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215)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215화(215/246)
215화 총통 각하께선 영원히 우리와 함께하신다 (2)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그의 장기, 노변담화를 오랜만에 방송했다. 물론 여름인 지금 벽난로에 불을 지피지는 않았지만.
“친애하는 시민 여러분. 저는 드디어 여러분께 전쟁이 끝났다고 말할 수 있게 되어 대단히 기쁩니다. 네. 전쟁은 끝났습니다. 일본제국은 역사에서 그 모습을 감추었고, 우리는 마침내 평화를 돌려받았습니다.”
그는 잠시 뜸을 들인 뒤, 다시 마이크에 입을 가져다 댔다.
“우리는 이번에 저 끔찍하고도 사악한 국가, 일본제국을 무너뜨리면서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평화를 갈망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인류가 국가를 건설한 이래, 단 하나의 거악을 상대로 우리 모두가 이토록 단결한 사례는 없었습니다. 전쟁은 비극이었지만, 우리는 이 비극을 딛고 유례없는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갔습니다.
하지만 최근 제 주변엔 새로운 전쟁을 언급하는 이들이 종종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주전론자들.
이들의 주장을 정리하면 이러했다.
[태평양 전쟁을 통해 깨달은 진실이 있다. 미합중국은 강하다는 것이다.] [전 유라시아가 독재의 암운에 뒤덮였다. 이제 미합중국이야말로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은 민주 국가다. 우리에게는 이 자유의 횃불을 지키고 세계 곳곳에 퍼뜨려야 할 의무가 있다.] [독일과 소련이 저 거대한 수십억 시장을 통째로 삼키고 자신들만의 블록을 형성하기 전에 행동에 나서야만 한다.] [우리는 이제 대서양과 태평양, 두 대양의 유일한 지배자가 되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 우위가 지켜지겠는가? 저들이 성장해 바다로 나오기 전인 지금이 유일한 타이밍이다.]그리고 루즈벨트는 전혀 동의하지 않았다.
“일본제국을 마지막으로, 이 지구상에서 식민 열강의 시대가 종결되었습니다. 그리고 전제군주의 시대 또한 막을 내렸습니다. 우리 모두는 공화정 국가에서 살고 있고, 이념과 체제가 다르다고 해서 적대시하는 태도는 자유로운 민주 국가의 시민으로서 그다지 모범이 된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전쟁이 아니라 평화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대립이 아니라 대화입니다.
시민 여러분.
우리의 아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하나 되어 싸웠던 우리 전우들을 위해 축배를 듭시다.
그리고 전쟁터에서 돌아올 우리의 아들들에게 잘 다녀왔냐고 인사를 해줍시다. 그들에겐 우리의 따뜻한 품이 필요합니다.”
빅 3 삼극체제.
인류 역사를 돌이켜봐도 찾아보기 힘든 새로운 세계 구도.
그리고 얼마 안 되는 사례나 논리적 정합성 모두를 따져보면, 이 구도는 필연적으로 1 대 2의 흐름으로 흘러가리라.
그렇다면 1이 되는 국가는 두 나라가 힘을 합쳐야만 상대할 만큼 강력한 나라.
혹은 다른 두 나라의 분노나 혐오를 유발할 만큼 어리석은 나라. 모난 놈이 정을 맞기 마련이니까.
루즈벨트 그 자신 또한 저 거대한 대륙 국가들이 쇄국을 펼치고 미국을 자신들의 내수 시장에서 축출할 위험성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구도에서, 그런 짓이 가능할까?
소련이 빗장을 닫아걸고 있는다면 그만큼 미-독 경제협력이 강화될 것이고, 독일이 쇄국을 선언한다면 미-소 경제협력을 키우면 그만이다.
미국이 자유무역을 핵심 이익으로 추구하는 이상, 자유무역을 거스를 나라는 그 어디에도 없다.
이긴다.
이 체제 싸움에서 미국은 결코 지지 않는다.
그러니 지금 정국에서 가장 올바른 처신은 단 하나.
튀지 않는 것.
루즈벨트는 확신했다.
독재 국가는 결국 자멸한다.
그때까지 그들은 내실을 다지면 될 뿐이었다.
다만 걱정이 되는 것이 있다면.
‘내 다음 타자도 이 기조를 이어받을까?’
은인자중하고 내실을 기하겠다는 이 전략의 약점.
너무 수수하고, 튀지 않는다.
개인의 권력이나 지지율, 당리당략 따위를 위해 새 정권이 간단하지만 두드러지지 않는 노선 대신 모험주의적이고 어리석은 판단을 내릴 가능성··· 결코 없지만은 않다.
