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204)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204화(204/246)
204화 인간에서 신으로 (4)
중화민국.
한때 이 땅은 세상의 중심이라 불리었고, 수천 년 동안 문명의 불빛이 꺼진 적이 없었다.
중원을 거머쥔 자들은 언제나 자신을 하늘의 아들이라 칭하고 만물을 다스린다고 선언하였고, 주변국들은 저 끝없는 물산과 인구, 그리고 찬란한 문명을 이기지 못하고 그에게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동양 문명은 언제나 중국에서 시작되었고, 저 땅의 찬란함을 아는 모든 야심만만한 정복자, 위대한 기마 군주, 전설적 지도자들은 중국을 정복하기 위해 자신의 군대를 이끌고 진격했다.
하지만 이 거대한 대륙은 그들 모두를 포용했다.
제아무리 그악스럽고 야만적인 이민족이 이 땅을 짓밟는다 할지라도 그들은 결국 중화의 일부가 되었다.
때때로 외부에서 새로운 종교, 이념, 사상, 기술 따위가 유입된다 한들 그들 또한 중화의 일부가 되거나 혹은 밀려나고 말았다.
한족(漢族)은 단순히 족속 이름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 ‘문명인’을 뜻하는 단어였고,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키고자 발버둥 치던 민족들은 결국 한족의 일부로 스며들거나 – 혹은 변방으로 밀려나야만 했다.
옛날엔 그랬었다.
중화의 예악이 천하제일이던 시절.
저들이 만든 법률과 체제와 철학과 사상이 이 천하에서 가장 진일보한 것이라는 걸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던 시절엔 저게 맞았다.
피부 허연 오랑캐가 거대한 이양선을 타고 찾아온 시점에서 중화는 끝났다.
더는 위대한 중화가 아니다.
그들의 발전은 잘못되었다.
그들은 실패 민족이었다.
서세동점(西勢東漸)의 시대가 도래했고, 동양의 옛것을 보존하며 서양의 기술만을 체리피킹하려던 모든 시도는 처참한 파멸로 끝났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동양의 잔재를 모조리 쓰레기통에 처박고 탈아입구(脫亞入歐)를 선언한 일본만이 실패 민족으로 전락하지 않고 사냥감 대신 사냥꾼으로 진화하는 데 성공했다.
아편전쟁으로부터 시작된 중국의 기나긴 방황, 그리고 끝없는 외세의 수탈과 침략.
이 모든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서기 위해, 지옥 같은 착취를 떨쳐내기 위해 무수한 중국인들이 고민하고 또 총칼을 들었다.
“그리고 저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바야흐로 전란과 격동의 시대. 그리고 춘추전국이라는 난세에서 제자백가가 꽃을 피웠듯, 지금 우리가 발 딛고 있는 20세기 또한 새로운 이념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중화민국 총통 장개석은 주먹을 불끈 쥐며 연설하듯 외쳤다.
“우리의 옛 지도자 손문(孫文, 쑨원)께서 설파하셨던 삼민주의에서 한층 더 진보된 사상. 민족혁명주의야말로 이 세상에 구원을 가져다줄 사상이 틀림없습니다!”
“각하께서 이리 말씀해주시니 저 또한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아르민 로젠바움의 차남, 오토 로젠바움은 고개 숙여 예를 표했다.
주재무관으로 중국에 도착한 이후, 중일전쟁이 점차 격화되면서 오토의 직책은 날이 갈수록 상향조정되었다. 단 둘뿐인 총통의 아들이라는 휘황찬란한 위광을 썩힐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말수 적고, 전쟁과 대립을 꺼리고, 학문을 가까이해 학자로 자라난 장남 페르디난트와 달리 차남 오토는 누가 봐도 아르민의 붕어빵이었다. 식탐이 좀 강하다는 건 달랐지만 사실 이건 일종의 PTSD였다. <순무의 겨울>에 유년기를 보낸 독일 아이들에겐 제법 흔한 케이스이기도 했고.
훤칠하게 잘생겼고, 고생깨나 하는 동안 살은 쫘악 빠졌고, 카리스마와 인간미가 돋보이며, 남경 대학살 한복판에서 무수한 민간인의 목숨을 구해낸 영웅적 업적이 있으며, 디자이너를 갈아넣어 만든 독일민족혁명군 제복 버프까지 있다.
그러니 피는 못 속인다고.
