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205)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205화(205/246)
205화 신들의 전쟁 (1)
아시아-태평양 전역에 괴전파가 뿌려지기 시작했다.
[인도, 뉴델리에서 민족해방의 소리가 전해 드립니다. 프라하 조약군이 속속 인도로 도착하여 일본 식민제국을 징벌하기 위한 채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일본군이 미군 포로를 상대로 대량 학살을 저질렀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입수되었습니다.] [일본군이 각지에서 무자비한 징발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해방을 위해 왔다고 거짓말을 일삼던 일본군은 전쟁 수행을 위해 식량, 무기, 자원, 심지어 사람까지 약탈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 전쟁이 끝나면 일본군은 정말 식민지 현지인들을 위한 나라를 세울까요?] [아르민 로젠바움 총통께선 언제나 약속을 지킵니다. 그분께선 인류에게 하늘을 주셨고, 독일인들에게 평화로운 강성대국을 주셨습니다. 이제 마지막 약속이 남아 있습니다. 민족혁명의 시대! 전 세계 모든 민족의 해방! 모든 민족이 자신들의 주권을 되찾고 평화로이 손에 손잡는 번영의 날! 그날은 반드시 도래합니다. 여러분이 떨쳐 일어나야 그날이 옵니다! 민족혁명은 가만히 앉아 있으면 찾아오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손으로 쟁취해야만 합니다!]밥 먹고 사시사철 선동만 해오던 최고의 선동 전문가가 꾸린 방송.
민족해방기구는 창설 시점부터 여러 식민지 현지인을 포섭하고, 현지 언어에 능통한 자들을 섭외했으며, 어떤 선동을 해야 현지에 민족혁명주의를 포교할 수 있을지 연구를 수행해 왔다.
괴벨스는 수북이 쌓여 있는 이 자료를 이용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방식의 선전전을 전개하기 시작했고.
그 효과는 실로 탁월했다.
“현지 토인 놈들이 탈영하고 있습니다!”
“빌어먹을. 싹 다 죽여. 탈영자는 알아서 총살하도록.”
독일이 직접 움직인 시점에서 더 이상 일본이 제아무리 민족혁명을 운운하며 현지 반군과 게릴라들을 포섭하려 할지라도 여기에 응하는 이들의 숫자는 확 줄어들었다.
현지 지도자들과 그 군대는 이미 진작부터 일본군의 잔학한 행위를 보며 정나미가 떨어질 대로 떨어졌고, 오직 일본군이 쥐고 있는 총칼이 두려워서 복종하는 척했을 뿐이다. 그게 아니라면 옛 식민 정부에 부역하던 벌레들이 충성의 대상만 급선회해서 똑같은 짓을 자행하고 있거나.
하지만 이역만리 독일이 전쟁을 위해 군대를 냈다는 소식을 듣자, 어깨 위에 머리통이라는 게 달린 이들은 국적을 초월해 다 똑같은 생각을 했다.
‘일본의 아군이 있긴 한가?’
‘전 세계를 적으로 돌린 셈인데, 이걸 일본이 이길 방도가 있는가?’
없다.
심지어 일본군 그들조차 완벽한 승리가 목표가 아니라 ‘우리가 버티고 또 버텨서 협상 테이블로 끌고 나온다’ 같은 어설픈 작전을 세우지 않았던가.
무엇보다도.
독일의 참전이 암시하는 바는 하나 더 있었다.
“이제 우리는 독일의 핵공격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그게 무슨 상관이오? 독일이 무슨 수로 신주 한복판에 폭격기를 띄우겠소?”
“우리 연합함대가 세계 최강이라는 사실이 입증되었는데 그깟 폭탄쪼가리 하나가 무에 대수일까!”
“하지만 놈들이 요충지에 원자폭탄을 쏘면 어떻게 할 겁니까?”
“이오지마, 오키나와 등 요충지라 할 만한 곳엔 대대적인 방공 요새화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아울러 라바울 같은 곳에서도 마찬가지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만, 핵폭격을 막을 정도의 요새화 작업이라면 대체 얼마나 노고가 들어가야 할지-”
원자폭탄.
하지만 앓는 소리를 내는 건 육군뿐, 해군은 이를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원자폭탄은 매우 무겁다. 함재기로 이를 투하하는 건 불가능.’
