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212)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212화(212/246)
212화 마지막 회담 (1)
1942년.
일본제국의 발악은 전혀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일본 육군은 중화민국을 전열에서 탈락시켜 전쟁의 양상을 뒤바꾸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극동 지역에 소련군의 숫자가 점점 불어나면서 이 야무진 꿈을 접어야 했다.
“소련은 우리 편 아니었나?”
“이놈들이 점점 수출을 줄이고 있습니다.”
“이대로 있다간 자원이 말라 고사할 판입니다. 무언가 대책이-”
소련의 자원이 없으면 일본제국의 전투력은 급감하게 된다.
하지만 스탈린은 의뭉스럽게 굴면서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요구했다.
“친애하는 서기장 동지. 일-소 우호 관계를 고려했을 때, 이토록 갑자기 수출을 줄이신다면-”
“아아. 물론 우리의 관계는 여전히 돈독하지요. 어디까지나 훈련을 위해 군대를 조금 더 배치했을 뿐이니 염려 마시지요.”
“그렇다면 참으로 다행입니다.”
“다만 우리가 그대들을 위해 독일과의 관계에서 많은 것을 포기했는데, 일본인 여러분들은 우리의 호의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참으로 아쉽습니다. 당장 우리 외화벌이 수단의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던 독일과의 무역이 줄어들지 않았습니까?”
돈 내놔.
너네 불쏘시개 같은 엔화 말고 가치 있는 무언가로. 금도 좋고.
소련은 고립무원의 처지인 일본을 등쳐먹으며 게걸스럽게 각종 물자와 금괴를 빨아들였고, 그러면서도 오히려 군사적 위협은 더욱더 키워나갔다.
한편, 야마모토 이소로쿠와 그 친구들이 사이좋게 배를 가르는 것으로 패전처리를 끝낸 해군은 다시 함대를 박박 긁어모아 두 번째 함대결전을 준비했다.
거대 여객선과 급유함을 개조해 만든 항공모함 히요, 준요, 치토세, 치요다.
여기에 유일하게 살아남아 복귀한 아카기까지 합쳐 다시금 5척의 항공모함을 확보했고, 그 유명한 일본군 최강의 전함 야마토와 무사시 또한 모습을 드러내면서 한껏 움츠러들었던 해군은 다시금 어깨를 좌악 폈다.
문제는 항공모함에서 작전을 수행할 해군항공대였다.
일본군의 파일럿 육성 시스템은 무척이나 난해하기 짝이 없었고, 중일전쟁이란 실전을 통해 단련되었던 역전의 용사들 거의 모두가 벵골만에서 죽거나 포로가 되었다.
머릿수만큼은 어찌어찌 옛날에 버금갈 수준으로 확보했지만, 그 실제 전투력은 천지차이가 된 상황.
반면, 미국 해군은 저 유명한 에식스급 항공모함이 차례차례 모습을 드러내고 신형 함재기가 등장하면서 일본군을 양과 질 모두에서 압도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야 1942년.
필리핀해에서 연합함대와 미 태평양 함대가 다시 한번 운명의 결전을 맞이했고.
“출격한 우리 함재기가··· 하나도 응답하지 않습니다.”
“통신장비의 고장 아닌가?”
“그렇지 않습니다. 기기는 정상입니다···.”
“전멸이라고? 단 한 대도 남김없이 귀축미제에게 당했단 말이냐! 그게··· 그게 가능한 일인가! 적은 무능하고 겁 많은 미국이라고!!”
이착함 훈련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얼치기 위주로 구성된 해군항공대의 운명은 너무나도 뻔했다.
일본 해군은 이번에도 막대한 손실을 입으며 패했고, 전쟁의 향방은 돌이킬 수 없어졌다.
그들은 요새화한 섬 위주로 악전고투한 끝에 대만과 홍콩, 필리핀을 지키는 데 성공했다.
그 대가로는 사이판, 괌, 그리고 오키나와를 잃었다. 사실상 미군이 노리던 작전 목표는 모두 달성했다.
그다음은?