“무수한 중국의 딸들이 귀하의 발끝에라도 닿고 싶어 연서를 날려 보낸다고 들었습니다.”
“하하하··· 조심하겠습니다.”
“아니오! 전혀 그렇지 않소. 예로부터 영웅은 호색이며 처자는 의복과 같다 하지 않았습니까? 이 중국의 호걸 중 삼처사첩을 거느리지 않은 이는 없습니다.”
오는 여자 막지 않는다.
부친 아르민이 젊은 시절 그러했듯, 독일과 지구 반대편인 이곳 중국에서 오토는 말 그대로 만리장성을 쌓아대고 있었다.
‘시이이발. 좆된 건가.’
그리고 지금 오토는 등 뒤로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상해, 남경, 중경 등 사방천지에서 화려하게 인생을 즐기던 그 장대한 여정 사이에는 – 장개석의 양녀 장요광(蔣瑤光, 장야오광)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 솔직히 총통의 딸이라는데 어떻게 참겠나? 플래티넘 도전과제인데.
오토 자신은 전혀 모르고 있었지만, 그의 늦봄은 독일에서도 나비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아빠. 나 실은 만나는 여자가 있는데-’
‘장개석의 수양딸이라고? 딱 좋네. 결혼해라. 아니, 소문나면 반드시 방해공작 들어온다. 괜히 누가 헛짓거리하기 전에 일단 사고부터 저질러. 혼인동맹 맺고 중화민국을 동양에서의 우리 대변인으로 키우면 동양 방면 대전략도 완성되겠군.’
감히 누가 예수와 동기동창인 총통 각하의 판단에 반대하겠는가? 당? 외무부? 그들은 갑자기 ‘차남을 빌미로 중화민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오더가 내려오자 여기에 충실히 응할 뿐이었다. 장남에 이어 차남의 인륜지대사까지 조국과 민족의 영광을 위해 거리낌없이 내던지는데, 어찌 각하의 애국심 앞에 감복하지 않을 수 있겠는고?
“이 인간아! 이 인간아!!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자, 잠깐. 진정하고, 민족혁명을 위해서는 인종의 장벽을 딛고-”
“그래, 좋아! 장벽 한번 부숴보자!”
마침내 이 독단적 결정에 눈이 돌아간 총통 부인께서는 옆에 있던 지구본으로 총통의 대갈통을 까버리고 친정으로 가버렸다. 원래는 며느리 얼굴 보러 가겠다고 중국행 짐을 싸고 있던 걸 독일 만백성의 최고존엄께서 필사적으로 뜯어말려 그나마 친정행이 된 것이다.
물론 오토는 이런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모른다. 사실 여자가 한 명이 아니라 좀 많다는 걸 숨기는 게 훨씬 급선무였기 때문에 저 멀리멀리 있는 부친의 처지를 헤아릴 겨를도 없었다.
현재 중화민국은 대대적으로 로젠바움주의를 수입하는 중.
독재, 반일, 반공이라는 가장 절실한 키워드를 모조리 만족시켜주는 이 이념은 장개석에게 그야말로 빛과 소금 같은 존재였고, 그 창시자의 아들이 중국에 있다는 사실은 그야말로 빛빛빛.
물론 주중 독일 대사라거나 독일 군사 고문단 따위가 있기는 했지만, 세상에 직책과 직급보다 더 높은 것은 바로 신분이다.
오히려 젊은 사람들은 이 사람 위에 사람 있고 사람 밑에 사람 있다는 신분제에 대한 적개심이나 거부감이 컸지만, 중국까지 파견된 폰 자 돌림 붙은 영감들은 <베를린 최고존엄 항공혈통>을 사실상 황족 모시듯 깍듯하게 예우했다.
중국인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근대화를 부르짖는 중화민국조차 공자의 77대손이라는 이유만으로 관직을 하사하는 판국에, 로젠바움주의 창시자의 차남을 왜 안 모시겠는가?
“일본이 주장하는 바는 모조리 사이비에 불과합니다. 아버지의 가르침을 이해하고 따르는 나라는 동양에 오직 중화민국뿐입니다.”
민족혁명주의 아시아 대교구 추기경 겸 이단심문관.
절대 명함을 판 건 아니지만, 사실상 이와 마찬가지였다.
