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217)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217화(217/246)
217화 총통 각하께선 영원히 우리와 함께하신다 (4)
1944년.
아르민 로젠바움 일가족이 독일과 유럽 전역을 열심히 여행하고 있을 때.
세상 반대편에선 사소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태평양과 대서양에 우리의 상선을 지켜줄 함대를 더욱 키우고, 나아가 잠재적으로 우릴 위협할지 모르는 자들에게서 우리를 지켜줄 핵무기 개발에 더욱 힘을 실어야 합니다.”
“지금은 일단 전시 체제를 종료하고 군축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요?”
미국에서는 향후의 정책을 두고 이런저런 토론이 벌어지고 있었는데.
항상 그렇듯 보통 저런 입씨름을 끝내는 건 외부적 요인인 법.
발단은 밉살스러운 ‘로젠바움의 주둥아리’, 리벤트로프가 미국에 오면서부터였다.
“세계민족해방기구는 미합중국 육군의 파병을 요청드리는 바입니다.”
“허허허··· 우리는 이미 막대한 분담금을 납부하고 있는데, 군대까지 보내라고요?”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건 특권입니다, 특권.”
루즈벨트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특권이 맞다.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전역의 광활한 식민지 전역을 대리 통치하는 민족해방기구.
제아무리 선의와 이념의 이름으로 가면을 뒤집어썼다 한들, 그 본질은 <전쟁에서 승리한 독일이 열강의 식민지를 압류함>이다.
돈이 궁하고 능력이 부족한 독일은 미국에 러브콜을 보냈고, 돈이 넘치는 미국은 쇼미더머니, 현질의 힘으로 저 시장에 뛰어들기로 했다.
하지만 독일은 절대 군사만큼은 양보하지 않았다.
총칼이야말로 진짜 힘.
미국 또한 애초에 군사는 타협의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던 만큼 기대조차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지금, 미군의 주둔을 허용해주겠다고?
너무나도 좋다. 좋아 미칠 것만 같다. 당장 군바리들을 긁어모아 각지로 파병하고 싶다.
하필 지금 시국, 군축이 가장 핫한 지금만 아니었다면!
“일본과의 전쟁으로 인해 식민해방기구 가맹국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프라하 조약기구와 식민해방기구는 별개의 조직이며, 일본과의 전쟁이 끝난 지금 프라하 조약군은 아시아에 주둔할 명분이 없습니다. 그들은 반드시 집으로 돌아가야만 합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체코나 헝가리 같은 나라들은 조약기구의 멤버로 지난 십자군에 군대를 파병하긴 했지만, 저들은 식민해방기구의 멤버는 아니다. 그들이 아시아에 주둔할 어떠한 이유도, 명분도 없다.
두 기구 모두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영국과 프랑스는 이미 어마어마한 전비를 지출했다. 이들은 악을 쓰면서 군대를 더 보내겠다고 이빨을 털고 있긴 한데, 일본제국이 메뚜기처럼 황폐화시킨 지역은 더 많은 군대가 치안 유지를 위해 필요했다. 밑 빠진 독이 따로 없었다.
그러니 미군.
논리적으로는 당연한 이야기.
하지만 루즈벨트는 이 제안에서 로젠바움의 거무튀튀한 손길을 느꼈다.
군축 따위 꿈도 꾸지 말고, 너희도 같이 군사력 투사하면서 고생 좀 하자!
로젠바움같이 밥 먹고 식후땡하면서 어떻게 남을 엿먹일까 고민만 하는 악랄한 인간이 떠올릴 법한 발상 아닌가?
“하하. 죄송하지만 저희는 파병에 대한 생각은 현재로서는 없습니다. 각료들, 그리고 의회와 논의해야겠지만, 제가 생각하기로 우리는 필리핀과 일본을 재건하기에도 바쁠 것 같군요.”
“그렇습니까. 참으로 아쉽습니다. 언제라도 생각이 바뀌시면 말씀해주시길.”
리벤트로프는 그대로 귀국하는 대신 미국 내 민족혁명주의자, 흑인 인권운동가, 아시아인과 히스패닉 등을 두루두루 만나고 다녔고,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대놓고 공화당 등과도 접촉했다.
이렇게 열심히 싸돌아다니며 저 촉새 주둥이를 나불나불대니 당연히 여론도 출렁이기 시작했다.
“독일이 우리 합중국의 힘을 필요로 한다는데 어째서 대통령은 미적대고 있습니까?”
“우리는 함께 싸운 전우라고 강조한 건 그 누구보다 대통령 본인 아닙니까?”
“저들의 힘이 부쳐서 문을 열어준 지금이 유일한 기회입니다. 이번 기회를 받아먹지 못한다면 도대체 민족해방기구에 그 막대한 돈은 왜 줍니까!”
“시발것들···.”
숙련된 정치인들은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서로의 심중을 헤아릴 능력이 있다.
‘육군이라고는 좆도 없는 미국이 전 세계 각지에 육군을 파병하면 군축은 나가린데? 징병제도 계속 유지해야 하는데?’
