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216)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216화(216/246)
216화 총통 각하께선 영원히 우리와 함께하신다 (3)
1943년에서 44년으로 넘어가는 겨울.
마침내 우리 가족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 집이 이렇게 바글바글한 게 얼마 만인지.”
– 꼭 남 일처럼 말하고 있네. 네가 전부 밖으로 내몰아서 휑뎅그렁했던 거잖아.
그건 다 필요했던 일이다.
내가 정권을 잡은 시점에서.
혹은 모든 반대파를 제압하고 전능한 힘을 쥔 시점에서.
하다못해 내가 신흥 종교의 교주가 된 시점에서.
쟤들은 더 이상 일반적인 삶을 살 수 없게 되었다. 내가 그걸 뻔히 알고 있는데 어떻게 ‘평범한 삶’ 따위를 누리라고 할까?
권력자의 자식들이 다른 놈들에게 이용당하거나 단물만 쫩쫩 빨린 채 팽당하는 케이스는 너무 많아서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그리고 권력이 엮인 문제에서는 언제나 당한 놈이 죄인이다. 이기면 관군이고 지면 역적인 게 권력의 세계인데, 죽지만 않으면 감사하다고 엎드려 절이라도 해야 하는 게 이 정신나간 동네니까.
나는 네 명의 아이들에게 둘러싸인 채 어쩔 줄 모르는 마리아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시가에 불을 붙였다. 쟤도 억지로라도 결혼을 시킬 걸 그랬나.
– 본인이 원하지 않았으니까.
그래. 그렇지.
하지만 나는 평생을 내 멋대로 한 놈이잖나.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을 꺾고 내 의지를 관철시킨 사람이 이제 와서 수양딸 겸 여동생의 의지를 존중해줬다는 것도 웃기는 소리지.
그냥 그 순간··· 안심한 거다. 아마도.
“손자들이랑 좀 안 놀아주실 건가요?”
그 순간, 깡말라 부러질 것만 같은 모습의 페르디난트가 내 옆으로 슬그머니 다가왔다.
“겨우 셋이라니. 더 낳지 그랬어.”
“그러게요. 누가 절 시베리아나 미국으로 뺑뺑이 돌리지 않았으면 더 낳았을 것 같은데.”
“거긴 침대 없어? 나 때는 말이야, 침대 같은 거 없어도 불타는 혈기만으로 재주껏-”
“엄마한테 이를 거예요.”
“네가 엄마한테 이를 군번이냐?”
무서운 자식. 치트키를 쓰다니.
전략적 후퇴의 미덕을 아는 나는 즉시 다른 화제를 꺼냈다.
“독일 최고의 부호 반열에 오른 소감은 어떠냐.”
“뭐··· 얼떨떨하네요.”
복잡다단한 로젠바움 그룹의 민영화 절차를 간략하게 설명하면 이러했다.
상장사와 비상장사가 이리저리 얽혀 꽈배기처럼 꼬여 있는 복잡한 지분 구조에 대해선 우선 설명을 생략하고, 액기스만 요약하면 이렇다.
먼저 내가 가진 지분 중 10%는 에르나에게, 나머지 90%를 세 아이들에게 분배한다. 그러면 30:30:30:10이라는 구도가 나온다. 여기서 상속세 명목으로 각자 절반만큼의 지분을 국가에 넘겼다.
그 결과는 15:15:15:5:50.
독일 정부는 저 50% 중 상당량을 민간 시장에 유통하는 과정을 진행 중이다. 워낙 덩치가 크다 보니 단숨에 모두 매각하진 못하지만, 천문학적인 자금이 수급되리라는 사실은 명확하다.
“경제는 잘 모르는데, 왜 이렇게 하신 거예요?”
“로젠바움 그룹은 비매품이었잖냐.”
시장에 유통이 돼야 가격이라는 게 매겨지는 법.
민간에 풀렸으니 당연히 배당도 할 것이고, 그 배당금만으로 자자손손 먹고살기엔 충분하리라. 정말 사정이 궁해지면 조금씩 팔아치워서라도 내 밑으로 삼대는 떵떵거리며 살 수 있을 테고.
