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203)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203화(203/246)
203화 인간에서 신으로 (3)
“각하!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죽을죄를 지었다는 걸 알고 있으면 당연히 순순히 처형대로 가야 하지 않겠나?”
“제가 미쳤습니다.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다시는! 두 번 다시 이렇게 살지 않겠습니다!!”
귀찮게 엉겨 붙는 슈미트의 설득 1시간.
괴링을 불러서 의견 청취에 다시 1시간.
그리고 내 앞에서 꿀꿀멍멍 짖어대는 괴벨스를 조지길 2시간.
빌어먹을. 이것도 피곤해 죽겠네.
차라리 전쟁 계획을 짜거나 누굴 담가버릴 음모를 꾸밀 땐 재미라도 있었지, 이건 진짜 못 할 짓이다. 너무 피곤하고 머리통은 프레스기로 압착당하는 것 같다.
괴벨스를 제거할 마음은 이미 진작부터 굳혔었다.
한때 이놈을 키우고 잠재적 대권 후보로 만들기 위해 얼마나 내가 밀어줬던가? 날 잡고 루르 탄광에까지 처박았으면 솔직히 인간이 좀 사릴 줄 알았다. 사람 새끼라면 거기서 위험하다고 인지하고 적당히 좀 해먹었어야지.
괴링과 괴벨스는 민족혁명당 내에서 가장 입지가 큰 사람. 정확히는 잠재적 대권 후보로서 떨거지들을 거느리고 있는 권력자들이다.
군부? 이제 다들 안다. 군인은 결코 정점에 도달하지 못한다.
장성의 출세 루트는 참모총장, 합참의장, 그리고 프라하 조약군 총사령관이지 입당해서 정계로 나선다거나 입각하여 국방부 장관을 하는 일은 결코 없다.
최고의 원로들, <헛간파>의 마지막 남은 불꽃이던 오일러는 전쟁이 끝난 시점에 은퇴를 선언하고 내가 붙잡기도 전에 황급히 낙향했다. 이로써 나보다 나이 많은 세대는 사실상 모두 물러났다. 샤흐트는 애초부터 외부 영입 인사인 데다가 재직 중 하도 예산으로 칼춤을 춰대서 적이 많고.
하지만 슈미트는 이런 내 방침에 이의를 제기했다.
“괴벨스를 처형하는 건 득보다 실이 클 것이라 봅니다.”
“네 잔정이 많아서 그런 게 아니고?”
“그것 또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더 큰 사유는 따로 있습니다.”
“들어나 보지.”
“괴벨스는 각하의 심복으로 수십 년간 온갖 궂은일을 해왔습니다. 물론 저희는 그렇지 않다는 걸 알고 있지만, 대다수는 괴벨스의 부정축재를 각하께서 일종의 공신 예우 차원에서 묵인해줬으리라고 보고 있을 겁니다.”
우리가 정권을 거머쥐는 과정은 시시한 민주 국가의 정권 다툼 따위가 아니었다. 그건 말 그대로 내전이었고 목숨을 건 투쟁이었다.
선전부 장관의 저 끝없는 엽색 행각, 뇌물 수수, 횡령, 월권을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마당에 그 어떤 사법기관도 그를 처벌하지 않았다. 어째서일까? 평생을 로젠바움의 기치 아래 싸웠으니 이제 그 보상을 받을 시간이라고 봤기 때문 아닐까?
“이제 와서 각하께서 부패사범을 벌하겠다며 칼을 뽑아 든다고 한들, 대중들은 결코 각하께서 정의를 구현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단순히 내부 권력 투쟁에서 밀려났거나, 혹은 각하의 총애를 잃었기 때문에 벌을 받는 것이라고 믿겠지요.”
“제기랄.”
– 틀린 말도 아니잖아. 쟤가 일을 개떡같이 해서 화난 거야, 아니면 네 말을 씹어서 화가 난 거야? 솔직히 후자가 더 크지 않아?
망할 대머리까지 옆에서 재잘대며 내 심기를 박박 긁었다.
“그래서, 기대한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다?”
“그렇습니다. 오히려 각하에 대한 숭배와 충성경쟁만 더 격렬해질 뿐, 민족혁명당 내의 자정 작용이 일어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 친애하는 당원 분들이-”
“크든 작든 모두가 다 해먹었으니까요.”
나는 커피잔 속에서 열심히 나를 놀려대는 범석이를 담뱃불로 지져버린 뒤 슈미트에게 반박할 논리를 떠올렸다.
“좋아. 효과가 미미하다고 치자고.”
“예.”
“하지만 내가 물러난 뒤, 후임자에게 괴벨스는 너무 위험해. 내가 아니면 대체 누가 괴벨스를 통제한단 말인가?”
슈미트는 내 <발본색원론>에 대해서는 반박하지 못했다.
애초에 차차기 대통령감으로 찍어 뒀을 땐 괴벨스가 체급을 가진 편이 더 좋았다. 자연스러운 정권 교체 그림도 연출할 수 있고.