솔직히··· 쫄렸다. 뭔가 대국을 그르치거나 말아먹을까 봐 숨이 넘어갈 것만 같았다.
틀림없이 그냥 주재무관으로 잘 놀고 기왕이면 결혼할 사람 하나 잡아 오라는 게 아버지의 오더였는데 왜 이렇게 됐을까?
그렇게 똥줄 타는 나날을 보내던 중.
마침내 본국에서 그의 무거운 짐을 대신 들어줄 사람이 왔다.
“삼촌! 세상에! 어떻게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저 이제 독일로 돌아갈 수 있는 거 맞죠?”
“죄송합니다, 도련님. 저도 쫓겨났어요.”
괴벨스와 감격의 해후를 나누려던 오토는 억장이 무너진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정확하게 알게 되었다.
그리고 며칠 뒤.
애송이와 쩔뚝이 듀오는 중경에서 우하우하 라이프를 다시금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
[파울 요제프 괴벨스 선전부 장관, 아시아로 향하다!] [정권이 꺼낸 회심의 카드··· 아시아의 우리 동지들을 구하라!] [“도탄에 빠진 아시아 민중을 구원하기 전엔 결코 돌아오지 않겠다” 괴벨스 박사, 결연한 각오 밝혀] [로젠바움 총통의 오른팔이 아시아로 떠난 이유는?]독일군, 마침내 출병.
10만 명 규모로 편성된 원정군 선발대의 사령관은 페도어 보크.
황태자 빌헬름과 본래부터 친분이 있던 그는 신속하고 과감한 회피기동으로 목숨을 건지는 데 성공했지만, 죄는 원래 짓는 것이 아니라 윗사람이 만드는 것.
‘황태자의 역심을 알고서도 일부러 침묵한 것 아닌가?’라는 음해에 시달리던 그는 늙은 나이에도 열대 우림으로의 출병을 자청했다.
괴벨스가 인도에서 비행기를 타고 중경으로 떠나기 전, 그에게서부터 총통의 밀명을 전달받은 그는 경악했다.
“각하께서는 우리 장병들이 현지에 정착했으면 합니다.”
“그게 무슨 소리요?”
“말 그대로입니다. 우리는 단순히 전투를 하고 잽스를 죽이기 위해 온 것이 아닙니다. 현지인들을 규합시켜 군인으로 육성하고, 다시금 그 군인들을 모아 신생 독립국의 건군(建軍)을 도와줘야 합니다.”
그리고.
아예 말뚝 박고 현지 여자와 결혼도 해서, 신생 독립국 군대의 요직을 꿰차버리는 것.
식민지인 군대에 민족혁명주의를 전파하고 친독 인사를 키우는 것보다, 아예 독일인이 현지에 귀화해서 참모총장이나 총사령관이 되면 그 나라 군권을 낼름 처먹어버리는 셈 아닌가?
물론 제정신으로 이 원시적이고 야만적인 동네에 정착할 전도유망한 독일군 장병들은 그리 많지 않다. 모 영화에서는 푸르딩딩한 외계인 여자에게 한눈에 반해 조국도 인류도 다 팔아치워버리는 전직 군인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그 친구는 불치의 장애를 극복할 수 있다는 보너스 어드밴티지도 있지 않았던가.
그래서.
아르민은 제정신이 아닌 장병들을 대거 만들었다.
숙청으로.
“예? 말뚝이요?”
“너네 어차피 고향 돌아가봤자 언제 다하우 끌려갈지 모르는 팔자 아니냐? 평생 슈타지에 감시받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증발할까 봐 덜덜 떠는 인생 살고 싶어? 아니면 여기서 참모총장 한번 해볼래?”
“아니, 씨발-”
“싫음 말고.”
이 20세기 십자군의 멤버들 중 위관급 장교들은 기이할 정도로 미혼 비율이 높았다. 애초에 선발 기준에 결혼 여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관급 장교들은 기이할 정도로 이혼율이 높았다. 대개 이번 반역 음모에 연루되어 슈타지 대공 분실에 끌려가 코로 아인토프를 먹고 부인에게 이혼당한 채 파병 신청서에 싸인한 부류였다.
귀국해서 무사히 살고 싶으면 최소한 전공은 세워야 한다.
원정군의 사기는 그 어느 때보다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
“버마, 태국, 베트남 순서대로 진격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그보다는 무리한 육전을 회피하고 함대결전으로 일본 해군을 파괴하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물론 그도 그렇지만, 육군만의 전장이 있는 편이 더 나을 듯한데···.”