‘설사 함재기에 원폭을 탑재한다 하더라도, 무슨 수로 태평양 망망대해 어딘가에 있을 함대를 목표로 투하하겠는가?’
‘최악의 상황에 처해 맞는다고 치자. 그래도 장대하게 산개해 있을 우리 연합함대에겐 유의미한 타격을 주기 어렵다.’
이미 진작 ‘저 새끼들 태평양 공해상에는 핵 못 쏨. 맞아도 생각보단 덜 아픔’이란 결론을 내린 해군에선 육군의 통곡이 우습지도 않았다.
노오력을 하란 말이다, 노오력을. 야마토 민족의 정신력이면 원자력인지 원나라인지도 다 막아내야지. 옛 선현들은 원나라를 막았는데 고작 원자폭탄을 못 막겠다니?
“역시 육군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허허.”
“그야 해군이 수송을 병신같이 하니 제아무리 천황 폐하의 정예한 군인이라 할지라도 어쩔 도리가 없지요.”
그러자 심기가 불편해진 육군 또한 곧장 이빨을 드러냈다.
남방작전을 통해 방대한 동남아시아 전역을 접수하긴 했지만, 일본군은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꼴이 되어 배 터지기 일보 직전이 되었다.
전쟁을 수행하려면 당장 지하자원, 석유, 고무, 인력, 식량 등을 공출해서 본국으로 실어나르고 다시 또 본국의 물자를 각 부대로 수송해야 하는데, 일본군의 수송 역량은 현저히 미달. D학점 확정이었다.
그리고 연합군은 여기에서 활로를 찾았다.
“우리는 이제부터 무제한 잠수함 작전에 돌입한다. 잠수함 다 풀어!”
“잽스의 영역 안에서 돌아다니는 함선은 전부 적이다. 중립 상선 따위가 어디 있나. 수송선도, 어선도, 조각배도 모조리 찢어 죽여라!”
함대와 함대의 싸움에서 재미를 못 본다고 판단한 미 해군은 대대적인 잠수함 작전에 돌입했다.
게다가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까지 손에 손잡고 잠수함이란 잠수함은 죄다 끌고 오면서 인도양과 태평양 일대는 바야흐로 대해적 시대를 맞이했다.
일본군 또한 수천 년 동안 왜구라는 이름으로 동양사에 굵직한 흔적을 남긴 바 있지만, 상대는 유럽인이다. 오대양 육대주를 정복하고, 아프리카를 노예 사육장으로 만들고, 아메리카 원주민을 멸종위기로 몰아넣은 이 마족 무리들과 견주자면 왜구는 고작 논두렁 깡패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일본 해군은 드넓은 태평양에서 벌어지는 비정규전을 거의 염두에 두지 않았었다.
일본 해군은 자신들이 잠재적 적국에 비해 열세라는 걸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었고, 승리를 위해선 단 한 척의 소형 함선이라도 오직 적과의 함대결전에서 승리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어야 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구축함도 순양함도 모두 적 군함과의 교전을 목표로, 강력한 죽창인 산소어뢰를 탑재한 수뢰전 위주로 만들었고, 함대결전을 위해서라면 항공모함도 기꺼이 미끼로 던질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지금.
적들은 전혀 싸워줄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바다엔 잠수함만 판을 치고 있다.
일본 육군은 ‘니네 헛짓에 힘 빼지 말고 빨리 호위함대 창설하고 대잠 전문 부대 좀 만들지?’라고 권고했지만, 육군의 개소리를 들어줄 해군 인사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해군 딴에는 ‘해상호위대’라고 해서 수송선단을 보호할 함대를 별도로 편성하긴 했지만, 다 썩어가는 구닥다리 함선이나 민간에서 징발해 폭뢰 좀 장착한 함선 따위로 살기 등등한 연합군 잠수함을 막는다는 건 망상에 불과했다.
“조금만 더 버티면 됩니다.”
“조금만이 대체 언제까지요?!”
“놈들을 때려부수면 끝납니다. 우리 연합함대가 출격해서 유럽 연합군과 미 해군이 접선하기 전에 한쪽을 끝장내리다.”
그렇게.
시간에 쫓기는 일본 해군은 다시 한번 장대한 함대결전 계획에 착수했다.