‘아, 그건 당연히 현 행정부가 재주껏 잘하셔야지.’
단꿀은 빨고 책임은 여당과 행정부에게로. 전 세계 모든 야당이 척추에 박아넣은 기초적인 임플란트다.
설상가상으로,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마저 발발했다.
때르르릉!!
“이 야밤에··· 무슨 일이오?”
“각하. 당장 일어나 주셔야겠습니다.”
어느 새벽.
잠옷 차림으로 꿈나라를 우아하게 유영하고 있던 루즈벨트는 조지 마셜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순식간에 사바세계로 끌려내려오고 말았다.
“일본 북부에서 우리 미군과 소련군 사이에 우발적 충돌이 벌어졌습니다.”
“정확한 요인은?”
“확인 중에 있습니다만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일본인?”
“전부 다입니다. 일본 민간인, 그리고 미군과 소련군 모두 사망자 발생이 확실합니다.”
“빌어먹을.”
소련군과 공산 정권을 피해 자유를 찾아 도망치려던 일본인들.
소련군과 에조 공화국은 이 탈주를 결코 용납하지 않았고, 국경을 넘어 도망치려는 자들을 곧장 쏴 갈기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우려하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소련군과 그 괴뢰 도당이 언제 탱크를 몰고 도쿄로 밀고 내려올지 모릅니다!”
“정부는 즉시 해명하십시오!”
“우리가 얼마나 만만히 보였으면 우리 군에 신병을 맡긴 사람을 쏴죽일 수 있단 말입니까!”
하지만 그들은 백악관 대요괴, 꼬리 아홉 개에 머리통은 열여덟 개쯤 되고 촉수는 수백 가닥씩 갖고 있는 앉은뱅이를 너무 우습게 보았다.
루즈벨트는 정국을 단숨에 엎어버리기로 했다.
“많은 분들이 우려하시던 대로, 항구적인 세계 평화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여러 잡음이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저는 고심 끝에, 시민 여러분께 이 혼란을 종식시키고 영원한 평화를 가져다줄 4년을 더 요청하고자 합니다.”
4선 출마 선언.
모든 아젠다가 단숨에 블랙홀로 빨려들어가는 순간이었다.
***
“국가적 위난이 발생한 지금, 저는 눈물을 머금고, 대통령직에 출마하고자 합니다.”
“야 이 개새끼야!!”
“미합중국에 프랭클린 1세는 필요 없다! 꺼져!!”
“와아아아아아!!”
“루즈벨트 만세!! 4선 만세!”
“우리에게도 강한 지도자가 필요하다!”
“스탈린은 20년 넘게 재임하고 있고 로젠바움은 14년의 임기를 보장받았다. 저 무시무시한 자들에 대적할 만한 인물이 우리나라에 또 누가 있겠는가?”
한바탕 난리에도 불구하고, 루즈벨트는 기어코 당선되고 말았다.
정적들은 ‘세계 정세가 어지러운데 루즈벨트는 뭐 하고 있냐?’라고 그를 공격했지만, ‘아. 이거 사실상 준전시 상태라고요? 그럼 어쩔 수 없이 제가 4년만 더 해야겠군요’라고 받아친 셈. 사람이 권력에 중독되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잘 구경했다.
– 네가? 네가 그런 말을?
나는 이제 내려놓기로 했잖아.
나는 14년 해먹고 루즈벨트는 16년 해먹는 셈이니 나보다 저 휠체어맨이 훨씬 더 권력욕에 가득 차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앞으로 루즈벨트를 부를 땐 꼬박꼬박 앞에다 <독재자>라는 칭호를 붙여주기로 하자.
루즈벨트의 푸닥거리와는 달리 우리 가족의 해외 순방은 대단히 평화로웠다.
– 당연하지. 전함을 몇 척씩 동반하고 다니는데 당연히 평안할 수밖에!
총알이 날아오면 16인치 거함거포가 단숨에 반격을 쏴올릴 텐데, 어지간히 날 암살하고 싶어 하는 놈들도 저 거대한 에펠탑들의 위용 앞에선 생각을 고쳐먹게 되리라.
인도는 한바탕 난리가 나긴 했는데··· 내 생각보다는 훨씬 덜했다.
마하트마 간디가 영국 총독부를 접수하고 인도 과도정부를 선언.
무슬림들은 이 과도정부에서 자신들의 권리를 인정받기 위해 상호 타협을 모색했고 간디는 ‘독립하지 않고 한 지붕에만 남아 있는다면 무엇이든 용인할 수 있다’라며 최대한 포용적인 스탠스를 보였지만, 힌두교 극단주의자들은 즉시 대대적인 봉기에 들어가 무슬림 학살을 찍었다. 당연히 무슬림들 또한 앉아서 죽느니 맞불 놓기에 들어갔고.
이 광기의 싸움은 힌두교도에 의한 간디의 암살로 끝났다. 내가 유럽에서 이제 막 이집트에 도착할 즈음 있었던 일이다.
“마하트마를 죽인 자들의 사지를 찢어라!”