유럽 연합군은 차곡차곡 해군도 증강하고 있었다.
비록 대부분이 구형 함선들이지만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연합 해군은 자신들이 보유한 거의 모든 전함과 항공모함을 박박 긁어모았고, 미국 또한 슬슬 쇼미더머니에 시동을 걸면서 착실하게 주력함을 건조하고 있었다.
그리고 일본군은 유럽 연합 해군과 미 해군이 랑데부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부단하게 움직였다.
저들이 한 뭉텅이가 되는 순간 일본 해군을 수로 압도할 수 있다. 결코 그 꼴을 봐줄 린 없었다.
그렇게 서로 눈치를 보는 와중.
“당신들 지금 뭐 하자는 겁니까?”
“왜 대뜸 화를 내고 그러십니까.”
“그 진중 방송!! <독일의 소리>인지 뭔지!!”
“우리 장병들을 위해 전용 방송을 하고 있는 건데 뭔가 문제라도?”
인도에 눌러앉은 독일 육군은 본격적인 협잡질에 들어갔다.
바로 전도행위였다.
“인도인 여러분! 안심하십시오! 모든 식민지의 해방자, 모든 족쇄의 파괴자! 대영제국 본토함대를 그들이 태어났던 지옥으로 돌려보낸 자들, 바로 독일군이 왔습니다!!”
[아시아의 모든 착취받던 자들이여, 탄압받던 자들이여! 마침내 복음이 찾아왔소! 이 파울 요제프 괴벨스, 이곳에서 순교하기 위해 저 머나먼 유럽에서 아시아까지 왔습니다!]“압제에서 벗어나시오! 여러분들은 결코 말하는 짐승이 아닙니다! 단지 조금 발전이 늦었기에 노예의 신세로 전락했을 뿐! 이제 쇠사슬을 끊고 당신들을 위한 나라를 건국할 때가 왔습니다!!”
영국 식민 당국은 게거품을 물고 항의했지만 독일인들은 여유만만이었다.
“왜 남의 나라를 도와주러 와놓고 이토록 행패를 부리십니까?”
“남의 나라라니. 뭔가 말씀이 이상하군요.”
“뭐요?!”
“지난 평화조약에 의거해 이 땅은 더 이상 영국의 식민지가 아닙니다. 바로 저 이름도 찬란한 세계민족해방기구가 신탁통치하는 신탁통치령 인도란 말입니다. 설마 지금··· 평화협정을 부정하시는 겁니까?”
그제서야 인도 지배에 여념이 없어 본토 현황을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던 영국인들은 찬물을 끼얹은 듯 현실을 직시하게 되었다.
이 새끼들.
광신도들이다.
전 유럽이 연합해서 군대를 보냈다는 비유적 의미에서 십자군인 줄 알았는데, 로젠바움주의에 미쳐서 이교도를 멸하려고 몰려온 진짜배기 십자군이었다니!
“햣하! 사이비 이단은 소각이다!”
“로젠바움 믿고 천국 가십시오!”
괴벨스와 함께 몰락해 아시아 땅으로 건너온 전직 선전부 관료들과 방송국 임직원들은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이 야만스러운 동네에 뭘 더 바랍니까?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그냥 이 동네 놈들이 알아들을 수 있게 민족혁명주의를 퍼뜨리면 됩니다.”
“어차피 이 친구들도 근대화를 달성하고 나면 종교를 객관적으로 보게 될 겁니다. 그때까지의 임시방편으로는 나쁘지 않을 겁니다.”
그리하야.
“그러니까 그 로젠바움이란 사람이 비슈누의 현신이다 이거지?”
“브라흐마스트라(Brahmastra)를 쏴서 영국인들의 함대를 모조리 멸망시켜버렸다던데. 신의 화신이 틀림없는갑다!”
“비슈··· 비 뭐?”
“아무튼 그렇다! 로젠바움주의를 믿는 자들은 구원과 자유를 얻을 것이오, 믿지 않는 자들은 식민 열강과 함께 파멸하리!”
인디아풍으로 어레인지된 민족혁명주의는 순식간에 방송국 전파의 힘을 빌려 인도 전역으로 널리널리 퍼져나갔다.
유럽인들의 생각보다 훨씬 빠르고 급속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