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209)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209화(209/246)
209화 신들의 전쟁 (5)
1941년 4월.
인도 앞바다까지 나아가 유럽 함대를 모조리 격멸하고 이 세상 모든 바다의 주인이 되려던 일본제국의 야망이 불타 사라졌다.
귀축영미를 때려잡기만 하면 이 세상을 다 준다는 매력적인 이야기가 연합함대에게 꿈을 심어줬을진 모르겠지만, 그들은 이 세상 대신 저세상을 얻으러 떠나고 말았다.
하지만 아직 벵골만 함대결전의 패배가 일본제국 해군력의 완전상실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현대적 해전에서 가장 중요한 항공모함의 상실, 그리고 중일전쟁을 통해 단련된 최정예 해군항공대의 궤멸은 어마어마한 타격이 맞다. 일제는 이번 전쟁 기간 안에 절대 이 피해를 회복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본 해군은 여러 척의 전함을 위시해 제법 많은 수의 수상함을 보유하고 있었고, 지상 기지에서 발진하는 육군항공대까지 고려하자면 아직 저항할 여력은 남아 있다고 봐야 했다.
물론 이 얼마 안 되는 여력은 본토 방위, 그리고 일본의 생명줄인 유전지대 등 전략적 요충지에 투입되어야 한다.
버마에서 시작된 유럽군의 공세를 막기 위해 함대를 할애할 힘은 없다 봐도 무방했다.
모든 걸 잃어버린 처칠의 통곡과는 별개로, 연합군은 이제 해안을 통해 거침없이 진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온다!! 귀축놈들이 온다!!”
“다들 진정해라. 독일인들이 정글의 무엇을 안다고 여기서도 잘 싸우겠느냐! 황인종의 힘을 보여줄 시간이다!”
쿠르르릉!
간부들이 애써 독일군의 전투력을 깎아내리고 ‘우리는 방어자 버프 30% 지형지물 버프 50% 받고 상대는 기후 적응 실패 -200% 패널티 붙으니 황군의 압승 예상’처럼 현란하게 입을 털었지만.
독일군의 전차가 나타나자 그들 또한 합죽이가 될 수밖에 없었다.
“대전차포! 대전차포 다 모아!!”
“발사!”
쾅- 깡!
여기저기 교묘하게 숨겨놓은 대전차포가 화망을 조성해 포격을 가했지만, 독일제 전차는 부항이라도 뜬 것처럼 자국만 남았을 뿐.
“우리 전차 부대는 어디서 뭘 하고 있나!”
“옵니다! 뒤에서 오고 있습니다!!”
때마침 남방작전에서 눈부신 전과를 거둔 막강한 일제 전차, 치하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토록 열강이랍시고 으스대던 영국군과 미군의 전차를 마치 짚단 베듯 손쉽게 격파하던 막강한 황군의 전차!
민족혁명의 배신자 독일군이 유럽에선 싸움 좀 했다고 한들, 결국 치하의 막강한 전투력 앞에서는-
퍼어엉!!
“퇴, 퇴, 퇴각하라!!”
“일단 후퇴! 후퇴한다!!”
“귀축 도이치에게 붙잡히면 잡아먹힌다!! 도망쳐라!!!”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전투를 지켜보고 있던 발터 모델은 혀를 차며 망원경에서 눈을 뗐다.
“저게 군대라고?”
혹시 영미의 식민지 방위군이란 놈들은 사람이 아니라 수수깡을 군인으로 모아놨던 건가? 어떻게 저딴 허접한 놈들에게 이 드넓은 땅을 통째로 빼앗겼단 말인가?
그리고 ‘저 군대 같지 않은 것들’에게 패배해 쫓겨난 영국군 장성들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안색을 굳혔다.
“조심하시오. 잽스의 진면목은 야만적인 싸움에서 나오니.”
“야만 부락 정벌은 당신네들 특기 아니었소?”
“그런 문제가 아니오. 저들은 밥을 먹지 않고도 수백 킬로미터를 행군하고, 달빛조차 없는 암흑 속에서도 거침없이 공세를 펴고, 탄환이 충분히 있는데도 괴성을 질러대며 칼을 뽑아 돌격을 펴는 놈들이오. 제기랄. 우리도 예산이 넉넉하기만 했다면-”
“란트베어(민방위)만 동원해도 저놈들은 싹 쓸어버릴 수 있겠구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태반이 식민지 현지인이니 어쩔 수 없잖소.”
“아······.”
“그러면 뭐 납득이 안 되는 것도 아니고.”라고 무심코 대답하려다 말고, 독일민족혁명공화국의 훌륭한 시민 발터 모델의 대뇌피질이 매우 분주해졌다.
납득된다? 저 말에?
일찍이 위대한 독일 민족의 어버이이시자 전 세계 모든 약소민족의 구원자, 인류에게 하늘을 선물해주신 식민해방의 대영웅 아르민 로젠바움 총통 각하께서 교시하시길 하등한 민족은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저 토인들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면서 슈타지 끄나풀이나 공화국 수비대 정치 장교들이 괜히 그를 찌르면 무척 고달파지지 않겠는가? 사상 무장이 불량하다거나, 혹시 반역의 기미가 보인다거나 하면 어쩌려고?