***
이즈음 인도의 정국은 대단히 요동치고 있었다.
롤러코스터의 대가로는 미국의 하얀 집에 사는 어떤 휠체어 타는 노인을 떠올리기 쉽지만, (주)루즈벨트가 동전주라면 (주)인도는 듣보잡 코인에 버금갈 만큼 미칠 듯이 등락을 거듭했다.
유럽에서 <로젠바움 전쟁>이 터질 무렵, 영국 정부는 인도에 폭넓은 자치권과 독립을 약속하는 대신 인도인들에게 전쟁 수행 협조를 받으려고 했다.
하지만 전쟁은 한 달 만에 끝나버렸다.
영국은 영국 아니랄까 봐 순식간에 말을 바꿨다.
“전쟁 수행 협조의 대가로 독립을 준다고 했는데 그 전쟁이 없어졌잖느냐? 공짜로 먹으려고?”
“너희가 약속하지 않았느냐, 이 사기꾼들아!”
“수행할 전쟁이 없어졌는데 어딜 강도처럼 구느냐!”
“그래. 잘 됐다! 이번 기회에 독립전쟁이나 해보자!”
폭발하려던 갈등은 순식간에 봉합되었다.
평화 협정의 안건에 인도를 비롯한 식민지 독립이 제시되었다는 사실이 널리 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도인들의 기대는 충족되지 못했다.
<세계민족해방기구>의 발족은 환영받아 마땅했지만, 이 기구의 신탁통치가 최장 20년에 걸쳐 진행되리라는 사실은 이들에게 ‘식민 통치 계속됩니다?’라는 택갈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민족해방기구? 그걸 믿었나?”
“이 땅은 대영제국이 다스린다! 동인도회사든, 인도 제국이든, 민족해방기구 신탁통치령이든!”
“이럴 줄 알았지. 개같은 놈들.”
“독일이 어지간히 할 짓 없어서 우릴 독립시켜주겠나?”
기대를 하니까 실망하는 법.
소수의 로젠바움주의자를 빼면 독일의 선의를 믿었던 사람은 어차피 그리 많지도 않았다.
글은 읽고 쓸 줄 알아야 외국산 새 이념을 믿든가 한다. 게다가 얼마 안 되는 식자층은 좋으나 싫으나 영국의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영국의 적국이었던 독일산 문물에 대한 미묘한 거부감도 있었다.
하지만 독일인들이 인도에 발을 디디자.
정말 천지가 개벽하는 듯한 변화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당신들이 뭔데 아직도 식민 통치기처럼 굴고 있습니까?”
“우리는 엄연히 신탁통치에 의거해서-”
“신탁통치라고 주장하려면 이들의 독립국 건설을 지원해줘야지, 이래서야 기존 식민 착취와 다를 바가 뭐가 있소!”
독일인들은 명분을 쥐고 있었다. 영국령 인도가 아니라 신탁통치령 인도잖은가?
가장 먼저 독일인들은 인도 제국군의 군권을 인수, 아니, 강탈했다.
“이제 인도군의 지휘권은 우리가 확보하겠소.”
“지금 한 나라의 군권을 빼앗겠다는 것이오? 이 야만스러운 놈들이 본색을 숨기지도 않는군! 우린 독일의 동맹이지 부하가 아니오!”
“귀에 귀지가 많으신 듯하니 한 번만 다시 설명해주겠소. 우리는 ‘독일군’이 아니오. <세계민족해방기구>의 결의에 따라 파병된 <프라하 조약군>이지.”
그제서야 영국 장성들은 돌아가는 판을 이해했다.
외통수였다.
“영국의 식민 수탈을 위한 가면이었던 인도 제국은 이제 존재하지 않소. 현존하는 인도군은 영국 여왕을 주군으로 모시는 게 아니라 새로 태어날 자유 인도에 충성을 다해야 마땅하지. 그게 아니라면 혹시 평화 조약을 위반하고-”
“예. 당신들 말이 맞습니다. 인도군은 영국군과 일절! 무관합니다!”