그는 외면하고 있던 해법 하나가 속삭이는 것을 느꼈다.
‘내가 딱 한 번만 더 집권한다면.’
그는 무심코 거울을 바라보았다.
거울 속엔 로젠바움과 스탈린이 그를 빤히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
오늘도 크렘린 깊숙한 곳에서 선물을 줄 착한 아이가 누구인지 고심하고 있는 콧수염 독재자 스탈린에겐 워싱턴 D.C.의 거울 속으로 들어갈 재주까지는 없었다. 굴뚝이면 또 몰라도.
얄타에서 로젠바움과 함께 사이좋게 휠체어맨을 둘러싸고 ‘고작 4년 임기로 어떻게 초강대국의 국정을 다룰 수 있겠는가?’ ‘4년은 너무 짧소. 7년으로 합시다.’ 같은 소리를 늘어놓으며 그를 현혹하긴 했다. 4년이라니. 그걸 누구 코에 붙이란 말인가?
그의 서구식 민주공화정에 대한 이해는 어디까지나 피상적인 수준에 불과했지만, 대신 그는 유럽 국가들과의 외교 경험이 많이 쌓여 있다.
영국도 그랬고, 프랑스도 그랬고, 바이마르 공화국은 말할 것도 없다. 언제나 그놈의 선거. 선거철만 되면 갑자기 집단 정신병이라도 생겼는지 평소에 안 하던 발작을 하고, 선거가 끝나고 정권이 교체되면 기존 정책이 폐기되는 일이 허다하지 않던가.
미국의 약점은 저 잦은 정권 교체다.
지금 루즈벨트야 공산주의와 소련에 대해 우호적인 시선을 견지하고 있지만, 다음 대통령이 갑자기 반공이니 뭐니 하며 제국주의적 정책을 들고나올지 어떻게 아는가?
루즈벨트 개인에 대해서는 신뢰할 수 있지만, 미국이라는 국가를 장기적 외교 파트너로 신뢰할 만한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스탈린은 이번 태평양 전쟁 참전을 통해 많은 것을 따냈다.
폴란드와 핀란드를 상대로 한 전쟁에서 끔찍한 똥볼을 찬 붉은 군대엔 대대적인 개혁과 현대화 프로젝트가 도입되었고, 수백만 대군을 거느린 일본군을 순식간에 물리치면서 그 개혁은 결실을 거두었다.
대영제국이 이번 전쟁을 통해 쇠락하면서 더 이상 아시아에서 소련의 팽창을 저지할 세력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중국인들이 신강이라고 부르는 지역, 티베트, 몽골, 만주 일대에 소련의 붉은 손길이 뻗쳤고, 아프가니스탄 왕국 또한 소련의 속국으로 전락했다.
조선은 일단 미국인들에게 내줬지만, 신탁통치 기간 동안 착실히 조선공산당의 집권 역량을 쌓는다면 무난하게 현지 민심을 규합하고 선거를 통해 공산당이 정권을 잡을 수 있으리라. 그렇게만 된다면 공산혁명은 시간문제다.
홋카이도와 혼슈 북부엔 새로운 국가, 에조소비에트공화국의 건국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일본 내 공산주의자들을 끌어모으고, 소련군에 포로로 잡힌 이들도 그곳에 보내준 뒤 태평양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삼으면 딱이다.
중국공산당에 대한 통제력 또한 강화되었다.
전범재판을 위한 심문 도중 중국공산당이 사실상 일본과 적대적 공생을 하며 자신들의 세를 끌어모았다는 사실이 발각되자, 공산당 내부에서 친소파 파벌을 싹 숙청했던 모택동 또한 버티지는 못했다. 이제 중국공산당엔 코민테른과 크렘린의 명령을 추종하는 자들만이 남아 있었다.
새롭게 다시 태어난 중국공산당은 소련이 내어준 만주 일대에서 국가로 거듭날 준비를 갖추는 동시에 장개석의 발아래에 신나게 트랩을 깔고 있었다.
장개석의 철권통치에 반발하는 군벌들을 충동질해주면서 비밀경찰에 의지한 비민주적 통치, 경제 정책 실패 등의 책임을 묻다 보면 그의 권세도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 자명했다.
이제 소련은 유라시아 전역에 영향을 미치는 초거대 국가가 되었다.
인도와 중국에 붉은 물결을 전파하기만 한다면 공산주의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민들이 믿고 따르는 이념이 된다. 그리고 그날은 결코 멀지 않았다.