“그것뿐만은 아닌 것 같은데요.”
“···눈치만 빨라져서는. 그래. 너희 머리통에 총알 박히지 말라고 손 쓴 게다.”
로젠바움 그룹은 현 독일, 아니 세계 경제를 따져도 굉장히 거대하다. 게다가 군사력에도 직결되는 업종과 많이 엮여 있는 이상 국익 관점에서 봐도 그 지분의 향방은 무척 민감할 수밖에.
만약 이런 식으로 민간에 팔아치우지 않고 계속 내 자손들만이 지분을 꽉 들고 있는다면, 내가 죽고 한참 뒤의 미래에서, 독일의 정권을 잡은 누군가가 <국가 안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저 지분을 압류하거나 헐값에 팔아치우라고 머리통에 총을 들이대지 않을 가능성이 제로는 아닐 것이다.
– 솔직히 말해봐.
그래. 내가 만약 대통령이나 총통이라면 무슨 날조를 해서라도 쟤들 다 빵에 처넣고 지분은 빼앗을 거다. 국가안보에 중차대한 역할을 하고 상징성마저 흘러넘치는 곳을 경영도 정치도 모르는 알못들이 갖고 있다고? 쫄깃해서 어떻게 살아?
내가 생각해도 합리적인데 후대 놈들이 안 할 리가 없다. 차라리 지금 내가 시퍼렇게 눈 뜨고 있을 때 교통정리를 끝내놓는 수밖에.
나라 경제도 살리고, 신용도도 올리고, 저 아이들의 리스크도 관리하고. 안 할 이유가 없었다.
“절대 경영권엔 관심 가지지 마라. 그건 권력 가진 놈들의 몫이지 지분 가진 사람의 몫이 아냐.”
“명심할게요.”
“정치도 절대 하지 마라. 만약에 네 자식들, 네 손자들 중 누가 정치하겠다고 설치면 지분 모조리 팔아치우고 나서야 하라고 해.”
“네네.”
“귓등으로 흘려듣지 말고.”
“거기 남정네들! 이제 담배 좀 끄고 이리 와요!”
지독한 시가 냄새를 뚫고 고기 익는 냄새가 코를 들쑤셨다.
“이게 얼마 만에 먹는 엄마 밥이야. 아빠는 그동안 많이 드셨을 테니 별로 감흥 없죠?”
“······으응. 그럼. 나야 삼시세끼 전부 네 엄마가 차려주는 밥 먹고 있었는데.”
총통이고 뭐고 간에, 자식 놈들한테 부부싸움했다는 걸 알리기엔 굉장히 쪽팔린다. 이게 다 네놈 탓이잖아, 빡빡이.
– 응? 나? 갑자기 왜?
이 시대엔 아직 감당하기 힘든 선진 윤리를 내 머리통에 넣어놔서 내가 이렇게 지금 불편함을 느끼고 있잖아. 그러니 네 탓이지.
– ···윤리? 유우우운리? 윤, 뭐? 선진 윤리를 아는 새끼가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핵을 쏘고, 아, 미치겠네. 뒷골 땡겨. 축하한다. 귀신 혈압 터뜨려 죽이는 놈은 네가 최초가 틀림없어!
나는 식전빵 먹듯 범석이 속을 한번 벅벅 긁어준 뒤 천천히 식탁으로 다가갔다.
이 북적대는 식사 시간이 얼마 만인지.
***
1944년.
나는 가족들을 동반한 채 전국 투어에 나섰다.
서쪽 끝 라인란트, 체펠린 백작이 잠든 뷔르템베르크, 새로이 우리의 영토가 된 오스트리아와 남티롤을 거쳐 전국 각지를.
정치적인 액션이기도 했지만, 이건 일종의 내 은퇴식이기도 했다.
비록 베를린이 독일 정치에 있어서 태풍의 눈이긴 했지만, 근본적으로 독일이라는 나라는 지방 분권의 역사가 오래된 곳.