“놈들이야말로 인도의 거악이다! 전부 산 채로 불태워라!”
이슬람을 극도로 싫어하는 평범한 힌두교도들조차 ‘아니, 아무리 무슬림이 개좆같아도 그렇지. 어떻게 마하트마를 쏴 죽일 수가 있어?’라며 기겁하고 말았고, 간디의 뜻을 이어받은 자들은 전차를 끌고 극단주의자들을 사정 없이 뭉개버렸다.
인도 전역에서 유혈사태가 벌어지자 기겁한 영국과 민족해방기구는 급히 개입했고, 마침내 <인도 연방>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의 분리 독립.
시크교도들이 대거 거주하는 펀자브 지방의 <칼리스탄 자치 공화국> 수립.
수면 밑에서 들끓던 분리주의는, 인도 정부가 사실상 지방의 자치권을 대단히 폭넓게 인정해주는 것으로 매듭 지어졌다.
– 별로 달라진 게 없지 않나?
왜 없어.
인도든 파키스탄이든 핵개발을 시도했다간 지도에서 수도가 삭제될 텐데.
이제 남은 건 저들이 빨개지지 않도록 적당히 관리해주는 일뿐이다.
***
여전히 심심하면 총성이 울려 퍼지는 인도에서는 그리 오래 머무르지 못했다. 오히려 스리랑카에 더 오래 있던 편이지.
하지만 버마에서부턴 이야기가 달라졌다.
“로젠바움 총통 만세!!”
“민족혁명 만세!!”
“모든 피지배 민족의 등불, 로젠바움 각하! 이 땅에 방문해주시어 대단히 감사합니다!!”
우리가 가는 곳 어디든, 끝도 없는 현지인들의 인파가 우릴 반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다지 반갑지 않은 놈도 하나 있었고.
“총통 각하! 이제부터는 제가 모시겠습니다!”
“흐으음.”
독일과는 너무나도 먼 이곳 아시아에서 재회한 괴벨스는 몰라볼 정도로 까무잡잡해져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를 만나기 전, 이미 슈타지의 보고도 들었다.
“그래. 여자 때문에 쫓겨난 우리 박사님께서 이 아시아에선 아예 하렘을 차리셨다고? 그렇게 술탄이 되고 싶었나?”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각하. 부디 잠깐만 노여움을 거두고 제 해명을 들어주시옵소서!”
괴벨스는 놀랍게도··· 알렉산더 메타를 실천하고 있었다.
– 아니. 알렉산더도 아니고 태조 왕건이잖아.
그의 기나긴 설명을 최대한 짧게 요약하면 이랬다.
돌싱이 되어버리고 고향에서도 쫓겨나 가슴 한구석이 허해진 중년남 괴벨스 씨.
하지만 놀랍게도, 그는 머나먼 이국 땅 중국에서 자신을 위로해주는 아시안 미녀를 만나게 되어 다시금 가슴속 정열이 불타오르는 것을 느끼고 말았는데···.
“서론이 너무 길다.”
“예, 예!”
결혼식을 치르진 않았지만 재혼 비스무리하게 된 것까진 좋지만, 문제는 그 이후였다.
[중국인들이 괴벨스 박사를 미인계로 꼬드겼다!] [괴벨스는 이제 중국 편만 들 것이다!] [중국인만 싸고 도는 저자를 어떻게 믿으라고?]궁지에 몰린 그는 실로 경이로운 결론을 내리고 말았다.
중국 여자와 노는 것이 문제가 된다면, 다른 민족 여자와도 놀면 되는 것이 아닌가?
“아이고 머리야···.”
– 아이고 머리야···.
“어쩔 수 없었습니다! 제가 베트남 여인을 거두고 나니 문제가 해결되나 싶었는데, 이젠 또 참족이라는 다른 족속들이 자신들이 궁지에 몰린다 싶었는지 또 다른 여인을 보내며 꼭 함께해 달라 간청을 하고, 그랬더니 또-”
“그래서?”
“그래서··· 그··· 제가 어찌 민족혁명의 이름에 먹칠을 할 수 있겠습니까? 모든 민족에게 평등하게- 악! 악!”
“너는 역시 처맞아야 해. 어릴 때 미리미리 더 팼어야 했는데 매를 아껴서 이 모양이 됐나 보다. 다 내 잘못이지, 암.”
“다들 만족해하고 있습니다! 현지에서도 제가 이토록 노고를 아끼지 않고 그들과 융화되는 모습을 보이니 무척이나 반응도 좋고, 하루하루 분골쇄신하여 허리가 으스러지도록 일하면서 현지 민심을 꽉 잡고-”
“그래. 매일마다 그렇게 지랄을 떨어대니 허리가 당연히 아프지.”
나는 무릎을 꿇다 못해 바닥과 혼연일체가 되어 있는 괴벨스를 보며 혀를 찼다.
“그래서.”
“예.”
“행복하냐?”
“······헤헤.”
더 이상 말하기도 입 아팠다. 아, 머리가 지끈거리네 진짜.
그래. 행복하면 됐다, 이 망할 것아.