이제 소련이 해야 할 다음 스텝은 네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 세계 전역에 영향력을 투사하기 위한 거대한 함대 건설.
두 번째. 여전히 혼란스러운 민족해방기구 신탁통치 지역에 공산주의를 퍼뜨리고, 그곳에서 공산 혁명을 일으켜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를 장악하는 것.
세 번째. 미국인들의 무자비한 착취가 자행되고 있는 중남미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을 끌어들여 미국이 제 대륙 바깥으로 기어나오지 못하게 신경을 분산시키는 것.
그리고 마지막.
프라하 조약기구 가맹국들을 은밀히 갈라쳐서 독일의 패권을 흠집 내고, 마침내 유럽과 북미 모두를 적화해 세계 공산 혁명을 완수하는 것.
냉정한 현실 정치가인 스탈린은 뒤로 가면 갈수록 그 가능성에 대해서는 낮게 보고 있었다. 하지만 공산주의자로서 세계혁명을 추진하지 않는다면 그놈은 공산주의자라고 자칭해선 안 된다. 접싯물에 코 박고 죽어야지.
그리고 그가 봤을 때.
독일보다는 미국이 훨씬 두려웠다.
‘<빅 3>는 허상에 불과하다.’
다들 아르민 로젠바움이라는 거인의 이름에 현혹되어 있다.
독일은 결코 압도적으로 강한 게 아니다. 로젠바움이 한 시대를 풍미한 거인이었을 뿐.
그는 ‘전쟁은 정치의 연장’이라는 독일인의 말처럼 지극히 정치적으로 전쟁이란 도구를 휘둘렀고,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이익을 달성하고 정확히 거기서 전쟁을 멈췄다. 정말 독일이 강했으면 그냥 프랑스도 이탈리아도 독일의 노예 신세로 만들었지 프라하 조약기구 같은 키메라를 왜 만들었겠나?
스탈린은 지극히 냉철한 이성으로 판단했다. 절대 승전도 하고 핵무기도 가지게 됐으니 숨도 못 쉴 것만 같던 공포에서 벗어나 독일을 만만히 보게 된 건 아니다. 정말로.
독일은 민족혁명주의라는 좌도 우도 아닌 사이비 이념으로 민중을 마취시키고, 민족해방기구와 프라하 조약기구라는 두 국제기구를 통해 자신들의 역량을 아득히 초과해 영향력 투사를 시도하고 있었다.
둘 모두, 언제든 사소한 불꽃 하나로 터질지 모르는 나약하고 위험한 체제다.
오히려 이제 스탈린은 독일이 빨리 무너지지 않기를 희망했다.
미국이라는 저 거인을 상대하기에 소련은 태평양 하나만으로도 벅찼다. 적어도 대서양에선 독일과 유럽 놈들이 미국의 한쪽 팔은 붙들고 있어 줘야만 한다.
세계 식민지를 상대로 한 향후 경쟁에서, 미국은 구 식민지 보유자이자 과거 열강들과 같은 체제라는 업보가 있고 독일은 그 과거 열강들을 품에 끌어안았다는 업보가 있다. 결국 공산주의와 소련이 승리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천천히.
이번에 얻은 전리품만 소화시킨다면.
결국 승리는 그들의 몫.
일찍이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예견했듯, 만국의 노동자들이 승리하리라.
***
전쟁이 끝났다.
일본은 세 토막 나서 체제경쟁의 전시장이 될 예정이고, 앞으로 영원히 신나는 내전을 벌이며 천하일통을 위해 힘써야 하리라. 물론 정말로 열도를 통일하는 순간 그들의 머리 위엔 버섯구름이 피어오르겠지만··· 꿈은 클수록 좋다고 하지 않던가.
말이라곤 지지리도 듣지 않는 유럽 놈들을 군대와 원자의 힘으로 간신히 하나로 묶었다.
이제 이대로 시간을 보내면서, 체제가 무사히 궤도에 안착하도록 적당히 컨트롤해주기만 하면 끝.
문제는 이 유럽놈들에겐 저마다 최소 한두 개씩 발작 포인트가 있다는 점이다.
“민족혁명주의에 비추어 보더라도 알제리는 정당한 프랑스의 강역입니다. 만약 알제리가 독립한다면 프랑스는 더 이상 프랑스가 아닙니다. 아니, 그전에 그냥 날 쏘시오.”