나는 각지의 지지자들과 시민들을 만나는 동시에, 가족들과 기나긴 여행을 즐겼다.
전국 투어의 마지막은 폴란드로부터 되찾은 동방 영토.
폴란드 불순분자들이 날 암살하려 할지도 모른다는 만류가 있긴 했지만 나는 강행했다.
– 순교자가 되려고?
글쎄. 아무리 빡대가리라고 해도 과연 나를 쏠까. 그랬다간 정말 다시 한번 세계대전이 터지는데.
페르디난트 황태자를 겨냥한 세르비아인들의 총알이 어떤 참극을 빚어냈는지, 전 세계 사람들이 다 알고 있다.
그리고 독일의 총통을 암살했다간 정말 그 민족 자체가 지구상에서 지워질지도 모르지.
솔직히 말하자면··· 반반이었다.
내가 누군가의 흉탄에 죽는다면 그것으로 민족혁명주의는 영원히 완성된다. 일단 전쟁이 세계대전으로 비화되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깔려 있긴 하지만.
하지만 내가 눈먼 총에 맞아 비명에 가버렸을 때 독일이라는 나라가 맛이 가지 않고 뚜벅뚜벅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솔직히 회의적이었다.
전쟁이 터져서 기껏 때려잡은 군부가 다시 관짝을 깨고 나와 부활한다면? 정국이 막힐 때마다 전쟁 일으키는 게 습관이 된다면? 프로이센 DNA에 박혀 있는 호전광 유전자를 빼려고 내가 얼마나 개고생을 했냔 말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내 가슴팍에 총알이 꽂히는 일은 없었다.
동방 신영토를 순시한 뒤엔 곧바로 이스라엘을 국빈 방문.
체코는 너무 자주 갔으니 가는 것도 슬슬 부담되었다. 그래서 패스하고 그다음은 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우리의 맹방 리투아니아.
“로젠바움 총통 만세!!”
“민족혁명주의 만세!!”
“혁명의 동지 스메토나-로젠바움이여 영원하라!!”
폴란드에게서 되찾은 그들의 수도 빌뉴스.
그곳엔 맞잡은 손을 번쩍 치켜든 채 해맑게 웃고 있는 스메토나 총통과 내 전신상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보시오.”
“예, 각하!”
“저건 대체 뭐요?”
“각하께서 되찾아주신 땅에 각하를 기념하는 무언가가 없다는 게 말이 되겠습니까?”
스메토나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슬며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각하께서 거대 신상을 세우는 것에 관심이 지대하시다고···.”
“대체 누가 그런 소릴 합디까?”
“두체 무솔리니가 그랬습니다만. 로마에는 각하의 거대 대리석상을 세워 각하의 총애를 얻으리라고 호언장담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카우디요 프랑코가 카탈루냐에 거대 순금상을 짓겠다고 선언했는데-”
“아니, 시발.”
“혹시 무언가 문제라도?”
스메토나의 쩔쩔 매는 모습이 어쩐지 수상해 보여 조금 더 추궁했더니, 내 상상을 뛰어넘는 이야기가 튀어나왔다.
“미국인들이 산에 대통령들 얼굴을 조각했잖습니까? 알프스 산맥에 각하와 각하를 따르는 우리들의 얼굴을 조각해 영원토록 민족혁명주의를 기리겠다고···.”
“아니, 그 새낀 원래 적이었잖아.”
뭐지? 역사 세탁인가? 이러다가 나중에 이탈리아 역사 교과서엔 ‘사실 처음부터 이탈리아는 독일 편이었음’이라고 적으라고 지시하진 않을까?
리투아니아 다음은 우리와 딱히 큰 인연이 없는 북유럽에 잠깐.
스톡홀름과 코펜하겐을 관광하고, 온 김에 덴마크 정부와 협정을 맺어 덴마크령 아이슬란드에 조약군 해군 기지를 건설하기로 했다. 괴링이든 그 다음 후임이든, 누군가는 그곳에 핵미사일 기지를 지으리라.