“엄마, 저게 뭐야?”
“도망쳐! 집으로, 집으로 들어가! 어서!!”
하늘을 가득 메우는 B-24 폭격기의 군세.
그토록 신주불멸이라 호언장담하던 일본 본토에 눈 없는 폭탄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떨어지지 않는 것은 처칠의 주식 그래프뿐.
***
“저희 미합중국은 약 50발의 원자폭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일본인들을 멸망시키기에 충분한 물량이지요.”
– 양아치처럼 구라치고 있네, 이 뻥쟁이들이. 거짓말을 하려거든 입에 침이나 좀 발라놓고 해야지!
내가 이 자리에 앉아 독일의 전권을 쥐게 된 지도 참으로 오랜 시간이 지났다.
이 이야기를 하는 까닭은··· 점점 참을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걸 자각했기 때문이다.
옛날 같았으면 ‘허허 그러시군요, 와 50발이라니. 너무 부럽다!’ 하고 넘어갔을 텐데 지금은 나도 모르게 이마에 주름을 잡고 있지 않은가.
아무리 미국이라 해도 50발은 선 넘었다. 이게 무슨 와인에 물 타서 양 불리는 수준의 이야기냐, 핵폭탄 아닌가 핵폭탄. 우라늄 대신 돌멩이라도 써서 만들었냐? 응?
“우리 독일이 100발쯤 들고 있다고 하시면 믿겠습니까?”
“총통 각하께서 친히 언질해 주신다면 당연히 믿어야겠지요.”
대사의 답변은 ‘응. 전혀 안 믿어. 아무리 우리가 허세 좀 부렸다지만 그렇게 대놓고 조까라 하고 나오면 어떡해?’라고 해석해주면 된다.
이토록 같잖은 허세와 거짓말이 작렬하는 이유는, 이제 일본의 패망이 코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일본제국이 갖고 있던 그 모든 이권.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일본 본토, 만주, 조선, 대만, 태평양 부속도서.
일단 태평양의 자잘한 섬은 모조리 미국 차지. 저걸 탐내려면 이제 진정한 모습을 드러낸 미국 함대와 태평양 패권을 다퉈야 한다. 영국이고 프랑스고 감히 저 섬들을 달라고 하진 못한다.
일본 본토 또한 매우 높은 확률로 미국 차지가 될 텐데, 당연한 말이지만 일단 우리도 지분이 있다고 비비긴 할 계획이다. 그래야 나중에 그 지분 대신 우리에게 필요한 다른 것과 바꿔먹을 테니까.
만주는 너무나도 당연히 중화민국의 몫이지만, 소련이라는 이레귤러가 기다리고 있다.
소련이 일방적으로 만주를 합병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모택동과 중국 공산당을 내세워 만주를 빨갛게 물들이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 그다음? 그다음은 당연히 국공내전이고.
일본 멸망에 얼마나 많은 판돈을 투자하고, 그 대가로 얼마나 개평을 받아 챙길 것인가?
이 미묘한 기싸움을 몇 년째 계속해온 것도, 앞으로 또 몇 년을 계속하는 것도 전혀 달갑지 않다.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께 제안을 드리고자 합니다.”
“경청하겠습니다.”
“정상회담을 해야 할 시간인 듯합니다.”
“독-미 정상회담 말씀이십니까?”
“그러면 또 아무것도 결정되지 못할 게 뻔하잖소? 소련도 불러야지요.”
주독 대사는 머뭇거렸다.
스탈린이 올까? 미지수다.
그가 찾아온다는 것 자체가 선전포고가 선행되어야 하는 일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 테고.
나는 대사의 생각을 끊어버리듯 말을 이었다.
“회담 목적은 이스라엘-폴란드 충돌에 따른 국경 조정으로 잡겠습니다. 미합중국은 제3자 입장에서 중재하는 것으로.”
“그렇다면 훨씬 회담을 잡기가 용이해지겠군요.”
“그렇소. 이것조차 어렵다고 하진 않겠지요?”