“이탈, 이탈! 리비아는 이탈! 총통 각하. 이토록 충실한 수하를 위해 리비아 하나쯤은 눈감아주실 수 없겠습니까? 알바니아도 에티오피아도 모조리 토했는데 리비아마저 토한다면 저는 분노한 민중들에게 칼 맞아 죽습니다!”
“존경하는 총통 각하! 저 간악한 영국인들에게 지브롤터를 반환하라고 한마디만 해주십시오!”
“친애하는 로젠바움 총통. 수에즈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합니다. 아무리 총통께서 저 까무잡잡한 놈들의 권리를 위해 한몸 바친 분이라고 하지만, 수에즈는 안 됩니다! 그건 우리가 정당하게 매입한 우리 소유에요!”
“이제 유고슬라비아가 인세의 지옥이 됐는데 슬슬 개입하죠? 갈라먹기 딱 좋게 익었습니다.”
유감스럽지만, 내가 마냥 현실을 외면하는 투사 타입은 아니지 않은가. 애초에 민족혁명주의는 저 식민 열강들을 물리치기 위해 짜깁기한 이념이거늘, 당연히 내 편의에 따라 조금 조정할 수도 있지.
“그래서, 네 의견은 어떠냐?”
나는 다시 한번 괴링에게 시험지를 던져줬다.
“제가 봤을 때 정답은 하나뿐이라고 봅니다.”
“뭐지?”
“다민족 국가로는 이미 체코라는 예시를 각하께서 선보이지 않았습니까? 민족혁명주의는 무작정 독립을 하라는 게 아니라 그 민족의 자주적 권리를 인정하라는 것이므로, 저들에게 시민권과 자치의 권리를 인정해주되 그 영토를 계속 점유하도록 하는 것이 최선책 아닐까 합니다.”
나는 천천히 양손을 모아, 가볍게 박수를 쳐줬다. 짝짝짝.
“잘했다.”
“휴우우··· 각하께서도 그리 생각하십니까?”
“그래. 앞으로 빨갱이든 파랭이든, 불만 있는 놈들에게 무기와 총알을 내줄 놈들은 차고 넘쳐. 그 불만을 사전에 풀어줘야만 영토를 유지할 수 있겠지.”
결론은 간단하다.
피부색 다른 놈들을 말할 줄 아는 짐승으로 대우하지 말고, 제대로 시민권 내주고 국민으로 받아들일 것.
이게 싫어? 그럼 땅도 토해내야지. 어딜 양아치같이 굴고 있어.
“이제 앞으로 나는 전국, 나아가 전 세계를 순방할 계획이다.”
“······예.”
“내가 자리를 비운 동안엔 네가 대행이다. 연습이다 생각하고 잘하고 있어라.”
우선은 독일 전역.
그리고 우리의 협력국.
그다음은 유럽 전체, 그리고 유럽을 넘어서서 아시아로.
내 임기는 아직 몇 년 남아 있었지만, 그 기간 동안 나는 베를린을 벗어나 현직 총통 자격으로 갈 수 있는 모든 곳을 돌아다니며 현지지도에 나설 계획이었다.
이게 내가 생각한 권력의 승계 방안.
게다가 아르민 로젠바움이란 이름에 무게감이 가득 실려 있는 지금, 내가 직접 저 미개발된 오지를 돌아다니며 그들을 격려한다면 알게 모르게 현지의 민족혁명주의자들에게 크나큰 도움이 되지 않겠나.
“차라리 제가 각지를 돌아다니겠습니다. 이미 예전부터 제가 하던 일 아닙니까? 각하께선 이곳 베를린에서-”
“그만. 하고 싶으면 나중에 네가 퇴임할 때 하면 되겠네.”
이제 내가 할 일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내가 평생을 다 바쳐 만들어낸 이 체제를, 마지막까지 조금이라도 더 오래갈 수 있도록 닦고, 조이고, 기름칠뿐.
이제 독일은 내가 자리에 없다는 사실에 슬슬 익숙해져야 한다.
그리고.
“나도 슬슬 내 사생활을 신경 써야 하지 않겠니?”
“···아니, 뭐,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할 말은 없는데-”
“나도 손자손녀 얼굴은 좀 보고 살자. 응?”
저 머나먼 미국과 중국에서 페르디난트와 오토가 돌아오고 있다. 애들을 주렁주렁 매단 채.
– 할아버지 얼굴도 모르는 애들 말이지.
단 한 번도 손자라는 존재를 만져본 적 없는 망령의 투덜거림을 한 귀로 흘리며, 나는 업무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포트와인의 병을 땄다.
이만하면 할 만큼 했지.
뒷일은 남은 이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