여기서 독일군더러 ‘생각해보니 너네 도움 필요 없음’ 같은 소리를 지껄인다 해도 영국에 충성을 바치는 인도군의 존재 자체가 평화조약 위반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결국 그들은 속수무책으로 수십만 인도 제국군의 군권을 빼앗겼고, 보크는 이 권한을 움켜쥐자마자 곧바로 찬드라 보세와 그 무리들을 인도군에 합류시키는 한편 현지 인도인들을 대대적으로 진급시켰다.
여전히 간부진의 상당수는 영국인들의 몫이었고, 인도군을 반영적인 행동에 투입할 경우 그 명령이 실행될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군이 영국의 이익을 위해 움직일 가능성 상당수는 막혀버렸다.
가장 중요한 군권을 빼앗은 뒤는 당연히 행정 권한을 장악할 시간.
“민족혁명주의에 의거하여, 인도인의 권익을 대변할 의회를 하루속히 성립시키고 이들이 헌법을 제정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합니다.”
“헌법이라니! 누구 마음대로!”
“그야 당연히 자유로운 인도인들의 마음대로지. 오히려 내가 묻고 싶소. 당신들은 통치를 신탁받아놓고 그동안 한 게 뭐요?”
“이보시오, 이 말라비틀어진 크라우트 나리들. 그런 짓을 했다간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아시오? 기껏 영국의 철권으로 찍어누른 종교 분쟁이 터져! 힌두교도와 무슬림 사이에 피의 내전이 터진다고!!”
“흐하하하. 걱정도 참 팔자로군. 우리 독일군은 그런 미묘한 민족 갈등을 중재하는데 특화되어 있소.”
“특화? 당신네들이? 무슨 수로?”
“이 전시에 분란을 일으킨다니, 그런 놈들은 당연히 잽스의 지시를 받은 반역도가 틀림없잖소. 총알은 언제나 답을 알고 있지.”
다 죽이면 되는데 뭘 복잡하게 생각하지?
이미 로젠바움 총통은 여기에 대해 일목요연한 비밀 지령을 내린 지 오래였다.
[우리의 고결한 이념에 따라, 인도의 모든 민족들은 자신들의 국가를 건설할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그들이 통합된 국가를 원한다면 이는 그들의 당연한 권리이며 우리는 간섭해선 아니 된다. 그러나, 원치 않는 민족까지 강제로 강력한 중앙정부의 힘에 흡수합병당하게 해선 안 된다.]어차피 독일은 머나먼 이 땅에 통치력을 투사할 능력이 없다.
그렇다면 최소한··· 영국 놈들 빨대라도 부러뜨려야 하지 않겠나?
‘인도 현지인의 정치적 권리 존중’이라는 미명 아래, 독일은 차곡차곡 지방 토호들을 포섭하는 한편 민족혁명주의 확산에 힘을 기울였다.
그리고 민족혁명주의의 가장 큰 장점.
“그 로젠바움주의라는 게 주장하는 바가 대체 뭡니까?”
“모든 민족은 외세에 지배당하지 않고 자유롭게 살 권리가 있다는 것이오!”
“세상에. 우리가 백인과 동등하다고요? 당신네들이 참말로 그렇게 주장하는 겁니까?”
“백인들이라고 해서 전부 영국놈들처럼 흉악하진 않습니다. 우리의 총통 각하께서 분명히 교시하셨소! 우리는 조금 일찍 발전했을 뿐, 그대들 또한 기술과 제도를 배우기만 하면 금세 우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고! 그대들은 하층 민족이 아니오!”
좋은 말씀만 가득해 아무데나 갖다 붙이기 쉽다는 것.
그리고 지도자에 대한 충성을 전제로 깔고 있다는 것.
“내가 그 교리서를 가만 읽어봤는데, 결국 부모를 섬기듯 상위 카스트를 섬기라는 뜻이더군.”
“이 땅에서 상대적 소수인 우리 무슬림이 입지를 다지려면 결국 강력한 지도자 아래 하나로 단결해야만 한다. 로젠바움 총통이 영도하는 독일처럼!”
인도인들은 아주 능숙하게 민족혁명주의를 레고처럼 분해하고 재조립해 자기들 형편에 맞게끔 재편했다.
그리고 이 작태에 경악한 이가 있었으니.
“이건 인도인을 영구히 분열시키려는 음모다. 민족혁명주의는 영국인이 뿌린 그 어떤 독보다도 지독한 맹독이야.”
위대한 영혼.
마하트마 간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