“각하께서도 기꺼이 동의하리라 믿습니다. 본국에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스라엘-폴란드 국경선 재조정을 위해 미국을 초대.
솔직히 이 정도면 노벨평화상 하나쯤은 받을 만한 떡밥이다. 업적에 굶주린 민주주의 정치가에겐 이만한 선물도 없겠지.
그리고 스탈린 또한 기꺼이 응했다.
[소비에트 연방 최고의 휴양지, 크림반도의 작은 도시 얄타에 아르민 로젠바움 총통과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을 초대하고자 합니다. 이곳에서 그동안의 소소한 충돌과 대립을 마무리 짓고, 세계를 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도록 건설적인 논의를 진행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일이겠습니다.]얄타 회담.
저곳에서 세계의 운명이 정해지는 건 우연일까, 아니면 운명일까.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
얄타로 떠나기 전, 나는 먼저 프라하 조약기구 총회를 개최했다.
명목상으로는 소련과의 회담에서 조약 가맹국의 의견을 수렴하고 그들을 대변하기 위함이었지만, 실제로는 사실 기강 잡기 행사였다.
“총통 각하! 부디 우리 이탈리아의 선물을 받아주시옵소서!”
“이게 뭐요?”
“악보입니다. 세계 제일 예술의 나라 이탈리아인들이 정성껏 작사 작곡한 이 곡으로 말할 것 같으면 총통 각하의 위대한 업적과 그 성덕을 다룬 장대한 교향곡으로-”
무솔리니는 최근 신이 났다.
[위대한 이탈리아 해군, 일본 함대를 격멸하고 세계에 로마의 이름을 각인시키다!] [전함 로마, 적함 네 척 격침! 항공모함 아퀼라, 무수한 적 전투기 격추 및 항공모함 격침!] [두체의 혜안은 어디까지인가? 그분의 영도는 얼마나 더 위대해질 수 있는가?]영국과 프랑스가 개망신을 당한 것과 달리, 어차피 동남아시아에 딱히 영향력도 없었고 해군에 대해 크나큰 믿음도 없었던 이탈리아는 잭팟이 터지고 말았다.
“보아라! 두체께선 다 생각이 있었던 것이다!”
“영국이 전전긍긍하고 프랑스가 입술이 바싹바싹 마르고 있지 않느냐! 이제 누군가 지중해를 가리켜 ‘저 바다는 누구의 것이오?’라고 묻는다면, 모든 이탈리아인들은 가슴을 두들기며 ‘저 바다는 우리의 바다(Mare Nostrum)요’라고 대답할 수 있게 되었다!”
“저 북극의 빙산 섞인 바다에서부터 북아프리카의 사막 해안에 이르기까지, 우리 자랑스러운 이탈리아 해군의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유럽의 바다를 수호하는 자, 그것은 바로 이탈리아 해군일지니!”
나라를 독일에 팔아먹은 매국노 소리나 안 들으면 다행이던 두체의 주가는 연일 상한가를 경신했다. 그야말로 상전벽해.
여기에 이제 더 이상 정복전쟁 하겠다고 군비에 예산을 처박을 일도 없었으니 경제도 서서히 재건되고 있었고, 나라가 안정을 되찾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
하지만 저 욕심보 하나는 빵빵한 두체가 고작 감사의 의미로 이런 걸 갖다 바칠 린 없는데.
“각하. 영국인들을 믿으십니까?”
“갑자기 그건 무슨 말입니까.”
“이 세상에 절대불변의 법칙이 있다면, 그중 하나는 틀림없이 ‘섬나라 놈들은 믿지 마라’라는 격언일 겝니다. 영국인들이 해군을 재건하게 두느니 차라리 각하의 충실한 종 이탈리아에게 바다를 맡기심이 어떨는지요?”
– 이 사람··· 이토록 스트레이트하게 자존심을 놔버릴 줄 아는 사람이었나? 종이랜다 종.
괜찮다. 이번 임기 끝나고 나면 내가 옆집으로 초대해서 나랑 같이 죽을 때까지 집에 앉아서 보드게임이나 하고 놀면서 여생을 보내게 할 거거든.