하지만 후계 구도에서 배제된 이후라면 괴벨스의 체급은 오히려 잠재적 불안 요소에 가깝다.
그때쯤 허겁지겁 내 집으로 달려온 괴링이 서재로 들어왔다.
“각하! 찾으셨습니까!”
“입에 묻은 침 자국부터 닦고 돌아와.”
“예, 옙.”
잠시 후, 얼굴에 물기가 가득 묻은 채 다시 들어온 괴링에게 손수건을 던져주고 곧장 물어보았다.
“7년 뒤, 네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괴벨스가 그대로 남아 있으면 정국 운영에 굉장한 지장을 받지 않겠나?”
“저는 각하께서 지시한 대로-”
“지금 묻고 있잖아. 내 칼이 아직 시퍼렇게 날이 서 있을 때 미리 누런 싹을 잘라 주겠다고. 어떻게 생각해?”
괴링의 고민은 길었다.
그사이 슈미트는 가정부가 퇴근해 아무도 없는 텅 빈 주방으로 가더니 새로 커피를 끓여와 나와 괴링에게 건네주었고, 괴링은 양손으로 잔을 감싼 채 입은 대지도 않고 한참을 고민했다.
“제 생각엔 말입니다.”
“그래.”
“각하께서 괴벨스를 죽여버린다면, 사람들은 전부 제가 죽였다고 할 겁니다.”
“······.”
“살려 두시죠. 각하의 지지도, 대중적인 호응도 받지 못하는 괴벨스 하나 다루지 못한다면 제가 어지간히 개판이란 뜻 아니겠습니까.”
“너희들 혹시 나 보러 오기 전에 짜고 쳤냐?”
내 탄식을 듣자 이 못난 놈들은 대가리를 박긴커녕 씁쓸한 미소만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 사람 인연이라는 게 그리 쉽게 썰리겠냐. 내 생각엔 이건 이거대로 좋은 일일지도 모르겠는데.
이 꼬라지가 어딜 봐서?
– 이놈들이 권력에 미쳐서 서로 죽여버리려고 칼부림하는 것보단 낫지 않을까 싶은데···. 당장 나만 해도 어릴 적 코흘리개들끼리 서로 권력 차지하겠다고 서로 담가버릴 음모나 수작질 꾸미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썩 기분 좋을 것 같진 않거든.
그 대신 자기들끼리 하하호호하면서 이너 서클 만들고? 나라 꼴 참 잘 돌아간다.
그리하여 대강 결론을 내리고.
지금 내 앞에 다리 병신이 무릎 꿇고 애걸하는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지금 네 앞에 보이는 두 사람이 살려만 달라고 탄원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은혜 잊지 않겠습-”
“그리고 네가 그토록 진저리를 치는 네 부인도.”
“······.”
괴벨스의 입이 탁 다물어졌다.
“결론을 내리겠다. 선전부 장관 자리에서 물러나라.”
“감사합니다! 각하께서 살려주신 이 목숨! 결코 헛되이 쓰지 않겠습니다!”
“아직 안 끝났다, 그다음, 서류상으로 부인과 이혼할 것. 재산은 분할하고, 네 부인은 자식들을 키워야 하니 부인 몫을 더 많이 잡는다. 네 몫의 재산으로 떨어지는 것 중에선 9할을 교회와 복지단체에 기부하고.”
이렇게라도 해야 세탁이 된다. 아니, 솔직히 이런다고 세탁이 될지도 의문이다.
이혼은 남은 일가족이 건사할 재산을 보존할 방도인 동시에, 도덕성과 건전한 가족을 중시하는 민족혁명당 내에서 괴벨스의 입지를 심각하게 실추시킬 거대한 스크래치를 남기는 수단이기도 하다.
– 그치만 너도 별거 중이면서. 나라 꼴 참 일품이다.
닥쳐, 대머리. 별거라니. ‘장기 출장 중’이다. 나를 집밥도 못 얻어먹고 마누라한테 걷어차인 놈으로 만들지 말라고.
– 우리는 부인이 친정집 가서 돌아오지 않는 걸 별거라고 하기로 사회적인 합의를 했어요···.
슬그머니 고개를 드는 모습이 이거로 다 끝난 줄 아나 보다. 멍청한 놈. 그럴 리가 있나.
“네 수족들도 모조리 해고다. 알아서 파벌 정리하고.”
“넵.”
“너는 짐 싸서 극동으로 간다.”
내 말에 이놈의 얼굴이 순식간에 푸르죽죽해졌다.
“극동으로 가라고 하심은-”
“조만간 파병 갈 원정군과 동행해서 민사 작전을 총괄하고, 현지 민족혁명당을 지도한다. 아울러 가칭 <독일의 소리> 방송국을 만들어 해외 민족혁명주의자들과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프로파간다 방송을 전개한다.”
