 하이데거의 나라 독일의 소시민들은 정치 평론가로 빙의해 술의 힘을 빌려 쉴 새 없이 시국을 논하고 정치 외교 대전략에 대해 떠들어댔다.
“괴링 이 새끼는 순 병신이잖아! 지금 소련을 쳐야 한다고!”
“저 새끼는 제 아들 삼형제가 전부 러시아 길바닥에서 얼어 뒤져야 대갈통에 이성이 돌아오겠네. 할 게 없어서 전제군주를 빠냐?”
“뭐 이 새꺄? 혹시 너도 애비가 유대인이냐?”
“어어? 이 새끼, 다하우로 보내줄까?”
“해봐, 이 자식아. 내가 다하우로 가는 것보다 니가 저승으로 가는 게 더 빠르니까.”
그들은 실로 오랜만에 답답함이 가시는 걸 느꼈다.
자유였다.
자유롭게 떠들 수 있는 자유가, 지금 그들에게 있었다.
그러니까.
[공화국 수비대는 오늘 오전, 빌헬름 전 황태자의 선거운동 본부에 대한 긴급 압수수색을 개시했습니다.] [조사 결과 이들은 선거에서 낙선할 경우 다른 방식으로 정권을 인수할 방법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아직 자세한 수사 경과는 일절 공개할 수 없습니다.”]그들은 기시감을 느꼈다.
아, 그렇지.
원래 낙선하면 총 들고 반란 일으키는 게 독일식 선거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