– 그것도 모르고 저토록 꼬리를 흔들어대고 있네. 좀 미안하지는 않고?
내가 왜? 우리 서로 모가지를 날려버리려고 몇 년 동안 칼부림하던 사이야. 전쟁까지 했다고.
솔직히 저 새낀 매일 아침 눈뜰 때마다 내 은혜에 감사해하며 삼보일배를 해도 모자라다. 그런데 고작 이 노래 한 곡 받았다고 마음이 풀릴 리가.
무솔리니에게 적당히 알맹이 없는 답변을 해준 뒤, 나는 곧장 다가오는 처칠에게 붙들리고 말았다.
“각하!”
“무슨 일이오, 총리.”
“부디 영국의 건함 재건 프로젝트에 도움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영국은 이제 프라하 조약기구의 옵저버가 아닌 정식 가맹국이 될 의향이 있습니다. 런던에 타국군이 주둔해도 좋습니다. 그러니-”
난리도 아니군, 정말.
위엄찬 음악 공연.
프라하 조약기구의 탄생을 다룬 오페라 감상.
소년 소녀들의 위문 편지 낭독 행사.
경제 발전상 공개와 향후의 발전 방향 로드맵 제시.
전 세계 민족혁명당 총궐기대회.
프라하 중심부에 초거대 아르민 로젠바움 전신상 설립 계획 발표 등등.
그야말로 알짜 이벤트만 꽉꽉 채운 의전들이 지나간 뒤.
비로소 나는 얄타로 향했다.
***
1943년 5월.
크림반도의 휴양 도시 얄타, 리바디아 궁전.
지구 자전도 멈출 만한 권력을 손에 쥔 세 사람.
아르민 로젠바움.
이오시프 스탈린.
프랭클린 루즈벨트.
우리 세 사람은 각종 이런저런 행사를 거치고, 화려한 만찬을 즐긴 뒤.
작은 방에 모여 시가 하나씩을 입에 문 채 트럼프 카드를 손에 쥐었다.
그리고.
“우리 소련이 참전한다면 세 발쯤 쏠 의향이 있습니다.”
“장개석 총통이 동의한다는 전제하에, 우리 독일도 중국에 주둔 중인 일본군에게 핵공격을 가할 의사가 있습니다. 군부의 의견에 따르면 2발에서 5발쯤 쏠 만하겠답니다.”
“이거이거, 다들 뒷감당 괜찮으시겠습니까? 그게 한두 푼 하는 물건이 아니잖아요?”
“그 노란 원숭이들도 손에 총이라는 걸 쥐고 있고, 원숭이가 쏘는 총도 맞으면 죽는 건 똑같소. 차라리 핵을 쏴버리고 우리 인민을 더 살리는 게 낫지.”
“동감입니다.”
“거참 곤란하군요. 그러면 우리는 깔끔하게 열 발 정도만 일본 본토에 쏘겠습니다. 괜찮겠습니까?”
“괜찮고 자시고가 어딨소? 맘대로 하시구려.”
물러설 수 없는 자존심과 가오의 대결.
회담 첫날부터 나잇값 못하는 놈들 셋은 전생에 복어나 하마였는지 ‘우리 핵 이만큼 많거든?’ 하면서 허세를 쭈아압 부려댔다.
“우리 독일은 로켓에 원자폭탄을 탑재한 신무기를 개발했습니다.”
“로켓이라! 어디까지 날아간답니까?”
“대충 우리가 있는 이 궁전까진 날아올 듯한데.”
“우리 소련의 연구진들은 초대형 대포를 통해 발사할 수 있는 원자폭탄을 개발했습니다. 만주 진공이 결정된다면 여러분들께도 보여드릴 수 있겠군요.”
이 새끼들, 도대체 어디까지가 진짜고 어디가 허세인 거지.
– 로켓 개발 완료되려면 아직 멀었잖아?
시끄러. 여기서 꿀리면 지는 거라고.
– ···병신.
차마 저 말엔 대답하지 못했다.
여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