“그러면 언제쯤-”
“영원히 돌아오지 마라. 그러니까 재산 다 정리하고 꺼져.”
살려달라고 해서 살려만 줬다.
“불만인가?”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멍청한 새끼.
– 네가 코앞에 있는 독일에서도 이 난리를 쳤는데, 여기서 새는 바가지 저기 간다고 안 샐까.
새겠지.
내가 봤을 때 저건 그냥 정신병이다. 평생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멸시받고 군사 국가 독일에서 군대도 다녀오지 못했다는 저 거대한 자격지심이 배배 꼬여서 섹스 중독으로 표출된 게 아닐까 싶은데. 그게 아니라면 무슨 깡다구로 탄광까지 끌려갔다 와놓고 또 똑같은 짓을 계속하겠어?
나는 손사래를 쳐 모조리 귀가하라고 지시했다.
모든 불이 꺼져 어두컴컴하기 그지없는 거대한 총통 관저엔.
오직 나와 대머리 귀신뿐이었다.
늘 그랬듯.
***
때로는 너무 인기가 좋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가 된다.
“각하!! 각하!!”
“총통 각하! 부디 제 말을 잠깐만 들어주시옵소서!”
“살려주십시오! 부디 우리나라를-”
숙청 예정자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아니다. 그런 놈들은 내게 접근도 못 한다. 괴벨스? 그놈은 워낙 거물이었으니 감히 경찰도 억지로 붙잡지 못했던 거고.
저들은 모두 외교관이었다.
1940년이 끝나려는 지금 시점까지 독일군이 아시아를 향해 한 발짝도 움직이고 있지 않으니 반쯤 미쳐버린 외교관들.
하지만 나라고 해서 변명이 없는 건 아니었다.
“죄송한 말이지만, 저는 독재자가 아닙니다.”
포커페이스가 직업상 당연해야 할 외교관들조차 나의 이 주옥같은 명언에는 ‘시발 이 양심이라곤 없는 새끼’라는 속마음을 노출할 수밖에 없다.
“저는 말 한마디로 독일이라는 거대한 나라를 움직일 수도 없으며, 무엇보다 독일군은 프라하 조약기구의 구성원에 불과합니다. 다른 가맹국을 설득하기 전엔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점, 양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내 지시를 받은 졸개들은 그야말로 충실하게 자신들의 배역을 이행하고 있었다.
이스라엘은 폴란드와의 국경 분쟁을 고의로 점점 키우고 있었고, 그 대가로 막대한 지원을 받아 처먹고 있었다.
체코슬로바키아와 리투아니아는 이스라엘에 급히 병력을 파병하는 한편··· 소련에 군수물자를 밀매하고 있었다. 탱크와 전투기마저 팔아먹는 그들의 용기에 건배.
– 니가 시켰잖아.
그런 사소한 건 넘어가자고. 중요한 건 스탈린이 내 ‘우애의 증표’를 받고 흡족해져서 더욱 폴란드에 병력을 증강해줬단 거니까.
그리고 내 소울 프렌드 무솔리니는 불가리아, 그리스와 함께 ‘우리 바깥에서 헛짓하지 말고 그냥 유고 침공··· 아니, <혁명 전파>하는 게 어떨까요?’라는 전혀 엉뚱한 의제를 밀고 있었다.
당연히 조약기구 총회는 번번이 공회전. 지켜보는 놈들만 속이 타들어갈 뿐.
하지만 숙청 작업이 대충 끝난 지금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조약기구 가맹국을 설득하려면, 우리도 많은 신경을 써야 합니다.”
“걱정 마시죠. 저희가 다 부담하겠습니다.”
영미는 돈이 많다.
그놈들 아가리에 떡값을 찔러넣어 줘야 한다고 시그널을 보내자 귀신같이 알아듣고 자기들이 돈 대주겠다고 제의하는 것 좀 봐라.
“그럴 순 없지요. 저희가 알아서 잘하겠습니다.”
“그래도 어찌 저희가 조약군을 갈구하는 입장인데 가만히 있을 수 있겠습니까? 독일 여러분들의 노고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 일단 받아주시지요.”
“어어. 이러면 안 되는데에-”
막대한 달러와 파운드가 독일 은행으로 콸콸 쏟아진다.
이 떡값 중 일부가 다른 조약 가맹국으로 흘러 들어간다.
“각하. 출병 준비가 모두 완료되었습니다.”
“좋네. 이제 우리도 본격적으로 참전할 시간이군.”
입금이 완료된 독일군은 그제서야 마침내 위풍당당하게 동양으로 향했다.
아아.
저게 바로 외화벌이 일꾼이란 거다···.
– 미치겠네, 정말.
나는 곱게 수송선에 수납되어 떠나는 괴벨스를 배웅하지 않았다.
거기서는 아무리 열심히 소시지 휘두르고 다녀도 여기까지 들리지 않을 테니, 네 하고픈 만큼 실컷 하렴.
아직 내 인간미가 죽진 않은 모양이다. 음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