이 모든 복잡한 생각을 순식간에 끝낸 그의 뇌는 얼른 모범답안을 출력했다.
“그것참 안타깝구려. 민족혁명에 의거해 현지인들에게 충분한 교육과 싸울 이유를 주었다면 저들 일본군을 막기에 부족하지 않았을 텐데. 하지만 걱정 마시오. 우리가 왔으니 이제 잽스들도 더 이상 거짓과 위선으로 현지인들을 속이지는 못할 것이오.”
“아··· 예. 귀국 군대의 헌신에 참으로 감사드립니다.”
영국인들은 ‘빌어먹을 이 독재자 따까리들 또 신앙간증 시작했네’라며 진절머리 난다는 듯 입을 다물었다.
음. 좋아.
이만하면 완벽한 대답이었어. 보고 있나 슈타지?
모델은 스스로에게 A+ 학점을 부여했다.
전쟁도 사회생활도 참으로 완벽했다.
***
하인츠 구데리안에게는 두 가지 길이 있었다.
“나와 같이 프라하 가겠나? 야전군인의 정점에 서고 싶다면 이제 프라하 경험은 필수가 될 거야. 무수한 조약군을 통솔하고 조율할 능력이 되는 자만이 원수봉을 잡을 수 있겠지.”
브라우히치의 제안은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다.
20세기판 십자군이라는 별명이 붙은 프라하 조약기구.
이제 막 출범한 이곳에서 커리어를 쌓는다면, 언젠가 독일과 유럽 문명을 위협할 적이 나타났을 때 단연코 가장 먼저 사령관으로 이름이 거론될 게 분명하다.
유럽의 심장이 베를린이라는 사실은 이제 확고부동한 지상명제가 되었다.
하지만 유럽의 방패는 이제 프라하다.
본래라면 당연히 이 제안을 수락했겠지만, 그는 너무나도 잘난 인재였기 때문에 또 다른 선택지가 생기고 말았다.
“우리 군, 아니, 전 유럽의 군대에는 최고의 전차가 필요하네.”
만슈타인은 기갑총감 자리를 제안했다.
“총통 각하께서 내게 말씀하시길, 최고의 인재가 전차 개발에 손을 대야만 향후 미래전에서 낙오되는 일이 없을 거라 하셨네. 그 말을 듣고 내가 뭐라 말했을 것 같나?”
“글쎄.”
“‘각하. 그렇다면 답은 하나입니다. 구데리안을 임명하고 전권을 주십시오.’라고 했지.”
그는 잠깐 고민했다. 눈앞의 이 딸랑이가 정말 저런 말을 했을까?
“그러면 내게 명령서나 임명장이 와야 할 듯한데.”
“각하께선 개개인의 의견을 존중하시는 분이거든. 열의 있는 준재가 태만한 천재보다 낫다던가.”
그리 길지 않은 고심 끝에, 그는 기갑총감 자리를 선택했다.
“아니! 이 좋은 기회를 마다하다니! 왜 프라하행을 거절했는지 이유나 좀 들어봄세.”
“훌륭한 야전군인은 저 말고도 몇 명 있지만, 전차의 역사를 바꿀 만한 인재는 저를 빼면 딱히 없는 것 같더군요.”
“···말문이 탁 막히네. 잘났수다, 정말.”
브라우히치는 툴툴대면서도 그의 선택에 축복을 빌어주었고.
곧바로 무수한 일거리를 투척했다.
“자, 신임 기갑총감님. 그럼 이제 프라하 조약군 총사령관으로서 기갑총감께 요청을 드리겠습니다.”
“말씀만 하시지요.”
“우선 동남아시아까지 보낼 전차부대와 장비의 상태를 확인해야 하고, 예비 부품도 미리 챙겨 보내야 하지. 총통 각하께서 전쟁이 끝난 뒤 장비를 도로 독일로 가져오는 것보다 신생국에게 공여하는 편이 낫겠다고 말씀하셨으니 이 로스만큼 새로 전차를 발주, 생산해야 하고.”
“네.”
“정예병들이 파병을 나가는 만큼 새로 편성될 기갑부대에 대한 훈련도 자네 일일세. 아, 그리고 우리 독일군뿐만 아니라 타국 조약군 기갑부대를 어떻게 얼마나 훈련시킬지도 자네 일일세.”
“그게 왜-”
“기갑에 대한 전권 받았다며? 혹시 싫나? 싫으면 권한 우리가 가져가겠네.”
“그럴 리가요.”
군인도 공무원이고, 공무원은 세상에서 권한을 가장 사랑한다. 구데리안은 척수반사적으로, 마치 절대반지를 소중히 품에 끌어안듯 화들짝 놀라 자신의 권한을 지켰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브라우히치는 환희에 젖었다. 총통께서 어째서 자신을 갖고 놀며 그토록 재밌어했는지 알 것만 같았다.