그 뒤엔 영국으로 가서 처칠과 기념 촬영을 하고, 노동당 인사들과 회동해 영국식 민족혁명주의에 대한 대담 등.
프랑스에서도 소소한 이벤트가 있었다.
“우리 프랑스 정부는 지난 대전쟁이 끝난 이후 강제로 압류한 각하의 사유재산을 반환해드리기로 결정했습니다.”
지난 대전쟁 당시 나와 함께 창공을 누비던 애마, <빨갱이>. 나는 사유재산이라고 드러누웠었지만 결국 악독한 빠게트 놈들은 빨갱이를 빼앗아 가 파리에 진열했었다.
페탱이 이걸 내게 돌려주겠노라 하자, 나는 즉시 내 사비를 들여 프랑스에 독일군과 프랑스군 모두를 기리는 전몰자 기념관을 짓고 그곳에 내 애마를 영구히 보존하겠노라 선언했다. 솔직히 이거 다시 가져가면 프랑스의 민심이 얼마나 개차반 나겠어.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거친 뒤엔 두체가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는 이탈리아로.
“로마에는 보시다시피 <전 유럽을 오시하는 위대한 정복자 로젠바움상>을 만들고 있습니다. 각하야 말로 로마의 재건자시니, 마땅히 팔두 전차에 탄 채 집정관-아우구스투스의 풍모가 드러나게끔-”
“그건 됐고, 큰 바위 얼굴이라는 그 맛탱이 간 발상은 대체 누가 떠올린 겁니까?”
“아니, 완벽한 기밀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세상에. 역시 각하께선 모르는 일이 없으시군요.”
“스메토나가 다 불었소.”
알프스 대자연 파괴자 무솔리니는 아직 조각이 완공되지는 않았다며 대신 설계도와 사진 몇 장을 보여줬다. 파쇼 원조집 아니랄까 봐 이 인간도 초거대, 웅장함 이런 것들에 환장한다 진짜.
“이렇게 만들 계획입니다. 로젠바움-베네시-스메토나-무솔리니! 앞으로 전 세계인들은 민족혁명주의의 위대한 기치에 동참해 유럽과 세계를 영광으로 이끈 네 위대한 지도자를 길이길이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
– 베네시 체코 대통령은 팔자에도 없이 민족혁명주의자가 되고 있는데?
과연 후대인들이 그를 체코 민주주의의 수호자로 기억해줄지 말지 좀 궁금하긴 해.
전쟁 승리와 프라하 조약기구 창설 이후, 체코민족혁명당은 기어이 단독 과반을 달성하고 말았다. 정작 베네시는 당원이 아니라는 게 코미디인데.
“베네시는 민족혁명주의자가 아니오만?”
“예? 예???”
아니. 진짜로 몰랐어?
***
유럽 순방을 마치고, 나는 다른 가족들에게 더 이상 따라오지 말라고 말을 건네봤다.
아직 어린 아기들도 있는 판에 걔들을 저 머나먼 오지까지 데려가긴 좀 그렇지. 행여나 잘못되기라도 하면 얼굴을 들고 다니질 못한다.
“위험할지도 모르고, 유럽처럼 편안하지도 않을 텐데 정말 따라오려고?”
“그럼 다시 돌아갈까? 아무도 없는 집으로?”
“중국도 가신다면서요. 그럼 저도 따라가야지요. 호위인 셈 쳐주세요.”
“소련에 미국까지 뺑뺑이 돌리셨으면서 관광은 빼놓겠다고요? 너무하시네요 정말.”
그리고 본전도 못 건졌다.
아직 어린 아기들만 친인척들에게 맡기고, 에르나와 두 아들 부부와 이제 좀 머리가 굵어진 페르디난트의 두 아이들, 거기에 마리아까지 그대로.
오직 나를 호송하기 위해 조약해군이 소집되었고, 배를 타고 이집트에 들러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구경한 뒤 수에즈를 통과해 인도로 향했다.
인도, 동남아시아, 중국, 조선.
그리고 태평양을 건너 미국을 횡단한 뒤 다시 독일로.
몇 년은 걸릴 대장정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