“지난 전쟁의 전훈을 받아들여 전차부대와 기갑전술 교리도 최신화해야 하고, 신형 전차 개발도 진두지휘해야 하지. 아 참. 각하께서 신신당부하셨는데, 신형 전차는 반드시 원자폭탄의 전술적 사용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하셨네.”
“핵무기를 말입니까? 그렇지만 아직 실전에서 전술적 용도로 써본 적은-”
“그러니까 대비를 해야지. 미국이나 소련도 원자폭탄을 개발 중이라는 건 공공연한 비밀 아닌가. 우리가 쏘든 적들이 쏘든 아무튼 다음 전쟁이 터진다면 핵은 반드시 누군가의 머리 위로 떨어질 게야.”
아니, 그 말이 아니고-
구데리안이 무어라 항변하기도 전에 브라우히치는 계속해서 일감을 던졌다.
“그리고 무솔리니가 이탈리아군 신형 기갑부대 편성에 자문을 요청했고, 이스라엘은 자국의 특성상 시가전에 최적화된 전차 개발에 관한 노하우를 전해 달라고 했네. 카이텔과 이야기 좀 나눠보게. 그리고, 또-”
구데리안은 깨달았다.
그는 이제 퇴역하는 그 순간까지 기갑총감 자리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만슈타인 이 개새-
***
베를린.
총통 집무실.
“각하, 어떠십니까?”
“···괜찮군.”
– 어질어질하면서 구라치기는.
나는 우르르 모여 있는 놈들을 향해 대강 손을 휘휘 저었다.
도대체 무슨 일인고 하니, 사연은 이러하다.
오늘 아침에 눈을 떠서 서류를 봤는데, 영 침침한 것이 글자가 제대로 읽히지 않고 제대로 초점이 맞질 않았다.
요즘 저 머나먼 동남아시아에서 각종 보고서가 쏟아져 오고 있는 관계로 피로해서 그런 거겠거니 생각했는데, 오늘은 정말 코앞에 서류가 있는데도 글자가 안 보이니 심장이 철렁했다. 백내장인가 녹내장인가 하는 그건가?
“이봐, 콘라드. 앞이 잘 안 보여.”
“각하. 그게 어인 말씀이신지?”
“의사. 안과의사를 좀 수배해 보게. 빨리.”
20분 만에 이 나라에서 가장 실력이 좋다는 안과 의사가 슈타지의 손에 납치되어 집무실로 운반되었고.
그는 식은땀을 여름철 아이스크림처럼 좔좔 흘려대며 신중하게 내 눈을 검사했다. 그 와중에 왕진 가방이랑 각종 도구도 다 알뜰살뜰 챙겨왔더라.
그리고 그는 실로 엄숙하게, 전문가로서 진단을 내렸다.
“노안··· 입니다.”
– 푸하하하하핫!!!
“각하께서는 젊을 적 저 높은 하늘을 날아다니며 세찬 바람을 맞고, 직사광선에 노출된 적도 많으시니 안구 건강에 더욱 신경을 쓰셔야 합니다. 우선은 안경을 맞추셔야 합니다.”
제길. 콘택트렌즈 없어?
– 그런 게 있겠냐? 21세기의 문물이 있을 리가 있냐고.
“콘택트렌즈 말씀이십니까. 유리로 만드는 것도 있고, 플라스틱도 있습니다. 플라스틱 렌즈는 우리 독일에서 세계 최초로 제작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저로서는 렌즈보다는 안경을 쓰시는 편을 추천드립니다.”
음··· 20세기 사람들이 좀 실험정신이 투철하긴 하지. 뇌에 송곳 찌르는 것도 첨단 수술이랍시고 주목받는 세상이니까.
최신 콘택트렌즈를 끼고 실명이나 그에 준하는 위험에 도전하기 VS 사람을 못생겨지게 만드는 안경 착용하기 중 나는 후자를 골랐다.
내 안경 낀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슈미트가 조용히 다가왔다.
“각하. 지금이라도 각하의 주치의를 대폭 늘리는 게 어떻겠습니까.”
“아직 내 몸이 멀쩡한데 주치의는 무슨 놈의 주치의.”
주치의? 의사? 걔들이 내 병을 진단하고 치료할 확률이 높을까, 아니면 생사람 잡을 확률이 높을까?
하지만 세상에 비밀은 없는 법.
슈미트가 이토록 나의 건강에 신경을 쓴다는 소문이 퍼지더니, 이제 온갖 놈들이 전부 다 나에게 찾아와서는 옥체에 신경을 더 쓰시라며 충성심 어필을 하고 지랄이 났다. 아. 진짜 지긋지긋하다.
– 니 팔자 니가 꼰 거지··· 총통 노릇 하니까 즐겁지?
결국 나는 당원들과 심복들의 간곡한 청원에 못 이겨 각 과목별로 주치의를 선발하기로 했다.
“모렐 박사라고 아주 저명한 분이 있는데-”
“기각. 그 사람은 빼고.”
···혹시 나 암살하고 싶은 거였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